Heavenly Demon Return to Home RAW novel - Chapter (2)
악완이 절망할 때.
장강 이무기가 그녀를 끌어당겨 삼키려 했다.
미색 때문에 죽이지는 않을 것 같았는데, 그 기대마저 무너진 것이었다.
그때였다.
수수방관하고 있던 백엽이 우수를 들어 지풍을 날렸다.
치치치익.
이무기의 혓바닥이 찢겨나가며 악완이 추락했다.
이미 배를 벗어났기 때문에 강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그녀는 이미 실신한 상태였다.
“쿠웨액!”
혓바닥이 잘리는 고통에 이무기가 괴성을 지르며 꼬리를 휘둘러 백엽을 공격했다.
하지만 백엽은 이미 경공을 펼쳐 악완에게 다가가 그녀를 받은 상태였다.
빗나간 꼬리는 배의 후미를 강타했다. 배의 한 부분이 그대로 부러져 버리고 말았다.
사람들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있었다면 묵사발이 났을 것이었다.
백엽의 검이 이무기의 왼쪽 눈을 찌른 것은 바로 그때였다.
가히 순간이동이라고 할 정도로 지독한 쾌검식이었다. 놈은 조금 전 혓바닥이 잘리는 고통보다 수백 배 심한 통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놈이 비명과 함께 뒤늦게 오른쪽 눈을 통해 붉은 섬광을 뿜어냈다.
백엽이 호신강기로 막았으나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튕겨 나가 배 위로 내려앉았다.
악완을 갑판 위로 내려놓은 백엽이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검으로 이무기의 대가리를 쪼갰다.
“쿠웨에엑!”
놈이 괴성을 질렀다. 하지만 금빛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검의 예리함을 이겨내지 못했다.
마치 톱질하듯 마찰음을 내던 검이 어느 순간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빠르게 꼬리까지 놈을 양단해버렸다.
놈이 마지막 비명과 함께 숨을 거뒀다.
그때였다.
놈의 벌어진 뱃속에서 붉은빛을 발하는 구슬 하나가 허공에 떠올랐다.
어린아이 주먹만 한 것으로, 배 위로 돌아가던 백엽이 그것을 손에 쥐었다.
‘여의주로군. 전설의 사방주(四方珠) 중 하나인가.’
사방주.
사방여의주라고 불리며, 말 그대로 여의주 네 개를 가리킨다.
전설에 의하면 이 사방주 네 알을 모두 모으게 되면 경천동지할 힘을 얻게 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 힘이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추측해볼 수 있는 것은 이 사방주가 나타난 것은 천 년 전 신마대전 때이므로 천계 또는 마계와 관련이 있으리라는 정도였다.
백엽이 사방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천마신교의 교주비고에 비치되어 있던 상고시대 기록 덕분이었다.
그 때문일까.
백엽이 여의주를 차지했음에도 사람들은 귀한 보물을 획득한 것으로 여길 뿐이었다.
하기야 당장 백엽 덕분에 위기를 면한 것이니 기쁨이 앞섰다.
어느새 다시 갑판 위로 올라온 범건이 웃으며 말했다.
“대단한 무공이십니다. 숨어서 지켜봤는데 가히 천하제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범건이 고개를 숙였다.
배 위에 있던 백여 명의 사람들 역시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백엽이 쓴웃음을 지으며 포권으로 답례했다.
“과찬이십니다. 일단 저분을 방 안으로 데려다주시겠습니까?”
백엽이 가리킨 사람은 바로 중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고해풍이었다.
매화단이 목숨을 유지해주고 있었으나, 여전히 기식이 엄엄했다.
“알겠습니다.”
범건이 고해풍을 업고 갑판 아래 의선실(醫船室)로 데려갔다.
백엽은 여전히 실신 상태인 악완을 업고 뒤따라갔다.
* * *
고해풍과 악완 중 먼저 정신을 차린 사람은 의외로 고해풍이었다.
그것은 그의 상태가 심각해 백엽이 먼저 내공 치료를 해준 덕분이었다.
백엽의 내공 치료는 그 자체로 우수했지만 매화단의 효능까지 극대화해준 결과였다.
정신이 든 고해풍은 범건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었다.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사매는 어떻습니까?”
고해풍이 악완을 치료하고 있는 백엽을 향해 고개를 숙인 후 물었다.
백엽이 담담히 말했다.
“곧 깨어날 겁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아직 해독이 덜 되어 며칠 정도 치료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해독이라니요? 사매가 중독이 되었다는 말씀입니까?”
“네.”
백엽이 악완에게 내공을 넣어주며 간단히 설명을 해주었다.
악완이 당한 독은 바로 이무기 독이었다. 그녀가 놈의 혓바닥에 감겼을 때 이에 벗어나기 위해 내공을 사용하자 이무기가 혓바닥 돌기를 통해 독을 뿜어내 실신시킨 것이었다.
같이 혓바닥에 당했지만, 고해풍은 중독되지 않은 이유였다.
이러한 사실은 백엽도 조금 전에야 알 수 있었다.
그 때문일까.
태연한 척하고 있었으나 속으로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고해풍 치료에 집중하느라 하마터면 악완의 치료 시기를 놓칠뻔했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늦었다면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뻔했다. 문제는 사흘 정도 치료를 더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시가 바쁜데 내게 그럴만한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군.’
백엽이 안색을 굳혔다.
아직 친부모의 생사나 거처를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알고 있는 것은 삼십 년 전 자신이 납치된 장소와 당시 상황 몇 가지 정도였다.
수하들을 동원하면 더 빨리 알아낼 수 있겠지만 보안이 필요해 비밀리에 혼자 온 것이었다.
천마신교 총단에서는 그가 신공 수련을 위해 폐관에 든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백엽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 동안.
다행히 악완이 깨어났다.
그녀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범건과 고해풍의 설명을 듣고 백엽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백엽 공자라고 하셨지요?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하하하. 별것 아닙니다. 아직 해독이 덜 되었으니, 사흘 정도 치료를 더 받아야 합니다. 실례지만 행선지가 어딘지 알 수 있겠습니까?”
“아! 바쁜 일이 있으실 텐데, 저 때문에 민폐를 끼쳐드리게 되어 이를 어쩌지요?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하나요?”
“네. 완전히 독을 제거하지 않으면 다시 정신을 잃게 되고 그때는 돌이킬 수 없게 됩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부탁드리겠어요. 저의 행선지는 영웅보(英雄堡)입니다. 종일 치료를 받아야 하나요?”
“그건 아닙니다. 아침저녁으로 한시진씩 정도면 충분할 겁니다. 영웅보에 계시면 제가 오늘 저녁부터 찾아가서 치료해드리지요.”
“네. 편하실 대로 하세요.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대사형은 더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나요?”
“네. 고 공자께서 더 잘 아실 겁니다.”
백엽이 고해풍을 쳐다봤다.
고해풍이 미소를 지었다.
“무공도 높으신데 의술도 뛰어나시군요. 말씀대로 저는 이제 괜찮습니다. 미안해. 사매. 사부님께서 사매를 위해 몇 개밖에 없는 매화단을 주셨는데 내가 복용하게 되어 말이야. 솔직히 말해 내공이 이전보다 더 높아진 것 같아.”
“잘 되었어요. 대사형.”
악완이 웃으며 말했다.
고해풍이 말했다.
“백 공자. 어차피 사매에게 치료를 해주셔야 한다면 차라리 저희와 함께 영웅보에 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혹시 따로 머물 곳이 마련되어 있습니까?”
“그건 아닙니다. 객잔에 방을 잡고 며칠 정도 알아볼 일이 있는데, 아무래도 혼자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영웅보 위치를 아직 모르니 일단 그곳까지 가서 헤어지도록 하지요. 저녁에 반드시 찾아갈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저희가 강요할 수는 없지요. 백 공자께서는 저와 사매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시니 나중에 사부님께 말씀드려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사부님께서 추천을 해주시면 아마도 무림맹의 중요 직책을 맡으실 수 있을 겁니다. 무공은 이미 입증이 되었으니까요.”
“아닙니다. 저는 무림맹에 들어갈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백엽이 말을 한 바로 그때.
잠시 선실 밖으로 나갔던 범건이 다시 돌아와 말했다.
“악양 포구에 도착했습니다. 다들 하선하시지요.”
* * *
두두두두.
마차 한 대가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마차에 탄 사람은 마부를 제외하고 모두 네 명.
바로 백엽과 악완, 고해풍, 범건이었다.
목적지는 당연히 영웅보였다.
악양 포구에 내리자마자 악완을 위해 영웅보에서 보낸 마차를 타게 되었다. 범건이 합류한 것은 그 역시 영웅보에 가려던 길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를 대하는 악완과 고해풍의 태도는 냉랭했다.
위험한 시기에 혼자 몸을 뺀 그를 어찌 좋아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박대하기는 어려워 합류를 거절하지는 않았다.
그 때문일까.
범건은 한 번 더 사과한 후 수다를 떨었다.
“하하하, 장강 이무기 일은 이제 잊어버리고, 말이 나온 김에 화산파 두 분이 영웅보로 가는 이유를 알고 싶군요. 혹시 저와 마찬가지로 영웅보 대공자의 위령제에 참석하려는 겁니까?”
“그건 아니에요. 한데 시신도 못 찾았는데 무슨 위령제를 지내는 건가요?”
악완이 굳은 안색으로 물었다.
범건이 기이한 미소를 지었다.
“놀라시는 것을 보니 소문이 맞았군요. 삼십 년 전 실종된 영웅보 대공자와 악 소저께서 정혼을 했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입니까?”
“네. 하지만 저와 대공자가 태어나기 전 맺은 아버님끼리의 약속일뿐이지요.”
“아! 역시 그랬군요. 그럼 이번에 가시는 것은 파혼 때문입니까?”
“네. 하지만 위령제까지 지내 사망을 공식화할 줄은 몰랐어요. 혹시 영웅보주의 후계 문제 때문인가요?”
“네. 이번에 영웅보에서 후계와 관련한 발표를 하기 위해 인근 무림인들을 대거 초청했지요. 저 역시 아버님 대신 참가하는 겁니다. 으음, 위령제를 지내게 되면 파혼 역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겠군요.”
“네. 사실 저는 예의상 영웅보주님을 찾아뵙는 거예요. 위령제까지 지낸다고 하니 마음이 좋지 못하군요.”
악완이 안색을 다시 굳혔다.
그때였다.
조용히 듣기만 하던 백엽이 물었다.
“영웅보 대공자가 삼십 년 전에 실종이 되었습니까?”
“네. 오래된 일이지만 아직 그 일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요. 갓난아기였던 대공자가 대낮에 납치당했는데, 아직도 그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지요.”
“혹시 대공자를 잃어버린 장소가 악양루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