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Goddess RAW novel - Chapter 70
70.
끼이이- 끼이이-
익숙한 목소리에 나오긴 했지만 정말로 이린이 있자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청아를 도닥이며 작은 목소리가 훈계했다.
“누가 맘대로 그런 데 들어가랬어, 어?”
끼이이-
“또 그럴 거야? 어? 그리고 맘대로 아무거나 집어 먹으면 안 된다고, 내가, 몇 번이나, 말을, 했어, 안 했어, 어?”
끼이이이-
품에 매달려 어리광 부리는 청아를 도닥이며 이린은 이것저것 물었다.
“어디 다치진 않았어? 애들이 괴롭히진 않아? 참, 배고프진 않고?”
걱정 어린 이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던 청아는 마지막 말에 생각났다는 듯 늘 이린이 가지고 다니던 육포를 찾아 짐을 뒤적거렸다.
“좋은 기회인데 늘 먹는 육포 말고 야생의 먹이를 좀 먹어 보지그래?”
끼이이이이!
마침 주변이 풀밭이니 벌레고 들쥐고 많을 텐데.
아까 털 달린 쥐를 먹으라고 눈앞에 들이밀어진 강렬한 기억이 떠오른 청아는 이린의 말에 반발하듯 꼬리를 탁탁 치며 화를 냈다. 몸집이 커다랗다면 이린에게도 제법 위협이 될 만했겠지만 어린아이 손에도 붙잡히는 지금의 청아는 뭘 해도 그냥 귀여웠다.
“그래그래, 집 떠나니 어땠어? 좋든?”
끼이이-
어지러워 보일 정도로 고개를 휘휘 젓는 청아의 머리를 잡아 토닥이며 이린이 달랬다.
“그래도 생각보다 난폭하거나 위험한 아이들이 아니라 다행이지? 곧 돌려줄 모양이니 애들이랑 잘 놀면서 기다리고 있어.”
끼이?
이린이 지금 자신을 데려가 줄 거라 생각했던 듯 뜻밖의 말에 청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월이랑 더 놀고 싶지 않아?”
끼이-
흥흥 고개를 저으며 머리를 비비적거리는 청아가 제법 귀여워서 이린은 이대로 데리고 갈까 잠시 고민했지만 아이들이 생각보다 청아를 제법 잘 보살펴 주고 있는 데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컸다.
‘저 애들이 아니라 다른 데에 잡혔으면 또 어떻게 됐을지 모르니.’
거리에 떠도는 아이들이 얼마나 독해지는지 이린도 모르지 않았다. 특히 저 아이들처럼 부모는커녕 돌봐 줄 어른조차 없다는 건 바람막이가 되어 줄 존재조차 없다는 뜻이었다.
‘보통은 그 바람막이가 애들을 패고 갈취하고 팔아먹긴 하지만.’
게다가 마선이가 큰 애들 몇 명만 데리고 다녀 잘 몰랐는데 저 안에 있는 아이들 중에는 얼핏 봐도 어린아이가 많았다. 그 어린애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나마 애들을 팔아먹고 있지 않은 것이 용했다.
“일단 나는 상단에 돌아가 볼게. 너는 아이들과 좀 더 있으렴.”
끼이-
“괜찮아. 곧 돌아올 수 있을 테니까 너무 걱정 말고.”
끼이-
이린은 구슬프게 자신을 부르는 청아의 눈빛에 망설이면서도 숨겨 둔 육포 하나를 더 꺼내 입안에 넣어 주고 몸을 일으켰다.
이린은 자신을 따르던 호위 중 한 명에게 청아가 다른 곳으로 가지 않나 살펴 달라고 부탁한 후 상단으로 돌아와 과거 마선과 친분이 있던 다순을 불렀다. 예전에 둘이 아는 사이였으니 마선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 같았다.
일을 마치고 고용주의 딸에게 불려 나온 다순은 이린이 마선에 대해 물어보자 의아해했다.
“걔가 뭐 잘못했어요? 그런 위험한 일은 잘 안 하는 애인데.”
“뭐 잘못한 건 아니고. 오늘 우연히 마주쳤는데 어떤 애인가 궁금해서.”
“생긴 거랑 달리 오지랖 넓은 애죠, 뭐. 미련해 가지고는.”
다순의 말에 의하면 마선이 데리고 있는 애들 중에는 아직 어려서 제대로 앞가림할 수 있는 아이들이 많지 않다고 했다. 그러니 안 그래도 궁핍한 아이들의 형편이 좋을 리가 없었다.
“그 와중에도 아이들을 버리지 않고 다 끌어안고 건사하고 있는 게 마선이죠.”
“아직 어린데 대단하네.”
“아가씨보다는 몇 살 위일걸요.”
하지만 이린이 그 나이 때도 그 정도로 책임감 있는 성격은 아니었다. 책임져야 할 것도 없었고.
“마선이 워낙에 그러는 게 소문이 나서 일부러 그 다리 앞에 애들을 버리고 가는 사람까지 있었어요. 거참 그러다 애 죽으면 누구 탓을 할 건지.”
이어지는 다순의 한탄에 이린도 혀를 찼다.
“뭐야, 그건. 벼룩의 간을 내먹지.”
“그러게 말이죠. 다들 이건 무리니 그냥 갖다 버리라고 했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결국 지가 다 안고 살아요. 왜 예전에 아가씨께서 마선이 걔한테 은자 주신 적 있잖아요.”
“아아, 2년 전에 청아 찾을 때?”
“그것도 새로 버려진 애한테 병이 있어서 의원한테 데려가느라 홀랑 다 써 버렸어요. 다들 그냥 포기하라 그랬는데. 미련하게, 어휴.”
물어보지 않은 것까지 주절주절 떠들고 있는 다순을 보며 이린은 홍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 되게 잘 안다.”
“그야, 저도 옛날엔 같은 패거리였거든요. 그땐 그래도 돌봐 주는 나이 많은 형, 누나가 좀 있었던 것 같은데 다들 어디서 맞아 죽었는지 얼어 죽었는지……. 저도 아가씨와 소장주님이 아니었음 그날 길에서 맞아 죽었을지도 모르죠, 뭐.”
자조 섞인 다순에 말에 이린도 쓴웃음을 지었다. 이린이야 부잣집 딸로 자라나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거리가 먼 이야기였지만 맞아 죽거나 굶어 죽는 아이는 그야말로 어디에나 있었다.
“요새도 자주 만나나 봐?”
“가끔요. 가끔.”
일하느라 바쁘다고요. 툴툴거리는 다순의 목소리에는 어쩐지 즐거움이 묻어나고 있어서 이린은 피식 웃었다.
“저도 가끔 먹을 거 생기면 갖다 주기도 하긴 하지만 걔넨 뭔가 방법을 찾지 않으면 슬슬 힘들 거예요. 아직은 애들이 어리니까 다들 아직 내버려두지만 조금만 더 크면 여자애들은 어디로 팔려 갈지 모르니까.”
다순은 연가상단에서 일하고 있지만 정식 직원이 아닌 견습이라 의식주 제공에 교육까지 받고 있는 대신 아직 급료를 받고 있지는 않았다. 그가 도와주고 싶어도 딱히 방도가 없는 모양이었다.
“어디나 저런 애들은 많은걸요. 거둬 주는 곳도 많지 않고.”
“하긴.”
아버지도 거리에 있는 아이들을 모두 거두지는 못했다. 연가장에 있는 아이들 중에는 무공에 소질이 있어 보여 연적훈이 거둔 고아가 많았고 그중에는 가끔 심각하게 거칠어서 결국 교관들이 매를 드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심하면 결국 다시 퇴출까지 고려했고. 그렇게까지 간 경우는 이린이 기억하기로 없었지만.
‘다순이 정도면 정말 무난하네.’
그럼, 그 아이들은 어떨까.
진 야장 말로는 그 애들도 이린이 뱀을 잃어버렸다는 얘길 들었다는데 청아한테 일까지 시킨 게 찔렸는지 찾아주고 보상금 받을 생각은 못하는 점이 묘하게 귀여웠다.
그래서 다음날 아이들을 찾아 사례할 테니 뱀을 찾아 달라 의뢰해 보았다. 아이들이 어떻게 나올까 저녁때 몰래 찾아갔다가 뜻밖의 사태와 함께 청아가 폭주하는 것을 본 이린은 서둘러 홍아를 꺼내야 했다.
‘하필 허물 벗을 때가 됐을 줄이야.’
태어나서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던 적이 없던 두 마리는 발작하듯 냉기와 열기를 쏟아 냈고, 몇 번이나 이 상황을 겪어 본 적이 있는 이린은 저 안이 대충 어떤 상황인지 알 거 같아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
‘그나저나 저기 있는 놈들 중 둘은 하오문 출신이라고 했지.’
청아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을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하오문의 분타에 최근 갑작스럽게 얼음이 발견된 곳이 있는지 의뢰했는데 답변을 받기 전 이미 저 둘이 이곳에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린의 의뢰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거나, 하오문의 체계가 부실해서 명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물론 전자의 가능성은 몹시 낮았다.
‘저건 일단 분타주에게 찌르자.’
아무래도 하오문 같은 집단은 하위 조직원들의 소속감이 떨어지는 문제가 컸다. 조직에 충성하다 맞아 죽는다고 지켜 줄 수 있는 것도, 수입을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니.
하오문의 정보를 신뢰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디에나 부작용이 보일 뿐이지.
그리고 어디에나 있는 부작용이라 해도 외부에 노출되면 부끄러운 법이고.
“혹시 저 사람들 이름이나 소속 알아요?”
내내 이린을 따라다니고, 교대로 이곳을 지켜 주기까지 했던 연가장의 무사들은 사내들이 하오문 소속이란 걸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이린의 명령 때문에 가만있었지만 건달들의 행패는 꼴 보기 싫었기에 분타주에게 찔러 달라는 이린의 말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청아, 홍아.”
저 뱀들의 허물벗기를 몇 번이나 봐 왔던 이린은 슬슬 시간이 되었다 싶어지자 뱀들의 이름을 불렀다.
끼이-
끼이-
개운해진 듯 몸을 휘저으며 당당하게 나오는 청아를 보니 한숨이 나오는 것 같기도 했지만.
“이리 오렴. 집에 가자꾸나.”
모처럼 두 마리를 함께 안고 돌아가는 이린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가벼워야 했다. 그런데 뭔가가 발목을 잡고 있는 듯 걸려 몇 번이나 뒤돌아봐야 했다.
* * *
귀가하자마자 힘쓰느라 배가 꺼진 청아, 홍아를 배부르게 먹이고 나온 이린은 오랜만에 아빠를 만났다. 오랜만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고 한 2, 3일 만?
장주님이 직접 오신 건 오랜만이니 오신 김에 성가신 건들 좀 해결해 달라고 매달리는 지부장 아저씨 외 기타 등등에게 붙잡힌 모양이었다. 이후로 무슨 일을 당하고 있는 건지 눈 밑이 퀭한 연적훈을 보며 이린은 보약이라도 한 첩 지어 드려야 하나 고민했다.
“너 요새 자꾸 나돌아다닌다?”
“아하하. 혼자 다니진 않았으니까 자세한 건 뒤에 계신 분들에게 물어봐 주세요.”
워낙 바쁘다 보니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아 청아 실종 사건조차 모르는 연적훈은 뱀 두 마리를 안고 다가오는 매정한 딸에게서 슬금슬금 거리를 뒀다.
슬슬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았냐는 말에는 싫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참, 아빠.”
“왜?”
“아빤 사람 주워 올 때 무슨 기준으로 주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