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Martial God RAW novel - Chapter (244)
창천무신-244화(244/730)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걸어 나오는 남궁혁의 모습은 실로 압권이었다.
등 뒤에서 솟구치는 불길이 마치 거대한 날개처럼 보이는 환각마저 일어났다.
악마가 현신하면 저런 모습일까?
씨익, 환하게 웃으며 걸어 나오는 남궁혁을 모두가 멍하니 바라봤다.
“저, 저 미친놈이…….”
“불을 질렀어, 불을…….”
“광룡은 개뿔이. 그냥 미친 새끼잖아!”
사천당가의 독인들은 비로소 남궁혁에게 왜 광룡이란 별호가 붙었는지 깨달았다.
제정신이 박힌 놈이라면 이런 고원에다가 불을 지를 수는 없었다.
보통의 발상을 가진 사람들은 결코 할 수 없는 그런 일이었다.
어느 누가 독무를 날리려고 그 주변에 불을 지필 수 있겠는가?
화르르르륵!
불길이 더욱 맹렬하게 타오르며 매캐하고 매운 연기를 토해 냈다. 마른 장작에 불이 붙듯 그 기세가 사나웠다.
“콜록! 콜록! 독, 독충이 도망친다!”
“독무가 걷히고 있어!”
“미친! 근데 불이 붙잖아!”
독충과 독무가 불길에 휩싸인 걸 본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며 후다닥 불길을 피해 몸을 뒤로 빼냈다.
당의천이 침음을 삼키며 남궁혁을 바라봤다.
‘대체 저놈은…….’
평범한 놈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오독문도들을 궁지로 몰아넣을 줄이야!
당의천이 놀란 얼굴로 남궁혁을 바라볼 때, 독무로 뛰어든 뇌룡대가 불길을 보며 발광을 했다.
“불이야!”
“온다! 온다!”
“저 새끼들이 오독문 놈들이다! 잡아 족쳐!”
“재료 내놔!”
잠시 멍하니 있던 천독대가 눈을 부릅떴다.
미친!
저놈들이 단체로 약을 처먹었나, 다들 눈알을 뒤집고 있다.
미친개도 이런 미친개들이 없었다.
천독대가 이를 악물었다.
“잡아라! 저놈들을 잡아!”
“저놈들부터 죽여!”
“사천당가 놈들이 아니라 저놈들부터 잡아라!”
그들도 오독문에서는 정예로 분류되는 고수들이었다.
전장의 흐름이 남궁혁과 뇌룡대의 등장으로 바뀌고 있음은 처음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독물을 회수하고 거리를 벌려라!”
“놈들이 진법을 사용한다! 조를 이루어 상대해!”
상대가 독이 안 통한다고 당하기만 할 천독대가 아니었다. 그들은 금세 대처 방안을 찾아냈다.
파파파팟!
빠른 신법으로 거리를 벌리고, 암기를 내쏘았다.
전면전으론 승산이 없음을 깨달았기에 빠르게 거리를 벌리며 공격을 퍼부었다.
각종 암기가 사방에서 빗발쳤다.
검기도 찢어발긴다는 파공강침과 우모침처럼 세밀한 암기가 뒤섞여 날아들었다.
남궁룡이 진각을 강하게 밟았다.
제왕군림보.
묵직한 울림과 함께 남궁룡의 검이 휘둘러졌다.
태산도 찍어 누를 듯한 위용과 파도처럼 밀려오는 거센 검압이 암기들을 날려 버리며 전방을 휩쓸었다.
파지지직!
뇌전이 사납게 일렁이며 천독대를 덮쳤다.
콰르르릉!
“크아악!”
“커어억!”
번개처럼 떨어진 검기에 천독대가 휩쓸렸다.
“금선단! 재료!”
남궁룡이 날뛰고, 뒤를 이어 건천휘 등이 게거품을 물고 달려들었다.
팽중혁이 후미에서 인상을 박박 쓰며 신경질적으로 칼을 휘둘렀다.
“시이팔! 당가 놈들! 나는 싸우기 싫은데, 싫다고!”
콰아앙!
묵색의 도기가 독무를 뚫고 천독대의 진형을 무너뜨렸다.
원거리에서 날아오는 암기도 남궁세가의 발을 멈출 수 없었다.
게거품을 토하며 뛰어오는 그들의 광기에 천독대가 하얗게 질렸다.
“히, 히익!”
“허억!”
“시, 시팔!”
천독대가 기겁했다. 남궁세가의 기세를 감히 감당하지 못했다.
뒤따라오며 뇌룡대가 진형을 부수는 걸 본 당명옥과 당명진 역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진형이 이렇게 쉽게 깨진다고?’
천독대가 저리 쉽게 진형을 무너뜨리고, 거리를 내어 줄 자들이 아니었다.
독공의 고수라고 할 수 있는 이들에게 거리란 생명줄과도 같은 것이었다.
오독문을, 그것도 독지에서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격파하는 뇌룡대의 신위에 그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천독대가 약한 게 절대 아니었다.
당명옥과 당명진이 오독문도 한 명을 겨우 상대하는 것만 보아도 천독대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그저 뇌룡대가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강한 것이다.
오독문이 만든 독지의 독기를 견딜 수 있는 내성과 압도적인 무공!
뇌룡대가 적들을 유린하는 사이, 대열을 가다듬은 독왕대와 귀혼탈수 당천우가 다시금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귀혼탈수 당천우가 적들에게 암기를 투척하며 당명옥과 당명진을 바라봤다.
“남궁세가에서 귀인이 왔구나! 도대체 이런 자들을 어째서 대기하라 했단 말이냐! 이런 고수들이라니!”
“…….”
“왜 진작 이들을 안 불렀는지 모르겠구나! 이런 환경에서도 저런 활약을 보일 수 있다니!”
저희도 몰랐으니까요.
얘들이 진짜 독에 내성을 기를 줄 몰랐으니까요!
그렇게 소리치고 싶은 당명옥이었으나 꾹 눌러 참았다.
그 와중에도 뇌룡대가 휘젓고 지나가는 곳마다 천독대가 풀썩풀썩 쓰러지고 있었다.
“쳐라!”
기세를 잡은 사천당가의 무인들이 천독대를 쫓기 시작했다.
일련의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있던 살무극이 눈을 부릅떴다.
순식간에 뒤집힌 전황.
궁지로 몰린 천독대.
이건 그가 예상했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결과였다.
그렇다고 계속 당황만 할 순 없었다.
살무극이 당의천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 새끼들!”
그가 흉신악살처럼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살수를 펼쳤다.
비황살을 비롯한 오독문의 암기가 당의천을 노렸다.
그 진득한 살기와 기운은 처음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당의천이 눈을 빛냈다.
“하압!”
당의천이 귀원신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렸다. 녹색의 장력이 살무극의 공세를 막아 내고, 반대편 손에 쥐어진 독편이 사납게 주변을 휩쓸었다.
짜아아아앙!
바위도 절단할 정도의 강맹한 위력이 담긴 절편이 일대를 초토화시켰다.
애초에 무공의 격차가 나던 두 사람이었다.
당의천이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살무극에 집중하니, 그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졌다.
사천당가의 가주는 독공의 최고수.
그가 독공을 펼칠 때마다 독기가 살무극의 피부를 검게 물들였다.
“크아아앗! 이 빌어먹을 것들! 본문이 너희를 모두 독수로 만들어 금사강에 뿌려 버릴 것이다!”
“그전에 네놈부터 녹여 금사강에 뿌려 주마!”
“어림없다!”
살무극이 팔뚝에 감아둔 백익독사(白翼毒蛇)를 날렸다.
쉬아아아악!
옆구리의 날개처럼 생긴 비늘을 펄럭이며 백익독사가 당의천을 향해 날아갔다.
독물을 암기처럼 쏘아 보내는 오독문 만의 비전 수법이었다.
허공에서 백익독사가 몸을 비틀며 기이한 각도로 당의천의 사각으로 파고들었다.
하나 당의천은 기파만으로 백익독사를 찢어발기며 살무극을 노렸다.
살무극이 독장으로 반격하려는 것보다 빠르게 당의천의 독편이 그의 팔을 휘감았다.
그대로 땅에 메다꽂으려는 찰나!
푸화아아아악!
살무극의 몸에서 검녹색의 연기가 뿜어져 당의천을 덮쳤다.
“독? 크읍!”
천하의 당의천조차 제대로 숨을 못 쉴 만큼의 절독이었다.
‘또?’
오독문의 절독과는 그 독성이 판이한 성질의 것이었다. 이런 독을 어떻게 몸속에 지니고 있고, 어디서 구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그 의문은 오래 이어질 수 없었다.
중독되는 걸 피하고자 몸을 뒤로 빼는 순간, 살무극이 필살의 각오로 뛰어들었다.
“죽어라아아!”
동귀어진이라도 할 기세로 당의천을 향해 몸을 던지는 살무극!
당의천의 눈에 살의가 맺히며 사천당가의 독문암기인 천뢰구를 터뜨리려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혈풍신을 발휘한 남궁혁이 순식간에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었다.
“얘는 안 돼, 얘는!”
“뭐?”
“얘는 죽이면 안 된다고!”
그게 무슨 개소리야?
“뒈지기 싫으면 그만 설치고 짱 박혀 있어, 새끼야!”
살무극이 눈을 부릅떴다.
앞에는 당의천이 천뢰구를 날리려 하고, 옆에서는 남궁혁이 튀어나오니 순간적으로 당황하고 말았다.
당황의 순간은 짧았고, 고작 한 호흡 늦은 반응이었으나 고수 간의 싸움에서는 그 작은 차이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들었다.
인지를 뛰어넘는 무식한 속도로 뛰어온 남궁혁이 힘차게 살무극을 향해 이단 옆차기를 날렸다.
피할 수 없는 사면초가의 순간!
“흐아압!”
꽈아아아앙!
살무극이 본능처럼 팔을 들어 막았으나, 남궁혁의 발차기는 아무렇게나 막을 수준이 아니었다.
굉음이 일어나며 팔이 부러질 듯 흔들렸다.
그의 몸이 붕 떠올랐다.
아슬아슬하게 당의천의 천뢰구가 그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콰아아앙!
스무 장 밖까지 날아간 천뢰구가 폭발하며 파공강침을 소낙비처럼 쏟아냈다.
조금만 늦게 몸이 밀려났으면 저 파공강침에 벌집이 되었을 터!
‘이 새끼가 설마 날 살리려고……?’
살무극이 눈을 부릅뜰 때, 남궁혁이 마검을 휘둘렀다.
“허업!”
마검이 뿜어내는 극강의 살기와 마기에 살무극이 식겁했다.
뱀 앞에 선 개구리처럼 몸이 굳는 것이 느껴졌다.
마검의 검면이 그대로 살무극의 어깨를 후려쳤다.
쩌억!
“……!”
살무극이 입을 크게 벌렸다. 천 근의 위력이 실린 후려치기에 몸이 옆으로 꺾였다.
파지지지지직!
뒤늦게 터져 나온 붉고 푸른 뇌전이 그의 몸을 뒤덮었다.
쓔아아아앙! 콰아앙!
살무극이 한쪽으로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화마가 힘차게 요동치며 살무극을 애도했다.
남궁혁이 이마를 훔쳤다.
“휴! 뒈질 뻔했네.”
누가?
쟤가?
당의천이 저 멀리 나가떨어진 살무극을 바라봤다.
“끄, 끄윽…….”
팔다리가 비정상적으로 꺾인 살무극이 과연 살아 있다고 봐야 할까.
차라리 천뢰구에 얻어맞고 절명하는 게 더 아름다운 죽음이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너……!”
“거, 중요한 증인을 막 죽이시려고 하네?!”
“즈, 증인?”
“생명은 소중한 겁니다.”
미친놈아, 그런 놈이 불을 지르고 적을 저리 만드냐!
‘아무리 기습이었다고 해도 천독대주를 저리 만들다니.’
살무극의 무공은 결코 우습게 볼 수준이 아니었다.
당의천이 멍한 얼굴을 하고 남궁혁을 바라봤다.
남궁혁이 손을 탈탈 털다가 고개를 휙 돌렸다.
어부지리에 꼽사리라.
“쉽구만?”
당의천에게 온 정신이 쏠려 있던 살무극을 때려잡는 건 일도 아니었다.
천독대의 대주라면 오독문이 무얼 하는지 정도는 알 수 있을 터!
괜찮은 놈을 포획했다는 생각에 남궁혁의 입가에 웃음기가 감돌았다.
그가 한쪽에서 방방 뛰고 있는 뇌룡대를 바라봤다.
“금선다아아안!”
“다 죽여 버리겠다!”
“내가 왜 당가를 위해 싸우는데! 왜애애!”
“아 뜨거! 아, 시팔! 불길 좀 어떻게 해 봐요! 불길!”
“처단한다!”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날뛰는 그들을 보며 남궁혁이 쯧쯧 혀를 찼다.
“끄아아아악!”
“커어억!”
“그, 그만! 그마아안!”
천독대의 비명이 화마에 휩싸인 고원 위로 울려 퍼졌다.
남궁혁이 화륵, 불타오르는 화마를 보며 혀를 찼다.
“너무 붙였나?”
열기 때문에 그런가, 애들이 맛이 갔네.
남궁혁이 쯧쯧 혀를 차며 자연스럽게 터덜터덜 살무극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어망을 끌어당기듯 가볍게 어깨에 살무극을 짊어 멨다.
당의천이 입을 벌리며 남궁혁을 바라봤다.
남궁혁이 말했다.
“돌아가시죠?”
“……지금?”
“지금 안 돌아가면 통구이가 될 텐데요?”
“으음.”
활활!
남궁혁의 등 뒤로 타오르는 화마를 보며 당의천이 고개를 주억였다.
남궁혁의 말이 맞았다.
언덕 하나쯤은 그냥 태울 것 같은 기세의 불길이었다.
‘대체 이놈은 왜 이리 태연하냔 말이야.’
천독대주를 잡고, 독무를 불태우고, 위기의 사천당가를 구하고, 뒤처리까지…….
남궁혁은 그 엄청난 짓들을 해 놓고는 짐짝처럼 짊어진 살무극을 든 채 그저 희희낙락하고 있었다.
무슨 만물상 와서 골동품 하나 집어 가는 듯한 표정이었다.
당의천이 경악을 하든가 말든가 남궁혁의 머릿속에는 갓 잡아 올린(?) 살무극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이걸 어떻게 조져야 말이 나오려나. 흐흐!’
살무극이 이 생각을 알았다면 경기를 일으켰을 테지만, 알 바인가?
이미 게거품 물고 쓰러져 있는데.
남궁혁이 힘차게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