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Martial God RAW novel - Chapter (349)
창천무신-358화(349/730)
남궁혁이 고개를 갸웃하며 창궁전을 쳐다봤다.
“야, 철신문에서 서신이 왔다는데 왜 창궁전으로 가야 하냐?”
연통은 내가 보냈는데, 나한테 와야 하는 거 아냐?
남궁혁이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리자 금첨상이 답했다.
“본가가 그만큼 어마어마해졌단 뜻 아니겠습니까? 천하의 철신문이 격식을 신경 쓸 정도로 본가의 입지가 상승한 덕이죠!”
하북팽가의 여식인 팽연화도 의뢰하기조차 어렵다는 곳이 바로 철신문이었다.
그 철신문이 연통을 넣은 지 고작 며칠 만에 답을 보내온 것이다.
남궁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네가 저쪽에다가 보낸 건 아니고?”
뜨끔.
금첨상이 웃었다.
“저 금첨상입니다. 공자님의 충실한 수하. 저 못 믿으십니까?”
“어, 못 믿어.”
“이번엔 좀 믿어 보시죠.”
“이 새끼, 내 눈 똑바로 봐 봐.”
금첨상이 황급히 창궁전 안으로 들어가며 호들갑을 떨었다.
“아이고, 얼른 들어가시죠! 가주님 기다리십니다. 갈 땐 가더라도 보고는 해야죠!”
“하 놔, 저 새끼. 하인을 확 갈아 버려?”
“저만 한 놈이 또 없습니다.”
“그건 그렇지.”
남궁혁이 쯧 혀를 차며 창궁전 안으로 들어갔다.
창궁전 안으로 들어가니 남궁장천이 태사의에서 그를 맞이했다.
“……오늘 무슨 날입니까?”
남궁혁이 고개를 갸웃하며 남궁장천을 보다가, 옆으로 시선을 돌린다.
대장로 남궁위경을 비롯해 모든 장로가 한자리에 모여 빙그레 웃고 있었다.
‘……이야, 이 늙은이들이 내가 항주 다녀온 동안 보약이라도 한 단지씩 들이부었나?’
대부분 호리호리한 체구를 가지고 있던 장로들의 얼굴에 살이 오르고, 붉은 기가 돌고 있다.
어유, 저 기름 좀 봐.
아, 그건 됐고.
“왜 다들 모여 계십니까? 대회의라도 하십니까?”
대장로 남궁위경이 허허롭게 웃었다.
“철신문에서 연락이 왔다고 하여 왔느니라.”
“허허허. 그렇지, 그렇지.”
“네가 철신문에 간다는데, 안 나와 볼 수가 있느냐?”
남궁혁이 눈을 끔뻑거리며 보자 남궁장천이 헛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낸다.
“철신문에서 연통이 왔다.”
“알죠.”
“그니까.”
“예, 다녀올게요.”
출가한다고 알리면 됐지, 뭐.
남궁혁을 보며 장로들이 허허허 웃었다.
“아무렴! 잘 다녀와야지!”
“그렇지, 그렇지! 이번엔 철신문이냐?”
“허허허, 본가의 가산이 늘어나는구나!”
……뭐래, 이 늙은이들이?
어라?
목에 금목걸이는 언제 생겼대?
아주 똑같은 거로 하나씩 맞췄네?
남궁혁의 눈매가 가늘어지는 걸 보며 남궁장천이 눈짓을 보냈다.
그가 헛기침을 하며 남궁혁을 향해 말했다.
“그래, 철신문에 가려는 이유가 무엇이냐?”
“그건 뭐, 이거…….”
“뭐, 이유가 중요하겠느냐? 네가 가는 게 중요하지.”
……대화가 왜 그렇게 되는데?
남궁혁이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자 남궁장천이 고개를 주억이며 말했다.
“가는 김에 철신문에 본가의 무기 의뢰 좀 넣고 오거라.”
“제 볼일인데요?”
“네 볼일이 본가의 볼일이고, 본가의 일이 네 일 아니겠느냐?”
남궁장천의 말에 장로들이 격하게 반응했다.
“그렇지!”
“암!”
“혁이 네가 깽판…… 아니, 판에 끼어들면 그게 본가의 일 아니겠느냐?”
남궁혁의 눈이 점점 더 가늘어진다.
총관 금광모가 그들을 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공자님, 본가를 대표하는 자리니 최대한 많이 빨아오라는 얘깁니다.”
“……응?”
“가서 돈을 벌어오란 소리죠. 의뢰할 게 많습니다. 철신문이 괜히 철신문입니까? 철신문에서 버리는 고철도 세간에 나오면 신검이란 소리가 있을 정도로 대단한 곳이지요.”
어이, 총관.
지금 뭔가 상당히 이상해.
금광모가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사파와의 전쟁으로 무기 보급이 절실했는데, 마침 잘됐습니다! 가서 의뢰 하나 넣어 주시죠!”
“…….”
남궁장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근엄하고 진중한 목소리로 말한다.
“철신문과 거래를 튼다면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좋은 무기란 무력을 상승시킬 수 있는 법이니!”
“…….”
“마침 황보세가의 철광산이 있으니, 우리가 그쪽에 철재를 납품할 수도 있고. 어떠냐? 이게 다 본가를 위해서니라.”
남궁혁이 벙한 얼굴로 남궁장천을 쳐다봤다.
“아니, 그냥 검 좀 손보고 오는 거라니까요?”
“허허, 가는 김에 겸사겸사 해 보란 소리지.”
“그걸 제가 왜 해야 하는데요? 환장하겠네. 그게 말처럼 뚝딱뚝딱 됩니까?”
“그야…….”
남궁장천이 말끝을 흐리다가 빙그레 웃는다.
“편법이 편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지. 굳이 돌아갈 필요가 있겠느냐?”
“제가 편법이란 거죠?”
“당연한 소리를!”
그게 자식한테 할 소리야! 이 인간아!
남궁혁이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자, 남궁장천이 동의를 구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잘하니 부탁하는 것 아니냐.”
와, 이게 피 섞인 날강도인가?
하지만 남궁장천은 진심이었다.
무력과 통솔력, 지도력까지 겸비한 남궁혁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협상마저 완벽하게 한 지력까지 보여 주었다.
오죽하면 어떤 일을 해결할 방법이 없을 때 남궁혁의 이름이 가장 먼저 튀어나올까?
자식이란 게 아무리 나이를 먹고 덩치가 커져도 마냥 어린아이처럼 보이기 마련인데, 어느새 남궁혁은 가문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예전이었다면 저 괴팍하고 종잡을 수 없는 성격에 노심초사했겠으나, 이제는 기대 이상의 뭔가가 느껴진다.
“그 금팔찌 못 보던 건데요? 상당히 비싸 보이는데?”
“허, 허허!”
“달달하십니까?”
남궁장천이 팔을 스윽 가리며 허허롭게 웃었다.
“그에 대한 지원은 아낌없이 해 줄 것이니, 너는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라.”
“허…….”
“허허.”
“허어…….”
“허허허허!”
남궁장천이 남궁혁의 탄식을 덮으며 크게 웃었다.
남궁혁이 뚱한 눈으로 남궁장천을 쳐다봤다.
‘외교는 가주가 해야 하는 거 아냐?’
“이거 직무 유기 아닙니까?”
“잘하는 녀석, 잘하라고 응원하는 게 직무 유기더냐? 다 가문을 위해서 아니냐? 본가에 신검이 들어온다고 생각해 보아라.”
언제부터 이렇게 적극적이셨다고.
피식.
남궁혁이 실소를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뭐. 가는 길에 해 오죠.”
남궁장천의 말대로 다 세가를 키우는 일 아니겠는가?
강해지면 좋지 뭐.
‘……이게 다 내 업보지.’
아이고, 내가 가문을 키우겠다고 설치는 바람에 가문 중진들의 신뢰를 두둑이 얻어 버렸구나!
이런 젠장할!
이제는 어디 나갈 때마다 이러겠네!
“허허허, 이번엔 우리 이공자가 뭘 가져올까?”
“어떤 것이든 더 가져오지 않겠습니까?”
“허허허허허! 철신문도 깨지고 오려나?”
……검 고치러 간다고요, 늙은이들아.
총관 금광모가 씨익 웃으며 남궁혁의 손에 무언가를 쥐어 준다.
“창궁전장의 신패입니다. 필요할 때 끌어다 쓰십쇼.”
“…….”
“압니다. 예전엔 이런 거 드린 적 없지요. 그때는 이공자님이 전장을 홀라당 벗겨 버릴 것 같았거든요. 근데 지금은 오히려 재산을 불려 주시고 있으니, 그저 믿습니다. 아이고, 뒤에 후광이 빛나네.”
……아, 얘가 금첨상이 아빠지.
하하하, 팰까?
남궁혁이 흐뭇하게 웃는 남궁세가의 중진들을 보다가 꾸벅 허리를 숙였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오냐, 준비는 내가 알아서 하마. 너는 네 짐만 준비해라.”
“……예. 그럼 바로 준비해 주십쇼.”
잠깐 얘기하는 동안 진이 빠지는 것 같았다.
남궁혁이 창궁전을 나가 거처로 향했다.
등 뒤로 왁자하게 웃는 수뇌부의 목소리가 울렸다.
* * *
남궁혁이 거처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쭈욱 둘러봤다.
“무슨 일로 다녀오신 겁니까?”
건천휘가 다가와 묻자 남궁혁이 어깨를 으쓱했다.
“잠깐 외출하려고.”
“외출을 말입니까?”
외출한다고 창궁전에 다녀왔다고?
이 남궁혁이?
외출을 밥 먹듯이, 쥐도 새도 모르게 하는 남궁혁이 창궁전에 보고를 했다?
“멀리 가시는 겁니까?”
“아니, 가깝다. 겸사겸사 처리할 일도 생겼고.”
으득, 이를 가는 듯한 남궁혁의 모습에 건천휘가 고개를 갸웃했다.
“처리할 일이요?”
“철신문에 갈 일이 생겼다.”
“철신문을 말입니까?”
갑자기?
하지만 철신문에 가서 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무기 만들러 가십니까?”
“뭐 비슷하지.”
이것저것 시킨 게 한둘인가.
남궁혁이 한쪽에서 아직도 출수와 납검을 반복하고 있는 남궁룡을 불렀다.
“어이, 형!”
착!
남궁룡이 고개를 돌렸다.
“음?”
남궁혁이 물었다.
“준비되는 대로 철신문으로 갈 거니까, 채비해.”
끄덕!
남궁룡은 별 의문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언젠가 한 번 남궁혁을 철신문에 데려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잘 됐다 싶었다.
“음!”
무덤덤한 남궁룡과는 다르게 주변 사람들은 놀라서 입을 벌렸다.
팽연화의 입이 벌어졌다.
“서, 설마! 무, 무기 의뢰가 되셨어요?!”
“이제 의뢰하러 가는 건데?”
“의뢰를요?!”
팽연화의 뇌리에 남궁혁이 차고 있던 철신문의 검이 떠오른다.
제작 의뢰조차 번번히 실패하던 철신문의 검을 떡하니 차고 있었을 때 얼마나 놀랐던가!
‘대체 어떻게 의뢰를 한 거야?’
궁금했다.
당시 남궁세가의 위상을 생각하면 절대 불가능할 일을 척 해내 버렸으니.
‘이공자와 대공자가 가면 거의 의뢰가 확정이나 다름없는 거니까, 무조건 따라가야 해!’
무려 철신문이다, 철신문.
중원에서 철방을 거론할 때 늘 첫 손에 꼽히는 곳!
그 철방의 무기라면 신병과 다름없다.
“저도 갈래요! 저도! 저도 갈 거예요! 무조건 갈 거예요!”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마당을 울렸다.
마치 한에 묻힌 듯한 뭔가를 토해 내는 것 같았다.
‘왜 이래, 얘?’
평소에도 제정신은 아니었는데, 지금은 게거품이라도 물 것 같은데?
팽중혁의 생각도 빠르게 돌아갔다.
‘철신문과 거래 역시 지켜볼 필요가 있다. 남궁혁이 어떻게 협상하는지 보고, 배운다.’
“저도 가겠습니다!”
“오라버니가 왜 가!”
“나도 칼 필요해!”
“어이가 없네? 언제는 철신문에서 만든 칼은 너무 가볍다며!”
“쓰으! 신경 꺼.”
팽중혁이 엄한 표정을 짓자 팽연화가 씨근덕거렸다.
그리고 남궁혁을 향해 확정적으로 말했다.
“금방 짐 싸서 올게요! 딱 기다려요!”
팽연화가 그 말을 남기고 홀랑 사라져 버렸다.
당명옥과 당명진도 끼어들었다.
“저희도 갈게요.”
암기 제작도 결국에는 철방의 기술이 필요한 법이었다.
철신문의 무기를 직접 눈으로 보고, 공방의 일을 눈에 담을 수 있다면 그 역시 귀한 경험일 터였다.
소혜연은 어느새 남궁룡 옆에서 검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남궁혁이 어이없는 얼굴로 그들을 바라봤다.
“이것들은 지들 멋대로 정해 버리네?”
소걸개가 슬그머니 꼈다.
“무인들이라면 누구나 무기, 무공, 영단에 환장하는 법 아니겠습니까?”
“넌 빠져.”
“……예?! 왜 전 빠집니까? 거지 차별하십니까?”
“검 하나 맡기러 가는데 뭘 줄줄이 따라와? 너희도 오지 마!”
뇌룡대 삼인방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엥? 저희도요?! 저희는 호위입니다, 공자님!”
남궁혁이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한다.
“의뢰만 하고 돌아올 거니까, 최소한만 간다.”
“그 최소한에 저희는…….”
“나, 형, 팽가 남매, 당가 남매, 소혜연까지만! 나머진 수련해!”
뭐야? 선착순이야?
사람들이 황당한 얼굴로 남궁혁을 바라봤다.
“그리고!”
남궁혁이 한쪽에 찌그러져 있는 금첨상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너도 간다.”
“……예?! 저도요?”
“시중들어야지.”
“아…….”
금첨상이 죽상을 지었다.
‘……아, 호시절 다 갔구나! 하아아!’
항주, 그곳은 천당이었다.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쉬며 체념을 하던 금첨상이 눈알을 스윽 굴렸다.
“공자님.”
“왜.”
“그럼 쟤는요?”
남궁혁의 시선이 금첨상이 가르키는 방향으로 향했다.
갑작스레 지목당한 황보충의 눈알이 툭 튀어나왔다.
“……?!”
저, 저 시팔 하인 새끼가 지금 뭐라는 거냐?
“쟤?”
“예. 특별 관리한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남궁혁이 씩 웃었다.
“맞네. 너도 간다!”
황보충의 얼굴이 해괴하게 일그러졌다.
금첨상이 낄낄 웃는다.
‘나만 당할 순 없지!’
시중은 많을수록 좋은 법!
금첨상의 미소가 묘하게 남궁혁을 닮아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