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Martial God RAW novel - Chapter (453)
창천무신-453화(453/730)
절강성으로 향하는 산의 한 자락에 자리를 잡고 앉은 광풍대가 헛웃음을 흘렸다.
팽중혁이 중얼거렸다.
“……쉬어 간다고?”
“크허허, 그렇다 하지 않수.”
“광룡이가 쉰다고?”
“크허허허, 쉬라지 않수!”
탁혁동이 걸걸한 웃음을 흘리며 계속해서 대꾸해 줬다.
팽중혁은 얼이 나간 표정으로 야영을 준비하는 광풍대를 돌아봤다.
“진짜 쉬어?”
“크허허, 그렇대두?”
“허, 참.”
세상에, 사천성도 오래 걸린다며 게거품 물고 뛰고, 절강성쯤은 하루에도 열 번은 왕복한다고 날뛰던 인간이?
합비에서 얼마나 왔다고 벌써 야영을 준비한단 말인가?
건천휘가 놀란 표정으로 말한다.
“몸이 좋아지긴 진짜 좋아졌나 봅니다. 그 성미 급하던 이공자님이 이리 여유롭다니.”
“그러게 말입니다. 캬, 몸이 좋아지니까 여유가 넘치네.”
“이게 얼마만의 안빈낙도인지.”
“좋은데요? 야영을 할 줄이야!”
장웅이 무릎을 탁 치며 좋아했다.
뇌룡대 사전에 합비를 떠나 야영을 하는 호사는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모두 이 어색한 상황에 금방 적응했다.
“역시 사람은 몸이 건강해야 해.”
“어색한데, 나쁘진 않네.”
“이공자님이 건강하니까 우리가 편해지는구나!”
거기서 더 건강해질 게 있다는 게 소름이었지만, 어쨌든 그들에게 이런 여유가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
팽중혁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아, 이쯤에서는 당장 게거품을 물고 잠이 오냐면서 갈궈야 하는데?
갈굼 당하면서 뛰어야 하는데?
잠깐, 그러고 보니 그 갈구는 놈은 어딨지?
“……이공자는 어딨어?”
“저쪽에서 절벽 바라보고 서 있는데요.”
“저건 또 뭔 짓을 하려고.”
뜬금없이 야영 준비를 하라 해 놓고 절벽 앞에 우뚝 서 있는 남궁혁을 보며 팽중혁이 고개를 갸웃했다.
대체 뭐 하는 거지?
그가 의아해할 때, 남궁혁은 빤히 절벽을 바라봤다.
십 장 높이의 거대한 절벽은 마치 산처럼 높고 웅장했다.
남궁혁의 시선이 천천히 절벽의 위아래를 살핀다.
그리고 가볍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쇄혼권.’
창천명왕공이 단전에서 흘러나와 주먹으로 순식간에 이동한다.
의지가 일어나자 내공이 반응했다.
남궁혁이 눈을 가볍게 뜬다.
생각보다 빠르고, 장쾌한 기운의 흐름이었다.
남궁혁이 절벽을 향해 쇄혼권을 내질렀다.
쿵!
가볍게 진각을 구름과 동시에 주먹이 절벽을 파고들었다.
퍼억!
둔탁한 소리가 울리고, 그와 동시에 창천명왕공의 기운이 와류를 일으킨다.
콰아아아아아아아-!
퍼어어억!
남궁혁의 주먹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와류가 절벽을 집어삼킨다.
순식간에 다섯 장 크기의 소용돌이 모양 자국이 절벽에 새겨졌다.
그리고.
콰우우우우!
콰드드드드!
충격파와 함께 후폭풍이 몰아치며 열 장에 달하는 절벽이 무너져 내렸다.
콰콰콰쾅!
팽중혁이 기겁했다.
“이, 이런 미친!”
“허어억! 이, 이게 무슨……?!”
“절, 절벽이 왜 무너져!”
야영을 준비하고 있던 사람들이 천지가 개벽하는 굉음에 기겁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팽중혁이 입을 벌렸다.
“왜, 왜 멀쩡한 절벽을 무너…… 아니, 저게 무너뜨린다고 무너뜨릴 수 있는 거야?”
“이, 이공자가 무너뜨렸다고요?!”
“……사람이 아니구나.”
그제야 사람들은 남궁혁이 주먹을 내뻗고 있고, 그 주변으로 와류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세상에…….
절벽을 무너뜨리는 권법이라니.
남궁혁이 손에서 일어나는 와류로 서서히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움찔 놀랐다.
“……시팔, 깜짝이야. 이게 뭐야?”
야 이 미친놈아, 네가 그랬잖아!
사람들이 황당한 표정을 짓거나 말거나 남궁혁은 아직도 주먹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기운을 멍하니 쳐다봤다.
“가볍게 쳤는데…….”
절벽이 무너지네?
과거에도 절벽 한두 개쯤 무너뜨리는 건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가 아니었고, 그렇게 힘을 주지도 않았다.
그냥 가볍게, 진짜로 가볍게 쳤는데 절벽이 무너졌다.
전각의 문짝을 뜯거나, 연무장을 뒤집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쇄혼권의 위력과 경지가 그가 알던 수준을 한참 뛰어넘고 있었다.
남궁혁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다 눈을 빛냈다.
“……과연, 과연 구음절맥을 극복하고 얻은 힘이라 이건가?”
이거 예상보다 훨씬 대단했잖아?
“……겁나 좋군?”
아, 그래!
이거지!
남궁혁의 입에서 나직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몸도 가볍고, 내공은 활발하다 못해 주체를 못 하겠고, 무공의 경지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상승했다.
이보다 좋을 순 없을 것 같았다.
남궁혁이 헤벌쭉 웃었다.
“야영 준비는 다 됐냐?”
“예, 이공자님. 그, 근데 괜찮…….”
“이보다 좋을 수가 없지! 모닥불은 뭐 하러 펴 놨어? 더워 죽겠구만!”
“새벽 공기가 찹니다.”
“아이고, 이부자리도 필요 없다. 첨상아, 갖다 버려라! 나는 지금 무적이다!”
남궁혁이 낄낄거리며 맨바닥에 털썩 자리를 깔고 눕는다.
땅바닥에서 한기가 올라왔지만, 창천명왕공이 일어나 모닥불의 열기와 땅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를 흡수하고 걸러 냈다.
“한서불침, 한서불침!”
“고, 공자님?”
“시워언 하네.”
남궁혁이 탄성을 흘리며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 등선해 팔선들의 대가리를 쪼개는 환상이 펼쳐지는 것 같았다.
“공자님, 그래도 이불은 덮으시죠.”
“아, 됐다. 안 죽어, 안 죽어.”
“그래도 추운데…….”
“춥긴! 기운이 펄펄 끓는구만!”
얼어 죽는 건 옛날이나 그랬고.
남궁혁이 행복한 얼굴로 스르륵 잠에 빠져들었다.
그 와중에도 등선해서 신선들을 패 죽이는 상상을 하며 또 생각했다.
등선이 정말 머지않았다.
이대로라면 당장이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준비고 자시고, 서른 되기 전에 등선 할지도 모르겠어.’
아, 행복해.
이대로 등선해라.
낄낄낄낄.
날이 바뀌고, 새벽이 깊어진 시각.
“으……. 으으…….”
세상 다시 없을 행복한 얼굴로 잠들었던 남궁혁이 몸을 웅크리고 덜덜 떨어 댔다.
“……으으, 으으, 모, 몸이…….”
왜 이리 떨리냐?
남궁혁이 몸을 움츠리며 모닥불로 엉금엉금 기어갔다.
후우우웅! 휘이이잉!
“으으, 시, 시바, 추워. 추워.”
뭐지?
꿈인가?
아니…… 발가락에 감각이 없는데?
심장이 왜 이리 차……?
……심장이 차?
번쩍!
남궁혁이 감았던 눈을 번쩍 뜨며 심장을 매만졌다.
“……왜 추워? 아니, 왜 차가워?”
몸에 들어오는 한기와 함께 심장에 퍼져 나가는 음기에 남궁혁이 눈을 부릅떴다.
머릿속에 의문부호가 하나둘 피어나 백만 개쯤 되었을 때, 남궁혁이 모닥불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기운이 허해졌나?”
시팔, 그럴 리가 있나!
금선단 먹고, 환골탈태해서 구음절맥까지 극복해 버렸는데!
근데 왜 춥지?
“공자님?”
“이, 이불.”
“……예?”
“추, 추워.”
“아니! 그러니까 제가 이불은 덮고 주무시라고 했잖아요! 왜 무리를 하십니까!”
금첨상이 허겁지겁 달려와 남궁혁의 어깨에 두꺼운 솜이불을 걸쳤다.
그러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남궁혁을 본다.
남궁혁도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의 몸을 걱정했다.
“아니, 시파.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인데?”
“감기 아니세요?”
“감기는 얼어 죽을! 감기에 걸릴 몸이냐!”
차라리 물고기가 감기에 걸렸다고 해라!
남궁혁이 설마설마하는 얼굴로 가부좌를 틀었다.
아니야, 아닐 거야.
나 환골탈태했잖아.
혈도 다 뚫었잖아.
조급한 마음만큼이나 빠르게 창천명왕공의 기운이 심장으로 향한다.
쿵!
‘……어?’
힘차게 나아가던 창천명왕공의 기운이 갑자기 턱 막혀 버린다.
……이게 왜 막혀 있어?
아니, 아니.
요즘 너무 들떠서 무리하긴 했지.
탁기가 좀 찼…….
‘시발, 꽉 막혔는데?’
이게 말이 돼?
그가 황급히 방향을 틀어 다른 혈자리를 훑는다.
쿠웅!
또 막혔다.
쿠웅!
이쪽도.
틈새 하나 없이 꽉 막혀 버렸다.
남궁혁이 멍하니 눈을 떴다.
“……이, 이게 이럴 수가 있나?”
뚫린 혈이 왜 다시 막혀?
그리고 이 음기는 또 뭔데?
자고 일어났더니 천지가 뒤집힌 느낌이었다.
느닷없이 심장 주변으로 세 개의 혈이 가로막혀 있다.
너무 황당하고 당황스러워 말이 안 나왔다.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기운이 펄펄 끓고, 무공도 경천동지하지 않았는가!
남궁혁이 덜덜 떨다가 미간을 좁혔다.
“세 개가 다시 막혔다고? 자기 전만 해도 다 뚫렸었는데?”
물론 세 개가 막혀도 여섯 개가 뚫려 있으니 과거와는 비할 수 없다.
하지만 한 번 손에 쥐었던 걸 뺐긴 꼴이니 어찌 환장하지 않겠는가?
“시파, 막혔으면 뚫으면 되지!”
“공자님? 왜 그러세요.”
“나 건들지 마라. 운기할 거니까! 이 개 같은, 한 번 했는데 두 번은 못 하겠냐!”
엉?
내가 못 할 거 같아?
남궁혁이 창천명왕공을 극성으로 운용했다.
활짝 열린 두정을 타고 천지간의 기운이 빠르게 흘러들어 온다.
몸속 내부에서는 창천명왕공이 미친 듯이 뛰어 심장으로 향한다.
막혔으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뚫어서 다시 개통시켜 주마!
쒸오오오오오오오!
창천명왕공이 와류를 일으키며 막혀 있는 혈을 그대로 뚫고 들어갔다.
‘뚫었…… 어?’
후우우우욱.
성난 황소처럼 달려들던 창천명왕공이 혈과 만나는 순간 게 눈 감추듯 사라진다.
아니, 빨려 들어간다.
‘히익!’
심장을 막은 음기가 마치 솜처럼 창천명왕공의 기운을 빨아들였다.
그리고 더욱 견고해진다.
남궁혁이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창천명왕공이 음기를 못 먹어치우고 오히려 흡수 당한다고?
단 한 번도 상상해 보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이건 뭔가?
‘……음기가 그냥 보통 음기가 아니잖아?!’
진득하면서도 강성한 음기 외에도 남궁혁이 느껴본 적 없는 큰 이질감이 느껴졌다.
휘오오오오!
남궁혁 주변으로 소용돌이치던 아지랑이가 가라앉는다.
허망함과 당혹감으로 얼룩진 남궁혁이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
예전 묵영단을 먹고 혈을 열었을 때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구음절맥을 완전히 뚤히 못해 혈이 다시 막힌 것이었다.
지금과는 엄연히 다른 상황이었다.
그럼 이 괴현상은 대체…….
“……강해졌다. 강해진 거야.”
극복했다 생각했던 구음절맥의 기운이 강해진 것이다.
아니…….
“구음절맥이 성장을 했다고? 무공처럼?”
이런 미친!
이게 말이 돼?
이런 기현상은 남궁혁조차 처음 겪어 보는 일이었다.
지병으로 앓고 있던 기운이 무공의 성장과 함께 성장한다?
거기다가 이거…….
창천명왕공의 기운까지 먹어 버리고 있잖아?
단순히 음기가 혈을 막고 있는 게 아니었다.
합쳐졌다.
합쳐져…….
“……허, 시파.”
남궁혁이 나라 잃은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뭔 놈의 몸뚱이가…….”
팔선아.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냐.
내게 무슨 짓을 한 거냐.
그래, 니들이 내 인생에 비단길을 깔아 줄 리가 없지.
그럴 리가 없지.
“이 개 같은 신선 새끼들아아아아아아!”
갑작스러운 남궁혁의 비명에 모닥불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고개를 든다.
운기조식을 하던 놈이 갑자기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지르니 모두가 어리둥절했다.
‘……왜 저래?’
‘몰라.’
‘광증이 도진 게 아닐까? 또 신선 욕을 하잖아.’
‘구음절맥도 고친 양반이 갑자기 욕할 게 뭐가…….’
‘저게 바로 조울증이라는 거지. 하루에도 수십 번씩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거야.’
‘그건 그냥 미친 거 같은데.’
솜이불을 뒤집어쓴 채 하늘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대는 남궁혁에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사이, 남궁혁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럴 때가 아니지! 금선단! 금선단! 막히면 다시 먹으면 되지!”
“공자님?”
“으아아악! 하배애애애애액! 금선다아아아안!”
“아니, 아니, 공자님! 어디 가십니까!”
남궁혁이 솜이불을 두른 그대로 갑자기 왔던 길을 되돌아 뛰어간다.
혈풍신을 펼친 채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지는 남궁혁을 보며 모두가 얼이 나갔다.
“대체 왜 저래?”
“왜…….”
“배신자들은 어쩌고?”
“뭐, 뭐야?”
넋이 나간 그들을 뒤로하고 남궁혁이 남궁세가로 미친 듯이 뛰었다.
“하나가 안 되면 열 개를 먹으면 되겠지! 안 돼! 절대 다시 막히게 둘 수 없어!”
쓔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앙!
남궁혁이 바람이 되어 남궁세가로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