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Martial God RAW novel - Chapter (457)
창천무신-457화(457/730)
광풍대가 협곡을 뛰어넘자 과연 왕춘의 말대로 넓은 공간과 함께 높은 목책이 세워져 있었다.
은근히 산채 쪽으로 올라간 경사가 그 위용을 더한다.
“산채입니다!”
“소검후는?”
“팽 공자, 계획대로 합니까?”
뇌룡대가 따라붙으며 물었다.
소혜연이 뛰어나갈 걸 모르진 않았지만, 진짜 뒤도 없이 달려가는 게 흡사 남궁혁을 보는 것 같았다.
팽중혁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여기서 남궁혁이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보나 마나 자기가 제일 먼저 뚫고 들어갔겠지.’
기호지세다.
뒷일은 뚫고 나서 생각하면 된다.
광풍대의 전력이라면 흑룡문과 귀곡산장의 잔당들이라고 해도 쫄 거 없다.
그리고 그때와 지금의 실력은 비약적인 차이가 있지 않은가!
팽중혁이 허리춤의 대도로 손을 가져갔다.
“돌…… 응?”
뭐야?
표표하게 날아가 목책 안으로 뛰어들었던 소혜연이 다소곳하게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아니, 당장 나찰처럼 적들을 도륙해야 하는 인간이 왜 갑자기 저렇게 조신해졌대?
팽중혁은 물론, 광풍대마저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소저?”
소혜연이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표정 변화 없이 차분하게 말했다.
“잘못 온 것 같아요.”
그게 무슨 개소린데?
“잘못 왔다니?”
“흑도패가 아니에요.”
“흑도패가 아니라고?”
팽중혁이 훅 몸을 날렸다.
여기에 흑도패가 아니면 뭐가 있다고!
그의 시선이 목책 안으로 향한다.
낡고 허름한 산채는 과연 녹림채가 쓰다 버렸을 법한 우악스러움을 자랑했다.
그리고 버려진 산채 곳곳에 비대한 근육을 가지고 흉악스러운 무기를 앞세운 사내들이 버티고 서 그 분위기를 배가시키고 있었다.
꼭 생긴 게 산적 같네…….
응?
산적?
“……산적이 왜 여기서 나와?”
“산채…….”
“아니, 버린 산채랬잖아.”
“안 버렸나 보죠.”
안 버렸구나.
아, 그랬구나.
팽중혁이 으르렁거리며 콧김을 씩씩 뿜어내는 성난 산적들을 물끄러미 보다가 조용히 목책을 바라봤다.
“목책은 왜 부쉈소?”
“기습.”
“……쟤들 화난 거 맞지?”
“…….”
“조용히 뒤로 갑시다.”
그래, 조용히…….
조용…….
“이 씨발, 산적들이 왜 나와?”
“허? 이 새끼들 날 세운 거 보소?”
“이래서 이공자가 흑도, 사파 새끼들을 못 믿는구나. 정보가 어째 다 이모양이야?”
이것들아, 자극하지 말고 조용히 뒤로 가자.
팽중혁이 쓴 표정을 짓든 말든, 광풍대는 이죽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당장 흑도 배신자들이 아니라 산적들이 나온 것에 열이 뻗친 것 같았다.
그들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고 있을 때였다.
쿵! 쿵! 쿵!
짜르릉! 짜르릉!
지축이 흔들릴 것 같은 발소리와 함께 거대한 구환도를 어깨에 걸친 장년인이 걸어 나온다.
투덜거리던 광풍대가 산적들 무리 앞으로 나온 사내에게로 시선을 던진다.
구환도를 짊어진 사내가 장비 수염을 한번 쓸며 외친다.
“네놈들 가운데 남궁혁이란 놈이 누구냐?”
우렁우렁한 목소리에 광풍대가 입을 다물었다.
팽중혁이 미간을 좁힌 채 사내를 본다.
산적 놈들이 광룡을 찾는다고?
그가 힐끔 건천휘를 보며 물었다.
“혹시 옛날에 산적들이랑 얽힌 적 있소?”
“……여기저기 다 얽혔던지라.”
“구룡산에서는?”
“없는데요.”
그럼 저놈들은 우리가 올 걸 알고 있었다는 뜻인데?
그게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아, 이 새끼들 한패구나.
뭐?
자부심이 강해서 절대 한 편이 아니라고?
시팔, 자부심을 협곡에다 내다 버리고 왔나.
“나 구룡채주, 구룡도(九龍刀) 염황의 말이 들리지 않느냐! 남궁혁이 누구냐 물었다!”
구룡도 염황이 무시무시한 기세를 흘렸다.
녹림삼십이채의 채주는 아무나 될 수 없다.
녹림왕에게 인정받은 고수들이어야 하고, 그 무력은 중형문파의 장문인과 견줄 만했다.
거기에 구룡도 염황은 녹림삼십이의 채주들 중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였다.
또한 구룡채는 녹림삼십이채 중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곳이다.
산채의 식구들만 무려 삼백 명에 달하며, 그 실력 역시 어중이떠중이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흑도 놈들이 이쪽으로 와 협력을 구한 것이 아니겠는가?
팽중혁이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구룡채주 구룡도 염황을 본다.
“하나만 묻자.”
“네가 남궁혁이냐? 듣던 거랑 다르게 우리 식구 같구나! 정들 뻔했느니.”
“이런 씨발.”
“뭐?”
“……너희랑 흑도 패랑 무슨 관계냐? 한패냐?”
“크하하, 그건 내 칼침 한번 맞보고서 물어보거라!”
염황이 껄껄 웃자 산채에 진을 치고 있던 구룡채의 산적들이 웃어젖혔다.
“저것들이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됐나 봅니다.”
“으하하하! 저놈들 꼴 좀 보게.”
“멍청한 놈들!”
“오! 계집들도 있습니다. 계집은 빼고 모두 죽여 버리시죠!”
구룡채 산적들의 조롱을 들으며 팽중혁이 미간을 좁혔다.
그러며 나직이 말한다.
“흑도패랑 한패란 말이지. 남궁 형, 내가 저놈을 맡겠소. 남궁형은 저기 저놈을 맡아 주시오.”
“음!”
“어차피 대치 상황이고, 처음 전술대로 한다.”
문답무용.
어차피 알아야 할 것은 다 알았다.
지금부터는 남궁혁 방식으로 해결한다.
이놈들을 잡아 족치다 보면 언젠가 흑도패도 잡겠지!
팽중혁이 혼원신공을 끌어올림과 동시였다.
“쳐어어!”
우렁찬 고함과 함께 팽중혁이 구룡도 염황을 향해 뛰어들었다.
상대가 구룡채의 위압감에 얼어붙었다 생각하고 있던 염황의 눈이 커진다.
거대한 곰같은 팽중혁이 대뜸 몸을 던져오니 모두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쒸아아앙! 콰아앙!
팽중혁의 혼원신도와 염황의 구환도가 맞부딪치며 충격파가 바닥을 뒤집었다.
그와 동시에 뇌룡대가 귀곡연환진을 구성한 채 돌진했다.
“다 조져!”
“크하하하하! 다 뒈졌다!”
“저기, 저 새끼가 아까 꼬나봤습니다!”
“이 씨 발라 먹을 놈들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
괴성과 함께 거품을 물고 뛰어오는 뇌룡대의 엄청난 기세!
파도처럼 들이닥친 뇌룡대가 산채에 배치되었던 선두의 산적들을 꿰뚫었다.
꽈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앙!
“크아아아악!”
“이, 이런 미친놈들이?!”
“허어억! 커어어억!”
“뭐, 뭐?!”
코끼리가 달려드는 것 같았다.
탁혁동의 대력칠부가 산적들의 진열을 깨부순다.
콰르르릉! 꽈아앙!
십뢰공을 운용한 대력칠부에서 번쩍거리는 뇌전과 함께 충격파가 퍼졌다.
튕겨 나가는 적들에게 건천휘의 뇌룡십도가 벼락처럼 떨어져 쪼개 버린다.
무너진 진형과 난리통에 정신 줄이 나간 산적들을 장웅의 쌍도가 난도질했다.
산적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강력함도 강력함이거니와, 뇌룡대는 두려움이 없었다.
철혈십삼로를 익힌 그들에게 산적들의 공격은 간지럽기 그지없었다.
퍼억! 쩌엉!
“카, 칼이 안 든다!”
“히이이익!”
“미, 미친? 사, 사람 가죽이냐!”
“커어억!”
뇌룡대의 눈에 광기가 돌았다.
칼침에도 끄떡없으니 눈에 뵈는 게 없다.
“산적 새끼들아, 다 뒈져라!”
“크허허허허!”
“죽여어어!”
뇌룡대가 만들어 낸 난전 속에서 광풍대의 활약이 반짝인다.
“근매애애액!”
“이, 이 미친년이?!”
“커억! 도, 독!”
“저, 저거, 저거 잡아아!”
살풀이를 시작하는 소혜연을 시작으로 당가 남매의 독 묻은 암기가 산적들을 사냥한다.
팽연화가 괴력을 발휘해 산채를 무너뜨린다.
“아미타불!”
“이래도 됩니까, 사형?”
“산적들이니 민생을 구제하는 것과 다름없지 않으냐! 뇌룡대가 하는 건 협행이다!”
소림의 삼대제자들도 날뛰며 합세했다.
구룡도 염황의 눈이 일그러졌다.
“네놈들, 듣던 것보다 강하구나!”
“그것도 모르고 덤볐냐!”
“크흐흐, 어이가 없군. 애송이들을 왜 이리 경계하나 했더니!”
구룡채의 정예 일백을 데려왔는데 순식간에 밀려나고 있다.
전세가 이렇게까지 변하다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남궁혁과 그 무리의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상상 이상이었다.
팽중혁이 혼원신도를 내리쳤다.
꽈아아앙!
“네놈들과 한패는 어딨느냐!”
“네놈 도법이 제법이구나!”
“산적 따위가 평가할 도법이 아니지!”
“크흐흐흐!”
팽중혁이 염황을 밀어붙이면서도 미간을 좁혔다.
‘왜 이리 여유롭지?’
자기 산채의 식구들이 당하는 중인데도 여유가 있다.
이상하다.
그리고 흑도패와 한패라면 그놈들은 대체 어디 가고 이놈들만 남아 있단 말인가?
팽중혁의 의문이 깊어질 때였다.
갑자기 머리 위에서 강맹한 기파가 느껴졌다.
팽중혁이 놀라 대도를 위로 들어 올린 순간!
눈앞을 뒤덮는 초승달 같은 붉은 검기가 그와 염황 사이를 덮쳤다.
꽈아아아아앙!
“커어억!”
굉음과 함께 땅이 뒤흔들리며 충격파가 산채를 뒤흔들었다.
콰우우우!
시커먼 먼지 기둥이 하늘 위로 솟구쳤다.
팽중혁이 눈을 크게 떴다.
이 무슨 괴이한 검기란 말인가!
‘이게 흑룡문 잔당이라고?’
깊게 파인 땅바닥에서는 아직도 뜨거운 열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검기의 후폭풍에 난전이 한순간 멈추었다.
염황이 소리쳤다.
“이런 염병할! 왜 이제야 온 거냐!”
쩌렁쩌렁한 그의 외침과 함께 희뿌연 먼지가 걷히며 일단의 무리가 걸어 나온다.
마송과 귀곡삼귀, 그리고 적염과 적발의 중년인이었다.
팽중혁의 눈매가 좁혀졌다.
‘……적염적발?’
이 검기의 주인은 저 중년인이 틀림없었다.
‘……남궁혁을 잡으려고 일으킨 반란이었구나! 대체 저자는 누구냐!’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구룡채 따위가 문제가 아니었다.
저 중년인은 가히 산채를 압도할 만한 기세를 품고 있었다.
저런 자와 흑도 조무래기들이 한패가 되었다니!
그가 상대를 파악하고 있을 때.
마송이 광풍대를 훑다가 와락 인상을 구겼다.
“남궁혁! 남궁혁은 대체 어딨느냐!”
살기가 넘치다 못해 원한마저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그 자식은 어디에 두고 너희들만 있는 것이냐 물었다!”
그가 복수해야 할 대상이 보이지 않았다.
오늘 놈을 반드시 죽이기 위해 이런 안배를 준비한 것인데, 정작 남궁혁이 없으니 당혹스러웠다.
그러다 한쪽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남궁룡을 봤다.
‘그래, 이 자리에 없어도 상관없다. 어차피……!’
그는 천예마종이 시킨 대로 일을 진행할 것이고, 그럼 머지않아 복수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광풍대가 슬금슬금 한자리로 모인 채 눈앞에 적들을 노려봤다.
“이게 무슨 상황이냐?”
“시펄, 이 새끼들은 꼭 나눠서 나오네.”
“젠장, 저 붉은 머리는 겁나 세 보이는데요?”
“다구리 앞에 장사 없는 법이지.”
“숫자 세는 법 모릅니까? 쪽수도 우리가 딸리잖아요, 시파.”
“뭐?!”
“다 닥쳐!”
건천휘가 탁혁동과 장웅의 입을 막았다.
‘어째 맞는 게 하나도 없냐?’
이것들이 작정한 게 분명했다.
일개 무인인 그조차 이 상황이 얼마나 커질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그런 그의 시선에 당가 남매가 들어온다.
덜덜덜…….
뭐지?
쟤들이 설마 쫄았나?
건천휘가 당황했다.
당명진이야 유약한 모습을 한 번씩 보였지만, 그 침착한 당명옥마저 얼굴이 하얗게 질리다니?
“당 소저?”
“적사(赤邪)…….”
“적사?”
“……사, 사도련의 호법이에요. 사도련의 십대고수! 저, 저자가 왜 이곳에……!”
사도련?!
사도련의 호법이라고?
모두가 놀란 눈으로 적염적발의 중년인을 바라봤다.
아니, 사도련의 호법이 무슨 일로 이런 잡스러운 무대에 나타났단 말인가?
당명옥이 잔뜩 굳어진 얼굴로 말했다.
“……잔악무도하기가 사천에서 한 손을 다투는 자에요. 저자가 멸문시킨 문파만 해도 열 곳이 넘을 거예요.”
모두가 입을 벌린다.
문파 열 곳이라니.
적게 잡아도 수백, 많이 잡으면 천을 훌쩍 넘는 자들을 죽인 자라는 소리 아닌가!
‘……오늘 제대로 걸렸구나.’
그들이 적사를 보며 신음을 삼키고 있을 때였다.
마송이 손을 들어 올렸다.
“이놈들을 다 찢어 죽이면 그 새끼도 내 심정을 알겠지!”
그의 수신호와 함께였다.
척! 처처처처척!
산채를 병풍처럼 둘러싼 언덕배기에서 시커먼 무리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빽빽한 깃발처럼 검은 장포와 검은 두건을 펄럭거리며 나타난 일단의 무리.
그들을 본 염황이 이제 시작이라는 듯 좌우로 고개를 꺾었다.
마송이 손을 내리며 외쳤다.
“다 죽여 버려-!”
촤아아아아아악!
삼백이 넘는 무리가 언덕을 타고 내려오며 미친 듯이 산채로 돌격했다.
건천휘가 다급하게 지시했다.
“귀곡연환진! 수비한다!”
“모두 뭉쳐라!”
“진형을 갖춰라!”
뇌룡대가 재빠르게 몰려들어 귀곡연환진을 갖춘다.
일오도 긴장된 표정으로 소리쳤다.
“소림금강진!”
“아미타불!”
소림승들이 반장을 취하며 달려드는 무리를 향해 진세를 갖추었다.
순식간에 뒤바뀐 분위기에 물러났던 산적들이 다시 기세를 돋우는 순간!
“뒈져라-!”
염황이 구환도를 힘차게 내려쳤다.
꽈아아앙!
그리고 이내 두 무리가 격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