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Martial God RAW novel - Chapter (49)
창천무신 49화(49/730)
딱딱딱딱!
하태곤이 손톱을 이로 질겅질겅 씹으며 밖을 힐끔거렸다.
땅이 진동할 정도로 발을 떨어 대며 눈알을 뒤룩뒤룩 굴렸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벌컥!
벌떡!
문이 열리자마자 하태곤이 튀어 오르듯 일어났다.
“어떻게 됐느냐? 그 새끼 뭐 하고 있어?!”
은형마방의 동태를 살피고 왔던 수하가 놀라 움찔했다.
잠깐 주저하던 수하가 꼴깍 마른침을 삼키며 얼른 대답했다.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술?”
술?!
지금 시기에 술을 까먹어?
이 새끼가 진짜 작정을 했나!
“지금 그 새끼가 태평하게 술이나 까고 있단 말이야? 그래, 그거 말고는?”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술을 사흘 내내 처먹을 리 없지 않느냐!”
“사흘 내내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뭐?”
“사흘 동안 그 자리에 앉아서 술만 마시고 있습니다.”
하태곤이 입을 벌렸다가 급히 다물었다.
그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 새끼 구음절맥이라지 않았냐?”
“예, 속하가 듣기로는…….”
“멀쩡한 나도 사흘 내리 술을 못 마시는데, 그 새끼는 쉬지도 않고 퍼마시고 있다고?”
“예.”
그게 가능한 일인가……?
하태곤의 눈썹이 꿈틀거리다가 거칠게 휘어졌다.
“……이 새끼 엉덩이 뗄 생각이 일절 없단 소리 아냐?”
어마어마한 또라이다.
세가의 임무를 맡고 온 놈이 술판을 벌이고 있다니?
얘기를 나눌 때부터 정상이 아님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정신 나간 놈일 줄은 몰랐다.
수하가 표정을 굳히며 우려를 표했다.
“아무래도 작정을 한 것 같습니다. 산적 토벌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도 안 하는 듯 보입니다.”
“이런 썩을 놈이!”
“문주님, 이제 어떡합니까? 그놈이 안 움직이면 저희도 계획을 실행할 수가 없는데.”
“끄응!”
이대로라면 남궁혁의 목을 치는 건 고사하고, 술 처먹는 거나 구경하게 생겼다.
남궁혁을 함정으로 유인해야 뒤통수를 치던, 목을 썰던 하지.
“……산채 유지비도 상당하고. 얼른 일을 해결하셔야 합니다.”
“나도 알아!”
하태곤이 인상을 쓰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급조라곤 해도 구색은 갖춰야 하다 보니 산채를 유지 시키고 있는 비용도 상당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시간을 끌면 남궁백 장로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그는 남궁백이 맡긴 일을 실패했을 때의 후환이 너무나 두려웠다.
신임을 잃는 건 고사하고 건곤문의 기둥뿌리가 뽑혀 나갈지도 모를 일이다.
남궁백에게는 그만한 힘이 있었고, 평소 성정으로 보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안 되겠다. 그놈에게 찾아가야지.”
“예? 어쩌시려고 합니까?”
“어떻게든 다시 끌어내야지! 그놈이 일 년이고, 십 년이고 술만 퍼먹을 건 아니지 않느냐! 어르고 달래서…….”
“어르고 달래니까 드러눕지 않았습니까.”
“…….”
……잊고 있었네.
남궁혁이 기본적인 개념을 벗어난 놈이라는 것을.
하태곤이 으득 이를 갈다가 말했다.
“어떻게든 하면 된다. 어떻게든! 어르고 달래는 게 안 되면 협박을 하든, 꼬시든 하면 돼!”
결심을 굳힌 그가 등에 박도를 매고 밖으로 나섰다.
“애들 모아 와! 오늘 결판을 낸다!”
“예, 문주님!”
* * *
상만추가 망연한 시선으로 전각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바라봤다.
‘……이놈들이 산적을 잡아 달랬더니, 지들이 산적질을 하고 있구나.’
탁자 위에는 통으로 구운 돼지고기 하나와 오리고기 수십 마리가 처참한 광경을 이루고 있었다.
사람이 들어가도 될 정도로 큰 항아리에 술을 한가득 퍼 담아 그걸 바가지째로 들이켰다.
짝! 짝짝! 짝짝! 짝짝짝짝!
퉁! 퉁퉁퉁! 퉁퉁퉁! 퉁퉁!
어떤 놈은 손뼉을 치고, 어떤 놈은 술통을 뒤집어 북을 두드렸다.
저기 저놈은 드러누워 술주정을 부리고, 또 다른 놈은 고성방가를 부르며 난리를 피웠다.
반대편에서는 안주로 장난을 치고 있고.
한마디로 개판이었다.
‘……지랄들 한다.’
사흘이다.
사흘.
무려 사흘 동안을 내리 저러고 놀고 있었다.
남궁세가에서 무사를 보낸 게 아니라 식충이들을 보냈다.
지금 탁자 위로 올라간 돼지는 삼족이 멸한 상태고, 오리는 멸족되었다.
은형마방에서 기르는 가축들이 씨가 마르는 중이었다.
“여기 술 떨어졌어-!”
“고기가 없다, 고기가!”
“오리 말고 닭은 없어? 커흐흠, 나는 마유주 좀!”
……속에 거지새끼가 들었나, 뭘 저렇게 쉬지도 않고 처먹어?!
술상의 상석에 앉아 술잔을 높이 치켜드는 남궁혁을 보며 상만추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공자님, 칠채혼돈주 들어갑니다-!”
“오냐!”
촤촤촤촤촥! 차차차차착!
현란한 손기술을 보이며 술통에 일곱 가지 술이 촤르르륵 들어가고, 금첨상이 그걸 현란하게 흔들었다.
‘저건 또 뭐여?!’
술 단지를 열심히 흔들더니 입구를 막고 있던 천을 던져 천장에 붙였다.
따아악!
찰진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것들이 이제는 재주를 부리네?
“크흐, 그렇지. 술은 섞어야 맛이지!”
남궁혁이 탄성을 지르며 바가지째로 술을 퍼 들어 올렸다.
“잔 들어!”
건천휘가 눈을 번쩍이며 술통에 바가지를 담갔다.
탁혁동은 아예 작은 술통을 손에 들고 있었고, 뇌룡대도 바가지를 높이 올렸다.
“마셔!”
벌컥벌컥!
탁자에서 일어선 뇌룡대가 절도 있게 술을 퍼마셨다.
“크하아아!”
“죽인다-!”
“휘유!”
쾅!
바가지의 술을 한 번에 입에 털고, 거의 동시에 바가지를 탁자에 찍어서 소리를 냈다.
박자가 완벽한 것이 아주 환상의 호흡이었다.
‘……환장하겠네.’
술 지랄이 끝나질 않는다.
아니, 어째 갈수록 심해졌다.
술과 안주의 찌든 향이 실내를 가득 채우는데도 이놈들의 행각은 더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두두두둥둥둥둥둥! 두두두둥!
박자는 더욱 격렬해지고.
호잇호잇호잇!
술판은 더더욱 난장판이 되고.
상만추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나는 속이 타들어 가는데.’
은형마방을 도와주러 왔다는 남궁세가 무사들이 오히려 난장판을 벌이고 있는 모습을 보는 심정이란.
속이 타들어 가는 정도가 아니라 분노마저 일었다.
저래서 언제 산적들을 잡고, 준마 백 필을 찾아오겠는가?!
상만추가 부르르 어깨를 떨었다.
옆에서 왕필이 말을 더듬거렸다.
“바, 방주님. 이걸 어쩝니까?”
“……나도 모르겠다.”
“가서 말씀이라도 한번 해 보시죠.”
상만추가 안면 근육을 몇 번 꿈틀거리다가 남궁혁을 향해 조심스레 다가갔다.
“저기, 공자님.”
남궁혁이 벌컥벌컥 술을 마시다가 고개를 돌렸다.
“응? 왜, 방주?”
“과음하시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 그렇습니다. 지병이 아직 완치되지 않으셨다고 들었는데…….”
“괜찮아. 별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내가 안 괜찮아.
상만추가 어금니를 깨물며 미소를 지었다.
“일도 있으신데…….”
“일?”
“예.”
“무슨 일?”
허어어.
이제는 제가 여기 왜 왔는지도 잊은 거구나.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는 상만추를 빤히 보며 남궁혁이 말했다.
“방주.”
“……예?”
“내가 방주 마음을 잘 알지.”
“아! 역시 생각이…….”
“접대가 소홀할까 봐 걱정되는 거잖아? 괜찮아, 걱정하지 마. 고기가 이렇게 많은데 이 정도면 충분하지. 술이 쬐금 부족하긴 한데, 그건 내가 고려할게.”
“아, 네.”
“왜?”
“아닙니다.”
상만추가 꾹 입술을 깨물며 쓰린 속을 달랬다.
‘……남궁세가가 이런 식으로 내게 보복을 하는구나.’
잃어버린 준마 백 필의 대가를 이런 식으로 치를 줄이야.
처음부터 이공자와 뇌룡대가 온다고 했을 때부터 알아차렸어야 했다.
상심과 분노, 허탈감에 빠져 있을 때였다.
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방주님! 건곤문주님께서 찾아왔습니다!”
상만추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그가 반색했다.
“건곤문주님이? 어서 안으로 모시게!”
* * *
술내로 찌든 방 안을 보며 하태곤이 입을 벌렸다.
‘대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던 거냐?’
통돼지는 대가리를 빼고는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고, 술통은 뒤집혀 있었다.
의자는 여기저기 흩어져 나뒹굴고, 탁자 위는 짐승이 왔다 갔는지 난장판이었다.
……싸웠나?
“문주님! 하 문주님, 어서 오십시오, 어서!”
상만추가 격한 반응을 보이며 그를 자리로 안내했다.
남궁혁이 이를 쓱쓱 쑤시며 하태곤을 쳐다봤다.
잠시 말없이 보던 남궁혁이 비죽 입꼬리를 올렸다.
안절부절못하는 하태곤을 보며 물었다.
“끝났어?”
“어…… 그게.”
잠깐 무언가를 생각하던 하태곤이 냅다 소리쳤다.
“놈들의 산채를 찾았습니다, 공자님!”
남궁혁이 시큰둥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서?”
“이제 토벌만 하면 됩니다. 함께 가시죠!”
남궁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오리 다리를 뜯었다.
쪽쪽쪽!
손가락에 묻은 양념을 야무지게 빨아 먹던 남궁혁이 말했다.
“아니이, 굳이 산채 하나 잡는데 나까지 가야 해? 그거 문주 혼자 할 수 있잖아.”
하태곤의 이마에 힘줄이 빡 돋아났다.
그가 어금니를 꽉 깨물고 웃으며 남궁혁의 팔을 잡았다.
“아니, 공자님! 그럼 저희가 토벌하는 걸 지켜라도 보시죠! 저희가 얼마나 출중한지 한 번 보시면…….”
“어어.”
남궁혁이 하태곤의 손을 피했다.
하태곤이 다시 잡아당기려고 하다가 탁혁동과 눈이 마주쳤다.
사납게 일그러지는 탁혁동의 눈알을 슬그머니 피하며 남궁혁의 손목을 놨다.
하태곤이 번쩍 고개를 들며 말했다.
“공자님, 도대체 왜 함께 토벌을 하지 않으시려는 겁니까? 남궁세가의 은형마방이 곤경에 처해 있는데도 말입니다! 남궁세가의 명예를 위해서 앞장서셔야지요!”
“그래서 나한테 뭐 떨어져?”
“……예?”
“아니, 내가 산적 몇 놈 때려잡는다고 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가문에서 수고비를 주는 것도 아니고.”
어?
집안일을 하는데 돈을 따져?
너희 집안 재산이 털렸다고.
집안 재산이!
입이 벌어지는 하태곤을 보고 피식 웃으며 남궁혁이 오리 다리를 들어 보였다.
“그리고 너 소식 못 들었냐? 우리 요즘 아주 입에 풀칠만 하고 살아. 빨리 끝내고 집에 가면 풀만 먹는다고, 풀만.”
“어…….”
“사람이 고기도 먹고, 술도 마셔야지. 안 그래?”
“…….”
남궁혁이 히죽 웃으며 상만추를 바라보았다.
“마 방주도 내가 여기 있는 걸 좋아하는 것 같고.”
네?
상만추의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제발 좀, 제발 좀 가시라고요.
상만추가 이마에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말했다.
“무, 물론 저야 이공자님을 모실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하, 하지만 준마들의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 그래도 빠, 빨리 해결해 주심이…….”
“그거 해결한다고 나한테 뭐 떨어지는 것도 아니라니까.”
남궁혁이 상만추의 반항을 깔끔하게 무시하고 다시 하태곤에게 고개를 돌렸다.
하태곤이 입을 떠억 벌리며 남궁혁을 바라봤다.
“그러니 노력을 해 보세요. 노력을. 그깟 산적 하나 못 잡아서야 쓰나.”
하태곤이 순간 할 말을 잃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미친놈인가?’
이건 대체 무슨 개 같은 논리인가.
하태곤의 눈알이 빠르게 굴러갔다.
그가 잠깐 먹먹한 눈이 되어 남궁혁을 보다가 으드득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공자님.”
“응?”
“이, 이득이 없어서 움직이기 뭐하시다는 겁니까?”
“꼭 그런 건 아니지. 그래도 내가 대 남궁세가의 이공자인데 설마 그러겠어? 그냥 온 김에 좀 더 쉬고 싶다 이거지. 돌아가면 피죽만 먹어야 할 판이니까.”
“드, 드리겠습니다.”
“응?”
하태곤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그 돈, 제가 드리겠습니다!”
“돈을 준다고?”
“예.”
“네가?”
“예!”
“왜?”
하태곤이 빠드득 이를 갈며 말했다.
“한시라도 빨리 산적 놈들을 소탕해야 한다고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흠, 그렇지.”
“제가 드린다고요. 그러니까 좀 가자고요!”
하태곤의 절규를 들으며 남궁혁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얼마나 줄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