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Martial God RAW novel - Chapter (674)
창천무신-674화(674/730)
굉음과 함께 튕겨 날아가는 남궁혁을 보며 백검맹 고수들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그들은 경천동지할 싸움의 한복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저게 무인이 오를 수 있는 경지란 말인가?
아니, 저들이 진짜 인간의 범주에 들 수 있단 말인가?
찰나의 순간에 일어난 충돌로 지형지물이 바뀐다.
섬광이 번쩍이고, 충격파가 해일처럼 일어나 땅을 뒤집어 버린다.
시커먼 무언가가 꿈틀하자 흙 기둥이 치솟아 오르고, 하늘이 검게 물드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피투성이가 된 남궁혁이 나가떨어지는 광경이 이어진다.
사람들의 입이 벌어졌다.
“과, 광룡이…….”
정파제일고수, 천하제일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으리라 생각한 남궁혁이 만신창이가 되는 것을 어느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한순간 넋이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건 오히려 남궁혁의 능력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일수록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사람들의 시선이 남궁혁과 대립하고 있는 마교주에게로 향했다.
그가 짙은 어둠 속에서 검게 물든 눈으로 주변을 쓸어 본다.
심장을 서늘하게 만드는, 머리를 새하얗게 물들이는 공포감과 긴장감이 전신을 찍어 눌렀다.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압도적인 감각.
쿠웅!
“커, 커억!”
발밑이 점점 어둠 속으로 잠겨 들어가는 듯한 공포와 항거할 수 없는 기세에 몸이 굳어 버린다.
원관후가 만곡도를 크게 휘둘렀다.
콰아앙!
“정신 차려라-!”
사자후와 함께 묵혼도강이 앞을 가로막고 있던 천혼강시를 쓸어버렸다.
“허억, 허어억!”
“마, 막아!”
“피해라!”
백검맹의 고수들이 경직을 겨우 풀어 내며 황급히 방진을 구축했다.
파아아앗!
방진 사이로 남궁장천이 튀어나오며 천풍신법을 펼쳤다.
그가 저 멀리 날아가는 남궁혁을 쫓아 달린다.
“맹주!”
“맹주를 엄호하라!”
“이공자를 지켜!”
삼면에서 천마신교를 압박하던 백검맹의 고수들이 남궁장천을 쫓아 달렸다.
콰직! 콰아악! 퍼어억!
쐐애애애애-액!
사방에서 암기가 날아오고, 화살이 파고든다.
천혼강시와 마교들이 구릉을 넘어오는 적들을 향해 뛰어들며 난전이 벌어졌다.
남궁장천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그의 시선이 피투성이가 된 남궁혁에게 고정되었다.
“비켜라-!”
그가 앞을 가로막는 강시들과 마교도들을 날려 버리며 질주해 나간다.
남궁세가의 고수들이 뒤를 따르며 검을 휘두른다.
창궁무적검이 적들을 휩쓸었다.
“이공자를 지켜라!”
“이공자-!”
“막아라, 막아아아!”
마교도들도 소리를 높였다.
“맹주가 여기 있다! 맹주의 목을 노려라!”
“감히 신교의 행사를 방해한 놈들이다! 신벌을 내려라!”
“쳐라아아!”
남궁장천이 답답한 얼굴이 됐다.
한 걸음을 떼기도 어렵다.
둘째는 고작 삼십 장 너머에 있었으나, 그의 몸은 연신 뒤로 물러나기만 했다.
조금만 더.
고작 삼십 장이다.
몇 걸음이면 당도할 수 있는 거리다.
제발 앞으로 가라.
그러나 그의 앞을 가로막는 이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훤히 비어 있던 길목이 어느새 인의 장벽으로 둘러싸였다.
“흐아아아압!”
남궁장천의 얼굴에 절망감이 어렸다.
분노와 함께 허탈함마저 느껴졌다.
내 능력이 부족하여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구나.
남궁장천의 시선이 인파 속에 파묻히는 남궁혁에게 닿았다.
남궁혁을 향해 어둠이 들이닥치고 있었다.
“혁아, 피해라-!”
피를 토해 내던 남궁혁이 번쩍 고개를 들며 마검을 앞세웠다.
꽈-아아아앙!
“우에에에에엑!”
남궁혁이 피를 토해 내며 또다시 뒤로 튕겨 날아가 바닥을 뒹굴었다.
“웨엑! 시바!”
혈이 들끓었다.
기맥이 찢어진 것 같았다.
심장이 두방망이질 쳤다.
머리가 웽웽 울리고, 마검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온몸의 기력이 전부 빨려 나간 듯했다.
‘시바, 생각 이상으로……!’
속이 뒤집히는 와중에 허리춤이 축축하게 젖는다.
내장 조각이 안 튀어나온 게 신기할 정도.
조금만 늦었다면.
한순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면 그대로 허리가 잘려 나갔을 터였다.
백열도가 반응하지 않았다면 놈의 심검을 피해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정도였냐.”
남궁혁이 파르르 눈가를 떨었다.
혼전이 일어나는 전장과는 이질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마선, 단목생이 이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칠흑보다 시커멓게 물든 눈동자에 의문이 깃들어 있으나, 그건 남궁혁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옷매무새가 흐트러지긴 했으나 놈은 전혀 타격을 입지 않았다.
그의 백열도는 놈의 심검에 닿지 못했다.
인정한다.
놈은 강하다.
독패라 불렸던 과거 그의 경지를 아득히 뛰어넘는다.
백열도는 독패의 심득이었다.
그가 이 백열도를 얻었을 때, 당대에는 적수가 없었다.
천하를 혼란으로 집어넣었던 마존조차 그의 백열도에 목이 달아났다.
하지만 저놈은 다르다.
마존의 육신을 가지고 있으나, 마존이 아니다.
놈은 한 단계 위에 있다.
도대체 저 빌어먹을 심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어떤 깨달음과 심득으로 저런 마검을 얻었는지 짐작할 수 없다.
혼을 찢는 칼.
백열도로도 찢을 수 없는 심검이 있다니.
‘꼴 받네, 시발.’
이게 경험치 차인가?
아니, 그릇의 차인가?
시작부터 마존의 육신을 가진 것 때문인가?
그게 아니면…….
“우웨에에엑!”
남궁혁이 다시 한번 허리를 꺾었다.
시바, 그게 무슨 상관이야.
그가 눈을 희번득 뜨며 단목생을 노려봤다.
단목생이 피를 토하며 헐떡이는 남궁혁을 마주 쳐다봤다.
‘무흔(無痕)을 받아쳤다.’
무흔은 그의 심검이었다.
마검(魔劒)으로 등선을 이루고, 얻어 낸 그의 평생의 심득이자 결과.
그 누구도 그의 심검을 보지도 못했고, 받지도 못했다.
단목생이 처음 마존의 몸에서 깨어났을 때 보았던 사인문주 신황도, 점창의 심검을 얻은 검존도 그의 일검을 받지 못했으니.
그러나 남궁혁은 달랐다.
그의 일검을 받아 낸 것도 모자라 반격까지 해냈다.
단목생이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생전에도 금강불괴 이상의 육체를 가졌던 마존의 육체였다.
거기에 지금은 불사마종의 술법과 대법으로 그보다 더욱 질기고 단단해진 육신인데, 그 손바닥이 쩍 갈라져 있었다.
그 안에서 진득하고 붉은 선혈이 흐른다.
단목생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네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하구나. 너는 굳이 이런 것에 얽매일 이유가 없었을 텐데.”
남궁혁이 몸을 일으켰다.
바들바들, 손을 떨었음에도 그는 마검을 쥐었다.
투기를 발산한다.
와 봐라.
죽인다.
목을 썰어 주마.
상처 입은 맹수처럼 거칠면서 흉포한 기운이 터져 나온다.
벼린 칼.
일백을 죽인다 해서 저런 살기가 만들어지진 않을 것이다.
타고난 흉포한 기세와 전생의 혈로가 만들어 낸 업이 있기에 가능할 것이다.
맹수가 발톱을 세운 듯한 기세는 단목생조차 놀랄 정도다.
허리가 잘려 나갈 뻔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정신력이었다.
“너와 나는 서로 칼을 겨눌 이유가 없다. 보아라. 신선은 너와 나의 운명을 뒤틀어 놓았다.”
“후우우…….”
“원망은 그들이 받아야 한다. 대의라는 이유로 이 모든 파국을 만들었으니!”
남궁혁은 기세를 거두지 않았다.
그가 숨을 헐떡이며 호흡을 조절했다.
“신선, 엿 같지. 안 그래도 조질 생각이었어. 다 내려오면, 싹 다 조질 거야.”
“현신한 팔선이 너의 노림수라면 그 역시 오판이구나. 현신한 팔선은 육신을 얻은 내게 어떤 위협도 될 수 없다.”
“그러니까. 현신한 놈들 별거 없으니까 나중에 조질 거라고. 나중에.”
짜릉, 짜르릉.
빌어먹을 귀왕령.
또 울어 대는구나.
제 주인 만났다고 아주 반갑다고…….
남궁혁의 눈에 이채가 발했다.
‘왔구나, 시발.’
단목생이 의아한 눈으로 남궁혁을 본다.
“어째서 그러는 것이냐?”
“나는 단 한 번도 누구 손바닥에서 놀아 본 기억이 없는 사람이야. 하려고 마음먹은 건 반드시 하는 인간이고.”
“…….”
“나는 네가 마음에 안 들어. 네가 살던 시대에서는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내 거 건들지 마. 건들지 말라고, 이 새끼야!”
남궁혁이 불식간에 튀어 나갔다.
백열도의 칼날이 단목생을 향해 날아간다.
단목생이 손을 뻗었다.
스으으으윽.
벌어졌던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고, 흑암이 일어난다.
심검, 무흔이 일어나 백열도를 집어삼키려는 그 순간.
남궁혁이 마검을 비틀었다.
투두두둑!
단전이 부서질 듯 폭발시킨 기운이 일순간 비틀리고, 백열도가 방향을 바꾸었다.
단목생의 눈매가 좁혀진다.
남궁혁이 아랑곳하지 않고 백열도를 비틀어 지면을 쓸었다.
꽈-아아아앙!
“이철괴, 이 빌어먹을 새끼야! 튀어나와-!”
남궁혁이 버럭 외치는 그 순간.
백열도가 일순간 일으킨 충격파를 뚫고 흙 기둥을 가르며 일단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파아아아앗! 파아앗!
여덟 명의 크고 작은 체형의 인물들이 뛰어나왔다.
단목생의 몸에서 뻗어 나온 흑암을 향해 검을 든 문사가 흑염을 휘날리며 달려든다.
호리호리하지만 단단한 체구의 중년의 문사가 검과 하나가 되었다.
바닥을 박차고 몸을 날리는 것이 아니라, 검이 그의 몸을 이끌며 날아간다.
어검(御劒)을 타고 한 줄기 빛이 된 문사가 흑암을 갈랐다.
촤아아아악-!
희뿌연 운무와 같은 기운이 시커먼 어둠을 뚫고 하늘로 솟구치고, 흙먼지가 소용돌이쳤다.
중년의 문사가 무심한 눈으로 단목생을 쳐다본다.
단목생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
“검선이군.”
“여전히 지독한 마기를 가지고 있구나. 네가 요마(妖魔)와 다를 게 무엇이냐?”
낡은 철검을 가로로 비껴 차며 검선이 단목생을 바라본다.
단목생의 고개가 슬며시 꺾였다.
“또 나를 막을 생각이냐?”
“역천을 베어 순리로 돌릴 것이다.”
“어렵겠구나. 천둔(天遁)이 온전치 않으니.”
과거 검선의 천둔검(天遁劒)을 상대해 본 단목생이었다.
그의 검이 온전하지 않다는 것은 단번에 눈치챘다.
더불어 흙 기둥을 뚫고 현장으로 난입한 다른 팔선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현신은 이루었으나 힘을 회복하지 못했음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커다란 부채를 든 뚱뚱보가 이쪽을 보며 으득으득 이를 갈고 있다.
“이 빌어먹을 악귀 놈아, 또 한 번의 난세로도 모자라 멸망을 시키려고 하느냐!”
뚱뚱보의 외침이 천둥이 되어 폭풍을 몰고 왔다.
쒸아아아아아아아!
모래 폭풍이 순식간에 산세를 휩쓸었다.
검선을 비롯하여 순간적으로 난입한 여덟 명을 보며 사람들의 눈이 커졌다.
저들은 대체 누군가?
그런 의문이 들기가 무섭게 마교주와 뒤엉키더니 머리통을 울릴 정도의 사자후가 일대를 뒤덮고, 이제는 난데없는 폭풍이 몰아닥쳤다.
콰아아아아아아!
“이, 이 무슨!”
“음, 음공이 어찌 이렇단 말인가!”
“흐읍!”
음공이 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니!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저들이 남궁혁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피투성이가 되어 기식이 엄엄한 남궁혁을 다른 괴인들이 지키며 버티고 있었다.
그중에는 그들도 눈에 익은 이철괴도 존재했다.
숨이 막힐 듯한 긴장감이 장내에 내려앉았다.
날뛰던 마교도들조차 호흡을 죽인 채 장내에 난입해 마선과 대립한 이들을 주시했다.
혼마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단번에 저들이 누군지 깨달았다.
마선의 대업을 방해하는 신선이 현신했다는 것을 단숨에 알아챌 수 있었다.
“천혼강시가…….”
팔선이 등장한 순간부터 천혼강시가 명령의 통제를 벗어나 멈춰 버렸다.
팔선 중 누군가가 수작질을 부린 것이 아니라면 마도의 술법이 저항받을 일 또한 없었으니.
정적이 내려앉았으나, 그 긴장감은 처음과 비교할 수가 없었다.
이철괴가 시뻘게진 얼굴로 양손을 뻗은 채 도문을 읊으며 강시들을 눌렀다.
그러다 황급히 고개를 돌려 피를 토하는 남궁혁을 쳐다봤다.
호리호리한 체구의 청년이 남궁혁의 몸에 손을 대며 치유한다.
청년, 한상자가 눈을 번쩍 떴다.
“정신을 차렸습니다! 잠시만, 뭐라고 합니다. 예, 뭐라고…….”
“……라고.”
“라고?”
“놓으라고. 시발, 내가 저 새끼 오늘 목 따고 죽는다. 시바, 놔, 놔……!”
한상자가 벙해지고 말았다.
이철괴가 입술을 깨물었다.
‘저 미친놈이 눈 돌아가 가지고 뭐라고 지껄이는 거냐.’
그가 급히 손으로 목을 슥슥 그었다.
“놔, 시바. 놔 봐. 놔, 놓으라고! 나 아직 안 죽었……읍읍!”
“가요, 가! 아니, 이놈 힘이 들소 같습니다, 다 죽어 가던 놈이, 으으으!”
“튀어! 튀라고!”
이철괴가 이를 으득으득 갈며 말하자, 한상자가 남궁혁의 입을 틀어막고 질질 끌었다.
그리고 한쪽에서 늙은 노인, 장과로가 나무통으로 힘차게 땅을 치는 순간.
화아악!
순간적으로 남궁혁과 팔선의 모습이 자취를 감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