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Martial God RAW novel - Chapter (705)
창천무신-705화(705/730)
귀신처럼 뛰어오른 남궁혁은 완벽히 어둠과 동화되었다.
극한에 이른 혈풍신은 그의 그림자조차 지워 버린다.
꾸르르륵!
그의 발밑에서 꿈틀거리는 황보충을 보며 히죽 웃은 남궁혁이 성벽의 꼭대기에서 편안한 자세로 지도를 펼쳤다.
“흑점 왈패들이 또 이런 건 잘해요.”
도지휘사사는 거대한 성이었다.
이런 성의 세세한 구조물의 위치까지 파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지도는 무척이나 세밀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남궁혁이 밑을 내려다봤다.
성벽을 평지 달리듯이 뛰어오는 후기지수들과 패를 나누어 성벽 좌우로 내달리는 뇌룡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불과 일 년 전이라면 저들 중 이 성벽을 기척 없이 오를 수 있는 자는 없었을 터.
짧은 기간 놀랍도록 성장했다는 증거였다.
씨-익.
남궁혁의 입매가 올라갔다.
“좋아, 좋아.”
먼저 성내에 있는 도지휘사를 찾는다.
그리고 그 도지휘사를 무림에 끌어들인다.
‘설득?’
그럴 시간 있었으면 그랬겠지.
근데 그럴 시간이 없네?
도지휘사는 상상을 초월하는 권력을 가진 만큼, 오만하고 권위적이었다.
지방 현령 따위와 비교할 수 없는 위치였다.
그런 자에게 백검맹이 안중에 있을까?
하북팽가가 황궁이 있는 북경에서 숨을 죽이며 고관대작들의 눈치를 봤던 것만 봐도 그들의 위엄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북팽가가 그들에게 줄을 대고 있던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런 자들이 무림의 위기에 도움을 줄까?
그걸 또 설득해?
‘그냥 뚫고 들어가는 게 더 편하고, 쉽지.’
물론, 일반적인 사고에서는 이게 더 미친 짓이었다.
일만이 넘는 병력이 주둔한 도지휘사사를 털고, 그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뜻이었으니까.
거기다 남궁혁이 하려는 방법은 그냥 몰래 잠입이 아니었다.
“원래 도박은 극단적일수록 보상이 큰 법이지.”
실패하면 다 잃지만, 성공하면 몇 배로 따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남궁혁은 무조건 지는 싸움은 절대 안 했다.
차악.
남궁룡이 가장 빠르게 그가 있는 위치까지 올라왔다.
[이제 어찌할 것이냐?]전음을 보낸 그가 진지한 눈으로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횃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긴.] [곧장 도지휘사를 찾을 것이냐?] [아니.] [……?]남궁혁이 씩 웃었다.
[납치만 할 거면 복면을 왜 썼겠어?] [혁아?] [흐흐, 위험을 알려야지. 심각해져야지.] [혁…….]남궁룡의 전음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남궁혁의 복면 사이로 씨익, 입꼬리가 올라가는 듯하더니 그대로 성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
휘오오오오-!
“시작한다!”
남궁혁이 천근추의 묘리를 운용했다.
쒸오오오오오오-!
콰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남궁혁이 밟은 땅을 중심으로 땅거죽이 파도를 치며, 하늘 높이 치솟아 비산한다.
성벽에서 십 장 밖으로 뛰어내렸음에도, 그 충격파가 성벽을 흔들 만큼 위력적이었다.
“뭐, 뭔?!”
한발 늦게 쫓아온 팽중혁의 당황스러운 외침이 울리기 무섭게 남궁혁이 소혜연을 향해 손짓했다.
“혜연아! 건물 썰어 버려!”
“예에에!”
신났네?
소혜연이 튀어 나가 목조 건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쑤아아아앙-!
검각 특유의 날카로우면서도 유려한 검격이 창고를 갈랐다.
새하얀 검광이 점멸하더니, 창고를 터뜨렸다.
꽈아아앙!
콰드드드!
비산하는 파편 속에서 철편이 날아오른다.
쩔그렁!
떵떵!
소나기처럼 떨어져 내리는 창검을 보며 팽중혁이 중얼거렸다.
“시파.”
무기고를 건드려 버렸네?
노린 건가?
분명한 건 이젠 진짜로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었다.
가혹한 운명이었다.
그리고 그 운명을 더 가혹하게 만드는 남궁혁이 선두에서 날뛰고 있었다.
“으랏차-!”
콰아앙!
가볍게 휘두른 주먹에 전각이 와르르 무너진다.
무지막지한 괴력이 정교하게 만들어진 전각을 모래성처럼 무너뜨렸다.
남궁혁이 풀풀 날리는 먼지를 뛰어넘었다.
그리고 여유롭게 손짓했다.
“뭐 해, 더 날뛰어!”
“조용히 들어가도 모자랄 판에…….”
“누가 조용히 들어간대? 복면 왜 썼는데?”
“보통 복면을 쓰면 조용히 들어가는 겁니다.”
“난 아닌데?”
남궁혁이 히죽거리며 웃었다.
“누명 씌우려고 하는 건데?”
“…….”
“마침 시작하네. 되도록 살수는 쓰지 말고!”
“아니, 미친! 그럼 도망만…….”
“시작한다니까?”
그 말과 동시에 시커먼 하늘을 가르며 붉은 불빛이 쏘아져 올라간다.
삐이이이익-!
퍼퍼퍼퍼펑!
하늘로 올라간 신호탄과 함께 사방에서 호각 소리가 울렸다.
부우우우우우-!
둥둥둥!
북이 천둥소리처럼 요란하게 울린다.
드넓은 대로 위로 벌 떼의 날갯소리처럼 위협적인 소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팽중혁이 두꺼운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지축이 뒤흔들리는 것만 봐도 그 숫자가 기천은 넘는 것 같았다.
쇳소리가 울리는 건 중장갑을 착용했을 때 나오는 특유의 울림이었다.
그리고 쿵쿵 찍어 대는 발소리가 일정한 것으로 이들이 결코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라 잘 조련된 병사들임도 직감했다.
도파를 쥔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처처처처척!
이윽고 대로 끝에서 대군이 모습을 드러낸다.
무림의 검진보다 투박하나 훨씬 더 정교하고, 단단한 군진이 만들어진다.
철시도 막아 낼 수 있는 거대한 철 방패가 벽을 이루고, 그 사이사이로 창대가 튀어나온다.
황소 떼가 뿔을 세운 것처럼 그 상태로 쿵쿵 전진한다.
처처처척!
그리고 어느새 전각의 지붕으로 궁수들이 올라가 그들을 겨누고 있었다.
일사불란 그 자체였다.
전후좌우로 몰려들어 창날을 겨눈다.
철컥! 처처처처척!
말 그대로 순식간에 포위되고, 엄청난 위압감이 덮쳐 왔으나 그걸 바라보는 남궁혁은 여유롭기만 했다.
“천하의 어떤 무뢰배가 감히 호남 도지휘사사를 넘어 난동을 피운단 말이냐!”
전장을 뒤흔드는 외침과 함께 전마(戰馬)가 거칠게 투레질을 했다.
“투항하지 않는다면 모두 죽일 것이다. 정체를 밝히고, 스스로 무릎을 꿇어라!”
불호령이었다.
백호장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가장 선두에 있는 놈.
당장 움츠러들어도 모자랄 판에, 복면 사이로 보이는 놈의 눈은 초승달처럼 휘어져 있었다.
복면의 입 부분도 기묘하게 올라간 게, 웃고 있는 게 분명했다.
‘웃어?’
동시다발적으로 튀어나왔으나 그 숫자는 고작 일백 남짓.
그나마도 성내에 들어온 자들은 고작 십여 명이었다.
그런데도 위축되기는커녕, 웃는 것인가?
배포가 큰 게 아니라 미친놈처럼 보였다.
그러고 보니 그 복색 역시 독특하다 못해 특이했다.
위에 복면을 끼고 통일성을 맞췄으나, 산적 떼를 연상케 하는 몸집을 가진 자들과 문사와 같은 이들이 절묘하게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거기다 누더기도 있고, 한쪽엔…… 기절?
백호장이 잠시 당황해 멈칫하는 사이.
“이야아아아아아-!”
전각을 뚫고 나온 여리여리한 체구의 복면인이 반대편 건물로 냅다 튀어 나갔다.
콰아앙!
백호장의 눈매가 구겨졌다.
그리고 그때!
웃음 짓고 있던 선두의 복면인.
하늘을 슬쩍 보던 남궁혁의 입꼬리가 더욱 높이 올라갔다.
움직였구나.
새끼들.
남궁혁이 외쳤다.
“우리는 마교다-!”
* * *
도대웅과 파호운이 눈알을 뒤룩뒤룩 굴렸다.
어둠 속에 파묻힌 그들의 눈이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흔들리는 불빛을 보는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서없는 욕지거리를 뱉었다.
“시파.”
“시파.”
그들의 표정이 거의 일시에 일그러졌다.
파호운은 출렁이는 살을 더욱 격하게 출렁이고, 도대웅의 이마에 그어진 흉터가 격렬하게 꿈틀거린다.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인가.
“미친, 도지휘사사라니…… 야 이 미친 돼지 새끼야!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오.”
“……위, 위에서 명령이 내려왔는데 어쩌겠소.”
“흑점 시발새끼들. 개새끼들! 착하게 살던 나를 왜 잡아 온 거냐고! 흑서왕 개새끼!”
“흑점십삼목의 존자를 욕하지 마시오! 확 죽여 버리는 수가 있으니!”
“죽여? 그전에 내가 죽겠다, 이 새끼야!”
도대웅이 울상을 지었다.
이건 무림방파 조지는 일처럼 간단한(?) 사안이 아니었다.
무려 관이었다.
그것도 한 성의 군대를 휘어잡고 있는 도지휘사사!
잘못 걸리면 흑도왕이니 일선회니 모조리 개박살이 날 수가 있었다.
평생 중원 땅에 발 못 붙이는 수가 있었으니.
거기다 혹시나 금의위나 황군이 출동하면 어찌 될 것인가?
그는 거물이었다.
흑도왕 도대웅.
이미 뒷골목 사이에서는 전무후무, 죽어 가던 흑도를 되살린 전설적인 흑도 영웅이 바로 그였다.
사파 세력까지 통합한 일선회는 이미 하나의 무림방파로 손색이 없는 곳이었다.
자칫하다간 금의위나 동창이 출동해 쥐도 새도 모르게 그를 잡아갈지도 모를 일.
“이 새끼들은 내가 잘되는 꼴을 못 보는구나, 어흐흑!”
“그럼 일선회 탈퇴하고, 흑도왕 반납하시던지.”
“염병! 누가 탈퇴한대? 시파,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나 있냐!”
이미 뽑은 칼이었다.
괜히 집어넣다가 걸리면 흑서왕이 살수를 보내거나 그럴 거 없이, 남궁혁한테 뒈진다.
차라리 깔끔하게 목이 따이는 게 낫지, 남궁혁한테 굴려질 생각을 하니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그리고 애초에 그럴 생각을 할 수도 없었다.
“크허허허! 이 새끼들아! 여기서 뭐 하는 거냐!”
“이 새끼들이, 안 뛰어오고 뭐 해?!”
“뒈질래?”
복면을 써도 곰 같은 탁혁동과 박도를 든 건천휘, 쌍칼로 위협하는 장웅이 어느새 그들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시파, 시파! 간다, 가!”
도대웅이 인상을 구기며 벌떡 일어났다.
그 뒤를 따라 어둠 속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일선회의 고수들이 일어난다.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안광과 함께 일사불란하게 복면을 썼다.
“준비됐냐!”
“예, 형님!”
“시바, 회주!”
“예, 회주!”
“가자!”
도대웅이 외치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일선회 고수 이백 명이 도검을 뽑으며 난장판이 일어나고 있는 도지휘사사를 향해 뛰어갔다.
“야야야!”
파호운이 푸짐한 살을 흔들며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붉은 깃발에 ‘마(魔)’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가 힘차게 깃발을 흔들자, 도대웅이 목청을 돋우었다.
“우리는 마교다아아아아!”
“마교! 마교!”
“와아아아아아!”
“혹세무민하겠다아아아아!”
“쳐라아아아아!”
쩌렁쩌렁한 외침이 울리며 도지휘사사의 외벽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성벽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던 경비 병사들이 고개를 모로 꼬았다.
그들의 눈에 어둠 속에서 횃불이 크게 흔들리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그 어둠을 뚫고 달려오는 이들의 함성도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저게……?”
“마교! 마교?!”
“이런 미친 것들! 백 명이 아니었어?!”
“안쪽에서 난동을 부리는 놈들은 또 뭡니까?!”
“뭐긴, 뭐야! 이것들이 작정하고 쳐들어오는구나! 마교라니, 이 미친놈들이 도지휘사사가 동네 학관으로 보이느냐!”
병사들이 성벽에서 활을 겨누었다.
“다 죽여 버려라!”
“벌집을 만들어 버려!”
“이놈드으으을!”
“부나방이 따로 없구나!”
쇄애애애액! 퍼퍼퍼퍼퍽!
벼락처럼 쏘아진 화살이 도대웅이 달리는 땅거죽 위로 틀어박혔다.
하지만 그것이 도대웅을 멈출 순 없었다.
저편에서 그들을 노려보고 있는 남궁혁의 따까리들(?)이 있었고, 이미 도지휘사사에 뛰어들었으니까!
“나는 흑도……!”
도대웅이 욕설을 뱉으며 소리쳤다.
“니미럴! 마교오오오오! 만세에에에에에!”
“와아아아아아아아!”
도대웅을 비롯한 일선회가 도지휘사사를 향해 돌격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