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s First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252
천하제일 시한부 (252)
도현은 열심히 눈알을 굴렸다.
‘x됐다.’
그의 뒷목으로 식은땀이 삐질 흘러나왔다.
주서진을 너무 만만히 생각한 것인가?
그리 생각해 보자면 그건 또 아니었다.
주서진이 뒤를 잡을 걸 염려해 흔적들을 모조리 지워 냈다.
그럼에도 순식간에 뒤를 잡혔다.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
그렇게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다는 말은…… 주천맥보다 강하다는 말.’
도현과 무살과가 서로 동시에 눈을 마주쳤다.
도망쳐야 정상이지만 그들은 도망칠 수 없었다.
그 사실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곳에 뭐가 있구나.’
그 생각한 순간, 난 전신이 끓어올랐다.
처음으로 사륭회의 꼬리를 잡을 수 있는 순간.
그리 생각했다.
‘삼재검.’
그래서 곧장 전력을 다해 검을 뻗었다.
직단으로 내려치는 검격에 가공할 거력이 한데 응집됐다.
검에서 일어나는 찬란한 빛무리에 도현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가 다급히 검을 들었고, 그 행동은 너무도 느리게 보였다.
쩌정―!
그의 검이 산산히 부서져 흩어졌고, 그대로 내 검은 전혀 빛을 잃지 않은 채, 그대로 도현의 정수리를 향해 직격했다.
콰작―!
섬뜩한 파육음과 함께, 그의 신형이 무너지고 무살괴가 내 찰나의 빈틈을 노리고 짓쳐들어왔다.
그의 검이 턱 끝을 가볍게 스치고, 난 고개를 틀어 반대 손으로 그의 검 면을 밀 듯이 살짝 퉁겨 냈다.
상대의 검기를 파훼하고, 동시에 내 기운을 흘려 넣는다.
“쿠헉.”
무살괴가 비틀거렸다.
검신을 타고 흘러 들어간 기운은 그의 오장육부를 순식간에 헤집어 놓았다.
‘내가중수법.’
그것도 현경에 발을 걸쳐 놓은 내가 직접 펼쳤다.
무살괴 따위가 대응법을 알 리가 없다.
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그를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저 뒤에는 뭐가 있지?”
묻고자 하는 것은 이들이 지키고 있던 저 묘옥에 관해서다.
왜 도현은 이리로 왔을까?
왜 무살괴는 이곳에 있었던 것일까?
이들은 주천의 주계.
암계 중 일원이었던 혈막괴와 태을진선들이 말하던 그 주계들이다.
즉, 주천의 정예라는 말씀.
이들이 지키고 있었던 것은 과연 무엇인가.
“마, 말할 수…… 크윽, 없다.”
무살괴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널 죽이고 내가 들어가면 그만이다.”
“훗, 그리 하지 못할 거다.”
무살괴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입을 씰룩였다.
내가 저 묘옥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말은 곧 저기에 뭔가 함정이나 기관 장치가 숨겨져 있다는 말도 된다.
“내가 그걸 모를까? 너희 같은 음흉한 애들이 제일 잘하는 짓거리들을?”
의미심장한 내 웃음에 무살괴가 잘게 몸을 떨었다.
내 기감은 수백여 장을 뒤덮고도 남는다.
당금 무림에 나만한 기운을 가진 이는 손에 꼽을 정도다.
물론 구천을 더 파 봐야 알겠지만, 이들 중에서도 날 대적할 수 있는이는 끽해야 스스로를 천제라 칭하는 이들 정도?
난 그렇게 스스로를 자신했다.
“가라.”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굳이 말하지 않겠다면 죽이는 수밖에는.
서걱―!
암계들보다 이 둘의 죽음은 더욱 허무했다.
뭐, 어쩌면 저 멍청한 도현이란 놈 때문에 이리 빌미를 제공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저벅.
난 이내 묘옥을 향해 다가갔다.
아니나 다를까.
주변에는 온갖 기관 장치가 가득했다.
“겉껍데기로군.”
난 단번에 묘옥이 그저 껍데기뿐이라는 걸 간파했다.
내 시각은 기운의 흐름을 간파한다.
경지가 오를수록 간파할 수 있는 범위나 질은 더욱 견고해지고 높아진다.
태괘를 얻기 전이라면 그냥 보고 지나쳤을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전혀 다르다는 거다.
콰직.
난 그대로 묘옥의 문을 걷어찼다.
동시에 내 발밑이 푹 꺼졌고, 난 그 감각이 느껴지기도 전에 빠르게 묘옥 안으로 들어섰다.
철컥!
묘옥 안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시작된 화살 세례.
이 정도는 우습다.
사각을 완벽히 점하고 날아드는 화살 세례는 이미 내겐 통하지 않는 수준의 것.
가볍게 검풍으로 화살들을 모조리 날려 버리고 묘옥의 중심부에 우뚝 섰다.
그냥 사냥꾼의 묘옥처럼 볼품없는 이곳.
곳곳에는 짐승들의 가죽이 걸려 있고, 녹슨 무구와 가죽을 벗길 때 쓰던 도구들이 즐비한 곳.
하지만 이 중심 아래에는 뭔가 다른 기척이 느껴진다는 것.
“쯧.”
웃긴 생각에 가볍게 혀를 차며 피식 웃었다.
어째 하나같이 이런 놈들은 지하에 공간을 만들어 둘까?
제 자신들도 떳떳하지 못하다는 걸 아는 걸까?
“오호.”
다만 제법 머리는 썼다는 건 조금 칭찬해 줄 만했다.
강제로 바닥을 뜯어내고 들어가면 지하는 그대로 매장된다는 것.
그렇게 설계한 것인지, 아래 공간 자체의 느낌이 약간 희미했다.
더군다나 묘하게 바람이 새어 나오고 있는 것도 웃기고 말이다.
바람이 새어 나온다는 것은 곧.
“드나드는 출입구가 있다는 거지.”
이런 식으로 건물을 만들었다는 것은 곧 이곳에 뭔가 중요한 것을 숨기고 있다는 방증도 된다.
난 천천히 기감을 섬세하게 다뤄 천천히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미세하게 바람이 드나드는 그 통로를 중점으로 기운을 보내 천천히 살펴 나갔다.
기운의 실을 외부에 풀어 그것을 제어한다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다.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예로 삼매진화의 불꽃의 방향을 내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여긴가.”
난 천천히 묘옥 밖으로 걸어 나갔다.
무살괴와 도현은 묘옥 바깥쪽에 비밀공간의 출입구를 만들어 두었다.
난 기운이 이끄는 대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고, 그 끝에는 작은 텃밭이 자리하고 있었다.
“꼴에 텃밭이라.”
난 각색의 꽃이 심어져 있는 텃밭을 보며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이런 공간 아래에 비밀 공간으로 향하는 통로가 있을 줄은…… 뭐, 그렇게 생각하니 기발하긴 했다.
“이건 제법 쉽군.”
기운이 이끄는 곳.
그것은 텃밭의 제일 구석에 자리한 싱싱한 꽃 한 송이였다.
가까이서 보니 그것은 생화 속에 심어 둔 작은 공예품이었다.
어찌나 현실감 있게 만들어 뒀는지, 그냥 멀리서 본다면 꽃같이 보이긴 했다.
난 곧장 꽃을 잡고 그대로 쭉 뽑아 냈다.
동시에 꽃의 뿌리 부분에 가느다란 실 같은 것이 딸려 나왔다.
“천잠사.”
난 대번 낯빛을 굳혔다.
평범한 실이 아니다.
천잠사가 뿌리에 얽혀 있다.
난 천잠사를 쥐고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때였다.
끼릭―!
낡은 쇳소리와 함께, 텃밭 전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반으로 접혔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윽고 완벽히 접힌 텃밭의 중심에는 아래로 향하는 계단이 노출됐다.
“미친놈들이네, 돈이 남아도나.”
사람 하나가 지나갈 수 있을만 한 작은 계단이었다.
난 그 계단을 따라 곧장 아래로 내려갔다.
어두컴컴한 복도가 이어지고, 그 길은 아무래도 묘옥 아래쪽으로 향하는 듯했다.
난 깜깜한 복도를 걸어 곧장 묘옥 아래에 있는 방으로 향했다.
낡은 철문이 있고 그 뒤로 방의 풍경이 보였다.
철컥.
문손잡이를 잡은 그 순간, 갑작스럽게 뒷덜미가 서늘해졌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나는 그대로 고개를 숙였고, 거대한 창 하나가 그대로 철문에 틀어박혔다.
콰앙―!
엄청난 충격음과 함께, 철문이 그대로 찌그러졌다.
기관 장치에서는 어떤 소음조차 나지 않았기에, 하마터면 조금 위험할 뻔했다.
난 다시금 찌그러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방 안에는 여러 가지 서적들과 함께, 갖가지 낡은 목함들이 채워져 있었다.
난 먼저 목함들부터 하나하나 살펴봤다.
“허.”
목함을 열기 무섭게 작은 방 안을 가득 메우는 청아한 향이 터져 나왔다.
“영약?”
그것들은 하나같이 다 보기 힘든 영약들이었다.
“하수오, 적어도 천 년 이상은 되어 보이는군.”
첫 번째 목함 안에는 그런 하수오가 수백 뿌리는 들어 있었다.
이내 난 두 번째 목함을 열어 보았다.
목함을 열기 무섭게, 또 다시 강력한 냄새가 진동했다.
“미친놈들…….”
난 가볍게 침음을 터트렸다.
살면서 한 번 보기도 힘든 영약.
“대환단.”
팽가에서 먹었던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팽 가주가 내게 남은 대환단을 줬던 것을 기억하는 나는 그때의 대환단도 엄청난 효능을 가져다주었기에 이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 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것은 그것과는 아예 차원이 달랐다.
“대환단이 열 개. 거기에 적어도 몇백 년은 묵은 것 같은데, 보존이 잘된 건가?”
내가 먹었던 대환단은 은색 빛깔이 맴도는 영약이었다.
하지만 지금 보고 있는 대환단은 모두가 금빛 광채를 머금고 있었다.
난 이내 마지막 세 번째 목함으로 향했다.
“…….”
그것을 연 순간, 내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갔다.
“무공.”
그것도 필사본이다.
정확히 구대문파와 오대세가의 비전절기들과, 내공심법들이 기록되어 있는 무공서들이다.
다행히 원본은 아닌 것 같았지만, 하나같이 정교하게 필사해 놓은 지라 원본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지경이었다.
“이것들이 왜 필요한 거지?”
구대문파와 오대세가.
이런 무공서가 필요할 리가 없다.
어차피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순간, 무공서에 적힌 초식대로 칼질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초식의 약점 정도는 파악할 수 있기에 참고할 만은 하지만, 그것도 구대문파에서는 자신들의 무공이 읽힐 것 대비해 항상 다른 수를 강구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목함 세 개를 모두 살핀 나는 이번엔 다른 벽면에 놓여 있는 책장으로 향했다.
사방에 꽂혀 있는 이 책들.
그것들은 과연 무엇일까?
난 첫 번째 책장부터 살폈다.
다음 순간, 난 이내 경악을 금치 못했다.
* * *
“무살괴의 거처가 들켰습니다.”
“그렇군.”
주천맥은 수하의 보고에도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비밀 서고가 들킬지도 모를 노릇입니다.”
“염려 말거라. 그곳은 이미 정리가 끝났으니까.”
“하지만 영약들은…….”
“그것들은 주서진을 위한 선물이라고 해 두지.”
주천맥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마저 말을 이었다.
“딱 아는 만큼만 보이는 거다. 내가 제시했고, 주서진은 그걸 볼 테니 딱 그렇게 보일 거 거든.”
“괜찮겠습니까? 주씨세가가 그 영약을 기반으로 무장이라도 한다면…….”
“주천만 해도 이미 천하를 뒤덮고도 남는다. 하물며 양천과 염천, 유천과 호천은?”
“…….”
“구천제께서 계신 균천과 동패황 창천제께서도 계신다.”
주천의 말에 수하가 침을 꿀꺽 집어삼켰다.
주천의 세력도 엄청난 크기를 자랑한다.
하지만 주천맥이 거론한 하늘들은 그야말로 천외천.
오히려 알지 못하는 것이 이로울 수도 있었다.
“한번 시험해 보는 것이다. 주서진이 그대로 속는다면…… 딱 거기까지인 거고. 만약 눈치를 챈다면…… 뭐, 그래도 문제 될 것은 없지.”
주천맥이 음흉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 기록의 끝은 양천을 향하고 있을 테니. 그 멍청한 양천 놈들을 모조리 소탕해 준다면야 더 바랄 것이 없잖은가?”
* * *
“새끼, 머리를 썼네.”
난 읽고 있던 서책을 다시 책장에 집어넣었다.
책장에 꽂힌 서책들은 사륭회의 세력들을 적어 둔 일종의 기록이었다.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이기도 했지만, 정작 저기에 중요한 것은 없었다.
“미리 손을 썼군. 하긴…….”
난 씁쓸함에 입맛을 다셨다.
서책들은 구천을 서술했지만, 그 끝에는 오로지 한 세력으로만 향하게 만들어 놓았다.
문제는 그들이 내가 경험한 적이 있던 놈들이라는 것.
“양천이랬던가?”
주계를 잡았더니, 양천의 기록이 쏟아져 나온다?
더군다나 양천을 쉽게 잡을 수 있는 그들의 실체를 까발리면서까지?
“놀아 달라는 거로구나.”
즉, 저 영약들은 뇌물인 셈이다.
주천맥의 가증스러운 잔대가리가 실로 놀라울 지경이다.
“어쩌면 넌 이걸로 내게 약점 하나를 내놓은 것이나 다름없는데 말이지.”
놈은 날 놀렸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잘못 생각했다.
오히려 이걸 까발림으로 인해, 다른 것을 보게 되었으니까.
“놈들은 완벽한 하나가 아니다.”
구대문파가 그러했듯, 이들도 서로 세력 다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누가 더 많은 공을 세웠는가를 논하면서.
“그럼 가볍게 놀아 줘야겠지.”
생각은 끝났다.
끌려가는 척, 나는 제대로 주천맥을 끄집어내 볼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