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 Divers RAW novel - Chapter 38
헬 다이버즈 037화
37화
“야, 쓰레기! 작은 고추의 매운맛을 보여주마!”
땅땅땅!
커다란 쇠막대로 금속 기둥을 미친 듯이 후려쳐 주의를 끈 조명은 이윽고 뒤돌아 달렸다. 벌써 몇 번째인지도 모를 시도지만, 어쨌든 또 달렸다.
키이이이이이!!
그 뒤를 쫓는 것은 평생 마주치고 살아야 할 마누라보다 더 오래 마주친 것 같은 괴물이었다.
놈은 흡사 칠성장어를 연상케 할 만큼 거대한 동굴 같은 아가리와 그 안에 오돌토돌 솟아난 수백의 톱니가 인상적이었다.
그런 주제에 2족 보행으로 초고속 스프린트를 감행하질 않나, 미끌미끌한 육체를 이용해 슬라이딩을 반복하며 100m 기준 4초대를 끊어내기까지 했다.
조명이 죽어라 달려도 놈의 시야에서 최대 10초 이상 벗어날 수는 없었다.
열심히 코너를 돌고, 장애물을 설치하고, 때로는 아래로 뛰어들든가 위로 점프해서 모습을 감춰도 놈은 반드시 쫓아왔다.
그 기세가 어찌나 대단한지, 놈의 미끌미끌한 육체가 벽과 바닥을 스칠 때마다 발생하는 소음이 조명의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삼국지에 따르면 유비가 제갈량을 꼬봉으로 만들기 위해 삼고초려를 했고, 현대에 이르러선 임 선수가 홍 선수를 개망신 주기 위해 삼연벙을 했지!”
그래서 조명이 택한 전략도 삼세번 전략이었다.
죽고, 또 죽고, 아주 기가 막히고 코도 막히는 참신한 방법으로 죽었을 때, 조명은 무작정 도망치거나 현실을 도피하기보단 놈들에게 맞서는 전략을 수립했다.
그렇게 나온 결과가 바로 우선 놈들의 주 서식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죽은 뒤 다시 깨어날 때마다 항상 다른 위치였지만, 기본적으로 놈들은 거대한 선박의 내부에 잔뜩 도사리고 있었다.
자극을 주면 즉시 개 떼처럼 달려들고, 자극을 주지 않아도 한 시간이 경과하면 우르르 들고일어났다.
현재 조명은 각종 전략을 즉석에서 짜낸 뒤, 같은 방식으로 세 번씩 실험하고 있었다.
“여기서 구르고, 점프한 뒤에, 벽 짚고 코너를 돈 다음… 차! 차! 차!”
조명은 처음 방문한 초거대 크루즈선의 선실 메인 입구 근처에 흘러나온 배선들을 미리 모아두었다. 그런 후, 수십 번의 죽음 끝에 미로 같은 선박 내부를 뒤져 전력 공급 장치를 찾았으며, 다음으로는 대량의 물을 퍼 올려 함정을 설치하는 것을 반복했다.
‘펌프 기계로 바닷물을 끌어 올린 다음, 메인 입구를 물바다로 만들어뒀다.’
그리고 마침내 조금 전에 전력 공급용 레버 세 개를 모두 올릴 수 있었다.
선박 내부는 다시 환하게 밝혀졌다. 그러자 스피커에서 고풍스럽기 짝이 없는 클래식 음악이 잔잔하게 흘러나오며 금방이라도 지쳐 쓰러질 것 같은 조명의 마음에 자그마한 안식을 주었다.
몇 개의 복잡한 코스와 미리 설치해 둔 장애물 구간까지 지나쳐 전력 공급 설비에서 메인 입구까지 되돌아가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물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홀로 깨어 있는 놈을 따돌릴 방법이 없었다.
신기하게도 조명이 자극을 줬을 때는 모든 괴물들이 들고일어나지만, 반대로 자극을 주지 않을 경우엔 홀로 깨어 있는 놈을 제외하곤 한 시간 동안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그리고 그 자극은 놈들이 숨어 있는 구멍 근처로 다가가지 않는 것으로 충분했다.
“쉬잇!”
빠드드드득!
조명이 지나간 자리에서 벽을 뚫고 튀어나온 손이 아슬아슬하게 허공을 휘저었다.
복잡한 복도와 장애물 때문에 성질이 나서 옆길로 샌 것인지, 놈은 작정하고 배관과 벽을 쥐어뜯으며 조명의 뒤를 바짝 쫓았다.
“허벅지에 힘 빡!!”
태권도와 킥복싱을 접목했다고 하여 공중에서 극한의 각도까지 다리를 찢을 수 있는 기술, 그 이름도 무려 태킥보.
조명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보이는 물웅덩이까지 전력을 다해 뛰었다. 그 과정에서 비스듬하게 세워둔 원목 책상을 한 큐에 타 넘으며 극한까지 다리를 찢었다.
“끄으으으으…….”
쓰라린 사타구니를 붙잡을 겨를도 없이, 조명은 물웅덩이 한복판에 우두커니 놓여 있는 자그마한 고무 보트 위로 도약했다. 물론 탈출용이 아닌, 관광객의 피서용 고무보트라 바람을 넣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물에 닿지만 않는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드디어……!’
이전에는 이 짓거리를 하려고 모든 루트를 외우고 시간 계산을 했다. 자신이 어느 구간에서 놈에게 잡히는지, 그 구간을 회피하려면 어떤 수단을 강구해야 하는지 계산하고 또 계산했다.
그리고 마침내 몇 번째인지도 모를 시도 끝에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속이 빈 케이스 위에 덮어둔 고무보트를 밟고 안전지대로 무사히 착지. 거기서 다시 한 번 자기 자신을 채찍질해 호흡이 끊긴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몸을 돌렸다.
정말 기적 같은 타이밍이라고 해야 할까, 만약 가쁜 숨을 돌리고 있었다면 조명은 기껏 도달한 안전지대에서 놈에게 목덜미를 물어뜯기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찰나의 고통 속에서도 몸을 움직였고, 그가 내지른 금속 막대는 정확히 고무보트를 발판 삼아 뛰어오르던 놈의 입안을 꿰뚫었다.
“사랑했다, 인마.”
저 아가리가 지척으로 다가드는 엔딩을 몇 번이나 봤는지.
조명은 놈의 몸이 물에 빠지기 직전, 금속 막대를 쥐고 있던 손을 놓았다.
조명은 괴물을 한 마리라도 쓰러뜨린다면 뭔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은근 기대하던 변화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았다. 또다시 갑작스럽게 눈을 뜨는 일도 없고, 주변의 풍경이 확 달라지지도 않았다.
그저 꼬챙이에 꿰뚫린 채 감전사를 당한 괴물이 물에 둥둥 떠 있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전부였다.
멋들어진 작별인사까지 했는데 맥 빠지게스리.
‘또 전력이 차단되었다.’
그때, 주위가 다시 어두컴컴해졌다. 잔잔하게 흘러나오던 클래식 음악도, 밝은 불빛도 모두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조명은 지금까지 몇 번이고 직접 전력을 공급하면서 이런 현상을 겪었다.
본래 이런 대형 시설의 전력은 예비 전력까지 포함해서 기본적으로 쉽게 차단되지 않는다. 중요한 설비들이 널리고 널린 곳인데, 아무리 위험하다고 한들 제멋대로 전력 공급 레버가 내려간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설령 배가 두 쪽으로 갈라져 타이타닉을 찍는다고 해도, 배선이 연결되어 있다면 전력은 그대로 공급되어야 했다. 좀 누전이 됐다고 다짜고짜 두꺼비집이 내려가는 가정집과는 다르다.
‘날 쫓는 괴물들에게도 어느 정도 지능이 있다는 건 확인했지만, 그렇다고 설비를 건드릴 수 있을 정도는 아니야.’
조명이 리프트를 타고 내려가면, 녀석들도 움직이는 리프트 위로 뒤쫓아왔다. 무작정 뛰어오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처럼 자신의 안위를 생각할 줄 안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매우 낮지만 지능이 있을 것이라고는 짐작했다.
‘괴물들이 아니야.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전력을 차단하고 있다.’
지금껏 선박 내부를 미친 듯이 돌아다녀 봤지만, 사람 그림자는커녕 개미 새끼 한 마리 본 적 없었다.
유일하게 마주치며 몸을 부대낀 것은 눈앞의 흉측한 괴물 뿐.
그렇게 생각하니 조명은 갑자기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만약 자신이 전력을 공급한 뒤 곧장 뛰쳐나와서 괴물을 함정에 빠뜨리지 않았더라면?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전력은 다시 끊겼을 것이고, 다시 한 번 끔찍한 엔딩을 맞이했을 것이다.
‘앞으로 10분 정도 남았다.’
한 시간이 경과하면 이유를 불문하고 선박 곳곳에 숨어 있는 놈들이 죄다 뛰쳐나온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조명은 다시 한 번 발전 시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까지 가는 길은 고향의 동네만큼이나 익숙하기 때문에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었다.
‘만약 상대가 나를 엿 먹이려고 한다면, 다시 한 번 전력을 차단하려 하겠지.’
아직 상대가 인간인지, 혹은 인간만큼이나 대단한 지능을 갖춘 괴물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조명은 동귀어진을 하게 되더라도 끈질기게 자신을 방해하는 상대의 정체를 알아내고 싶었다.
다시 도착한 발전 설비실에는 역시나 휑한 느낌이 감돌았다. 발전기가 돌아가다 말고 멈춘 탓에 미약한 열기가 남아 있지만, 기대하던 흔적 같은 건 없었다.
조명은 지면을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먼지 위에 쌓인 특이한 발자국 같은 것은 찾지 못했다. 모두 자신이 남긴 족적뿐이었다.
‘그렇게 숨바꼭질이 하고 싶다면 응해줘야지. 겸사겸사 여기서 벗어나는 방법도 듣고.’
차! 차! 차!
흥겨운 기합 소리와 함께 레버 세 개를 차례대로 올리자, 다시 한 번 발전기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조명은 구석진 곳을 찾아 숨었다. 어차피 늦든 빠르든 괴물들은 깨어난다. 굳이 밖으로 나갈 필요는 없었다.
반쯤 고막이 나가 버리는 건 아닐까 싶을 만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이렇게 기다릴 바에야 시원스럽게 오줌이라도 싸갈기고 올 걸 그랬나, 하며 후회하던 찰나.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이윽고 그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무슨…….’
아무것도 아니었다.
문이 열리고 무언가가 들어오는 낌새가 느껴졌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조명은 구석진 곳에서 숨죽인 채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바라보았다.
척척.
맨살이 차가운 금속재 바닥과 맞닿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런데 먼지 위에 흔적이 남지는 않았다.
이윽고 레버에 손을 올리듯 턱, 소리가 울렸다. 그러더니 자연스럽게 레버를 아래로 당겨 발전기를 꺼버렸다.
아무것도 없는 것이,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것이 제멋대로 발전기를 꺼버린 것이다.
‘이게… 가능한 건가?’
소리가 울려 퍼지고 물리력까지 행사한다는 것은 형체를 갖추고 있다는 의미.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명이 바라보는 곳에는 공기의 격한 흐름조차 감지되지 않는 텅 빈 허공만이 존재했다.
눈과 귀가 동시에 고장 난 것은 아니었다.
후각은 오히려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바짝 곤두세운 촉각으로는 무엇 하나 느낄 수 없었으니까.
‘투명인간은… 아니겠지. 저건 투명인간이랑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눈앞에서 빤히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믿기지 않는 일을 해냈다.
다시 한 번 전력이 나간 어둠 속에서, 조명은 숨조차 제대로 내쉬지 못 한 채 그곳을 가만히 응시했다.
무언가가 레버를 당겨 전력을 차단해 버린 지금, 조명은 그것이 발전실을 나갔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문은 여전히 반쯤 열린 채고, 주위는 어두웠다. 빛 한 점 들지 않는 이 좁은 공간 속에서 조명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숨을 참고 버티는 것뿐이었다.
그래, 숨을 참고 있다면 상대에게 소리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조금만 더 버티면…….
“재미있었어.”
조명은 거칠게 눈을 떴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세우려는 순간, 우악스러운 손길들에 붙잡혀 다시 눕혀지게 되었다.
“후우우우욱! 으아아아아아아!!”
“의무관! 진정제라도 놓으십시오!”
“이건 진정제로는 안 되는 겁니다!”
시야가 마구 흔들렸다.
“저리 꺼져! 내게서 떨어져!!”
‘그것’이 조명의 몸에 가늘고 미끌거리는 팔을 둘렀을 때!
카하아아아!!
귓가에 대고 속삭였을 때!
“아윽, 끄으으…….”
육체만이 아닌, 영혼까지 갈기갈기 찢겨져 사방팔방으로 흩어지는 고통이 무한히 반복되었다.
정말로 짧았지만, 1초도 되지 않는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 시간에 도달하기 전까지 반복된 고통은 분명 무한대였다.
“후보생!”
그때, 누군가가 조명의 얼굴을 우악스러운 손길로 움켜쥐었다.
“그곳에서 뭘 봤지?! 무엇과 만났나?!”
“아, 아아…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닐 리가 없다! 네가 의미를 부여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야!!”
“그건… 그건 아무것도… 아니어그르르르르…….”
갈피를 못 잡고 마구 흔들리는 눈동자는 어느덧 흰자위를 드러냈다.
헤 벌린 입속에선 거품이 줄줄 흘러나왔다. 멀쩡하던 몸 곳곳에는 금세 붉거나 푸른 멍이 새겨졌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안전성이 높다고 하지 않았나!!”
13의 급한 외침에 의무관도 당황한 듯 처치를 하는 손놀림이 빨라졌다.
각성제와 혈관 확장제를 투여했다.
조명의 입가에 묻은 거품을 닦아낸 뒤, 비스듬하게 고개를 돌려서 산소마스크를 씌워주었다.
한바탕 난리를 치렀지만, 결과적으로 조명의 상태는 빠르게 안정되었다.
마구 치솟던 심박 수는 정상 수치로 내려왔다. 그에 따라 요란스럽게 경보음을 발산하고 있던 의료 설비들도 다시 조용해졌다.
흡사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것 같은 상황에 통제관들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조명이 미친 듯이 발광하며 외친,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는 말은, 한순간이지만 통제관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잘못 봤을 겁니다.”
잠자코 있던 11500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절대로 해선 안 될 반문이지만, 666은 그에게 되물었다. ‘만약’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는 것만큼 바보짓도 없지만, 그들에게만큼은 중요한 사안이었으니까.
“아니, 잘못 봤을 겁니다.”
의무관이 자신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통통, 두드리며 말했다.
“인간의 뇌로는 인식, 이해, 사고를 못합니다. 아직 준비 안 된 아이가 ‘그걸’ 제대로 봤다면, 진즉에 뇌가 터져서 죽었을 겁니다.”
“그 정도의 안전성으로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하는 건가?”
“이 아이의 안전성이 이례적일 만큼 매우 높다는 것은 본 의무관도 인정하는 바이지만, 그럼에도 급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인간의 정신 감응 수치가 극도로 하락하는 걸 막을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가능성과 안전성, 동조율까지 모두 부족함이 없는 박조명이지만, 동시에 통제관들은 그의 명백한 한계를 알고 있었다.
인간이라는 껍데기의 한계를.
“우선 무사히 빠져나온 것 같으니 다행입니다.”
“열두 시간 내내 그 짓거리를 반복했으니 매우 지쳐 있겠지. 깨어나면 성심성의껏 간호해 줬으면 좋겠어.”
“한 차례 고비는 넘겼으니, 우리도 이만 돌아가자고.”
666과 8282 통제관이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의무대를 나갔다.
13 역시 향후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게끔 주의하라 일러두곤 그들의 뒤를 따라나섰다.
의무대의 집중 치료실에 남겨진 조명의 담당 통제관과 의무관은 각자 침상의 좌우에 마주 앉았다.
“본 통제관의 후보생은 그걸 봤을 겁니다.”
“그래. 봤겠지YO.”
다시 천박한 말투로 돌아온 의무관은 힘없이 대답했다.
“그곳에서 몇 명이나 해방했을까YO?”
“어쩌면 단 한 명도 해방시키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돌아다니고 있었다는 건, 갑작스럽게 들어선 후보생을 매우 경계하고 있었다는 의미일 터. 분명 견제가 심했을 겁니다. 4급 통제관들에게서 들어온 연락이 없으니, 실패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빌어먹을 Bitch……!”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침상의 안전봉을 쾅쾅, 두들긴 의무관은 입에 담기도 힘든 욕을 마구 내뱉었다.
평소의 천사 같은 이미지와는 전혀 딴판인 모습이었으나, 이번만큼은 11500 통제관도 태클을 걸지 않았다.
“우릴 얕보고 있는 겁니DA.”
“얕봐도 될 만큼 많이 당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Give up을 하자?”
“우리는 더 이상 그걸 선택할 수 없습니다. 그런 위치에 있지도 않는 겁니다.”
통제관은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조명을 측은한 시선으로 내려다보았다.
“그가 선택해야 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