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 Divers RAW novel - Chapter 80
헬 다이버즈 079화
79화
한때 모든 해양 플랜트를 떠들썩하게 만든 소실자 사태는 빠르게 종결되었다.
11500의 경고하에 러시아 해양 플랜트는 울며 겨자 먹기로 자신들의 잠화 심도를 150m 이하로 조정했다. 또한 조명이 확보한 자료들은 모두 UN에 제출되어, UN 상임이사국 간의 은밀한 물밑 협상이 이루어졌다.
프랑스는 헬 게이트 사업에 참여하지 못한 국가였으므로, 중국과 영국, 미국과 러시아가 참석해 이번 사태에 대한 정확한 사실 규명 및 배상금 문제를 논의했다.
러시아는 겉으로 내세워야 하는 국제적 위상에 타격을 입기는 싫었는지, 배상금 문제에 적극 협조하면서도 이번 사태의 원흉이 자신들이라는 사실이 새어 나가지 않게끔 각별히 신경 썼다.
미국과 영국은 한창 몸집을 불리고 있던 러시아와의 격차를 크게 벌릴 수 있어 기꺼이 응했으며, 중국 역시 빼앗긴 G2 자리를 다시 찾아올 수 있을 거란 희망에 러시아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결국 소실자 사태의 원흉은 ‘심도 200m 구간에서 발견된 특수 괴생명체에 의한 것이었다’는 식으로 세간에 공개되었다.
비밀리에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배상금이 돌아간데다 프랑스를 제외한 상임이사국 모두가 이 사건을 종결짓기로 동의했기에, 더 이상 해당 사건으로 시끄러워질 일이 없음을 못 박은 셈이었다.
“오늘은 일없대.”
“나도 알아. 그런데 왜 다들 몰려왔냐?”
바깥에선 제멋대로 사건이 해결되는 사이, 과도한 체력 손실의 대가로 이틀간 앓아누운 조명은 지금도 여전히 침대에 푹 파묻혀 있었다.
건강 하나면 고지석 다음이라고 불려도 서러울 만큼 튼튼한 조명이었다. 그런 그가 며칠째 침대에서 나오질 않자, 팀원들이 우르르 몰려온 상태였다.
“우리 리더께서 몰래 이상한 짓 하는 게 아닌가 걱정돼서 왔지~”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있어도 들려오는 창환의 얄미운 목소리는 없던 스트레스마저 유발하는 힘이 있었다.
독립 탐사대에서 조명을 포함한 1팀에게 주어진, 가장 훌륭한 거주지. 고급 호텔의 스위트룸이나 다를 바 없는 커다란 방은 의외로 꽤나 삭막했다.
기본적으로 배치된 가구를 제외하면 조명이 별도로 사들인 것은 하이엔드 PC와 영화 및 드라마 감상을 위한 60인치 TV가 고작이었다. 옷장에는 창환이나 지윤이 벌이에 맞게 입으라며 골라준 옷들이 즐비했지만, 입은 흔적은 거의 없었다.
작업할 때면 항상 몸에 맞는 슈트를 착용했고, 작업이 끝나면 기본 활동복인 트레이닝복만 입고 다녔다. 최근에는 휴가를 나간 적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괜찮은 옷을 입으며 꾸밀 여유도 없던 것이다.
“가만 보면 얘는 진짜 일, 휴식, 일, 휴식밖에 모르는 것 같다니까.”
“그런 주제에 게임은 또 열심히 했어요. 이것 봐. 나온 지 며칠 안 된 신작 RPG 게임인데, 그새 플레이 타임 50시간을 찍었어.”
그랬다.
몸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는 1004의 권고를 받은 조명은 요 며칠간 개인 룸에만 틀어박혀 지냈다.
밤새도록 신작 게임을 즐기고, 룸서비스로 식사와 간식들을 받아먹으면서 영화 감상까지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잠을 줄이게 되어 오징어처럼 축 늘어진 것이다.
“이게 헬 다이버냐? 그냥 백수 새끼지.”
“그래도 우리가 쉬는 사이에 혼자 다른 일을 하고 왔다잖아. 이 정도는 이해해 줘야지.”
“리더일수록 더욱 팀원의 모범이 돼야지! 날 봐, 어제만 해도 리더가 없으니까 실수 연발하고 난리도 아니었잖아?!”
“넌 평소에도 자주 실수하잖아.”
“모범이 돼야 할 리더가 없어서 그런 거라고. 지석이,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아니.”
팀원들의 매몰찬 태도에 창환의 입이 댓 발이나 튀어나왔다.
하지만 창환의 말이 꼭 틀린 게 아니란 걸 두 사람도 모르진 않았다. 아닌 게 아니라, 팀원들 중 누군가가 실수를 하거나 운 나쁘게 시간 내에 할당량을 채우지 못했을 경우, 조명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우월한 성능을 지닌 슈트 덕분에 가능한 일이지만, 굳이 그런 이유를 차치하더라도 조명의 마음 씀씀이가 괜찮다는 증거였다.
당사자 앞에서 팀원들이 리더는 어쩌고저쩌고 떠들어 대고 있느라 잠들 수 없던 것일까, 조명은 한숨을 내쉬며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내가 리더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리더답게 행동하지 못한 것 같아.”
그 말과 함께 조명은 창환의 목덜미를 잡아채 헤드록을 걸었다.
“이 썩을 놈이 감히 리더가 쉬는데 쫑알쫑알대질 않나! 고지석, 저놈은 근육으로 방 안의 밀도를 높여서 숨 막히게 하질 않나!”
“켁! 폭력 반대!”
“내 근육은 사람의 숨을 막히게 하지 않는다.”
“시끄러, 이 화상들아! 내가 어젯밤에 다크니스 소울을 하다가 열 받아서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려던 걸 간신히 참았는데, 지금 니들이 여기에 들이닥쳐서 다시 그런 기분이 들고 있어!”
농담이 아니라 조명은 정말 게임기를 밖으로 던지든가, 자신이 밖으로 뛰어내리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할 생각이었다.
게임이 어찌나 어렵던지, 산전수전 다 겪은데다 숱한 인간 말종들과 살을 맞대면서 길러온 인내심도 소용이 없었다.
“그놈의 ‘YOU DIED’를 내가 몇 번이나 본 줄 알아?! 자그마치 170번을 봤어!!”
“그걸 또 세고 있었어?”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하고 계속 시도하다가 자연스럽게 세게 되더라고.”
지윤은 어젯밤 조명이 있는 힘껏 내려쳤을 게임 패드를 바라보며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어쨌든, 니들 때문에 잠이 깨버렸으니 책임지라고 할 수는 없고… 갑자기 왜 우르르 몰려온 건데? 그리고 형찬 선배는 왜 또 빼놓고 왔어? 혹시 니들, 형찬 선배 따돌리냐?”
이상하게 팀원들과 자리를 함께할 때마다 형찬이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작업할 때는 항상 툴툴거리면서도 성실하게 참여하는 그인데, 막상 개인적인 만남을 가지다 보면 얼굴 보기가 쉽지 않았다.
‘나보다도 그 양반 걱정을 더 해줘야 하는 거 아냐?’
하지만 세 사람은 당치도 않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야, 형찬 선배는 헬 다이버이긴 해도 명색이 대기업 후계자인데, 얼굴 보기 힘든 게 당연하지. 이번에 형찬 선배네 기업이 독립 탐사대랑 계약 큰 건 하나 맺으면서 한창 주가 상승하고 있는데, 너 같으면 우리랑 한가하게 시시덕거릴 시간이 있겠냐?”
“왜 우리랑 시시덕거리면 안 되는데?”
“시간이 곧 금이니까? 기업 후계자는 졸라게 바쁘니까?”
“우리랑 시시덕거리는 시간도 금이야. 바쁘다고 해도 다음엔 뒤통수 후려쳐서 데려와.”
듣고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는지, 창환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창환을 놓아준 조명은 빠르게 세면을 끝마치고 세탁된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었다.
지윤이 앞에서 빤히 보고 있지만, 조명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지윤의 속옷 차림을 본다면 모를까, 지윤에게 속옷 차림을 보여주는 게 딱히 부끄럽지는 않았으니까.
얼굴은 살짝 걸리지만, 몸매는 이미 자랑스러운 식스 팩과 군살을 찾아보기 힘든 완벽한 실전형 근육으로 뒤덮여 있었다.
게다가 당사자도 남자의 반라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지, 탁자 위에 놓인 쿠키를 집어 먹으며 기다려 주었다.
만약 지석이나 창환이었다면 자기들이 직접 다른 장소에 가서 환복했을 것이다.
“니들이 여기까지 온 이유야 빤하지. 통제관들이 날 데려오라고 했거나, 아님 우리끼리 모여서 어디 가자고 할 속셈이거나. 이번엔 어느 쪽이야?”
“전자.”
“아오…….”
벌써부터 밀려오기 시작하는 두통에 조명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고작 며칠 쉬었을 뿐인데 벌써부터 그 양반들이 자길 부른다고 생각하니, 머지않아 닥칠 트러블에 절로 인상이 구겨졌다.
“아, 그래도 너무 걱정하진 마. 작업 때문에 부르는 건 아닌 것 같으니까. 우리도 점심 식사 끝나는 대로 편한 복장으로 오라고 했거든.”
“그럴 양반들이 아닌데… 혹시 또 이상한 실험 하려는 거 아냐? 약물 실험 같은 거.”
문득 자신이 개발한 장비들을 실험하기 위해 조명들을 마구 부려 먹은 8282가 떠올랐다.
어쩌면 이번에는 진짜 인체 실험으로 넘어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살짝 두려워졌다. 조명은 진짜 인체 실험이 뭔지 확실하게 보고 왔으니까.
“개인적인 부름이라기보단… 공무 때문에 부르는 느낌이었는데?”
“우리한테 작업 말고 공무가 있었던가?”
딱히 대답을 바라고 던진 질문은 아니지만, 누구도 쉽게 조명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했다.
헬 다이버가 하는 일은 작업을 빼면 정말 아무것도 없던 것이다.
치안?
용병이나 자경단이 대신 해준다.
서류 업무?
당연히 사무직 근로자들이 처리해 준다.
그렇다면 설비 점검이나 자재를 나르는 육체적 노동?
그런 걸 헬 다이버에게 시키면 인력 낭비라며 욕먹는다.
헬 다이버들은 해양 플랜트에서 가장 중요한 인적자원임과 동시에 하는 일은 매우 적은데 벌어들이는 수익이 어마어마한, 특이한 족속들이었다.
물론 목숨을 건다는 절대적인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어디 리스크 없는 직업이 있겠나.
하지만 역시 가장 좋은 점은 작업 외에 할 일이 없다는 점이었다. 이건 주위에서 말리는 게 아니라, 헬 다이버가 직접 다른 일을 해보려고 해도 할 수 없는 환경이기에 성립되는 조건이었다.
툭 까놓고 말해서 헬 다이버는 해양 플랜트에서 놀고먹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왜냐하면 전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서야 하는 일이니까.
설령 경험과 지식이 있다고 해도 다른 이들의 일을 빼앗는 격이라, 그들을 대체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런 자신들에게 공무라니?
“그런데 따지고 보면 헬 다이버도 말만 프리랜서지, 일단은 국가의 경제와 기술 발전에 큰 이바지를 하고 있으니까 전문직 아니냐?”
“그렇다고 해도 공무원은 아니지. 우리가 국가의 녹을 받아먹고 사는 건 아니잖아.”
국가와 계약한 헬 다이버는 일단 공무원 취급을 받긴 한다. 대충 4급 공무원 수준의 취급을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아, 됐고. 마님이 불렀으니, 돌쇠는 얼른 뛰어가야지. 그래서, 어디로 오라고 한 건데?”
“항공 갑판.”
지윤의 대답에 조명은 창문의 커튼을 확 열어젖혔다.
방음이 죽여줘서 바깥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는데, 설마 커튼을 열어젖히자마자 수많은 수송기와 선박들이 해양 플랜트 근처로 모여드는 광경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돌겠네, 진짜.”
수송기와 선박을 통해 해양 플랜트로 입장하고 있는 자들은 하나같이 듣도 보도 못한 1급~2급 통제관들이었다.
특히 1급 통제관은 전 세계에서 딱 100명밖에 없다고 하던데, 그들 중 대부분이 모여든 것이 분명했다. 여기를 보고 저기를 봐도 익숙한 방호복 차림의 통제관과 그들을 보조하는 2급 통제관들이 보였다.
2급 통제관들의 생김새는 조금 특이했는데, 1급 통제관들이 단순한 방호복을 착용한 것에 비해, 2급 통제관들은 군복을 생화학 공격에 대비해서 개량한 것 같은 복장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때문에 방독면이나 방호 마스크, 슈트 헬멧 등을 다양하게 착용한 이들이 많았으며, 그중에서도 666처럼 대놓고 총화기를 소지한 채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자들도 있었다.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나 많은 통제관들이 몰려든 거야?”
“정확히는 오늘 새벽부터였어. 새벽 조깅을 하고 있는데 미군 소속 군함이 먼저 진입하고 있더라. 그걸 시작으로 여러 국가에서 보낸 군함이나 수송기들이 지금도 도착하고 있는 상황이야.”
이렇게까지 말하니 조명은 ‘공무’라는 단어를 대충 이해할 수 있었다.
타국의 1~2급 통제관들을 직접 만나야 할 것 같으니, 일단은 헬 다이버도 공무원처럼 행동하라는 의미였겠지.
조명은 슬쩍 자신의 차림새를 살펴보았다.
“…뭐, 어때.”
사람은 원래 자기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하는 법이다. 이 트레이닝복도 스포츠 용품 대기업이 오더 메이드로 만들어준 것 아닌가. 그럼 충분히 급에 맞는다.
“가자.”
끝끝내 옷을 갈아입지 않는 조명을 보며, 팀원들은 어쩔 수 없이 리더의 뒤에 붙었다.
까여도 리더가 까이지, 자신들이 까이진 않을 테니까.
다만, 부끄러움은 그들의 몫이 될 것이다.
일행은 굉장히 넓은 해양 플랜트의 항공 갑판이 인파로 우글대는 것을 보고 살짝 기겁했다.
수송기들도 착륙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통제관들이 허공에서 직접 뛰어내리는 모습까지 보였다.
다른 통제관들에 비해 수가 적은 1~2급 통제관들이 모였을 뿐인데도 항공 갑판이 이렇게나 미어터지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그들이 데려온 헬 다이버 동행들 때문이었다.
한 명의 통제관당 최소 한 명, 많게는 서너 명의 헬 다이버들을 데리고 왔다. 그 덕분에 통제관은 고작 수백 명에 불과할지라도 헬 다이버들까지 합치면 족히 수천이 넘는 인파였다.
‘게다가 장사치들까지 끼어들었어. 이거, 완전 시장 통이 따로 없네.’
일반적으로 VIP의 행차라면 일반인들의 접근을 최대한 막는다.
하지만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독립 탐사대 측에선 자경단도 그들의 접근을 막지 않았다.
자경단이 신경 써야 할 것은 일반인들의 안전이지, 통제관이나 헬 다이버들의 안전이 아니었다. 고작 노점상 장사치들이 그들을 상대로 대체 뭘 할 수 있겠는가.
번데기 조림으로 PTSD 유발하기?
하지만 역시 질서 문제가 거론되었는지, 자경단이나 독립 탐사대 소속 통제관들이 적극 나서면서 빠르게 일반인들의 행렬을 통제해 나갔다.
한쪽에선 자꾸 VIP 손님들이 밀려들지, 다른 한쪽은 오랜만에 봉이 굴러 들어왔다며 한몫 잡으려고 하지… 솔직히 시장 통보다 더한 상황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한창 인파를 헤치고 갑판 중심으로 걸어 나가던 조명은 갑작스럽게 자신의 손을 잡아채는 억센 손길을 느꼈다.
“으으으음~ 보드라운 살결!”
‘이런 시발!’
깜짝 놀라 욕을 내뱉으려다, 상대가 1급 통제관이란 걸 알고 간신히 참았다.
상대는 방호복 전신에 붕대를 친친 감고 있었는데, 붕대 사이사이에 초를 끼워놓았다. 신기한 건 전부 붕대를 태우지 않는 붉은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사이비 종교 교주 같았다.
“호호호호호혹시, 계약했습니까~?”
“…예?”
“계약 말입니다! 계약! Contract!!”
대체 왜 자신의 손을 주물럭주물럭 만져 대는지는 모르겠지만, 조명은 본능적으로 대답했다.
“계약했습니다.”
“그럼 파기하고 저랑 계약 하쉴~?”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조명은 조심스럽게 손을 뿌리치고 계속 걸어가려다 그의 뒤에 서 있던 헬 다이버를 보았다.
헬 다이버 전용 제복을 착용한 남성이 얼굴에만 붕대를 친친 감아둔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게 바로 세기말 통제관과 헬 다이버인가? 어메이징하네.’
팀원들도 별 이상한 걸 다 봤다는 양 인상을 찡그렸다. 다른 국가의 1급 통제관은 얼마나 대단한가 기대하고 있었을 텐데, 그 기대가 지금 막 꺾였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건 조명도 마찬가지였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 했지만, 어느새 두 번째 미친놈과 맞닥뜨리고 말았으니까.
“혹시 시공 좋아하십니까?”
“…….”
조명은 말없이 상대를 무시했다.
여기서 시공이 좋다고 했다간 정말 폭풍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