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 special! Dunge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6
156
방공망이라는 개념이 없는 시대다.
하늘에서 내리는 거의 대부분이 인재가 아닌 천재였으므로.
물론 공중에서의 공격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기에, 인간의 국가들, 특히 강력한 국가의 규모 큰 도시 정도 되면 마법적인 대공망은 갖춰져 있다.
그러나 엘프들이 그런 것을 갖출 이유는 없었다.
대수해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문명이라는 것을 이룬 지성체는 그들이 유일했으니까.
그러나 대공망이 갖춰져 있었다고 한들, 지금부터 이어질 사태에 많은 도움이 되진 못했을 것이다.
“저게 뭐지?”
원근감으로 인해 점으로 보이던 것이, 어느 순간 덩어리로 보이는 광경.
그것을 가장 처음 발견한 엘프는 엘론 광장을 거닐던 누군가였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종족인 만큼 누구나가 혹독한 훈련을 통해 전투원이 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당황하지 않기란 힘들다.
그가 어어, 하는 어설픈 소리를 내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러나 타인의 이해와 물리법칙의 이해는 동떨어져 있었다.
“이런-”
급박한 신음과 함께 그는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날아온 물체는 생각보다 컸고, 빨랐고, 폭력적이었다.
콰아앙.
악의만이 가득 담긴 선물 주머니는 상상 이상의 물리적 폭력을 동반하여 추락했다.
탄착 지점에는 불행한 엘프가 한 명, 그리고 그것이 자연히 휩쓸고 지나가게 된 길목에도 적지 않은 엘프들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엘론 광장에 떨어진 탓이다.
“꺄아아악!”
누군가의 비명. 이건 경악과 공포의 비명이다.
“으아아악!”
또 누군가의 비명. 이건 으스러진 하체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의한 비명이었다.
그나마 비명을 지를 수 있는 사람들은 아직까지는 운이 좋은 축이었다.
하얀 가루를 울컥울컥 쏟아 내며 지면을 휩쓴 폭력적 움직임에 직접적으로 휩쓸린 대부분의 희생자들은 분쇄기 안에 들어간 돼지고기처럼 갈렸으니까.
“무슨 일이냐!”
엘론에 남아 있는 가장 큰 전력인 캐리온도 폭음에 반응해 뛰쳐나갔다.
“캐리온 님! 공격… 인 것 같습니다! 하늘에서 무언가가 날아와서……!”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정신 차리고 제대로 보고를 해!”
캐리온은 정신 차리라는 의미에서 아직 어린 스피릿 나이트의 뺨을 쳤다.
“죄, 죄송합니다! 하늘에서 무언가가 날아와서 엘론 광장에 떨어졌다고 합니다!”
콰앙.
정리된 보고가 채 끝나기도 전에 새롭게 들리는 소리.
보고를 하는 자도, 듣는 자도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게 된다.
“젠장!”
캐리온은 급히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사태가 벌어진 곳을 확인했을 때, 그는 화를 내는 것도 잊을 만큼 혼란에 빠졌다.
“하으으윽……!”
“하하아아……!”
갈린 고기처럼 엘프였던 것들이 광장에 흩뿌려진 가운데, 그곳은 뿌연 안개가 내려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자들이 기쁨에 전율하는 기괴한 모습.
심지어 하체가 갈려 나가 곧 죽을 만큼 심각한 출혈이 일어나고 있는 자도, 바닥에 흩어진 가루를 긁어모아, 흙과 함께 핥으며 몸을 바르르 떨고 있다.
빠드득.
이가 갈리고, 잇몸에서 피가 흘렀다.
저건 분명 저주받아 뒈져야 할 인간 놈이 뿌리고 다니는 악마의 가루다.
캐리온은 쓰러진 엘프들을 구하러 다가가려는 다른 자들을 보고 급히 움직였다.
바람의 정령을 소환해, 상승기류를 만들어 낸 것이다.
적어도 터진 자루를 비집고 나와 대기에 떠다니는 가루들은 없애야 했다.
이 이상 중독자를 늘이는 건 말도 안 된다.
‘살아 돌아온 자들을 추방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 이상 사태가 악화되면…….’
그나마 늦지 않게 대응한 것일까.
그런 생각이 캐리온의 머릿속에 떠오르기 무섭게, 광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캐리온을 돌리기 싫은 시선을 돌려 그곳을 찾았다.
이번에는 오두막이 밀집한 곳이었다.
무슨 소란인가 싶어 집 밖으로 나온 자들이 피해자였다.
이번에도 비명과 고통에 찬 신음이 먼저였고, 그것이 달뜬 쾌락의 허덕임으로 바뀌는 것은 금방이었다.
“…….”
꽉 다문 입술 안으로 신음을 삼키는 캐리온.
그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고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들은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악마를 상대하는 것 같았다.
* * *
엘프들이 제대로 된 대응책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폭탄을 계속해서 넘겨주는 전략은 꽤나 잘 먹히고 있는 것 같았다.
군인들이 제대로 싸우기 위한 전제 조건은 후방의 안정이다.
돌아갈 곳이 흔들리는 군대는 제대로 된 사기를 유지할 수 없고, 자포자기에 가까운 무리한 작전을 거듭하게 된다.
이건 보급과도 다른 심적인 리스크 관리 문제다.
그 증거로, 여러 임무를 복수적으로 띠고 숲에 퍼져 있는 나의 몬스터들이 겪는 교전이 갈수록 잦아졌고, 강도도 더해 갔다.
‘이쪽 방면이 가장 위험한 지역인가.’
나는 각 몬스터 집단이 남긴 단말마를 비교하고 있었다.
교전 시작부터 끝나는 시점까지 걸린 시간은, 몬스터들이 마주친 적의 강함의 척도다.
내가 최초로 레인저들과 격돌했던 지역 근처가 특히 엘프들의 전력이 집중된 상태로 보였다.
‘아마 날 찾고 있겠지. 콜린은 덤일 테고.’
수십 년을 지랄한 콜린은 반쯤 방치했지만, 엘프 사회 자체를 붕괴시킬 펀치를 계속해서 날리는 나는 그럴 수 없었을 테니.
마무리된 전장을 기반으로 전력을 분석하는데, 여울이 자신이 나서고 싶다는 말을 건네 왔다.
적지 않은 기대감이 목소리에 묻어난다.
한번 휘둘러지고픈 욕망을 채웠으니, 그 맛을 알았겠지.
휘둘리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각이었다.
-아직은 안 돼. 밖으로 나온 엘프들은 내 목표가 아니니까.
-…….
잠시간의 침묵은 내 속내를 느끼기 위한 시간이다.
-알겠습니다. 주군의 뜻이 이뤄지는 순간까지 기다리겠습니다.
날카로운 칼은 스스로를 갈무리했다.
-형님, 정말 그렇게 하실 겁니까?
새어 나간 마음을 신비 또한 보고 들은 모양이다.
조금은 감탄 섞인 물음이 도달했다.
-그래. 이제 조금만 더 흔들면 될 것 같다.
나는 긍정의 대답을 돌려줬다.
그러면서 다음 명령을 내린다.
-지금부터는 흔적을 최대한 많이 남긴다. 엘프 레인저들이 수색하기 버거울 정도로 넓고 방대한 범위를 우리 구역인 것처럼 꾸며. 다만, 흔적을 남긴 곳에는 잃어도 무방한 몬스터들 위주로 배치하고, 주전력은 최대한 숨긴다.
동시에, 던전 창을 조작하며 말을 잇는다.
-엘론을 중심으로 최소 다섯 곳 이상의 거점 확보에 들어간다. 노골적인 흔적으로 수색대를 유인하는 동시에 범위를 넓히면 어쩔 수 없이 수색 지역에 공백이 생길 거다. 숲은 넓고, 놈들의 숫자는 한계가 있고, 찾아야 할 것은 바늘보다 더 찾기 힘들 테니까.
-제가 북쪽 방면을 지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남쪽 방면을 담당하겠습니다.
여울, 신비가 순차적으로 대답했다.
다음은 부하 1호를 자청하는 악마를 호출할 때였다.
-벨로제.
-뉌?
냠냠, 쩝쩝, 하는 소리와 우물거리며 급히 음식을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바깥 던전들을 다 떠넘겼더니 밥을 먹는 소리에서부터 바쁜 게 느껴졌다.
잠시 그녀가 입에 있는 음식을 삼키길 기다렸다.
-마, 말씀하세요.
꾸미지 않은 다급함에 괜히 피식, 웃음이 났다.
하지만 곧바로 그런 기색을 지우고, 필요한 것을 전달한다.
농담 따먹기는 적을 모두 때려눕히고, 포로와 시체 위에서 즐기면 된다.
-기름이랑 가연재를 최대한 많이 준비해. 아, 용도는 잘 세탁하라고 하고.
-음… 그렇게만 전하면 되는 거죠?
-그래. 그러면 알아서 몇 바퀴 돌려서 가져다 놓겠지.
-알겠습니다!
발랄한 대답과 함께 벨로제가 물러갔다.
아마 이번에는 에스더도 꽤나 고생을 할 것이다.
자루나 그물을 대량으로 준비하는 것과 기름과 가연재를 출처와 소모처를 불분명하게 뭉그리는 일은 차원이 다른 일이니까.
게다가 나는 ‘최대한 많이’라고 했다.
그게 그녀에게 어느 정도로 가늠이 될까.
평범한 장사치였다면 ‘이 정도면 그래도 성의 표시는 됐다고 생각하겠지?’라며 손을 뗄 수 있겠지만, 에스더는 이미 돈을 벌기 위해 사는 자가 아니다. 살기 위해 사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내 눈 밖에 나지 않는 것이 지상과제인 그녀이기에, 정말로 최대한의 역량을 동원해 내가 원하는 것을 구해다 놓을 것이다.
‘아마 개인 사재부터 털겠지.’
내 돈이어야 할 신생 상단이 부실해지기라도 하면 또 신나는 수중 탐험이 시작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테니까.
정작 나는 내가 말하는 것만 꼬박꼬박 가져다 바칠 정도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아랫것이 알아서 긴장하는 것을 굳이 해명까지 하면서 풀어 줄 필요는 없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바깥에서 공수한 음식물을 축내는 짐승을 찾았다.
“선배님.”
“엉?”
껄렁한 대답. 그러나 나는 최대한 예의 바른 미소를 유지했다.
그런데 내 미소를 본 콜린의 표정이 썩었다.
“제기럴! 또 무슨 지랄을 하려고 그런 X 같은 면상을 하고 있는 거야! 차라리 인상을 써라. 어울리게 살아, 어울리게!”
“…….”
콜린은 정말 기분 나쁜 것을 봤다는 듯 퉤, 하고 침을 뱉었다.
“왜? 또 옮겨야 하냐?”
“아닙니다. 다만 잠시 따로 행동을 해야 할 것 같아서요.”
“왜?”
“전부 제 능력 부족 아니겠습니까. 엘프들의 저항이 상상 이상이에요. 피해도 늘고 있고…….”
내 엄살을 들은 콜린이 심드렁한 얼굴로 코를 후빈다.
팔꿈치를 쳐서 손가락을 그대로 뇌까지 쑤셔 넣고 싶은 면상이다.
그래도 써먹을 곳이 있으니 참자.
“그래서?”
“아무래도 엘프 레인저들을 제대로 흩어놓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걸 나보고 하라고?”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무리할 필요는 없고, 그냥 예전처럼 마주치는 놈들 손 좀 봐주는 정도면 됩니다.”
잠시 콜린이 갈등한다.
나를 따라다니는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빈둥거렸다.
내가 잡아 온 엘프들을 갖고 놀 때도 있었지만, 금방 심드렁해졌다.
그는 짐승이다.
직접 잡은 사냥감이 아니면 별 흥미를 못 느낄 정도로, 폭력에 중독된 짐승.
본인은 못 느낄지 몰라도, 내가 보기엔 그랬다.
그래서 더욱 투덜거렸던 것일 테고.
“너 때문에 엘프들이 아주 지랄 발광을 하는데, 위험하게 나 혼자 돌아다니라고?”
“제가 생각할 때, 선배님은 단독으로 활동하는 게 더 안전할 것 같은데요. 대부분이 짐덩이 아닙니까.”
“흐음…….”
슬쩍, 그의 시선이 남은 포로들이 갇혀 있는 곳을 향한다.
마약 이외에는 쾌락도, 고통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철저히 망가뜨린 것들.
그는 줄곧 자신이 그들의 고통이 될 수 없는 것에 짜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끙… 네놈이 잡은 것들은 너무 망가져서 확실히 심심하긴 하지…….”
얼굴에서 갈등을 지운 콜린은, 내키지 않아 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내게 손을 쑥 내민다.
나는 씩 웃으며 육포가 잔뜩 담긴 주머니를 건넸다.
전투식량으로써의 육포가 아니라, 부드러운 육즙을 유지한 기호식품으로써의 육포다.
한 줄기에 평민들의 하루 식비가 증발하는 고가의 물건.
폭력에 굶주린 짐승을 지금까지 억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다.
“처음에 말했듯이, 나는 내가 위험해지면 바로 빠질 거다.”
“물론이죠.”
당신이 위험할 정도의 상대를 마주치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이득이야.
눈앞에 악귀가 나타났으니, 그 근방을 샅샅이 뒤져서 같이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나를 찾을 테니.
이를테면, 이자는 최고의 미끼가 될 수 있었다.
그것도 바퀴벌레 같은 스킬과 특성 덕에 더럽게 잡히기 힘든 미끼.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그런 마음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갈무리하며, 기원했다.
내 작전이 충분히 무르익을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어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