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 special! Dunge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4
174
몬스터들의 매복에 대응하는 임페리얼 뱅가드의 움직임은 거침없었다.
습격을 한 쪽이 어디인지 헷갈릴 정도로 빠르게 반응한 뱅가드가 맨손으로 날붙이를 막아 내고는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상대를 찍었다.
기형적인 근육과 커다란 주먹이 갑옷 입은 시체의 머리를 짓뭉갰다.
콰직.
투구였던 것이 뭉개진 쇳조각으로 변했고, 바뀐 모양에 맞춰 뭉개진 몬스터의 머리에서 썩은 체액이 흘러나왔다.
썩은 피는 검었고, 썩은 뇌수는 누런색이었으나, 어둠 속에서는 어차피 같은 색으로 보였다.
“코를 떼어 내고 싶을 지경이군!”
또 하나의 머리를 터뜨린 대가로 썩은 체액이 얼굴에 튀자 후각이 발달한 중대장이 질색을 했다.
“이런 썅……!”
그러는 중에 덜그럭거리며 들러붙어 이빨을 들이미는 좀비가 있었다.
그는 좀비의 투구 위쪽을 잡아 목을 뒤로 획 꺾었다.
“꺽! 꺽!”
살아 있는 자의 살점을 갈구하는 기괴한 신음 소리를 내는 좀비.
그는 투구 안쪽에 있는 좀비의 머리카락까지 함께 움켜쥐고는 더욱 힘껏 잡아당겼다.
찌이익.
울대 부분이 찢어졌다.
뿌지직.
목뼈와 연결된 척추가 뽑혔고.
빠각.
그 뼈가 중간에 부러져서 끊어지는 소리까지.
아직도 펄떡이는 몸통을 신경질적으로 집어 던지고, 전장을 훑었다.
야간에도 어렵지 않게 사위를 분간할 수 있도록 개조된 그의 눈이 언데드 몬스터가 아닌 것을 찾아 헤맨다.
‘언데드 몬스터가 이렇게 조직적으로 매복하고, 습격할 리가 없다. 분명 이것들을 조종하는 놈이 있을 터.’
임페리얼 뱅가드의 기본 전술은 섬멸이 아니었다. 강력한 개개인의 전투력을 집중한 일점 돌파와 적 수뇌부의 척살이 그들의 주 임무다. 그렇기에 중대장은 세뇌되다시피 훈련했던 전술에 맞춰 죽여야 할 중요 타깃을 찾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중대장은 무언가를 발견하기 전에 등골을 타고 흐르는 서늘함을 먼저 느꼈다.
머리보다 먼저 반응한 본능이 몸을 바닥에 굴리려 했다.
“크윽!”
그보다 조금 더 빨리, 그의 목을 휘감는 것이 있었다.
유령처럼 나타난 여울이 두 다리로 그의 목을 휘감은 것이다.
중대장이 손을 뻗어 여울을 붙잡으려 했다.
덩치 차이가 거의 4배는 될 것 같은 체격 차이.
그러나 그의 손은 허공을 휘저었을 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연기로 변한 여울이, 그의 몸을 타고 흘러내려 바닥에 바싹 엎드린 상태로 나타났다.
스윽.
여울은 길이가 줄어든 검을 역수로 잡고 한 번 휘둘렀다.
“카학!”
차가운 날이 정확히 아킬레스건을 가르고 지나갔다.
“이런 빌어먹을 계집이……!”
중대장이 쓰러지려는 몸을 비대한 근육으로 붙잡으며 몸을 회전, 그대로 여울을 향해 공격을 날렸다.
팟.
그것을 본 여울이 한 번 더 흩어졌다. 그러나 중대장은 멈추지 않았다. 그의 무구가 파랗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력이 응집된 공격은 영체에도 능히 타격을 줄 수 있다.
‘됐다!’
이런!”
낙관적인 예측과 경악이 찰나의 시간을 두고 교차했다.
휘리릭, 하고 검은 연기가 손목을 타고 올랐기 때문이다.
파파파파파팟.
여울이 타고 오르는 부위마다 가는 실선이 그어졌다.
검광이 번쩍이는 순간마다 여울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마치 카메라 플래시가 연속으로 지는 듯한 광경이었다.
“크아아악!”
중대장이 할 수 있는 건 비명을 지르는 것뿐이었다.
그 도와줄 부하들도 없었다. 그들 또한 끊임없이 몰려드는 죽음을 밀어내기 바빴다. 전투 능력은 뛰어났으나, 숫자가 압도적으로 밀리기 때문이다.
난자를 끝낸 여울이 정갈한 자세로 나타났다. 힘을 쓴 대가로 흐른 한 방울의 피눈물이 새하얀 뺨을 적셨다.
푸하학.
미인의 피눈물 한 방울과 교환한 것은 수천 개의 자상에서 뿜어진 핏물이었다.
“그르륵……!”
목에 난 상처에서 기도로 흘러 들어간 피 탓에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한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여울이 손가락을 들어 입에 대려다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틀었다.
-깨우고 싶지 않았거늘, 소용없게 되었구나.
깊은 아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 중대장은 도대체 무엇이 깨어났고, 무엇이 그녀를 실망하게 만든 것인지 궁금했으나, 까맣게 물드는 시야는 더 이상의 사고를 허락하지 않았다.
쿵.
덩치 큰 사내가 쓰러지는 소리는 육중했다.
* * *
소란스러움에 잠이 깼다.
이제는 귀에 박힐 지경인 날붙이 부딪치는 소리. 볼 것도 없이 싸움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빠르게 휴식에 접어들었던 육체를 활성화하고, 신경을 의식적으로 날카롭게 다듬었다.
그러면서 몬스터들의 시야를 확인한다.
‘몬스터?’
어둠 속에서 서로 간에 사투를 벌이는 두 집단을 본 내 첫 감상이었다.
아니, 오히려 제3자가 본다면 침입한 놈들이 몬스터고, 깔끔한 갑옷을 입은 쪽이 인간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놈들은 특이한 외모와 복장을 하고 있었다.
[크아아아!]털이 북슬북슬 돋아난 굵은 손으로 투구를 움켜쥐어 우그러뜨리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을 때는 순간 라이칸스로프가 섞여 들어온 것은 아닌지도 의심해야 할 정도였다.
‘아니, 진짜 라이칸스로프인가? 제국 놈들은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나 웬만한 분야는 전부 손을 댄다고 들었는데.’
제국은 학부생들에게도 인체 실험을 통한 교육을 제공할 정도로 막 나가는 국가다.
이성을 유지하는 수준의 라이칸스로프를 특수 부대로 사용하지 말란 법은 없었다.
나는 벗어 던져 놓았던 갑옷을 챙겼다. 차라락, 하며 갑옷이 자동으로 착용됐다.
그리고 밖으로 나서기 전, 전투에 과도하게 투입된 잉여 병력을 움직여 요새 주변을 봉쇄했다.
추가로 들어오는 놈들이야 상관없지만, 이런 광경을 보고 도주에 성공하는 놈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하지만 이건 내 바람일 뿐, 이미 밝혀졌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생각을 정리한 나는 밖으로 나가 전투에 참가했다.
굳이 나까지 나설 것은 없을 것 같았지만, 경험치가 될 만한 전투는 챙겨 먹는 게 좋기 때문이다.
내가 나갔을 때, 적들은 이미 후퇴를 위해 싸우는 중이었다.
상황을 보니 여울에게 지휘관의 목이 베인 모양.
-요새 밖으로 도망친 놈들도 끝까지 쫓아 처리해. 병력 구성이야 그렇다 치지만, 여기까지 들어온 이상 추가적인 정보를 얻었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사냥의 밤이 깊어 갔고, 도주와 추적이 반복됐다.
잡아 죽인 것도 있고, 추격에 나선 몬스터들이 역으로 죽고 놓치는 경우도 있었다.
여울이나 신비는 그 와중에도 여러 방향을 커버하며 고군분투했지만, 한계는 분명히 있었다.
봉쇄선으로 깔아 둔 몬스터로도 막기 힘들 만큼 개인의 전투력이 대단한 것이 가장 주요하게 작용했다.
-살려서 잡은 것들도 전부 자결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여울은 무릎까지 꿇고 사죄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탓할 생각이 없었다.
“손발 묶고 재갈까지 물렸으면 할 거 다 한 거지. 이것 봐.”
나는 죽은 놈의 가슴을 열어젖혔다.
-이건…….
“심장이 있는 부분이 녹아 없어졌어. 어금니에 독을 넣고 다니다 자살하는 놈들은 봤어도, 심장을 녹일 수단을 갖고 다니는 놈들은 처음이군.”
그리 말한 나는 죽은 놈들의 복장과 시체를 유심히 살폈다.
통일된 것이라고는 어깨에 있는 문장뿐. 나머지는 무장도 복색도, 외모나 덩치까지 너무나 자유분방하다. 한 개의 조직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거기에…….
‘라이칸스로프가 아니네. 이건 차라리 키메라들인가?’
그렇다고 전부가 키메라인 것도 아니었다. 곰의 팔뚝이나 도마뱀의 피부를 가진 놈이 있는가 하면, 그저 덩치 좋은 인간처럼 보이는 놈들도 있었다.
나는 검을 뽑아 시체를 찔러 보기 시작했다.
근육의 탄력이 보통의 인간과는 전혀 달랐다. 근섬유라기보다 금속 섬유를 찌르는 것 같았다.
단순히 인간을 초월한 강자의 육체라서가 아니라, 근육을 구성하는 재료 자체가 다른 느낌이다.
아무래도 인간을 마법을 사용해 개조한 것들인 모양인데…….
그리고 이 문장을 본 기억이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에스더가 줬던 자료에서 봤을 텐데, 기억이 흐릿했다.
-유능한 마리아는 그것이 임페리얼 뱅가드를 상징하는 문장이라는 것을 알립니다.
그때 갑자기 마리아가 끼어들었다. 그러고는 다시 침묵.
마리아의 도움을 받으면 검술 스킬의 숙련치 상승폭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전투에 개입하는 것을 자제시켰더니 계속 저런 상태였다.
화가 났다기보다 서운해하고 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그녀가 증강현실을 통해 보여 주는 전투 데이터는 사기에 가까운 능력이지만, 성장을 위한 전투에서는 자제하는 게 맞았다.
‘임페리얼 뱅가드라… 이런 놈들이 떼거지로 있는 집단이라면 충분히 골치 아픈 놈들인데.’
그래도 이런 특수부대까지 1황녀 쪽에 줄을 섰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좋은 수확이다.
도주하는 것을 허용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그것도 어떻게든 역이용할 방법을 찾아보면 될 일이다.
완벽하지 않은 정보를 가지고 움직이면 쓸데없는 군더더기가 묻어날 것이다.
눈을 부릅뜨고 있다 보면 무언가 얻는 게 있을 수도 있다.
나는 요새에 있는 모든 것들을 소각할 것을 명령했다.
이미 내어준 정보 이외에는 어떤 추가적인 단서도 제공하지 않기 위해.
-당분간 제국에서 벗어난다.
-예, 주군.
-알겠습니다.
나는 들쑤실 만큼 쑤셨고, 드러난 부분도 있다.
황녀 진영만 쓸어버린다고 끝나는 싸움도 아니니, 이쯤에서 잠시 물러나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 * *
나는 여러 던전을 전전하며 거처를 옮겼다.
그러나 내가 제국에 없다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제국 내부에는 이미 충분히 많은 숫자의 포탈용 던전을 만들어 놨고, 그 말은 언제든지 대량의 병력을 순식간에 투입할 여건이 갖춰졌다는 뜻이었다.
주안느는 자신을 향해 이를 드러낸 동생을 어지간히도 죽여 버리고 싶은지, 점점 더 공격적으로 병력 배치를 바꿨다.
나는 그 병력이 적극적으로 치고 나오지 못하게 하는 선에서만 병력을 운용했다.
승리와 패배가 징검다리처럼 이어지는 상황을 만들어 전황을 고착시킨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도 주리안에 대한 소문은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다.
패배하는 전장이 있다는 것은 그곳에 몬스터들의 시체가 남는다는 뜻이었고, 그 몬스터들의 대부분은 언데드들이었다. 그건 주리안이 사술에 손을 댔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됐다.
그런데 마냥 정치적인 부담과 비난을 감수하거나, 심하면 공적으로 몰릴 것이라는 내 예상과는 상황이 조금 다르게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