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 special! Dunge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
2
“허억!”
나는 가슴을 움켜잡으며 일어났다.
극심한 고통이 아직도 남은 것 같아 가슴을 움켜쥐듯 더듬거렸다.
다행히 가슴에 뚫렸던 구멍은 사라져 있었고, 끈적한 피 대신 부드러운 옷감의 감촉이 느껴졌다.
“도, 도련님!”
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전에 찢어질 듯한 고음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번에는 또 누구인가. 놀라기도 지친 내 눈길이 향한 곳에는 중세 시대의 대표적인 특산품, 메이드복을 입은 여자들이 서 있었다.
그녀들의 공통점이라면 어리고 예뻤으며, 하나같이 경악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작 가장 놀란 것은 나였는데 말이다.
“하, 하녀장님!”
셋 중 하나가 헐레벌떡 누군가를 찾으며 뛰어나갔다.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나는 그녀들에게 신경을 쓸 수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잠시 지나자, 갑자기 극심한 어지러움과 허기, 갈증이 덮쳐 온 것이다.
내가 목을 부여잡고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하녀 한 명이 부리나케 다가와 나를 부축하고, 나머지 한 명은 물을 컵에 따라 내 입에 가져다 댔다.
나는 그 물을 정신없이 마시고 싶었지만, 한 모금 마시는 순간 가슴이 부서질 듯 아파 왔다.
아마 이 몸이 너무 오랜만에 무언가를 입으로 넘긴 모양이다.
“으윽……!”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내가 가슴을 부여잡고 통증을 호소하는 모습을 본 하녀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이들이 나를 부르는 호칭을 보니, 이곳의 나는 부잣집 도련님이나 귀족 가문의 자식인 것 같았다.
내가 귀족이라면 기껏 깨어난 나한테 물을 먹이다 혹여라도 잘못됐다가는 자신들의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것이다.
루시퍼가 머릿속에 넣어 준다던 ‘상식’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하아… 괜찮아.”
내가 겨우 진정하고, 표정이 풀리는 걸 보고서야 겨우 안심한 듯하다.
“루크 도련님!”
그렇게 겨우 통증이 가시고, 다시 물을 마셔서 조금 정신이 맑아질 때쯤, 뛰쳐나갔던 하녀가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하녀들과 복장은 비슷했지만, 나이가 조금 지긋한 여자와 한눈에 봐도 나 의사요, 하고 적혀 있는 듯한 노인이었다.
“이럴 수가… 이건 정말 기적입니다. 그 상태에서 깨어나시다니, 기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의사는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이 몸의 원래 주인이 상당히 위독한 상태에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상황을 보아, 루시퍼가 나를 메드세디아로 보낸 방법이 죽어 가는 혹은 죽은 사람에게 영혼을 집어넣는 방법이었던 것 같다.
문제는 지식이나 상식은 집어넣었으면서 정작 몸의 원래 주인의 기억은 한 조각도 없다는 것이다.
그 사실에 짜증을 느낀 나는 잠시 두통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여기가 어디지?”
이럴 땐 기억상실증 환자가 가장 편한 법이다.
기억상실증 환자치곤 침착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것까지 연기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아연한 표정이 되었다.
기껏 깨어난 사람이 자신들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자기 집에서 여기가 어디냐고 묻고 있으니 기쁜 마음이 싹 가실 것이다.
“루크 도련님, 절 알아보시겠습니까……?”
“미안하지만, 누군지 모르겠는데…….”
내 말을 들은 나이 많은 하녀의 표정이 무너져 내렸다.
“하녀장님…….”
주변의 하녀들은 그녀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금세 표정을 정리한 하녀장이 엄한 표정으로 하녀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경거망동하지 마세요. 지금 가장 혼란스러우신 것은 도련님이십니다. 그리고 루리, 당신은 마님께 도련님이 깨어나셨다 전해드리도록 하세요. 조금이라도 충격을 덜 받으시게 지금 상태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전하는 것 잊지 말고요.”
“예, 알겠습니다.”
지목받은 하녀가 고개를 숙이곤 종종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마님이라면 내 어머니가 되는 건가?
하지만 지금은 이것저것 복잡하게 일어나는 이 상황이 싫었다.
몸 상태는 최악이었고, 내게는 지금 상황과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저기, 지금 너무 피곤하고 힘든데.”
내 기운 없는 목소리가 다시 사람들을 안절부절못하게 만들었다.
“지금 도련님은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매우 지치신 상태이실 겁니다. 가뜩이나 기억이 혼란하신 상황이면 최대한 안정을 취하시게 하는 것이…….”
의사가 땀을 뻘뻘 흘리며 말하는 것을 들은 하녀장이 다가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저희가 너무 기쁜 나머지 도련님 생각을 못 한 것 같습니다. 지금은 일단 푹 쉬시지요. 마님께는 제가 잘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마워…….”
나는 말을 하면서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왜 나는 자연스럽게 이 여자한테 하대를 하고 있는 거지? 귀족 신분이니까 당연히 이래야지, 하고 계산한 것이 아니다.
마치 습관 같은, 아마 이 몸의 원래 주인의 무의식이 남아 있던 것인지, 이상하게 이 여자가 가깝게 느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길게 생각하기도 전에 의사와 하녀장은 방을 나갔다.
그와 거의 동시에 다른 하녀가 아무리 봐도 환자식으로 보이는 멀건 스프를 가지고 왔지만, 극심한 허기와는 다르게 많이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예쁜 여자들이 들러붙어 스프를 떠먹여 주는 경험은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기쁘면서도 힘든 식사를 마친 나는 다시 한번 몸을 침대에 눕혔다.
그런 와중에도 처음에 있던 하녀 세 명은 부동자세로 대기를 하고 있다.
뭐, 신경 쓰이니까 나가 있으라고 한들 순순히 그렇게 할 것 같지도 않다.
말단 하녀들 입장에선 내가 나가라고 한들 나와 하녀장 사이에 껴서 울상이나 짓겠지.
그렇게 결론을 내린 나는 관심을 끄고, 현 상황에 대해 체크하기 시작했다.
먼저, 나는 댓글 하나 잘못 남겼다가 악마 군주들 눈에 들어 특별(강제) 채용 당했다.
그렇게 메드세디아로 보내졌고, 내 원래 몸은 죽어 버렸기 때문인지 이 세계의 죽어 가던 놈 몸에 내 영혼을 집어넣은 것 같다.
죽어 가던 놈은 일단 귀족이거나 최소 부잣집 도련님이다.
바닥부터 시작한다고 농노의 자식으로 환생시키지 않은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깨어났는데 눈에 처음 들어오는 것이 다 무너져 가는 움막의 천장이면 얼마나 비참하겠는가.
다음으로 루시퍼가 주겠다던 것을 체크해 보자.
첫 번째는 메드세디아의 지식과 상식, 이건 확실히 받은 것 같다.
완전히 내 지식처럼 쓸 수는 없지만, 상황이 닥치면 로딩하듯 지식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하녀장의 직위를 어렴풋이 짐작한 것도 그렇고.
두 번째는 준다던 능력인데…….
[이름: 루크 에슬란테 (한세기)] [나이: 16세] [레벨: 1] [힘: 10] [체력: 10] [민첩: 10] [마력: 10] [특성: 사악, 이세계의 영혼, 던전 메이커, 던전 마스터]능력에 대해서 떠올리는 순간, 눈앞에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상태 창이 떠올랐다.
게임과 같은 시스템이 지배하는 세계라더니, 이런 식으로 되어 있군.
그런데 사악? 무슨 특성이 이래? 나는 특성을 자세히 보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사악(Ultimate 등급)] [당신의 사악함은 지옥의 악마 군주들조차 혀를 내두르며 인정했습니다.] [영구적으로 네거티브 포인트 보정을 받습니다. (10,000%)] [획득한 네거티브 포인트가 경험치로 전환됩니다. (1%)] [획득한 네거티브 포인트가 능력치로 전환됩니다. (0.1%)] [사악한 행위로 인한 페널티를 받지 않습니다.] [사악한 행위에 대해 보정치가 추가됩니다.]“…….”
옛 성현들이 괜히 세 끝을 조심하라는 것이 아니었다.
혀 끝, 손 끝, X 끝을 조심하라고 했거늘, 댓글 하나로 사악하단 소리를 몇 번을 들어야 하는 걸까.
도대체 얼마나 사악하다고 평가를 받았으면 등급이 얼티밋이란 말인가.
살면서 단 한 번도 내가 악하다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니 오히려 이 정도면 착하지 않나 생각하고 살았던 나로서는 매우 억울했다.
[이세계의 영혼 (Ultimate 등급)] [당신은 이세계의 주민이었습니다.] [이세계의 개념이 당신을 돕습니다.]사악과 얼티밋 등급의 특성, 이세계의 영혼은 설명은 간단하면서도 복잡했다.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단련된 내 판단력과 눈치로 볼 때, 지금 내가 보고 있는 화면 자체가 이 특성으로 인한 효과가 아닐까 싶다.
게임과 같은 개념이 지배하는 세계라 해도 이 세계의 인간들은 이런 화면을 보는 것이 불가능하다.
나는 수치화된 데이터를 볼 수 있지만, 저들은 그것을 몸으로 어렴풋이 느낄 뿐인 것이다.
이런 게임 화면 같은 것은 이들에게 있어 충분히 ‘이 세계의 개념’일 테니까.
이 추측은 내 ‘상식’에 의거한 추측이니, 루시퍼가 헛것을 주지 않았다면 확실할 것이다.
그것 이외에 다른 효과가 있을 수도 있지만, 지금 당장 그것을 알아낼 방법은 내게 없었다.
바로 답을 얻을 수 있는 문제는 일단 뒤로 넘기는 것이 현명하다.
[던전 메이커 (EX 등급 특성)] [당신은 던전을 만들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이 있습니다.] [던전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던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지옥 상점에서 던전과 관련된 상품의 구입이 가능합니다.]처음으로 확인 가능한 등급의 특성이 나왔다.
EX 등급, 분위기로 보아 얼티밋 등급보다는 아래 같았지만, 충분히 높아 보이는 등급이다.
던전을 만들 수 있다, 지옥 상점, 상품 구입까지 보자 서서히 내게 생긴 능력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감이 오기 시작한다.
루시퍼는 분명 ‘네게 가장 어울리는 능력’이라고 했다.
[던전 마스터 (SSS 등급)] [당신은 던전 운영의 타고난 스페셜리스트입니다.] [던전 유지 비용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소유한 던전 내에서 능력치 보정을 받습니다. (300%)]마지막 특성을 확인하자 더욱 확신이 들었다.
내 나이 21세, 10살 때에는 이미 뗀석기로 시작해, 다음 날 아침에는 핵폭탄을 날리는 수준의 시뮬레이션 마스터였다.
이 정도 정보만 주어지면 척하면 척인 것이다.
‘던전.’
[소유 던전: 1] [목록 활성화]역시, 상태 창을 불러내듯 던전을 생각하자 눈앞에 던전 창이 떠올랐다.
던전 목록을 선택하자 소유한 던전의 이름과 위치가 나온다. 목록이라고 해 봐야 꼴랑 하나뿐이었지만.
내 유일한 던전의 위치는 로멜론 영지의 꽤나 큰 마을이었다.
정확히는 그 마을의 뒤쪽 동산에 있는 동굴.
이름은 로멜론 영지의 고블린 동굴.
정말 간단한 네이밍이었다.
혹시나 해서 건드려 보니 이름까지도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었지만, 일단은 그대로 두고 자세한 정보를 확인했다.
현재 고블린 동굴에 있는 몬스터는 24마리의 고블린이 전부였고, 레벨은 3레벨에서 5레벨 사이였다.
정말 원래부터 있던 고블린 동굴을 그냥 양도받은 것 같았다.
뭐, 주인이 없었으니 양도라는 말은 틀릴지도 모르지만.
‘지옥 상점.’
이번에는 특성에서 얻은 또 하나의 힌트, 지옥 상점을 불러내 봤다.
역시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상점 창이 등장했다.
“응?”
상점 창의 맨 위에는 으레 모바일 게임이 그렇듯 화폐 단위가 적혀 있었는데, 이미 나는 화폐를 가지고 있었다.
300 네거티브 포인트.
피식 웃음이 나왔다.
루시퍼는 분명 나에게 네거티브를 모으라고 했다.
그리고 상점에서 쓸 수 있는 돈이 네거티브 포인트라니. 무슨 마일리지 지급하는 것도 아니고, 악마 군주가 하는 일치고는 귀여울 정도다.
그런데 내가 뭘 했다고 300포인트가 있는 거지? 보너스로 준 건가?
상점 창은 기특하게도 포인트 획득 및 소모 내역 확인이 가능했다.
[당신은 하녀들을 당황시키고, 슬픔을 안겨 줬습니다. 300 네거티브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설마 내가 처음에 일어나서 가슴 움켜쥐고, 기억상실증 걸린 척한 게 포인트로 전환된 건가?
나는 확인을 해 보기로 했다.
“흐음…….”
“도련님, 어디 불편하신가요?”
내가 신음 소리를 내자 하녀 한 명이 다가와 물었다.
그녀는 처음에 내게 물을 먹였다가 고통스러워하자 사색이 됐던 하녀였다.
“아무래도 너희들이 마음에 안 들어서 내쫓아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내 속삭이는 말을 들은 하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주인의 변덕에 쫓겨나는 것은 물론, 어느 날 갑자기 죽을 수도 있는 것이 이 세계의 하녀, 평민들이다.
아마 지금 이 하녀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잘못한 것 같은 것들을 찾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제, 제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사죄드리겠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당신은 죄 없는 하녀를 겁에 질리게 했습니다. 200 네거티브 포인트를 획득합니다.]“농담이야. 계속 누워 있으니 심심해서. 너희들도 저기 의자도 있는데, 다들 앉아서 대기하는 게 어때?”
“저, 저희는 괜찮습니다.”
하녀는 농담이란 내 말에도 아직도 가슴이 떨리는지 여전히 말을 더듬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죄책감이 느껴져야 하는데, 별로 그렇지 않았다.
혹시 이것도 사악 특성의 보정일까? 페널티에는 죄책감도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 정신이 사나워서 그러니까 앉아 있어.”
“예, 알겠습니다.”
뻣뻣하게 대답한 하녀는 다른 하녀들까지 의자에 앉혔다.
어째 의자에 앉혀 놓으니 더 자세가 딱딱해지고 불편해 보인다.
뭐, 그래도 다리는 편하겠지.
나는 하녀들에게서 신경을 거두고 다시 상점 창으로 관심을 돌렸다.
전체적인 것들이 그러하듯 상점 창도 게임 속의 상점을 옮겨 놓은 듯한 형태였다.
특히 모바일 게임과 비슷하다.
일단 상점에서 기본적으로 살 수 있는 것은 각종 아이템이었다.
문제는 내가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은 겨우 1단계뿐이라는 것이다.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의 단계 해금은 내 레벨에 따라 이루어지는 듯하다.
1~10, 11~20 같은 글자들이 있는 것을 보니 말이다.
그리고 던전 메이커 특성으로 인한 특전, 던전 관련 상품의 경우는 던전에 배치할 몬스터, 함정을 위시한 각종 기관 장치부터 던전 확장 공사까지 온갖 상품들이 즐비했다.
이것도 물론 1단계만 구입이 가능했고, 단계 해금은 레벨이 아니라 소유 던전의 등급에 따라서 나뉘는 것 같았다.
가격은… 아이템의 경우 소모품은 50에서 150 사이, 장비의 경우는 제일 싼 것이 100포인트였다.
던전 상품은 저렴한 50포인트에서 3,000포인트가 넘는 고가 상품까지 다양했다.
일단 내 능력에 대한 고찰은 이 정도면 지금 할 수 있는 선까지는 대충 완료된 것 같았다.
나머지는 경험을 통해 정보를 모으고, 보완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