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 special! Dunge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6
26
나는 돌아오고 한동안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고통 받았다.
처음에는 잠정적으로 사건 자체를 에슬란테 가문의 집안일로 결론 내리고, 서로에게 민감한 사안이니 습격 사실 자체를 덮어 버리자며 제안하는 아카데미의 경비 책임자가 나를 괴롭혔다.
그리고 같은 날, 점심 식사 시간이 돌아오기도 전에 알마이어에 생포된 놈들이 지조 없이 입을 놀리는 바람에 내 이름이 또 한 번 언급됐고, 나는 다시 시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단검을 던져서… 이렇게 해서 죽였습니다.”
나는 다시 사교도 본거지에 끌려와 놈들을 어떻게 죽였는지, 몇 명이나 되었는지, 혹시 살아서 도망친 놈들은 없는지에 대한 조사까지 협조를 해야 했다.
라메리안 왕실 직속 특무대에서 파견된 요원이 내 설명을 하나하나 자세히 적고 있었다.
마치 살인 사건 현장 검증을 하는 살인범이 된 기분이다.
“똑바로 안 해! 이 몬스터들은 또 뭐야?”
그런 와중에 카이네가 내 담당 형사라도 되는 양 소리를 지른다.
“이놈들이 기르던 놈들인가 보죠. 저한테도 덤비고, 이놈들한테도 덤비고, 완전 난전이었다고요.”
나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퉁명스레 대답했다.
카이네는 내가 이것저것 비밀로 한 것들이 불만인지, 여기까지 따라와 있었다.
특히, 경매장에서 마주치고도 샤르잠의 출처를 비밀로 한 게 가장 불만인 것 같았다.
“그만 좀 해. 루크가 빨리 와서 정리해서 다행이지, 우리가 정체를 캐냈을 때는 이미 다 도망간 이후일 수도 있었어.”
카마로가 내 편을 들자, 카이네의 목표가 나에게서 카마로로 옮겨서 닦달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제야 겨우 숨을 좀 돌릴 수 있게 됐다.
“어찌 됐든 보이는 놈들은 다 처리했지만, 길이 워낙 복잡해서 살아나간 놈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릅니다.”
사실, 적어도 이곳에서 살아나간 놈은 없지만, 그걸 장담하는 것은 이상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시치미를 뗐다.
어차피 생존자를 찾겠다고 고생하는 건 내가 아닐 테니까.
내 덕분에 사교도들은 음지에 숨어서 사술을 연구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몬스터들까지 길들여 반역을 꿈꾸는 더럽게 사악한 조직으로서 위상을 한껏 드높였다.
정작 습격당한 쪽의 사상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사건이었지만, 습격 대상에 알마이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사건은 엄청난 대사건으로 취급됐다.
라메리안 왕국에서 알마이어를 건드릴 정도로 막 나가는 집단이면, 못 건드릴 곳이 없다는 뜻이었으니까.
과거 사교도들에게 학을 떼며 척살령을 내렸을 정도로 단호했던 라메리안 왕국의 왕실인 만큼, 대응 또한 단호했다.
왕실 직속 특무대까지 동원한 전국적인 사교도 척살령이 내려진 것이다.
아마 한동안 전국 각지에서 사술에 관련된 놈들이 떼거지로 잡혀서 죽어 나갈 것이다.
* * *
내가 오두막으로 올라온 이후에도 특무대는 지하를 뒤지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런 대형 사고를 치고도 팔자가 좋네.”
잠시 눈을 감고 있던 내게 카이네의 목소리가 들렸다.
언제 올라왔는지, 카이네가 오두막 벽에 기댄 채 서 있었다.
“조사는 끝나신 겁니까?”
“조사? 조사는 특무대 애들이 하는 거지.”
“그런가요? 알마이어도 나름 이를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카이네에게서는 알마이어를 건드린 놈들에 대한 분노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평소, 가문에 대한 프라이드가 하늘을 찌르는 그녀를 생각하면 의외였다.
“그런 감정도 어느 정도는 격이 맞아야 느끼는 거야. 어차피 알마이어가 나서지 않아도 놈들은 싹 청소될 텐데, 우리가 귀찮은 일을 맡을 필요는 없잖아?”
“…….”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만해서 그런 거였군.
그럼 딱히 이렇게 따라올 필요도 없었던 게 아닌가?
내 의문에 대한 답은 카이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처음 경매장에서 마주쳤을 때부터 이상했어. 그 시체에 아예 관심이 없는 걸 보고 말이야. 가치를 모를 순 있어도, 다른 마법사들이 눈독 들이는 걸 보는 순간부터 욕심을 내는 것이 마법사의 생리거든. 그런데 너는 아예 관심이 없었어. 거기다 시체를 구해 온 게 너라면… 마법은 포기하려는 거야? 뭐, 아직도 제대로 된 마법은 하나도 못 쓴다는 말은 들었어. 그래서 그런 거야?”
윽, 카이네에게서 나를 걱정하는 듯한 말이 흘러나오니까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지금 걱정해 주시는 겁니까? 마음은 감사하지만, 딱히 마법을 포기하려는 건 아닙니다.”
아니, 그 이전에 그딴 시체에 관심 없는 것 정도로 마법사의 길을 포기하네, 마네 하는 것 자체가 내겐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내 말을 들은 카이네는 잠시 심각하게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걱정은 아닌 것 같은데? 네가 마법에 목을 매는 것 같지도 않으니, 위로는 필요 없을 테니까. 애초에 나는 재능 없는 인간들의 입장 같은 건 모르거든.”
정말 마법에 목을 매는 사람이 들었으면 피눈물을 흘릴 만큼 재수 없는 소리였다.
“그래도 마법을 완전히 포기할 생각이 아니라면, 너한테 온 기회의 소중함 정도는 느끼는 게 좋을 거야. 스승님은 물론이고, 알마이어의 관심 한 조각이면 인생을 버릴 마법사들이 수두룩하니까. 넌 그런 기회를 얻은 거야.”
“저도 바보는 아닙니다. 그 정도는 알고 있어요.”
아직 제대로 된 마법 스킬을 얻지는 못했지만, 이 기회가 일반 마법사들에게 얼마나 대단한 것일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다만, 그 관심을 주는 둘이 제대로 맛이 간 상태여서 문제지.
뭐, 카이네의 관심은 자신의 스승인 비올카가 관심을 보이니까, 슬쩍 얹은 정도라고 해도 말이다.
“뭐, 조바심을 내는 것보다는 차라리 네가 낫지만. 재능 없는 마법사의 집착은 끝이 추하기 마련이거든. 혹시 선을 넘고 싶으면 차라리 스승님이나 나한테 말해. 죽지 않는 선에서 도와줄 테니까.”
카이네가 위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명심하도록 하죠.”
나는 웬만하면 절대 카이네에게 상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명심’했다.
* * *
폭풍 같은 날들이 지나가고, 내게 일상이란 것이 돌아왔을 즈음, 의외의 인물이 나를 호출했다.
나는 약속 장소로 정해진 수도 교외에 위치한 별장에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자, 나이 지긋한 노인이 나를 위층으로 안내한다.
나는 그곳에서 바다색 눈동자가 인상적인, 갈색 머리의 훤칠한 미남에게 인사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왕자님.”
“음, 그대가 에슬란테 가문의 차남인가?”
2왕자, 제이스 라메리오노스의 말은 차남이라는 단어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예, 맞습니다.”
제이스는 손으로 맞은편의 의자를 가리키며 자리를 권했다.
“겨우 16살이라고 하던데, 대단하더군. 나보다 8살이나 어린데 말이야.”
“과찬이십니다.”
사교도와 내가 얽혀 있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있지만, 알마이어와 왕실은 모든 사정을 알고 있는 만큼, 제이스가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뻔했다.
나는 제이스의 상태 창을 확인했다.
정말 별 볼 일 없는 전투력, 겨우 일반적인 모험가 수준의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명석한 두뇌와 야망이라는 특성이 눈에 띈다.
“내가 자네를 왜 부른 것 같나?”
“호기심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2왕자가 재미있다는 듯 턱을 만지며 살짝 미소 지었다.
“한 5분의 1 정도 맞는 대답 같군. 하지만 호기심만으로 움직이기엔 내가 워낙 바쁜 몸이라서 말이야.”
“저는 그저 시골 귀족의 차남일 뿐인데, 그것 이외에 전하께서 저를 찾으실 이유는 당장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제이스가 바로 그것이라는 듯 눈빛을 빛냈다.
“당장 찾을 이유는 없지. 하지만 그 필요한 당장이 찾아왔을 때면 늦어 버리는 게 바로 그 ‘당장’이야.”
“그 말씀은…….”
“내 위로는 형이 하나 있지. 규모는 다르지만, 형이 있다는 게 차남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대도 잘 알 것이라 생각하는데…….”
아, 내가 형이 있긴 했지. 잠시 잊고 살고 있었다.
나의 그런 마음을 알 리 없는 제이스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자네는 겨우 16살이야. 그런데 혼자서 사교도들의 본거지를 습격할 정도의 능력이 있어. 그리고 알아본 바로는 그 비올카의 제자라더군.”
“과대평가입니다.”
실제로 나는 비올카가 진행하는 수업의 명실상부한 꼴찌였다.
“겸손하군. 대부분의 능력 있는 차남들은 겸손하긴 하지. 그래야 살아서 성인이 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자네 정도의 능력과 재능이 있으면, 장남이란 이유만으로 형이 가문을 물려받는 것은 별로 내키지 않지 않나?”
“그건 전하의 입장에서 나온 말씀이라고 봐도 되겠습니까?”
내 말을 들은 제이스의 웃음이 더 짙어졌다.
“그럼 아니겠나? 이건 형님도 알고 있는 사실이야. 우린 서로 숨기지도 않지. 그러기엔 이미 멀리 왔기 때문에.”
“그럼 저는 골치 아픈 입장이 됐다고 볼 수 있겠군요.”
“미안하게도 그렇게 되겠지. 나와 접촉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마 견제를 받게 될지도 몰라. 아니, 분명 그렇게 되겠지. 형님이 그대를 얼마나 주시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전혀 미안해 보이지 않는 제이스를 보고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뭐, 골치 아픈 일일지도 모른다는 것은 예상했다.
그렇다고 거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럼 저보고 왕자님의 진영에서 힘이 되어 달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게 된다면 최고겠지. 아무리 내가 형님보다 능력이 있다고 해도, 결국엔 차남이라는 굴레는 어쩔 수가 없어. 이미 형님은 그 1왕자라는 지위만으로도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니, 나는 이렇게 미래에라도 투자를 해야 하는 형편이야. 안타깝게도 현재는 형님의 편이니까.”
“불리한 쪽에 붙으라는 말씀을 당당하게도 하시는군요.”
불리한 입장이지 않냐는 말에도 제이스의 표정은 시종일관 여유로웠다.
“대대로 왕실의 수호자라 불린 루클랜드 공작가, 그리고 그 밑에 있는 귀족들 대부분이 1왕자인 형님을 지지하지. 전통과 안정을 중시하는 그들에게는 당연히 왕은 첫째이니까 말이야.”
“계속해서 불리한 이야기만 하시는군요.”
제이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불리해. 하지만 뒤집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 일단 알마이어, 그 도마뱀들은 무조건적인 중립. 아예 왕실은 물론이고, 왕국에도 신경도 안 쓰는 족속들이니 배제해도 되고, 그럼 주류가 되지 못한 귀족들, 불리한 쪽에라도 배팅하지 않으면 파이를 나눠 먹지 못하는 자들을 끌어들이면 돼. 게다가 내 모친께서는 아가일 변경백의 누이동생이시지. 어마마마께서는 안타깝게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지셨지만, 내 외숙부께서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은 조카를 매우 예뻐하신다네.”
아가일 변경백.
딱히 ‘상식’이 아니라도 몇 번이나 이름을 들어본 자였다.
라메리안 왕국의 동쪽 국경을 야만족들로부터 철벽과 같이 막고 있는 대귀족.
아가일 변경백은 최근 야만족 사이에서 통합 전쟁이 일어난 덕분에 그 영향력이 더욱 강해지고 있는 중이었다.
잠재적인 위협이 꿈틀거리면 그것을 틀어막고 있는 자의 권한과 위상이 격상하는 것은 필연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렇듯 야만족들의 움직임은 가려운 수준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지만, 변경백이 병력과 군비를 마음껏 확장할 명분이 생겼다는 게 중요하다.
즉, 야만족들 덕분에 아가일 변경백이 힘을 기를 기회가 생겼다는 뜻이다.
아카데미라는, 전국의 귀족들의 자식이 모인 곳에 다니다 보면 이런 정보들을 어렵지 않게 주워들을 수 있었기에 나도 대충은 돌아가는 상황을 알고 있는 문제였다.
그 상황이 지금 내 앞에 있는 제이스 왕자에게도 유리한 상황이라는 건 지금 알게 된 거지만.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떠올리며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제이스는 목이 마른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사실 에슬란테는 관심 밖이었어. 돈이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딱 그 정도라고 생각했으니까. 내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자네 같은 자가 미래의 적이 되는 건 부담이야. 그러니 적어도 적은 되지 않았으면 해서 이렇게 부른 거지.”
“불리하다고 엄살 피우러 오신 게 아니라, 반쯤은 협박을 하러 오셨군요.”
제이스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야. 아니, 그런 마음도 있었지만, 방금 접었지. 협박을 하기엔 껄끄러운 상대란 걸 알아 버렸거든.”
“저를 그렇게 높게 평가하시는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바로 이런 점.”
제이스가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다 망해 가는 놈들이라고는 하나, 혼자서 사교도들의 잔당을 전멸시켰어. 그런데 그걸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왜 대단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행동하고 있지. 그 사건이 이 만남의 원인이란 것을 알면서도 말이야. 그건 이 정도는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차라리 대단한 일을 했다고, 어린 나이에 어울리게 자부심에 콧대가 하늘을 찔렀다면 이런 대화 자체가 없었을 거야. 그저 사악한 사교도 무리를 처단해 준 데 대한 칭찬이나 몇 마디 하고, 기분 좋아하는 자네와 식사나 하고 일어났겠지.”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나는 말을 잃었다.
“같이 아카데미를 다니는 학생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지 않나? 그 눈에는 지금 누가 보이지? 요즘 자주 같이 다닌다는 알마이어의 마녀? 아니면 카마로? 그것도 아니면 비올카인가?”
“…….”
나는 순간 다른 사람들은 이름이면서 왜 카이네만 마녀인지를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아도 이유가 짐작되어서 그냥 넘어갔다.
“16살, 그 나이에 이미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무서운 거야.”
제이스는 하녀를 불러서 식사를 가지고 오라고 한 뒤 말을 이었다.
“아까 적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 협박이라고 오해하지 말아 줬으면 하네. 진심이니까. 형님 편에 서지 않고 중립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그것만 해 줘도 내가 이겼을 때 섭섭하게는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지.”
듣고만 있던 나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무심코 민감한 주제를 꺼냈다.
“그렇게 불안하다면, 지금 제거하는 게 편하지 않습니까?”
제이스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게 자네 방식인가? 뭐, 맞는 말이야.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싫어하지만은 않는 방법이기도 하고. 그런데 자네는 정말 자신의 위치를 모르는 것 같군. 어떤 미친놈이 비올카의 제자를 건드리겠나? 그녀가 딱히 자네를 아끼는 게 아니더라도, 아무 이유 없이 먼저 해코지하는 짓은 아바마마라도 못해.”
제이스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어느새 식탁에는 음식이 가득 차 있었지만, 식사가 이어지진 않았다.
“이런, 생각보다 대화가 길어졌군. 아쉽지만 같이 식사는 못 하겠어. 혹시라도 내 입김이나마 필요한 일이 있다면 부탁에 대한 대가로 조금은 도와주도록 하지. 그럼 먼저 가 보겠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는 제이스에게 인사했다.
제이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손을 흔들며 멀어져 갔다.
다시 자리에 앉은 나는 푸짐하게 차려진 식탁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대범하다고 해야 할지, 무모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렇게 대놓고 왕위를 노리는 것을 티를 내고 다니다니.
아니면 저 정도의 배짱 없이는 장남과 차남의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 것일까.
아무리 그래도 저러고 다니면 시종일관 암살 위협에 시달릴 것 같은데.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을 때, 그것을 방해하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사교도 본거지에 침입자가 발생했습니다.]사건이 있고부터 벌써 일주일이 넘게 지났음에도, 주변을 수색하고 흔적을 찾는 특무대가 들락날락하는 것을 알리는 메시지였다.
이것이 좀 진정이 되어야 몬스터도 복귀를 시키고, 던전 자체도 활용을 할 텐데.
사실 일반적인 던전으로 활용하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있기 때문에 당분간 저러고 있는다고 손해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거의 아무도 다니지 않는 산속에 있는 오두막, 그것도 벽난로 밑의 비밀 통로를 내려가야 겨우 내 던전이니, 접근성이 최악이다.
그래도 활용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원할 때 몬스터를 소환해서 병력을 모을 수 있는 거점이 늘어난 것이니까.
앞으로 직접 움직여서 던전을 차지하는 것에 한계가 왔을 때 요긴하게 써먹을 수도 있다.
2왕자에 이어 던전에 대해 생각하던 나는 시선을 느끼고 주변을 둘러봤다.
요리장인 듯한 통통한 남자가 조리모를 꼬옥 붙잡고 힐끔거리고 있었다.
요리가 마음에 안 든 거라고 생각했는지, 소량이지만 네거티브 포인트까지 들어왔다.
나는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귀엽게 느껴져서 웃음이 나왔다.
나는 요리를 만든 사람이 충분히 만족할 만큼 먹는 모습을 보여 준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때.
[지옥 상점에서 공지 사항이 도착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두 번째 공지 사항이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