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 special! Dunge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8
28
나는 매복시켜 놓은 몬스터들을 던전 앞으로 진격시켰다.
오크들과 하이오크들은 지옥 상점에서 구입한 양질의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온몸을 갑옷으로 덮은 탓에 겉으로는 오크라는 것을 알기도 힘들 정도다.
거기에 더해서 덩치가 오크들보다도 훨씬 거대한 다이어 울프들도 상당한 숫자를 섞어 넣었다.
토벌대는 막 후퇴하려는 순간에 나타나서 입구를 봉쇄한 병력을 보고 혼란에 빠졌다.
[추가로 병력이 증원된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특히 저 늑대는……!]모험가는 다이어 울프를 보더니 안색이 하얗게 탈색됐다.
내 던전을 침입한 놈들이 아니라면 웬만하면 공격하지 않기로 했지만, 어차피 이번에는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처음부터 내가 꾸민 일이다.
나는 몬스터들에게 병장기를 준비시켰다.
척척.
이미 오랜 전투로 후퇴를 생각할 만큼 체력과 인원을 소모한 토벌대와 때를 기다리며 전력을 완전히 보존해 놓은 몬스터 부대의 싸움.
게다가 대부분이 1단계 몬스터인 오크라고 해도, 온몸을 갑옷으로 뒤덮고 있는 한 모험가들에게도 그리 쉬운 상대가 아니다.
토벌대도 그것을 알고 있는지 얼굴에 절망감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젠장! 어떤 빌어먹을 새끼들인지 몰라도 이렇게 된 이상 뚫는 수 말고 뭐가 있나!]대머리 기사는 인상을 팍 찌푸렸다.
그래도 노련한 기사인 만큼, 새로운 전투를 앞두고 부하들에게 격려의 말을 건네려는 것 같았다.
푸욱.
하지만 그는 검을 치켜들고 입을 열려는 순간, 자신의 그림자에서 뻗어 나온 검은 가시에 가슴이 뚫렸다.
[쿠, 쿨럭……! 무, 무슨……?]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피를 토해 낸 대머리 기사의 몸이 허물어졌다.
나는 그것과 동시에 몬스터 부대를 돌격시켰다.
내가 정해 준 진형을 완벽하게 지키며 돌격해 들어간 몬스터 부대와 토벌대가 충돌한다.
이미 인간보다 큰 덩치를 가진 오크들이 무거운 갑옷까지 껴입고 거대한 방패를 앞세워 들어온 돌격은, 허물어질 대로 허물어진 진형에다가 지휘관을 갑작스레 잃은 충격에 빠진 토벌대가 감당할 만한 질량이 아니었다.
콰앙!
가뜩이나 큰 덩치를 자랑하는 몬스터들에 무거운 갑옷까지 더해지자 그 질량만으로도 이미 무기나 다름없었다.
먼지마저 일어날 정도로 요란한 충돌에 모험가들 몇몇이 깔려 죽는다.
3단계 몬스터인 민둥 원숭이를 토벌하러 온 모험가들이지만, 그들은 용병이나 병사가 아니다.
몬스터들을 상대하던 그들은 단단한 방패를 앞세우고, 진형을 갖춰서 창과 같은 냉병기로 공격해 들어오는 적을 상대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베테랑 모험가들이 생각보다 선전하고 있긴 했지만, 그림자 마수가 튀어나와 전장을 활보하고, 다이어 울프들이 뛰어다니며 전장을 헤집기 시작하자 피해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같은 3단계 몬스터라고 해도 3마리가 한 세트인 민둥 원숭이의 가격보다 하이오크, 다이어 울프 1마리의 가격이 더 비싸다.
이미 체력, 숫자, 장비에서 실력 차이를 메우고도 남을 정도다.
그 와중에도 집요한 민둥 원숭이들의 게릴라가 계속된다.
그것은 나에게도 피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바로 다음 계획을 위해 3단계 비행 몬스터, 거대 박쥐들을 투입시켰다.
토벌대는 이미 희망 없는 전투를 치르는 와중에 입구 쪽에서 거대한 박쥐들이 떼를 지어 들어오자 한층 더 당황했다.
박쥐들의 목표는 토벌대 병력이 아니었지만, 큰 동요로 인한 사기 저하는 가뜩이나 궁지에 몰린 그들에게는 치명적이었다.
박쥐들은 내가 사전에 준비한 공포초 가루와 마비초 가루를 잔뜩 담은 자루를 쥐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갑작스레 나타난 새로운 적에게 투척물을 던져 대는 민둥 원숭이들에게 투하하기 시작했다.
푸확.
민둥 원숭이 서식지 상공을 한순간이나마 뿌옇게 만들 정도로 짙은 농도의 분진이 흩어진다.
[끼끼긱!]높은 곳에서 터뜨린 만큼, 지상까지 내려오면 이미 공기 중으로 흩어져서 별다른 효과가 없을지라도, 민둥 원숭이들은 높은 나무에 매달려 있는 상황이라 분진의 효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역시나 민둥 원숭이들은 갑작스레 터진 분진 폭탄에 1차로 당황하고, 그것을 들이마시고는 적잖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전투 흥분으로 인해서 공포에 대한 것은 극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지만, 나무 위를 뛰어다니는 놈들에게 조금의 동요와 마비 현상은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당황해서 자리를 옮기려는 시도, 그리고 사소한 마비만으로도 나무를 건너뛰려던 원숭이를 바닥에 불러 내리는 것이 가능하다.
툭, 툭, 툭, 툭.
숲속 여기저기서 원숭이들이 바닥으로 낙하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오크들과 혈전을 벌이던 모험가 하나가 질린 목소리로 고래고래 소리친다.
급변하는 전장은 그것만으로도 병사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기 마련이다.
이미 토벌대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한계에 몰려 있었다.
원숭이가 떨어지는 소리에 잠시 한눈을 판 몇몇 모험가가 오크들의 가차 없는 창에 꽂혀 울컥 피를 토해 낸다.
이미 이 시점에 토벌대는 몇 남아 있지도 않았다.
나는 토벌대를 상대하는 병력을 나눠서 바닥에 떨어진 원숭이를 처리하도록 명령했다.
마비 효과와 추락으로 인한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전에 최대한 많은 숫자를 죽여야 한다.
다이어 울프들이 뛰어다니면서 원숭이들의 머리를 통째로 씹어서 으깨 놓기 시작했다.
오크와 하이오크들도 바닥에서 꿈틀대는 원숭이의 가슴을 밟아 고정한 후에 정확히 심장에 창을 박아 넣는다.
나는 일련의 장면들을 바라보면서 가슴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 던전을 차지하기 위해서 계획을 수립하고, 준비하고, 실행한 것까지 전부 내 선택에 의해 한 일이다.
지금까지도 이득을 위해 죽이고, 방해되면 죽이고, 나를 노리면 죽였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그래, 이번에는 조금 더 찜찜한 기분이란 표현을 쓰면 딱 어울릴 것 같다.
언젠가 필요해지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무언가 마음의 벽이 한 단계 무너진 느낌이 든다.
그런 고민을 하는 사이, 어느새 토벌대는 전부 차가운 바닥을 굴러다니는 신세가 됐고, 바닥에 떨어진 원숭이들도 많이 정리가 된 상태였다.
마비에서 풀려나 다시 나무 위로 올라간 원숭이들도 있었지만, 이미 실질적인 점령을 인정받을 만큼 던전의 주인들의 숫자는 볼품없어진 상황이다.
[던전 점령을 1시간 30분 동안 유지하셔야 합니다.]던전 소유권을 획득하려고 하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아마 간접 점령을 하기 위한 조건들 중 하나인 것 같다.
토벌대도 전멸시켰고, 민둥 원숭이들도 워낙 많이 죽어 나간 데다 아직도 비행하고 있는 박쥐들 때문에 겁을 잔뜩 집어먹은 상태여서 전투는 사실상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나는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역시나 점령 가능 시간이 올 때까지 원숭이들은 간헐적인 투척 공격을 해 올 뿐, 이렇다 할 반항을 하지 못했다.
[고대 거목의 소유권을 획득하시겠습니까? 440,000 네거티브 포인트]역시나 3단계 던전이라 그런지, 어마어마한 가격을 자랑한다.
간접 점령인 만큼 더 높은 포인트를 요구한다고 해도, 대부분의 몬스터를 죽여 놓은 상태인데도 이 가격이라니.
하지만 이번 작전을 실행하면서 쓴 포인트도 많지만, 번 포인트가 워낙 많아서 아슬아슬하긴 하지만 소유권을 획득할 수는 있다.
애초에 이렇게 포인트가 많이 필요할 것이란 생각에 병력 소모를 최소화하고, 대량의 포인트를 모으기 위한 방법으로 토벌대를 이용한 것이니까.
[이벤트 목표가 달성되었습니다. 보상을 수령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던전을 차지하자, 이벤트 목표를 달성했다는 메시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먼저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
일단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숨겨야 했다.
나는 몬스터들을 전부 철수시켰다.
이제부터 최대한 인적이 드문 장소를 골라, 야간에만 이동하는 방식으로 사교도 본거지까지 병력을 이동시켜 숨겨야 한다.
몬스터 병력을 철수시킨 후에는 살아남은 원숭이들을 이용해서 시체를 흩어 놓고, 전투 현장에 찍혀 있는 족적과 이동하면서 생기는 흔적들을 알아보기 어렵게 흩어 놓기 시작했다.
토벌대의 시체가 입은 상처를 조사하면 당연히 민둥 원숭이에게 당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겠지만, 최대한 그 시점을 늦추고, 이번 전투가 어떻게 진행된 것인지 알기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건을 재구성하는 것은 그만큼 어려워질 것이다.
지금 남아 있는 민둥 원숭이들은 어차피 다음에 들이닥칠 더 큰 규모의 토벌대에게 전멸할 것이다.
이 정도 규모의 토벌대가 전멸당하는 경험을 했으니, 아예 화공을 펼쳐서라도 쓸어버리려 할 테니까.
나는 중간중간 그림자 마수의 시야를 공유하면서 인간이 다니지 않을 정도의 험지를 경유하는 길을 찾아내는 작업까지 병행했다.
정말 하루 종일 이러고 있으니, 현기증이 날 정도로 심력 소모가 큰 작업이다.
현장 정리는 사실 포인트를 쓰면 바닥을 갈아엎어서 아예 흔적이 남지 않게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럴 포인트마저 아까울 정도로 가진 게 없는 상태다.
몬스터 병력이 사람을 마주치기가 더 힘들 만큼 외진 곳까지 이동을 마쳤을 때, 나는 비로소 던전 창을 끌 수 있었다.
“후아…….”
절로 한숨이 흘러나온다.
장장 2주가 넘는 기간 동안 이번 일에 매달렸던 나는 일이 끝나자 한꺼번에 피로가 덮쳐 오는 것을 느꼈다.
비대해진 능력치 덕분에 체력적으로는 무리가 없었지만, 심적인 피로는 또 다른 문제였기 때문이다.
시간 안에 목표를 확실히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 말고는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에 하기야 했지만 말이다.
나는 고개를 흔들어 잡념을 떨쳐 버리고, 이벤트 보상을 수령했다.
예전보다 조금 더 화려한 상자 하나가 나타났다.
나는 저번과 비슷하게 생긴, 안쪽의 내용물을 확인할 수 없는 검은 공간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안쪽에서 말캉거리는 무언가가 손에 잡혔다.
그것을 집어서 꺼내려던 나는 갑작스레 내 손으로 흡수되는 감각에 깜짝 놀라 손을 빼내려 했다.
하지만 손을 빼냈을 때는 이미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 듯 말캉거리던 그것이 전부 흡수된 상태였다.
“뭐야……?”
나는 불안한 눈초리로 손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스킬이 습득될 때는 그냥 손을 집어넣었을 때 습득됐다는 메시지가 떴는데…….
그런 생각을 할 때, 손에서 느껴지던 그 느낌이 온몸을 타고 돌기 시작했다.
“음?”
고통스럽진 않지만 뭔가 좋지만은 않은 기분이다.
그렇게 몸을 한 바퀴 돌던 느낌은 곧 다시 손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갔다.
[특수 아이템, 지옥 주머니를 획득했습니다.]나는 떠오른 메시지를 멍하니 바라봤다.
아이템을 얻었다는데, 정작 내 손엔 아무것도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
내가 요상한 감각을 느꼈던 손을 바라보며 의아함을 느끼자, 손 위로 모든 빛을 흡수하는 블랙홀과 닮은 검은색 구멍이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