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 special! Dunge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5
75
다음 날 아침, 나는 준비했던 선물을 주기 위해 루시아를 데리고 정원으로 나왔다.
어젯밤에 주려고 했지만, 너무 곤히 자는 바람에 그대로 침대에 눕혔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게 진짜 내 비장의 무기였다.
자고로 어린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물이 무엇인가?
바로 강아지다.
귀여운 강아지를 보면 까무러치게 좋아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게다가 내가 준비한 강아지는 그런 일반적인 것들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실용성을 갖춘, 그야말로 명견이었다.
정원 멀리서 내가 준비한 선물이 걸어오고 있었다.
“도, 도련님……?”
우리와 동행한 크리스와 엘라가 동시에 당황한, 아니 겁에 질린 목소리를 냈다.
루시아는 바짝 언 상태로 내 바지를 꼭 쥐고 있었다.
“루시아, 내가 준비한 선물이야.”
나는 자랑스레 준비한 강아지, 정예 몬스터로 업그레이드까지 마친 다이어 울프를 가리키며 말했다.
“미치셨어요!”
내 말이 끝나자마자 엘라가 목청이 찢어져라 소리쳤다.
“도련님, 분명히 강아지를 선물로 준비하신다고 하셨죠……?”
크리스마저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 강아진데?”
나는 의견을 피력해 봤지만, 두 하녀의 눈빛은 매서웠다.
다가오던 다이어 울프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는 눈치를 보며 어정쩡하게 멈춰 있었다,
“전혀 안 위험해. 말도 얼마나 잘 듣는데.”
나는 증명을 위해 다이어 울프에게 이것저것 시키기 시작했다.
“앉아, 일어나, 손, 굴러, 누워.”
다이어 울프는 자신의 무해함을 증명하려는 듯 내 명령에 따라 착실히 움직였다.
마지막에는 복종의 의미로 배를 까고 드러누워서 낑낑거리며 애교까지 부렸다.
그런데도 두 여인의 눈빛은 한없이 차갑기만 했다.
저건 이미 상전을 보는 눈빛이 아니었다.
그래, 또라이는 보는 눈빛이다.
하지만 엘라가 자신의 뒤로 숨겨 놓은 루시아는 달랐다.
루시아는 자신을 잡고 있는 엘라의 손을 살짝 밀어내고, 다이어 울프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아, 아가씨, 위험해요.”
나는 다시 루시아를 잡아채려는 엘라를 막았다.
내가 다이어 울프에게 내려놓은 명령은 단 하나, 루시아에게 절대 복종할 것.
다이어 울프가 루시아에게 해를 끼칠 일은 절대 없다.
천천히 다가간 루시아는 손을 뻗어서 다이어 울프의 코에 가져다 댔다.
“그르릉.”
다이어 울프는 루시아의 손길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머리를 들이밀어서 루시아의 볼에 가져다 댔다.
하지만 발 크기만으로도 루시아의 머리보다 큰 덩치의 다이어 울프의 애교는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털썩.
그 힘에 밀린 루시아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 아가씨!”
그 모습에 엘라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마치 당장이라도 루시아가 잡아먹힐 것이라 생각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놀라기는 다이어 울프도 마찬가지였다.
“끼잉, 끼잉.”
정예 몬스터가 되면 명령에만 복종하는 기계에서 자아를 가진 개체로 바뀌게 된다.
즉, 다이어 울프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이 녀석은 지금 자신이 주인을 넘어뜨린 것에 미안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바닥에 몸을 바짝 붙이고 낑낑대는 다이어 울프를 본 루시아는 빵긋 웃음 지었다.
“난 괜찮아!”
그리고는 손을 들어서 다시 콧잔등을 찰싹찰싹 두드렸다.
“오라버니! 얘 이름이 뭐예요?”
“네가 주인이니까 네가 지어 줘야지.”
내 말에 루시아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오라버니가 주신 선물이니까 오라버니가 정해 주세요.”
“내가?”
나는 갑작스런 요청에 잠시 생각에 빠졌다.
“메리, 메리로 하자.”
“메리야!”
루시아는 활짝 웃으면서 다이어 울프의 털을 붙잡았다.
순간, 메리와 내 눈이 마주쳤다.
-찝쩍거리는 놈이 보이면 바로 사타구니를 물어 버려.
나는 메리에게 추가로 명령을 내렸다.
끄덕.
메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훈훈하게 마무리가 됐으면 좋았겠지만… 나는 아카데미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엘라와 에일라의 설교를 귀에 딱지가 앉을 때까지 들어야 했다.
* * *
“하아아, 오랜만에 인간 세계 냄새를 맡으니까 너무 좋네요.”
오랜만에 바깥에 나온 벨로제는 기지개를 켜며 좋아하고 있었다.
웬만하면 그녀가 밖에 나오는 걸 허락하지 않지만, 오랜만에 아무도 없는 산속에 있을 때는 괜찮다 싶어서 허락한 참이었다.
“여기에 마스터가 찾는 던전이 있는 건가요?”
“그래. 아직 한참 더 들어가긴 해야 하지만.”
나는 지금 라메리안 왕국과 제나스 왕국 사이에 있는 루프테인 산맥에 와 있었다.
속칭 ‘버려진 산’으로 불리는 루프테인 산맥은 두 나라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곳이었다.
실상은 버려졌다기보다는 두 나라가 오랜 세월 눈치를 보느라 중립 지역으로 남은 거지만, 더럽게 험준한 데다 많은 수의 몬스터가 출몰하는 특성 덕에 버려졌다는 이미지가 박힌 것이다.
두 나라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면 못 가져서 안달일 텐데 말이지.
이 세계에서는 몬스터도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하게 있으면 독이 되지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몬스터들은 돈이요, 자원이요, 경험치인 세계였다.
그 덕분에 루프테인 산맥은 라메리안, 그리고 제나스 양국의 모험가가 모이는 명소였다.
물론 내가 다른 모험가들처럼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해서 온 건 아니다.
당연하지만, 내 관심사는 여기에 있는 강력한 던전이었다.
라메리안 왕국은 이미 늘릴 만큼 늘린 던전으로 포화 상태.
더 이상 늘려봐야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는 꼴밖에 안 된다.
손님의 수는 제한되어 있는데 점포만 늘려서야 매출이 제대로 나올 리가 없지 않은가.
결국 답은 해외 진출이었다.
그리고 이 루프테인 산맥은 그 시작점이 될 중요한 곳이었다.
뭐, 그런 걸 생각하지 않아도 이곳은 강력한 몬스터를 찾아 수준 높은 모험가들이 찾는 곳.
내 새로운 던전을 개장하기에 아주 안성맞춤인 곳이다.
명색이 국경 지역인지라 대량의 몬스터를 이동시킬 수가 없어서 직접 와야 했지만,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마스터, 저 배고파요.”
“쯧.”
한참 구구콘이 보내는 영상을 보면서 지형을 파악하는데 벨로제가 징징거렸다.
나는 시선도 돌리지 않고 육포가 든 주머니를 던졌다.
“감사합니다!”
착, 하고 무사히 받는 소리와 함께 오물거리는 소리가 이어진다.
“지옥 상점 물건들 달달 외우라고 한 건 잘하고 있겠지?”
“당연하죠.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최고의 물건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하면서 헤헤헤, 하고 웃는 모습이 매우 못미덥다.
“그거만 먹고 들어가. 나도 쉴 만큼 쉬었으니 일을 마무리해야지.”
“넵!”
저 엉성한 경례는 또 어디서 보고 따라 하는 거야?
그래도 언제 봐도 방실방실 웃는 모습 때문에 밉지는 않았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내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는 걸 본 벨로제는 재빠르게 검은 구멍을 만들어서 돌아갔다.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 뭐라도 생긴다는 걸 깨달은 것인지, 요즘에는 아주 말을 잘 듣는다.
하지만…….
-야.
-네?
-육포를 다 들고 가면 난 뭘 먹으라는 거야?
-…….
정정해야겠다.
경우에 따라서 웃는 얼굴에 주먹은 꽂을 수 있을 것 같다.
* * *
목적지인 던전 앞에 도착한 나는 바로 던전을 차지하려 했다.
[루프테인 산맥의 암굴을 차지할 수 없습니다.] [이 던전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우두머리를 처치해야 합니다.]하지만 던전을 차지했다는 메시지 대신 처음 보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뭐지?
이런 경우는 한 번도 없었는데…….
몬스터를 통한 간접 점령의 경우에는 그 던전을 차지하기 위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피해를 입혀야 하긴 했다.
하지만 내가 직접 던전을 차지하는 경우에는 아무런 조건 없이, 네거티브 포인트만으로 점령이 가능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직접 왔음에도 점령이 안 되는 데다, 점령을 위한 조건 자체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우두머리를 처치하라니…….
메시지 자체는 전혀 어려울 것 없는 내용이었다.
물론 내용이 간단하다고 해서 그걸 달성하는 게 쉽다는 뜻은 아니었다.
살을 빼려면 운동을 하고 식단 조절을 하십시오.
얼마나 이해하기 쉽고 간단한가.
하지만 그걸 행동에 옮기는 것은 이해하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나는 깊숙이 파인 암굴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가장 안전한 길은 역시 돌아가는 것이겠지만, 그렇게 되면 여기까지 낑낑대며 올라온 것이 다 헛고생이 되고 만다.
뭐, 헛고생 좀 하는 게 죽어서 향냄새 맡는 것보다야 일억 배 정도 낫긴 하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던전에 관련된 메시지라는 게 마음에 걸렸다.
서른 곳이 넘는 던전을 차지하는 동안 처음 겪는 경우였다.
가뜩이나 던전에 관련된 것은 내 고유 능력이라 벨로제도 전혀 아는 게 없었다.
그만큼 새로운 정보를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인데, 이런 기회를 놓치기는 아까웠다.
나는 유사시 내가 동원할 수 있는 수단들을 체크해 봤다.
먼저 ‘내가 던전이다’를 발동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가용 네거티브 포인트가 1,580만.
이벤트 때 대량으로 소모한 이후 해외 진출의 꿈을 꾸며 알뜰살뜰 모은 살림이었다.
다음으로는 이제 내 몸의 일부처럼 느껴질 정도인 그림자 마수 여덟.
마지막으로 아직 꺼내 보지도 않은 이벤트 보상, 독파룡 간카오스까지.
이 정도 카드들이면 최악의 경우에도 내 몸 하나 정도는 빼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우두머리인지 뭔지 하는 놈을 볼 때까지 내 체력이 버텨 주느냐 하는 건데…….
이 던전은 모험가들에 의해 발견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던전이다.
그래서 위치 말고는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다.
모험가들에 의해 밝혀진 것이라고는 동굴 안으로 진입하고 가장 먼저 마주친 몬스터가 체고가 성인 여성 정도 되는 거대한 거미라는 것뿐이었다.
거대한 거미 형태의 몬스터는 내가 가진 던전에도 흔하긴 하지만, 체고가 성인 여성 수준이면 지속적으로 마력에 노출되어 변형된 돌연변이일 가능성이 높았다.
실제로 그 거미 세 마리를 마주친 모험가 파티가 동료를 두 명이나 잃었다고 했었지.
나는 모험가 조합에서 받아서 숙지한 자료를 떠올렸다.
동굴 바깥에는 마력 농도가 별다를 게 없는데…….
확실히 그 정도의 형질 변화를 일으킬 정도의 농도는 아니었다.
결국 들어가 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얘기인가.
나는 이제 습관이 되어 버린 전후방 그림자 마수 배치를 마치고, 어둠을 밝히기 위해 불꽃을 생성했다.
그때.
[담당 판매원이 6등급 아이템, 어둠 속의 주시자를 추천합니다. 구매하시겠습니까? 38만 네거티브 포인트가 소모됩니다.]귀신같이 벨로제의 추천이 들어왔다.
-어둠 속에서도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마스터.
갑자기 말투가 왜 이래?
나는 쓸데없이 깍듯해진 벨로제의 말투가 매우 거슬렸지만, 일단 아이템의 확인이 먼저였다.
‘어둠 속의 주시자’는 평범하게 생긴 안경이었지만, 효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야시경과 비슷했다.
-쓸모가 있으십니까? 마스터.
-…그렇긴 한데, 도대체 말투가 왜 그래?
-앞으로도 쓸모 있는 부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부디 육포 건은 용서를…….
-안 돼.
-우와앙! 너무해요!
내 단호한 거절에 벨로제는 순식간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돌아가면 피의 응징이 기다릴 테니 각오해라, 이 식충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