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mut: The forsaken RAW novel - Chapter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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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카가 양육비 요구를 받고 침몰한 것과는 별개로 시안은 50만 마르크의 특별 포상도 받고 황실 마법사가 되지 않겠느냐는 제의도 받았다.
물론, 그는 거절했다. 하지만 아스카와는 별개로 조사가 끝나면 언제든 황궁을 떠나도 좋다는 허가받은 터였다.
‘어렵사리 제국에서 나의 안전을 확보했군.’
시안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제 아스카 녀석 따위 어떻게 되든 그는 떠나버릴 수 있다.
그는 조사가 끝나고 자유를 찾자마자, 아레아와 헬무트에게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서 전달해 두었다.
이걸로 제국의 황실은 신전과 완전히 척을 졌다.
그대로 들이받지는 않을지라도, 황제 또한 신전을 내버려 두어선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신전을 약화시키거나, 신전의 반대쪽에 설, 명분이 있다면 언제든 그쪽을 도우리라.
그들도 바소르와 마찬가지로, 당하고만 있는 것은 스스로 용납지 못할 테니까.
하물며 제국이다. 황제의 자존심은 이번 사태로 박살 났으리라. 신전이 얼마나 그들을 우습게 봤으면 이런 짓을 벌인단 말인가.
황태자 암살미수 사건이 정리되기까지는 시일이 좀 걸렸다. 사실, 잘 정리되지도 않았다.
“이 일이 관련된 자들을 낱낱이 색출하라!”
간밤에 일어났던 일들을 알게 되자마자, 황제는 분노에 가득 차 명령을 내렸다.
그의 명령은 정확히는, 신전이 이 일에 연루되었다는 증거와 그들에게 협조한 이들을 색출하라는 뜻이었다.
황실 기사단과 황실 마법사들의 지휘 하에 황제의 뜻대로 모든 것이 움직였다.
시안이 자결을 막은 탓에, 복면인들은 모진 고문과 정신계 마법 속에서 그들이 알고 있는 사실들을 실토해야만 했다.
그들은 꼬리였고, 그 때문에 머리까지 이르는 일은 간단하지 않았다.
도망치던 윗선을 황실 마법사가 추적하여 잡아내고, 그들을 심문하여 머리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이는 신실한 신도로 알려진 고위 귀족 몇 명이 연루된 일이었다.
놀랍게도 그 고위 귀족 중에는, 황제가 즉위하기 전 애매하게나마 황제의 손을 들어줬던 이도 있었다.
신전에서도 다른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었던 것이다.
그들은 귀족들만 소속될 수 있는 ‘기도회’라는 하나의 독실한 모임에 속한 이들이기도 했다.
그 기도회는 제국 내에서 신전의 세를 확장하기 위해, 평민들 중에서 뛰어난 자들을 우두머리로 두고, 하부 조직을 세워 그들을 다스렸다.
그들이 신전과 잦은 접촉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은 루멘의 특별한 신도로 선택된 것을 영광으로 여겼다.
그들에게 군주는 루멘이고, 루멘의 말을 전달하는 대신관들이야말로 그들이 따라야 할 지도자들이었다.
그들이 황실 도서관과 황궁의 결계에 대해서 알아낼 수 있었던 건, 그중 한 명이 한때 황실 도서관의 관장을 맡았었기 때문이다.
그가 신전의 편에 섰다는 것은 이미 진작부터 알려진 사실이었다.
일대의 피바람이 예고되었다. 일을 획책한 귀족들은 감옥에 갇혀 처형일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고, 가담의 경중에 따라 그 일가족들은 작위를 박탈당하거나 함께 처형당하거나, 혹은 국외로 추방당할 운명에 놓였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들은 하나같이, 신전의 개입을 부정했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신전이 지시하거나 개입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 증거도 없었다.
신전이 폐쇄당할 거라는 소식을 들은 기도회의 사람들은 분개했고, 신전은 거기에 약간의 불씨를 보탰다.
만약 신전의 폐쇄가 저지된다면, 그 일을 해낸 자는 루멘의 가장 신실한 종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식으로.
신전은 신의 뜻은 인간의 뜻보다 우위에 있다고 내내 말해왔다. 곧 있으면 이루어질 신전의 폐쇄를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이 왜 그 하나뿐이었는지는, 주동자들도 설명하지 못했다.
신전은 늘 그렇듯 교묘하게 암시를 주는 집단이니까.
황제는 해명을 요구하는 사신을 정식으로 신전에 보냈고, 그들의 답변을 기다릴 것 없이 검토 중이었던 여타 신전 폐쇄를 한꺼번에 진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리노사와 근접한 신전 세 개가 한순간에 폐쇄되었다.
그 때문에 제국 안팎에서 신도들이 들고일어나면서 난리도 아니었다. 제국 안팎에 혼란이 일었다. 자연히 신전 폐쇄에 대해서 슬쩍 신전 편을 들었던 리노사와 제국의 황실과도 사이가 경직될 수밖에 없었다.
자그마치 황태자가 황궁 한복판에서 암살당할 뻔한 일이다.
리노사가 아무리 황실의 혈통을 이어받았다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넘어간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리라.
그 일은 미하엘의 입지를 약화시킬 것이 분명했다.
그는 비공식적으로 황태자를 방문한 것이었고, 그것은 리노사 대공이 명한 게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니까.
시안은 바로 바덴으로 떠나지 않고, 헬무트와 아레아에게 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주기적으로 보고를 해왔다.
그들이 그것을 원했기 때문이고, 또한 아스카를 버릴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뭐, 모든 일이 순조롭게 되어가고 있어. 아스카를 빼면 말이지. 다들 신전과 척을 지고, 신전 반대쪽에 선 세력이 강해질수록 우리가 유리하니까.”
아스카는 500만 마르크를, 적어도 그 절반을 갚지 못하면 제국을 떠날 수 없다. 도망치면 추적당해 잡혀올 것이다.
아레아가 직접 제국으로 와서 아스카를 빼돌리는 게 아니라면 가망이 없는 데다가, 그런 짓을 했다간 바로 아레아가 표적이 될 것이다.
파르네세 대공도 바덴에서 아스카가 누구와 함께 떠났는지 알고 있는 듯하니까.
“아 맞다. 아스카는 파르네세 대공의 정식 후계자로 선포되었어.”
일련의 사건을 처리하느라 분주함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한 파르네세 대공은 착착 자신이 의도한 대로 계획을 진행시켰다.
제도에 있는 파르네세 대공의 저택에서 크지 않은 무도회가 열렸고, 아스카는 거기서 벌레 씹은 표정으로 귀족들과 인사를 나누어야 했다.
어머니가 다부진 표정으로 그의 팔을 꼭 붙들고 있었기에 내뺄 수조차 없었다.
그동안 같이 지냈던 황실 기사단원들이 그의 정체를 알고 놀란 건 당연한 일이다.
‘어쩐지 거만하더라니.’
‘귀족도 아니고 황족이셨군요.’
아스카를 거만한 황족 도련님 취급을 하면서 그제야 납득을 한 그들이었다.
평생 그런 식의 거만을 황실 기사단에서만 떨어본 아스카로서는 억울한 일이었다.
[파르네세 대공은 아스카를 포기하지 않을 테고, 아스카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군. 본인도 모질고 냉정하게 부모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는 듯하니까.]아레아는 냉정하게 평가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아스카는 파르네세 대공의 뜻은 거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를 뿌리칠 수는 없었다. 그 때문이다.
“이 소식을 들으면 샤를로트는 어떻게 생각할까? 그녀와는 연락하고 있어?”
[우리는 바덴에 있고, 그녀도 바덴에 있으니까. 뭐…… 놀라는 눈치이긴 했어. 그녀의 생각이 영향이 있을까?]“샤를로트가 아스카한테 네가 파르네세 대공의 후계자가 된다면, 너와 결혼하겠다고 하면 되지 않을까? 일단 그렇게 해두고,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서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하면 아스카가 어쩌겠어? 뭐 잘 되면 좋겠지만, 아스카도 이제까지 보인 행적이 있으니 차여도 할 말 없지 않아?”
시안은 타락한 영혼처럼 속삭였다. 도저히 친구처럼 들리지 않는 발언이었다.
사실 그게 아스카에게 가장 덜 골치 아픈 결론이기도 했다.
[나는 샤를로트에게 그런 일을 시킬 생각이 없다. 그녀도 응하지 않을 테고.]단호한 음성이 들려왔다. 줄곧 침묵을 지키고 있던 헬무트였다. 그는 재차 입을 열었다.
[아스카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시안도 아스카와 거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아스카가 딴 생각을 못하게끔 파르네세 대공이 일부러 그를 바쁘게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안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늦은 밤에나 가능할 거야.”
그날 밤, 아스카와 헬무트는 대화를 나누었다. 시안도 아레아도 개입하지 않은 채로.
길지는 않지만 의미 있는 대화였다. 그 대화의 끝에서 아스카는 물었다.
“정말 내가 그래도 돼? 너는…….”
헬무트는 별말 없이,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아스카는 마법으로 비치는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럼 그렇게 할게. 후회하지 마라?”
[그래.]여전히 헬무트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한 점의 아쉬움도 없는 것처럼. 대화가 끝나고 아스카는 하룻밤 내내 꼬박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아침, 아스카는 바로 파르네세 대공을 찾아갔다. 왠지 모르게 가라앉은 얼굴이었다. 아스카는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저 당분간 황족으로 살게요.”
파르네세 대공의 반응은 냉정했다.
“그건 당연한 일 아닌가. 앞으로 496만 마르크 남았다.”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요. 제가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그리고 황실 기사로 지내면서 ‘과연 내가 생각한 것과 그곳에서 경험하고 느끼는 것이 일치하는지, 확인해보라’고하셨고.”
“그래서.”
“그러니까 당분간 그 의무라는 걸 다해보면서, 더 경험해보려고요. 아직은 잘 모르겠으니까. 사실 황실 기사단 생활, 저한테 나쁘지 않았어요. 그레타 검술학부랑 비슷하던데? 그리고 난 아카데미 생활이 꽤 적성에 맞았단 말이죠.”
“그렇군.”
파르네세 대공이 눈을 가늘게 떴다.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닌지 분석하는 것처럼 날카로운 눈빛이었다.
아스카가 푸념했다.
“아, 호위 임무는 좀 안 하고 싶은데.”
“황태자 전하께서 너를 찾으신다. 네 실력이 마음에 드시나 보더군. 아니면 네가 마음에 드는 걸지도 모르지.”
제국 최고의 권력자가 될 사람이 호감을 보인다면 기꺼워해야 할 만하건만, 아스카로서는 왠지 꺼림칙한 사실이었다.
“대신 부탁이 있어요. 황태자 전하한테도 말할 건데, 일단 아버지가 먼저 들어줬으면 좋겠군요.”
황태자보다도 더, 이 제국 내에서 결정권을 쥐고 있는 것이 파르네세 대공이다.
그가 들어서 안 된다고 한다면, 누구에게 말해도 안 될 것이다.
파르네세 대공은 누구보다 더 정확하게 그 사실을 판가름할 수 있었다.
“말해보아라.”
아스카의 입이 열렸다. 한동안 기나긴 이야기가 이어졌다.
파르네세 대공은 신중한 얼굴로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