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o Wants to Become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18
제118화. 습격
하늘 위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는 온건파 지부.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부상자들을 밖으로 옮겨!”
건물 정문에선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부상자들이 다른 마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빠져나왔다.
다행히도 사망자는 없었다.
지부에서 빠져나온 마족들은 저마다 문 쪽을 보며 말했다.
“대체 뭐야 저놈들은?”
“다른 마왕 후보 쪽에서 온 놈들인가?”
“우리가 벨져 후보님을 지원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건가?”
마계에서 마왕의 선출을 반대하는 유일한 단체, 마계 온건파.
허나 최근 벨져 후보가 온건파를 대표하는 후보가 되겠다는 선언을 한 이후, 온건파는 벨져를 지원 및 지지하는 단체로 역할이 바뀌었다.
물론 그 변화에 반감을 표하는 단원들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최근 영지 개발을 비롯해, 온건파만이 할 수 있는 다양한 계획들이 추가되면서 매우 긍정적인 분위기가 이어졌다.
지금의 사건이 벌어지긴 전까진.
단원들의 불안한 시선이 문 쪽으로 몰린 것도 잠시,
-저벅
곧 정문 너머로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드러냈다.
괴한들은 남녀 할 것 없이 전부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하필이면, 히블즈 님도 없는 이때…….”
온건파의 수문장으로 조직을 지켜주던 히블즈도 없는 지금,
일반 단원들로선 괴한들의 습격을 저지할 수 없었다.
하물며 그들의 무엇을 목적으로 온건파를 공격했는지 또한 알 수 없었다.
-후웅!
그때 하늘에서 와이번 한 마리가 나타나더니, 단원들과 괴한들 사이로 빠르게 안착했다.
이후 익숙한 인상의 흰 수염 마족이 와이번 위에서 내렸다.
그의 얼굴을 본 단원들의 얼굴이 빠르게 밝아졌다.
“히블즈 님!”
히블즈 그레이우돈.
벨져의 온건파 지지 선언 이후, 한동안 잠적했던 그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
“오랜만에 왔는데 좋은 상황은 아니군.”
말을 마친 히블즈는 신체 강화술을 시전했다.
오금을 저리게 하는 압도적인 마력에도 괴한들은 미동조차 일지 않았다.
“내 너희 모두를 죽일 순 있지만, 기회를 주겠다. 자신 있는 자 딱 한 명만 남아라. 그 한 명에게 이 습격의 진상을 전부 들을 것이니!”
어느새 눈빛마저 변한 히블즈는 주먹을 앞세우며 괴한들을 위협했다.
괴한들은 잠시 서로를 보며 무언의 의사를 주고받았다.
이내 히블즈가 준 기회를 받아들이겠다는 듯, 정말로 한 명만 남기고선 모두 자리를 떠났다.
홀로 남은 가면의 마족은 우두커니 선 채, 히블즈를 응시하기만 했다.
“혹여라도 쉽게 죽을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다!”
히블즈는 곧장 자리를 박차고 질주했고, 번개 같은 속도로 괴한의 목을 틀어잡았다.
그 모습을 본 단원들이 환호를 내질렀다.
이제껏 그에게서 목을 붙잡히고선 빠져나온 마족은 없었기에,
자연스레 히블즈가 괴한을 제압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1초도 안 돼서 중단되고 말았다.
-콰직!
히블즈에게 붙잡힌 괴한의 머리가 갑자기 터져버린 것이다.
“이게 무슨?”
히블즈 또한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머리가 터질 정도로 힘을 주지 않았으며, 하물며 호흡이 힘겨울 정도로 옥죄인 것도 아니었다.
괴한 스스로가 머리를 터트렸다는 것밖엔 설명되지 않았다.
터진 머리에서 쏟아진 피가 히블즈의 손을 타고 뚝뚝 흘러내렸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로군.”
히블즈는 멍한 눈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위엔 피 묻은 지푸라기 몇 가닥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머리 위로 또 다른 성체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후웅!
이번엔 와이번이 아니었다.
“뭐야 저건? 용마족인가?”
“요, 용마족처럼은 안 생겼는데? 저거 설마 드래곤 아니야?”
“미쳤어? 드래곤이 여길 왜 나타나?”
난생처음 보는 생명체에 모두가 혼란을 금치 못했지만,
정작 그 등에서 내린 마족은 너무나도 익숙한 마족이었다.
“브, 브릴리스 님?”
다름 아닌 온건파의 수장 브릴리스였다.
브릴리스는 내리자마자 바로 상황 보고를 요구했다.
“습격이 벌어졌다면서요? 대체 지부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브, 브릴리스 님? 타고 오신 그 성체는 대체?”
“이건 벨져 님의…. 설명은 나중에 드리겠습니다! 우선 일이 어떻게 된 건지부터……!”
“너무 서두르지 말게 브릴리스.”
인자함이 느껴지는 익숙한 목소리에 브릴리스는 바로 고개를 돌렸다.
“히블즈 님?”
“오랜만이군.”
반가운 건 둘째치더라도, 피 칠갑이 된 그의 모습에 브릴리스는 기겁을 금치 못했다.
히블즈는 자신의 피가 아니라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드디어 온건파에 돌아올 마음이 생기신 겁니까?”
“돌아올 마음이 생겼다기보단, 온건파의 위기를 무시할 수 없었던 거라고 봐야겠지. 그것보다 뒤에 있는 건……, 드래곤인가?”
히블즈의 물음에 수호는 인간형으로 모습을 바꿨다.
굴곡진 두 개의 뿔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벨져 님을 따르는 드래곤 수호 님입니다. 온건파 지부가 습격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저를 여기까지 데려다주셨습니다!”
“벨져 후보의? 그럼, 그 벨져는 지금 어디 있는가?”
“저와 함께 여기에……?”
뒤를 돌아본 브릴리스는 뒤늦게 벨져가 없어졌단 사실을 깨달았다.
이에 수호가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벨져 님이라면 조금 전에 먼저 내리셨습니다.]수호는 정신 감응이 아닌, 말로 직접 전했다.
[내리시면서 습격의 주동자들은 자신이 잡을 테니, 브릴리스 님께선 사태 수습에 전념해달라는 말씀도 전하셨습니다.]벨져 후보도 함께 왔다는 말에 단원들 사이에서 술렁거림이 일었다.
일부 단원들은 벨져가 온 이상 일은 해결된 거나 마찬가지라며 기뻐하기까지 했다.
“여전히 앞을 예상하기 힘든 남자로군.”
반면 히블즈는 미간을 좁히며 불안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는 브릴리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벨져 님…….”
현재로선 그가 무사히 돌아오는 걸 비는 것이 최선이었다.
* * *
온건파 지부 인근 숲 어딘가.
난 지금 숲 한복판에 우두커니 있는 바위 위에 앉아 온건파 지부가 있는 쪽을 응시 중이다.
-스스스
정면에서 불어온 바람 속으로 퀴퀴한 냄새가 섞여 있다.
다섯 혹은 여섯.
뭔가 움직임이 빠른 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마력이 눈에 띄게 느껴지진 않았다.
나는 그대로 바위에서 일어나 몸을 풀었다.
다리에 이어 어깨 근육을 풀 때쯤, 놈들이 나타났다.
전부 가면을 쓰고 있었다.
“안녕 친구들?”
반갑게 인사를 건네봤지만, 답 인사는 돌아오지 않았다.
웬 멀대가 갑자기 나타나 길을 막으면 당황할 법도 하건만, 놈들에게선 동요하는 기색이 하나도 안 보였다.
“너네가 온건파 지부를 습격했다는 마족들 맞지? 왜 그랬어?”
입에 꿀이라도 담고 있나, 어째 죄다 입을 다물고만 있다.
말로 하는 대화 말고, 몸으로 하는 대화를 원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던 차,
-샤샥!
가면의 마족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진영을 구축했다.
정말로 몸의 대화를 원하는 모양이다.
못 해줄 이유는 없기에 바로 아크베리아를 빼 들었다.
시작은 내 정면 기준 일곱 시 방향.
여섯 마족 중에서 가장 큰 키를 지닌 마족이 먼저 내게 달려들었다.
오는 타이밍에 맞춰 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놈의 머리가 하늘로 치솟았다.
-서걱
……어라?
나로선 전혀 의도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냥 민첩성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해보고자, 가볍게 휘두른 건데 그냥 죽어버렸다.
바닥에 나뒹구는 마족의 머리를 물끄러미 보던 것도 잠시,
이번엔 나머지 마족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검을 휘두르려다 말고, 다른 손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퍽!
경쾌한 소리와 함께 눈앞으로 피가 쏟아졌다.
내 주먹에 맞은 마족의 머리가 가면과 함께 터져버린 것이다.
뭐야? 이놈들 마족 맞아?
왜 이리 나약해?
이런 식으로 계속 죽어버리면 아무런 정보도 없을 수 없다.
허나 이미 때는 늦었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듯,
-풀썩
남은 마족들은 제각각 몸에서 영혼이 빠지기라도 한 듯 그냥 무기력하게 쓰러져 버렸다.
황당한 상황에 입꼬리만 올라갔다.
일단 하나 확실하게 안 사실은 있다.
이놈들 적어도 마족은 아니라는 것.
70살 먹은 노땅이 20대 건장한 인간 남성에 견줄 만큼, 마족은 천부적으로 강인한 신체를 지닌 종족이다.
내 아무리 전대 마왕의 피를 이어받은 후손이라고 한들, 고작 내 주먹 한 방에 머리가 터진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곧장 쓰러진 마족들의 몸을 뒤져보았다.
허나 가벼운 몸수색 정도론 딱히 건질만한 게 없었다.
찝찝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나?
이에 나는 가장 먼저 머리가 잘린 마족의 시체로 다가가 보았다.
이제 보니 피 색깔이 이상하다.
너무 빨갛지도, 검은 것도 아닌, 기묘한 빛을 띠고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잘린 목 단면에 손을 대보았다.
뭔가가 잡혔다.
망설이지 않고 힘을 주어 뽑았다.
-쑤욱
손바닥 크기만 한 뭔가 빠져나왔다.
당연하겠지만 뼈는 아니며, 좀 생뚱맞은 물건이다.
그것은 지푸라기였다.
가만 보니 놈들은 목, 팔, 다리의 형상이 있는 지푸라기를 엮어 만든 짚 인형이었다.
그걸 보자마자 이 괴한들의 정체가 바로 파악이 되었다.
“인형술…….”
아무래도 까다로운 놈과 엮인 것 같다.
* * *
지부 쪽은 브릴리스의 지휘하에 사태 수습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다행히도 사망자는 없었고, 가볍게 다친 마족들이 대부분이었다.
괴한들은 회의가 진행 중인 지부 내부에 나타나 곳곳에 불을 질렀다고 전했으며, 왜 이러는 건지 물어봐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고 했다.
습격 혹은 테러.
누가 했냐를 따지기에 앞서, 왜 했냐를 추측해보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나는 지부 앞 정문에 서서 손에 든 짚 인형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자네도 그 인형을 발견한 모양이군.”
익숙한 중저음의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히블즈였다.
“오랜만이군. 벨져 후보.”
“얼굴 많이 좋아지셨네요?”
“자네 덕분에 휴가를 제대로 즐기고 왔으니, 그리 보일 법도 하지.”
이전의 감정은 이미 씻은 지 오래라는 듯, 히블즈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그 인형의 정체가 뭔지는 아는가?”
“온건파 지부를 공격한 괴한들의 본모습이겠죠. 인형술을 통해 만들어진…….”
“잘 알고 있군. 마계에서도 못 본 지 꽤 된 마법일 텐데…….”
인형술(Marionette Control).
사람의 형상을 한 짚 인형에 성력 혹은 마력을 담아,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창조 마법 중 하나.
진짜 생명체가 아닌, 영혼 없는 가짜 생명체를 창조한다는 이유로 레지에타에선 사용을 금지하던 마법이었지만,
여긴 뭐 그런 거 없겠지.
딱히 쓸 데가 없어서 그동안 안 썼던 모양이다.
“부끄러운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우리 온건파에게 이런 일은 마왕 경합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라네. 마왕의 재림을 반대하는 것치곤, 정작 마왕 후보들에겐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했던 비운의 단체였지.”
그 정도로 관심도 못 받던 단체가 이런 습격을 당했다라.
나름 긍정적으로 볼 여지는 있다.
누군가로부터 견제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조직이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할 터이니.
허나 여기서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한다면,
성장하는 온건파의 줄기는 여기서 꺾이고 말 것이다.
내가 지지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그걸 가만두고 볼 순 없지.
“혹시 짐작 가는 곳은 있으십니까?”
“애석하게도 없네. 인형술을 다루는 마족 자체를 근 몇십 년간 본 적이 없었으니 말일세. 그나마 물어볼 만한 곳이라면 하나 있겠군.”
“어딥니까?”
“말은 했지만, 썩 추천할만한 곳은 아니네.”
“들어보고 결정하겠습니다.”
내 단호한 태도에 히블즈는 수염을 쓰다듬었다.
이후 그의 입에서 인형술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누군가의 이름이 읊어졌다.
“아…….”
그걸 듣자마자 탄식과 함께 미간이 찌푸렸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