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o Wants to Become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61
제161화. 흑마교회
전대 마왕 벨시페르 사후 100년.
인계 침공에 실패한 마왕군이 마계로 복귀한 이후 인계엔 단 한 번도 마족이 목격되지 않았다.
고로 지금 현존하는 인간 중 마족을 목격한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했으며, 지금 벨져 일행을 둘러싼 로단과 교회원들은 당연히 마족과 접한 적이 없었다.
즉 이들은 지금 태어나서 처음으로,
과거 인계를 파멸로 이끈 이계 종족과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다.
“뿔! 어, 어떻게 저런 게 몸에….”
“어서 레펠타리 지부에 지원군을 요청해야!”
사실 그래봐야 머리만 감추면 인간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외모였지만, 단순히 머리 양쪽에 뿔이 달려있단 이유만으로 교회원들은 기겁을 금치 못했다.
급히 정신을 차린 로단이 모두에게 외쳤다.
“지, 진영을 갖춰라! 교회원들이여! 과거를 잊고 다시 인계에 발을 들인 이 추악한 존재들을 이 자리에서 섬멸해야 한다!”
하지만 말과 다르게, 검을 잡은 로단의 손도 매우 떨리고 있었다.
뿔?
그래 있을 수 있다.
마력?
그것도 마족이니까 있을 수 있다.
허나 로단은 그 둘만으론 설명되지 않을 이름 모를 위압감을,
한 걸음 앞에선 벨져에게 느끼고 있었다.
로단을 떨림을 자제하며 간신히 물었다.
“여, 여긴 뭣 하러 온 것이냐 마족이여?”
벨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속을 알 수 없는 덤덤한 시선으로 로단을 보기만 할 뿐.
로단으로선 알지 못했다.
지금 자신이 눈을 마주하고 있는 저 마족이 마계에서 어떤 존재인지를.
무려 마계의 쟁쟁한 일곱 마왕 후보 중 세 명과 단일화를 이루고, 두 명을 혼자만으로 힘으로 굴복시킨,
현재 마계에서 가장 마왕에 근접한 마족이란 것을 말이다.
로단은 다시금 소리치며 물었다.
“대답해라! 인계엔 뭐 하러 왔냔 말이냐?”
벨져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말로 해서 듣지 않는다면, 남은 건 몸으로 하는 실력행사뿐.
로단은 다시 검을 휘두르기 위해 검 자루를 으스러질 정도로 세게 움켜쥐었지만,
“이이익!”
차마 휘두르진 못하고 머뭇거리기만 했다.
그 모습을 본 벨져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네가 온 거지?”
“뭐?”
“아이리네 여자란 어디 가고, 왜 네가 온 거냐고?”
“아이리네?”
그 말이 스위치가 된 로단의 눈에서 다시 분노와 증오가 돋았다.
“그렇구나! 네놈들 아이리네와 뭔가 있는 것이야! 그 발칙한 년이 네놈들을 이 땅에 부른 것이야!”
“아닌데?”
벨져는 부정했지만, 이미 생각을 굳힌 로단의 귀엔 들리지 않았다.
차오르는 공포심과 두려움을 신념과 증오의 힘으로 억누른 로단은 성력을 발현한 검을 무자비하게 휘둘렀다.
-까앙!
하지만 그 검을 벨져에게 닿지 못했고, 하늘로 솟구쳤다.
무기를 잃은 로단은 이번엔 주먹을 휘둘렀다.
“이익!”
그 주먹도 벨져에겐 닿지 못했다.
벨져가 살짝 틀어 몸을 회피하니, 중심을 잃고 넘어져 추잡스럽게 굴렀다.
급히 몸을 추스르고 일서야 했지만, 어째서인지 몸이 움직여주지 않았다.
두 번의 공격 시도를 통해 몸이 느낀 것이다.
이 마족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다른 교회원들은 이미 싸울 의지를 잃고, 주저앉은 지 오래.
성교회 직속 심판관으로서 수행해야 할 의무와 본능이 선사하는 두려움이 내면에서 교차한 로단으로선, 현 상황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없었다.
-화악!
그때였다.
등 뒤에서 발한 익숙한 빛에 로단은 몸을 일으켜 고개를 돌렸다.
일부 교회원들이 소리쳤다.
“지, 지원군이다!”
로단과 교회원이 온 방향에서 나타난 백색 장옷의 또 다른 무리들.
방금 전, 통신 마법으로 지원 요청을 보낸 병력이 도착한 것이라고 생각한 교회원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는 로단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상 상황입니다! 당장 성력의 진을 펼쳐서 이 마족들을 굴복시켜야 합니다!”
로단의 외침에 후드로 얼굴을 가린 교회원이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검을 쥐고 있는 벨져를 지나쳐, 아직 일어서지 못한 로단에게 다가갔다.
그러곤 한쪽 무릎을 꿇으며 눈을 마주했다.
“뭐, 뭐 하는?”
“성교회 직속 심판관 로단 크리스티아.”
목소리를 들은 로단의 얼굴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얼굴을 가린 후드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그에게 있어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였다.
“아…!”
-콱!
입이 움직일 새도 없이, 목소리의 주인은 로단의 목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 순간,
로단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힘에 의해 검붉게 빛나고 있는 두 눈동자를 코앞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바로 자신과 같은 성교회 직속 심판관,
아이리네 로테의 눈을.
“이 현장에 있었던 일을 모두 잊고, 황급히 레펠타리로 복귀하세요.”
그 눈빛이 발한 낯선 힘에 몸과 정신이 굴복되어 로단은,
“그리하겠습니다…….”
초췌해진 눈으로 묵묵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은 마치 영혼 빠진 시체를 보는 듯했다.
* * *
평범한 인간이 봤을 때, 방금 전 저 아이리네란 여자가 로단이란 남자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 이해하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인간이 아닌 마족인 내가 봤을 때,
나뿐만이 아닌, 메이와 수호도 저 여인이 무슨 힘을 발현한 건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마력.
저 아이리네란 인간은 방금 마력을 썼다.
“마력이에요 벨져 님!”
어느새 일어난 메이가 지팡이를 움켜쥔 채, 내 옆에 섰다.
“저 여인만이 아니에요! 같이 온 인간들 모두, 마력으로 세뇌 마법을 써서 먼저 온 인간들의 정신을 지배했어요!”
후발대로 온 교회원의 수는 총 열 명.
한 명도 아니고, 열 명의 모두가 능숙하게 마력을 다뤘다.
그게 뭘 뜻하겠는가?
마력을 쓸 수 있는 인간들이 저들 외에도 존재할 수 있단 거다.
마침내 로단의 무리들을 전부 돌려보낸 교회원들은 우리를 둘러싸는 게 아닌, 아이리네의 뒤로 물러서며 자리를 지켰다.
이내 아이리네가 터벅터벅 내 앞으로 다가왔다.
“뿔. 그리고 마력…. 그대들은 틀림없는 마족이로군요.”
“그쪽은 틀림없는 인간처럼 보이는데, 인간이 아닌 건가?”
“인간 맞습니다. 이 땅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리네는 말하면서도 다가옴을 멈추지 않았다.
나는 바로 검을 겨누며 혹시 모를 기습에 대비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다가오는 그녀의 눈엔 아무런 적의가 보이지 않았다.
“거기까지. 더 오면 나도 검을 휘두를 수밖에 없어.”
그래도 일정 거리까지 왔을 땐, 발을 멈추게 했다.
제자리에 선 채 나와 메이, 그리고 수호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그녀는 이내 심호흡을 크게 내쉬었다.
“하나 묻겠습니다. 마족이여.”
“그러던지.”
“혹시 그대들 중에 크라우넬이란 이름을 가진 마족이 있습니까?”
나는 당연히 레지에타엔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를 물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질문은 좀….
당황스러운데?
나보다 더 당황스러워한 이는 따로 있었다.
“어…….”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메이가 내 눈치를 보았다.
뜬금없어도 너무 뜬금없는 전개다.
아예 관계가 없으면 없다고 하겠지만, 지금 바로 내 옆에 떡하니 있는데, 어찌 모른 척을 할 수가 있을까?
순간 수호한테 드래곤의 힘으로 굴복시켜서 그건 왜 묻냐고 불게 해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보였다.
정작 이 질문을 한 아이리네란 여자는 지금,
엄청나게 간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
나는 메이를 돌아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 신호를 알아들은 메이가 아이리네를 보며 답했다.
“메이 크라우넬…….”
조심스러우면서도 당당하게.
“제가 바로 크라우넬 일족의 후손이에요!”
메이는 숨기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앞으로 나섰다.
나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고자, 경계심을 세우고 주변 분위기를 살폈다.
그런데,
-털썩!
대뜸 아이리네의 뒤로 자리했던 인간들이 하나둘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털썩! 털썩! 털썩!
이 역시 1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
허나 놀라기엔 아직 일렀다.
“드디어!!”
세 걸음 정도 거리를 뒀던 아이리네가 돌연 성큼 다가오더니, 메이의 손을 붙잡았다.
화들짝 놀란 메이는 몸을 움츠렸고, 나 역시 그녀를 보호하고자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베, 벨져 님? 이분 왜 이러세요?”
“그, 글쎄?”
나와 메이는 그대로 돌처럼 굳고 말았다.
“드디어 오셨군요! 우리의 구세주이시여!!!”
아이리네는 우리 앞에서 두 손을 번쩍 들고 감격에 겨운 눈물을 흘리며, 찬양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오열하고, 훌쩍하다가, 심호흡을 내쉬는 과정을 거쳐, 마음을 진정시키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3분.
옷매무새를 정돈하며 다시금 자세를 잡은 아이리네는 꾸벅 허리를 숙였습니다.
“정식으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제 이름은 아이리네 로테! 레지에타 흑마교회의 4대 당주입니다!”
“흑마교회?”
이게 무슨 저 동쪽 대륙에서나 존재할 법한 유치한 조직 이름이란 말인가?
순간 머릿속에서 하나의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잘못 걸렸다.’
어느 세상을 가든 다수가 찬양하고, 다수가 받드는 종교 혹은 교리를 거부하고 그와 반대되는 교리를 따르는 이른바 삐딱선 타는 놈들.
지구에선 이런 놈들을 두고 지칭하는 말이 있다.
‘사이비.’
인간의 몸으로 마력을 다루는 것도 모자라, 마족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찬양해?
그 이유가 뭐든 정상적인 놈들이 아니다.
이거 잘못 빠졌다간 ‘다시 이 땅에 혼돈을 도래해주소서 마족님들!’ 하면서 우리에게 이상한 걸 요구할 수도 있다.
섣부른 생각 아니냐고?
이놈들 눈을 보고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당장 우리가 죽으라면 진짜 죽을 수 있을 것처럼 눈이 완전 맛이 갔다.
“혼란스러우신가 보군요! 이해합니다! 하지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흰 여러분의 존재를 어디에도 발설하지 않을뿐더러! 여러분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왜!
생판 남이나 다름없는 니들이 초면인 우리를 잘해주다 못해 떠받드냐고!
표정을 구기다 못해 식은땀까지 흐르는 나와 다르게, 메이는 줄곧 호기심 어린 순수한 눈빛을 유지했다.
이내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흑마교회란 조직이 저희 일족과 관련이 있는 건가요?”
아이리네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지금 저희가 다루고 있는 이 마력은 100년 전, 전대 마왕의 부관이자 퍼밀리어였던 아만 크라우넬 님께서 하사해주신 것이니까요!”
우리 셋의 머리 위로 동시에 물음표가 떴다.
“저, 저희 선조님께서요?”
“예! 흑마교회의 1대 당주이신 실비아 님께서 처음으로 하사받으신 이후, 한 세기에 걸쳐 응용하고 발전시켜 지금의 수준에 이르게 했습니다! 언젠가 레지에타에 발을 들이실 아만 님의 후손과 그분이 모시는 새로운……!”
“잠깐만 너 방금 뭐라고 했어?”
나는 이야기를 듣다 말고 황급히 다시 물었다.
“흑마교회의 1대 당주가 누구라고?”
“실비아 님입니다! 과거 용사 차시혁의 동료이기도 하셨던…….”
이 정신 나간 여자가 지금 뭐라는 거야?
내 아무리 100년이 지나고, 현재는 인간이 아닌 마족이 됐다지만,
방금 아이리네가 한 말은 절대로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실비아 레인리스 그 여자가 마력을 받아들였다고?!”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