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oes, Demons & Villains RAW - chapter (109)
108마왕의 대담
…맙소사.
내 기분을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단지 그렇게밖에는 말할 수 없었다.
《악의 서》의 등장으로 경악하는 사이, 여인이 서신 하나를 내게 떠맡기고,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 나갈 때까지만 해도 그저 약간의 의아함과 당혹감을 느꼈을 뿐이다.
그리고 공왕에게 말을 놓는 것을 봤을 때조차 경악하기보다는, 그 상상을 초월한 정신 상태에 잠깐 아찔해지는 데에서 그쳤다.
그러나 다음 순간 밝혀진 그녀의 정체는, 나를 영혼까지 얼어붙게 했다.
“아리스. 괜찮으신가요?”
어느새 다가온 것일까?
바로 옆에서 들려온 부드러운 음성을 따라,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던 세레나에게, 조용히 물었다.
“세레나. 아까 그 여자가… 진짜 황제야?”
“예. 사실이에요.”
세레나의 즉답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나는 온 대륙을 상대로 전쟁을 벌였으며, 한때나마 세계의 반을 차지했던, ‘로드 오브 킹덤’의 군주였다.
그런 의미에서 내 최대의 적은, 본래 신전이나 모험가들 따위가 아닌 대륙의 삼분의 이를 다스리는 제국의 황제였다. 그런데 그 오만무도하고 자기중심적이던,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온몸으로 외치는 듯한 그 여자가, 바로 황제였다고?
“아리스. 설마 폐하와 함께 오신 건가요?”
그야말로 어이가 없어지다 못해, 토막 나 생매장당한 것처럼 심란해하길 잠시. 나는 세레나의 질문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어젯밤, ‘추색의 지도’로 세레나를 찾아서 우리 집에 왔어.”
“저를 찾아서…?”
“응.”
하지만… 그녀가 찾아온 게 정말 세레나였을까?
‘추색의 지도’는 사람을 찾는 데 최고의 보물. 하지만 그것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대상자의 얼굴과 본명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제국의 정보력이라면, 세레나가 누구와 함께 기거하고 있었는지를 몰랐을 리가 없다.
만약 황제가 찾아온 대상이 세레나가 아니라, 그 곁에 있을 다른 인물이었다면…? 복잡한 생각에 잠겨 있던 끝에, 나는 문뜩 잊고 있던 하나의 물건.
즉 황제로부터 받아 두었던 서신을 기억해 냈다.
도무지 황제의 의도를 짐작할 수 없는 지금, 이것은 상황을 해결할 유일한 실마리였다.
“이거, 세레나한테 전해 주라고 했어.”
내가 황제로부터 받은 서신을 건네주자, 세레나는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받아서 펼쳐 봤다. 그리고 짧은 침묵 끝에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아리스. 잠시 다녀올게요.”
“…응.”
세레나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어, 왠지 너무나 불안해 보였다.
그러나 그녀를 도울 방법이 없음을 알기에, 나는 따라가고 마음을 꾹 참고, 그녀가 무도회장을 벗어나는 것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도대체 황제의 의도는 뭘까?
그리고 황제가 가져간 《악의 서》는 진짜일까?
대륙 36대 기보는 모두 절세의 보물.
그중에는 능력은 물론, 이름조차 밝혀지지 않은 보물 또한 여럿 존재한다.
하지만 그 모든 기보 중에서도, ‘악의 서’와 관련된 소문은 유독 불분명했다.
혹자는 13사도의 정체가 적힌 조직도라고 하고, 혹자는 무적의 힘이 담긴 비전서라고 단언하고, 혹자는 미래의 일이 적힌 예언서라고 추측한다.
그 온갖 추측과 망상 속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해 내는 것은 암흑성과 함께 사라진 13사도의 수장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단 하나, 무엇보다 확실하게 전해짐에도, 어떤 헛소문보다도 믿기 힘든 소문이 있었다.
바로 그 소문이 있었기에 모두 《악의 서》가 최고의 보물임을 인정하며, 《악의 서》를 탐내는 것이었으니까.
그렇게 상념 속을 헤매던 끝에 나는 결국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이토록 부족한 정보를 가지고, 사실을 추측해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세비트라도 불러 조사를 시킨다면 몰라도….
…아!
순간 나는 스스로의 어리석음에 한탄했다.
아무리 흑마법의 후유증 때문에, 마법의 사용을 자제하고 있었다고는 해도, 세비트처럼 일당백의 정보력을 지닌 요마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니….
…이런 바보.
나는 스스로를 질책했다.
그리고 눈에 띄지 않을 장소를 찾아 무도회장 주변을 둘러본 끝에, 안쪽으로 연결돼있는 정원을 발견하고, 그곳을 향해 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한 줄기 낯익은 이름이 들려오지만 않았다면.
“뭣? 설마 그 S. R. 라바일 경 말인가?”
“그래. 내 친구에게 들은 소리니 틀림없네.”
설마 벌써 세레나에 대한 소식이 퍼진 건가? 옆을 스쳐 지나가던 이들의 대화에서 세레나의 이름이 언급된 것을 듣고, 나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것이 세이나르 마을의 일과 관련된 것이든 아니면 황제와 관련된 것이든, 어떤 소문이 돌고 있는지, 일단 들어 둘 필요는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대화의 내용은, 내 예상을 아득히 벗어난 것이었다.
“허, 맙소사. 설마 천검자라고 불리는 그 라바일 경에게 약혼자가 있었다니. 정말 놀라운 이야기로군.”
“……!?”
…뭐?
나는 뭘 잘못 들은 건 아닌지 의심했다. 하지만 굳어진 내게 들려오는 대화 소리는 잘못 들었다 하기에는 너무 선명한 것이었다.
“상대가 다른 누구도 아닌 에반 E. 트레이브 경이니 말일세.”
“하긴. 트레이브 경이라면 자격이 충분하기는 하지. 누가 뭐라고 해도 성검자로 불리시던 트레이브 공의 후예이니.”
“성검자의 후예와 천검자의 약혼이라. 이거 참 역사적인 일이로군그래.”
…지금 이 인간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대체 어디서 그런 헛소리를 들은 거냐고.
고작 그런 헛소문이나 퍼트리고 다닐 거면, 그냥 혀를 잘라 버리라는 말이 거의 목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야말로 마지막 이성을 짜내 겨우겨우 얼음의 가면을 눌러쓰고 나는 성큼성큼 무도회장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우거진 수풀이 펼쳐져 있는 정원, 그중에서도 깊은 안쪽을 향해 들어갔다.
세레나에게 약혼자라니. 무슨 웃기지도 않는 소리를…!
나는 그 무지한 인간들의 헛소리를 되씹었다. 세레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자신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척, 근거도 없는 헛소리를 떠들어 대는 그들이 너무나 역겹고 짜증스럽게 느껴졌다.
-쉿. 아까 그녀가 에반 경과 함께 들어온 걸 보지 않았나?
말로만 듣던 에반 경의 약혼녀인 모양인데, 그런 그녀를 험담하다가 에반 경에게 결투라도 받으면 어쩌려고 그러나― 언뜻 들었던 이야기가 다시 뇌리를 지나갔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세레나가 그를 사랑한다는 걸, 그녀가 다른 인간을 볼 이유가 없다는 것을,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다만 쓸데없는 헛소리 때문에 괜히 흔들리는 마음을 빨리 다잡고자. 세비트를 불러낼 수 있을 만한 장소를 찾아 정원을 헤매던 내가 우뚝 걸음을 멈춘 것은, 바로 그 순간의 일이었다.
“……!”
정원 한가운데 마련돼 있는 작은 분수대. 그 분수대를 중심으로 수풀이 우거져 있어 입구를 제외한 사방이 막힌 그곳은 세비트를 불러내기에 적절한 장소였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실행해 옮길 수 없었다. 그 장소에는 이미 선객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짝이는 금발을 늘어트린 채, 분수대 앞서 쓸쓸히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여신처럼 아름다운 금발 벽안의 여인을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무심코 입을 열었다.
“…세레나?”
흠칫!
불에 덴 짐승이 이러할까?
무언가에 겁먹은 것처럼 급히 돌아서며 주춤 뒤로 물러나는 세레나의 행동에 나는 심장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항상 당당하던 그녀의 낯선 모습 때문만이 아니었다.
아직도 눈가를 타고 흐르는 그 눈물이, 마음의 상처가 고스란히 담긴 그녀의 얼굴이 나의 피를 싸늘하게 하고 있었다.
“아리스….”
“왜 울고 있는 거야. 세레나?”
“아, 이건… 그저….”
두근.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그러나 무언가를 숨기려고 하는, 하지만 차마 거짓이나 변명을 하지는 못하고 머뭇거리는 세레나의 모습에 나는 얼어붙은 심장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누구 짓이야?”
“……!”
순식간에 창백해진 세레나의 얼굴을 보며,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분명 누군가 있다는 것을.
언제나 당당하고도 용감하던 나의 영웅이자, 그 누구보다 상냥하고 아름다운 나의 가족을 감히 상처 입힌 자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 누구 때문이야?”
내 거듭된 질문에도 세레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세레나가 방금 전 누구를 만나러 갔는지를, 그리고 대체 누가 천검자 S. R. 라바일을 상처 입힐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말이다.
“황제야? 그 여자 짓이야?”
“아리스…!”
세레나는 비명과도 같은 외침을 내질렀지만, 눈물로 얼룩진 그녀의 외침에 분노로 들끓는 내 말을 막을 힘은 없었다. 아니, 심지어 나 자신조차 스스로 튀어나오는 말을 막을 수 없었다.
“아니면, 그 에반 E. 트레이브라는 약혼자 때문이야?”
“……!”
순간 주변에 흐르던 공기가 얼어붙었다. 절망과 좌절, 의문과 의혹, 비탄과 탄식, 슬픔과 후회.
온갖 감정이 뒤섞인 세레나의 얼굴이 그리고 그것을 통해 대답을 확인한 나의 실망과 배신감이 주변의 모든 바람을 집어삼킨다.
“정말, 약혼자가 있었던 거야?”
“…예.”
내가 쥐어짜 내듯 던진 질문에 세레나는 힘없이 대답했다.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낙오자처럼, 공허한 대답에 나는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설명해 줘.”
이것이 난폭한 짓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세레나의 가족으로서 그녀의 고백을 들은 이로서,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소녀로서 내게는 그 사실을 물을 자격이 있었으니까.
세레나는 나의 그 무례한 요청을 거부하지 않았다. 트레이브 가문과 라바일 가문의 관계, 에반이란 인간을 만나 왕궁까지 온 사정, 그리고 황제와 만나서 나눈 대화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이야기를 들은 나는 머리카락이 빳빳하게 일어설 정도로 격렬한 분노를 느꼈다.
“그래서, 수락했단 말이야?”
왜 황제에게 사정을 밝히지 못했는지, 그것은 단지 형식적인 약혼자일 뿐, 정식 약혼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지 않은 건지? 왜 따로 마음에 둔 이가 있다는 것을 숨긴 건지?
따져 묻는 나를, 세레나는 슬픈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리스. 폐하께서는 이미 저를 약혼시키기로 결정하셨어요. 그리고 그분은 결코 한번 내린 결정을 번복하시지 않아요.”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세레나도 원해서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러나 황제의 단호한 의지를, 그리고 그것을 거부하면 벌어질 일을 알기에 포기하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코 납득할 수는 없었다.
“코드를 좋아한다고 했잖아.”
나는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여행길의 한가운데에서 세레나가 나를 감싸안고 말했던 고백을, 코드를 사랑한다고 했던 그 진심을.
“그런데 여기서 포기할 거야? 이대로 체념해 버릴 거냐고!”
우우웅.
공기를 찢는 듯한 외침 속에 작은 울림이 흘러나온다. 분노로 들끓는 마력을 가라앉히고자, 팔목에서 부르르 진동하고 있는 ‘용의 그림자’가 내지르는 비명을, 나는 무시했다.
이 들끓는 마음을 가라앉힐 이성이나, 침착함 따위는 이미 남아 있지 않았으니까. 아니, 설령 남아 있어도 가라앉힐 생각이 없었으니까.
“제가 이 약혼을 받아들이면, 그분과 아리스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아도 돼요.”
“고작 그런…!”
세레나의 가라앉은 음성에 나는 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그딴 것은 필요 없다고, 그러니까 도망치지 말라고 말해 주기 위해서….
하지만 나의 외침은, 채 끝나기도 전에 끊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분을 사랑하지요. 아리스?”
“……!”
그것은 너무나 갑작스럽고, 또 너무나 치명적인 기습이었다. 그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았던 나의 마음을.
다른 누구도 아닌 세레나가 꿰뚫어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 나에게 순간 말을 잊도록 했다.
“예.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알면서도 아리스에게 제 마음을 고백했던 거예요.”
그런, 말도 안 되는…!
믿었던 이의 칼을 등에 맞는 기분이 이러할까?
세레나가 한 줄기 미소와 함께 밝힌 사실에, 나는 불신감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세레나가, 항상 당당하고도 자애롭던 그녀가 나를 상대로 그런 음모를 꾸몄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녀의 눈을 본 순간,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밤중에도 투명하게 빛나는 푸른 눈동자, 그 너머로 느껴지는 깊은 죄책감과 슬픔이, 그것이 결코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 주고 있었으니까.
세레나가 나를 속였다고? 그를 독차지하기 위해 나를 농락한 거라고? 눈물 흘리는 나를 뒤에서 조롱하고 있었다고?
“아셨지요? 저는 아리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선량하거나 정의로운 사람이 아니에요. 그저 제 욕심에 따라,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해온 추한 여자일 뿐이에요.”
너무나도 큰 충격에 얼어붙은 나를 향해, 세레나는 더없이 담담하고도 태연하게, 그렇기에 진심이라는 것이 더더욱 확연히 드러나는 태도로, 말을 이어왔다.
“그러니까 그만 저같이 추한 여자는 잊고 그분과 함께 행복해지세요. 지금까지 당신과 그분 같은 가족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그리고 당신과 그분이 행복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저는 만족할 수 있어요.”
두근―!
심장이 터질듯 요동치는 가운데, 해서는 안 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그래, 세레나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없어진다면, 나는 그의 옆자리를 독차지할 수 있다.
보다 쉽게 그의 마음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고, 더 이상의 도피를 멈추고 한곳에 정착하여 그와 사랑을 나누며 평안하고도 행복한 일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악마의 유혹과 같은, 그렇기에 너무나도 매혹적인 그 상상을…. 나는 쉽사리 거부하지 못했다.
내가 하나의 왕국을 세우고, 세계의 반을 차지하면서까지 꿈꾸는 평화, 그리고 내가 남은 모든 것을 다 바쳐 가면서까지 이루고 싶은 사랑과 행복, 그 모든 것이 지금 내 앞에 놓여 있었으니까.
이 순간, 아주 잠시만 눈을 감으면 된다. 그러면 내게 원하는 모든 걸 손에 넣고, 평생 행복을 누릴 수 있다. 너무나도 달콤하고도 매혹적인 향기가 모든 죄악과 도덕과 양심을 잊게 한다.
다만 앞으로 누리게 될 행복, 그 하나만이 시야를 가득 채운 채, 세레나의 설득에 넘어가라고 말해 온다.
하지만 그 달콤한 유혹에 손을 대기 직전, 나는 생각을 멈췄다.
다만 고요하게 나를 보고 있는 세레나의 눈, 그 안에 담겨 있는 슬픔과 고독과 체념이 나를 얼어붙게 한다. 그래, 만약 이 유혹에 넘어간다면, 나는 행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곁에 세레나는 없을 것이며, 나는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서 세레나를 희생시킨 것을, 평생 후회하게 되리라.
“…이 바보 멍청이!!!”
버럭 고함을 내지르고, 나는 도망치듯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녀에게 화가 났기 때문이 아니다.
순간적으로나마 그 유혹에 흔들리고만, 나 자신에 대한 후회와 자책감 때문에, 더 이상 세레나를 볼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 모든 상황을 만들어 내고, 세레나를 상처받게 만든 인물에 대한 분노를 참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황제에게 따져 봐야겠어.
살의에 가까운 차갑고도 날카로운 분노 속에 나는 그렇게 황제를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