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oes, Demons & Villains RAW - chapter (150)
148영웅의 결전
카가가가가가강!!
……!!
본래 두 개였던 방패가 마법처럼 여덟 개로 분리되는 것을, 그리고 충돌 전의 배에 달하는 속도로 팔방으로 튕겨 나가 용병들 사이로 파고들며 피의 비를 흩뿌리는 모습을, 나는 그저 망연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무위지경을 얻었기에, 그리고 ‘홍염의 불꽃’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한눈에 깨달을 수 있었다.
충격을 받을수록 더욱 강한 힘으로 용병들 사이를 휘젓고 있는 여덟 개의 방패, 그것야말로 ‘홍염의 불꽃’의 원형이며 내가 최강의 검이라 생각해 왔던 ‘홍염의 불꽃’은 단지 저것의 아류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저 방패 하나하나가 ‘홍염의 불꽃’과 다름없으며 피의 용병대와 적검자는, 지금 8명의 천검자를 동시에 상대하고 있는 셈이라는 사실을.
물론 직접 쥐고 휘두르는 것이 아니었던 만큼 그 안에 화려한 검식 같은 것은 없었다. 하지만 싸우면 싸울수록 더욱 강한 힘을 축적하는 압도적인 파괴력 앞에서 그런 것 따위는 무의미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그것은 그야말로 미친 폭풍. 감히 그 누구도 당해 낼 수 없는 무한에 가까운 파괴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렇기에 검술에 대한 더없는 능욕과 같은 긍지 있는 검사라면 보는 것만으로도 피를 토하고 증오를 느끼게 하는 광기의 검술이었다.
하나, 하지만, 그렇지만 내가 그 모습을 보고 느낀 것은 증오나 혐오감이 아니었다.
적의 피로 흠뻑 물든 채, 허공을 날아다니는 여덟 방패에 의해 만들어진 누구의 접근도 허용치 않으며 자신의 영역에 다가서는 모든 것을 철저하게 파괴하고 짓뭉개 버리는 미친 폭풍.
그 대재앙의 한가운데에 있음에도 기적처럼 평온을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장소가, 나의 모든 감정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캉. 카강. 카앙!
양손에 붉고 푸른 두 자루 검을 쥔 채 때로는 고개만을 살짝 젖혀서 원반을 피해 내고, 때로는 검으로 원반의 모서리를 살짝 건드리고, 때로는 원반을 검으로 있는 힘껏 후려치거나 손으로 받았다가 곧바로 다시 내던지며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은 채, 여덟 개의 방패를 제어하는 그분의 모습을, 나는 홀리듯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결코 현란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았다.
완벽하거나 깔끔하지도 않았다.
현묘하거나 신기하지도 않았다.
고고하거나 고결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거칠고, 투박하며, 조잡하고, 단조로운, 검술을 펼친다기보다는 검술에 끌려간다는 것에 가까운 듯한 삼류 검사나 보일 형편없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설령 검자라고 할지라도, 눈 깜짝할 사이에 도륙될 그 미친 폭풍의 한가운데에서 한없이 거칠고 투박할망정, 폭풍에 휩쓸리기는커녕, 오히려 폭풍을 이끌어 가고 있는 그분의 모습은, 결코 추하게만은 보이지 않았다.
터지는 광기를 이성으로 다스리고, 가라앉는 의식을 의지로 지탱하며 혼잡한 감각을 정신으로 통제하고, 날뛰는 검식을 경험으로 이끌어 가는 그 모습은 오히려 너무나 아름답게만 보여, 나에게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흐른 것일까. 마치 지고의 예술품을 감상하는 것처럼, 혹은 연인과 열락의 시간을 보낸 것처럼 시간의 흐름조차 잊은 채 망연히 그분을 보던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허공에 불고 있던 미친 폭풍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남은 것은 다만 100구에 달하는 시체와 엉망으로 망가진 피투성이의 몸으로 망연히 그분을 바라보고 있는 적검자뿐이었다.
그런 적검자를 향해 그분은 무언가를 말씀하셨다.
워낙 거리가 있었던 데다가 목소리가 그렇게 큰 편이 아니었기에 그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었지만.
나는 그 내용이 결코 간단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것이 그저 평범한 이야기였다면 아무리 이런 상황이라고 한들 적검자가 저토록 경악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경악에 이어 허탈, 전율, 좌절에 이르기까지, 온갖 감정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을 짓던 끝에 적검자는 결국 고개를 뒤로 젖히며, 쩌렁쩌렁한 광소를 터트렸다.
“크, 크하하핫! 그래, 좋다. 암흑성의 총사여! 내가 너의 힘을 얕봤다는 것을 인정하마!”
적검자는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내 들었지만, 그분은 한 점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고, 나 또한 그저 묵묵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적검자가 굳이 단검을 꺼내 드는 이유를, 익히 짐작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명심해라! 나는 기껏해야 다섯 번째 전도사에 불과하다는 것을, 네가 아무리 삼류 악당이라 할지라도 《악의 서》를 지니고 있는 그자를 이기지 못하리라는 것을! 그리고 설령 나를 죽일 수 있을지언정 내 악의는 받아 갈 수 없으리라는 것을!”
…무슨?
그 외침에 나는 순간 혼란을 느꼈다.
적검자가 어느 조직의 하수인일 뿐이었다고?
그리고 그 배후에 《악의 서》를 지니고 있는 자가 있다고?
그것은 분명 놀라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적검자의 절규를 들은 순간, 나는 그 놀라운 사실을 그대로 잊어버렸다.
그 절규 안에 담겨 있는 이 세상에서 오직 나 혼자만 알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듣게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해 본 적 없는 하나의 ‘이름’이 내 머릿속을 새하얗게 만들어 버렸으니까.
“지옥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겠다! 암흑성의 총사… 쿠르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