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oes, Demons & Villains RAW - chapter (48)
47???
너무 멀고 외딴곳에 있기에 제국의 손길조차 닿지 않는 서쪽 오지.
관리가 되지 않아 울퉁불퉁한 그 길을 줄을 이어 움직이는 십여 대의 짐마차가 있었다.
“흐유유. 무슨 마을이 이렇게 외딴곳에 있다요.”
마부석에서 설레설레 고개를 내젓는 키가 작은 청년.
그 말을 들은 통통한 체격의 중년인은 대뜸 청년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따악!
“꾸엑!”
청년이 뒤통수를 감싸 쥐자, 연이어 떨어지는 불벼락 같은 호통.
“이놈아요, 이런 외딴곳이니 우리 같은 방랑 상단이 장사를 해 먹을 수 있는 거 아니다요.”
“끄으으응. 거 말로 하면 될 걸 가지고 왜 꼭 주먹을 휘두른다요? 게다가 내가 뭐 틀린 말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외딴곳이라고 한 것뿐이다요. 더구나 다른 상단원들도 모두 피로로 죽사발이 났다요.”
청년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방랑 상단의 주요 고객은 외딴 시골, 그만큼 험지나 오지에도 익숙했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는 법.
이번 목적지는, 그런 그들로서도 유독 피로를 느낄 정도로 외딴 오지에 있었다.
“피로쯤이야 여관에서 푹 쉬면 낫는 거다요. 츄리온 민족이 겨우 이 정도 피로 때문에 나자빠져서 장사를 못 해서야 안 된다요.”
“하여튼 사람을 너무 부려 먹는다요.”
불만스럽게 투덜거리기를 잠시.
청년 상인은 짐마차의 휘장을 거뒀다.
식료품에서부터, 생활에 필요한 필수품, 거기에 온갖 잡동사니에 이르기까지.
온갖 물품으로 가득한 짐마차 구석에는, 한 명의 손님이 자리 잡고 있었다.
순백색 옷이 유독 눈에 띄는 손님에게 청년 상인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손님, 몸은 좀 괜찮다요?
“…….”
손님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일견 무례하게까지 보이는 태도.
하지만 청년 상인은 신경 쓰지 않았다.
쾌활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 갔을 뿐.
“이제 곧 세이나르인데, 거기에 만날 사람이 있다요?”
“…….”
청년 상인은 만족하며 아쉬워했다.
손님을 잘 안내해 준 것은 만족스럽고, 이제 헤어져야 한다는 것은 아쉬웠다.
“조금만 있으면 마을에 도착하니, 아마 곧 만나실 수 있을 거다요.”
“…….”
이번에도 손님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반응은 조금 달랐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똑같았다.
그러나 단지 멍하게만 보이던 그 얼굴에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한 줄기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너무 천진난만하여 백치처럼 보이는.
그렇기에 더없이 순수한 기쁨이 담긴 손님의 미소를 넋을 잃고 바라보며 잠시 넋을 잃었던 청년은, 헛기침과 함께 휘장을 다시 쳤다.
그렇게 방랑 상단은 길을 재촉해 나갔다.
독특한 세 명의 일가족이 있는, 서쪽 끝의 작은 시골 마을을 향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