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oes, Demons & Villains RAW - chapter (9)
8삼류 악당의 고행(4)
“어째서…?”
내가 2교관을 공격한 순간.
반사적으로 내 어깨를 내찌른 7호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젠장! 2교관의 살기에 반응해 버린 나머지, 살기가 없는 7호의 검을 놓쳐 버렸다.
하여튼 이 새끼는 내 어깨에 원수를 졌나?
끝까지 칼침을 놓고 난리야, 난리가!
어쨌든 숙련된 악당의 본능으로 기회를 직감한 나는 차갑게 7호를 질책했다.
“자신의 살기 때문에 남의 살기를 느끼지 못하는 검사라니. 멍청한 놈.”
“……!”
흠, 좋아. 대충 들어 먹힌 모양이군.
지가 칼침을 놓고 왜 당황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덕분에 기선을 제압한 나는 하나의 묵직한 주머니를 던졌다.
“탈출에 필요한 물건을 몇 개 챙겨 뒀다. 안에 든 지도를 따라가라.”
“무슨 뜻입니까?”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한 표정.
그래, 나라도 머리가 팽팽 돌아갈 거다.
내 그런 너를 위해 특별히 진실을 말해 주마.
“착각하지 마라. 너는 어디까지나 미끼에 지나지 않는다.”
“미끼, 입니까?”
“그렇다.”
보통 이런 걸 말해 주면 더 혼란스러워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보통의 경우다.
이 독종 녀석은 오히려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이어진 녀석의 반응은 내가 예상하던 그대로였다.
“…당신에게 입은 은혜는, 그걸로 갚으면 되는 겁니까?”
“그 이상은 필요하지도, 바라지도 않는다.”
7호는 침묵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빚을 갚는 걸 명예로 여기는 녀석이다.
그만큼 확실하게 미끼 역할을 해 주겠지.
내 어깨에 구멍 낸 게 미안해서라도 그래야지, 암.
응? 그런데 왜 그런 눈으로 나를 보냐?
주머니를 주운 7호의 얼굴에서 아쉬움을 읽은 나는 슬쩍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설마 부족하다는 거냐?
그거면 됐지 뭘 더 달라고!
한바탕 쏘아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하지만 지금 녀석은 귀중한 미끼다.
푼… 푼돈 몇… 푸, 푼을 아낄 때가 아니다.
“이것도 받아 둬라. 도피 생활을 하려면 필요할 거다.”
돈주머니를 넘겨주자, 그제야 녀석은 아쉬움을 풀었다.
크윽, 내 피 같은 돈….
내심으로는 피눈물을 흘리면서도, 나는 애써 냉정한 태도를 고수했다.
숙련된 악당은 작은 이익에 연연하지 않는 법이지. 암.
어쨌든 시간을 너무 끌었다.
2교관이 여기까지 온 이상, 나머지 추살대도 곧 여기에 도착하겠지.
“시간이 없다. 어서 가라.”
“그렇다면, 당신은?”
“나에 대한 생각은 끊어라. 너는 그저 이곳을 탈출해 살아남을 것만 생각하면 된다.”
괜히 얼쩡거리면 계획에 방해되거든.
그러니 가능한 한 멀리 가서 죽어 줘라. 응?
입술을 살짝 깨문 7호는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내 옆을 스쳐 지나가기 전, 문뜩 입을 열었다.
“언젠가는… 당신의 진짜 후계자와 검을 겨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 진짜 후계자라.
설마 그 잡탕 검술의 후계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 독종 새끼 말고 잡탕 검술을 익혀 낼 수 있는 인간이 있길 믿느니, 차라리 내가 한 달 봉급을 몽땅 신전에 기부할 날이 있기를 믿지. 허허허.
“멍청한 녀석….”
너무 기가 막혀서 실소까지 나왔다.
7호가 돌아보기 전에 잽싸게 표정을 원상 복구 하긴 했지만, 녀석의 당혹스러운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실소는 들킨 것 같았다.
고개를 돌린 녀석이 멀어질 때까지.
얼음 동상이 되어 있던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서 체면 유지를 깜빡하다니… 나도 아직 멀었군.
뭐, 소소한 일에는 신경 끄자.
어차피 다시는 볼 일 없을 테니까.
일단 어깨의 상처를 지혈한 나는 녀석의 흔적을 대충 지웠다.
딱 내일쯤에는 발견될 만큼만.
그리고 대놓고 수풀을 헤쳐 나갔다.
2교관의 시체부터, 일부러 뚜렷한 흔적을 남기면서.
잠시 후.
목적지에 도착한 나는 등짐을 점검했다.
좀 무겁기는 해도 내 생명줄을 소홀히 할 수야 없지.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친 나는 뿌듯한 심정으로 밑을 내려다보았다.
휘이이잉―!
까마득한 계곡에서 치솟는 사나운 바람.
여기에서 떨어지면 영웅이 아니고서야 누구든 끝장날 것이다.
후후, 그거야말로 내가 노리는 바지만.
내가 복면 속에서 음험하게 웃는 사이,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일단의 무리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결국 조직보다는 후계자를 선택했군.”
“이미 예정된 결과였소. 1교관.”
나는 내심 쓴웃음을 지었다.
훈련소의 다섯 교관은 각각 검술, 암살, 첩보, 고문, 생존의 전문가다.
그중 내가 맡은 분야는 생존 기술.
그리고 1교관의 분야는 바로 검술이다.
‘전장의 불꽃’을 탐내 내게 검술 교육을 자주 맡겼을 뿐.
1교관이야말로 ‘데스 쉐도우’ 최고의 검사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거기에 ‘검의 그림자’까지 나섰으니, 내가 여기서 살아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뭐, 여기까지는 내 계획의 범주지만.
“꼭 그래야 했나?”
“조직이 내가 순순히 ‘전장의 불꽃’을 바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던 만큼, 나 또한 조직이 ‘그림자 베기’를 배운 나를 언제까지나 살려 둘 거라고는 믿지 않았소.”
“…어차피 다른 길은 없었던 거로군.”
1교관은 살짝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검을 뽑아 나를 겨눴다.
“마지막만큼은 검사로서 끝내도록 해 주겠네.”
“그 배려는 잊지 않겠소.”
과연 검사이자 인격자로 알려진 1교관다운 행동이다.
그러나 공은 공이고 사는 사.
임무라면 어린아이라도 베어 버리는 암살자가, 나를 상대로 머뭇거릴 리가 없지.
자아, 여기가 중요하다.
검을 꺼내 들면서 어깨를 움찔거리는 거다.
사실은 별로 아프지도 않은 경상이지만, 중상의 극심한 고통을 억지로 참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할 필요가 있다.
“부상을 입었군. 2교관의 솜씨인가?”
“…신경 쓸 필요 없소.”
나는 차갑게 그의 말을 받았다.
원래는 동물의 피를 뿌려 둘 생각이었다.
그런데 7호의 칼 지랄 덕분에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남은 건 경상을 중상으로 꾸미고, 1교관이 이것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뿐이지.
“‘전장의 불꽃’의 계승자와 전력으로 승부를 보지 못해 유감이로군.”
“나 또한 유감이나, 순순히 져 줄 생각은 없소.”
“물론 그래야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1교관.
그가 가볍게 한 걸음을 내디딘 순간.
1교관의 몸은 한 줄기 그림자가 되어 내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미리 대비하고 있던 나는 그가 손목을 움직이는 타이밍에 맞춰, 쓰러질 듯 걸음을 비틀며 손목을 꺾었다.
카강―!
“훌륭한 ‘그림자 이동술’.”
“‘전장의 환염’ 또한 훌륭하네.”
세인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 있다.
필살 검술도 살아야 쓸 수 있다는 것.
그렇기에 일격 필살의 삼대 검류에는 생존을 위한 나름대로의 비전이 존재한다.
모든 공격을 피해 내는 ‘그림자 이동술’.
모든 공격을 비껴 흘리는 ‘전장의 환염’.
모든 공격을 튕겨 내는 ‘바위의 성벽’.
물론 이것은 비전 중 비전.
그 때문에 ‘데스 쉐도우’에서는 방어를 도외시한 일격 필살의 그림자 베기만을 가르친다.
나도 7호에게 ‘전장의 환염’까지 전해 주진 않았고.
캉, 카가강―!
그런 비전이 있기에 1교관과 나는 연신 검을 부딪치며 불똥을 튕겨 냈다.
일격 필살의 검사답지 않은 모습.
물론 내 공격은 모조리 빗나갔다.
내 실력으로는 1교관의 공격을 막아 내는 것만으로도 벅찼으니까.
그나마도 태반은 검술 덕분이지만.
‘전장의 불꽃’은 일종의 카운터 검술.
암습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반격에 약한 ‘그림자 베기’에는 천적과 같다.
게다가 최근 일 년간, 본의 아니게 단련을 거듭해 온 덕분에 몸도 꽤 가벼워졌고.
그 독종에게 시달린 게 도움이 되다니, 하여튼 인생 오래 살고 볼 일이라니까.
촤악―!
대략 스무 번쯤 검을 교차했을까?
마침내 1교관의 검이 내 허리를 얕게 베어 냈다.
끙, 부상만 아니면 대여섯 번은 더 견딜 수 있었을 텐데.
어쨌든 때가 됐다.
나는 통증을 무시하며 공격에 힘을 더했다.
그만큼 방어에는 빈틈이 생겨났고, 1교관의 예리한 검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촤좌작!
헉, 흐억, 끄아악!!
허벅지, 귀, 팔뚝을 베인 나는 내심 비명을 삼켰다.
물론 겉으로는 얼어붙을 듯 냉정한 모습으로 검을 휘둘렀지만.
크으윽, 진통제까지 먹어 뒀는데 이러니, 맨정신이었다면 지금처럼 계속 칼을 휘두르진 못했을 거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아예 생사가 오락가락할 치명상이니까.
중요한 건 타이밍.
까딱하면 골로 갈 타이밍 맞춰야 한다.
바로… 지금!
푸욱―!
“……!”
1교관의 옆구리를 꿰뚫은 검을 지그시 보길 잠시.
나는 서서히 고개를 숙였다.
근육으로 탄탄히 뭉쳐 있는 팔과 그 연장선으로 뻗어 나와 있는 검.
그리고 그 검에 꿰뚫어진, 내 가슴.
치, 침착. 침착하자.
칼침 맞은 게 어디 한두 번…이냐? 응?
급소는 피했어. 아슬아슬하게 피했다고.
일부러 비켜 맞은 거잖아? 난 안 죽어. 암, 그렇고말고.
마음을 가라앉힌 나는 검을 비틀었다.
그리고 1교관의 몸이 굳어지는 틈을 타, 뒤로 스르륵 물러나며 검으로부터 몸을 빼냈다.
검이 뽑히자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하지만 여기서 당황하면 안 된다.
괜찮아, 칼은 깔끔하게 빠졌다.
출혈이 좀 심하긴 하지만, 이 정도라면 찌른 1교관도 급소가 교묘하게 빗나간 걸 쉽게 눈치챌 수 없겠지.
“쿨럭, 쿨럭쿨럭…!”
나는 검을 땅에 박아 몸을 지탱했다.
그리고 거센 기침과 함께 피를 토해 냈다.
복면을 타고 흐른 핏줄기는 가슴의 출혈에 더해져, 땅에 작은 피 웅덩이를 만들었다.
이 중 태반은 입 안과 가슴팍에 준비해 둔 짐승의 피지만, 그 사실을 모른다면 누구라도 치명상을 의심치 못할 것이다.
“마지막 일검은 정말 대단하더군. 그게 바로 ‘전장의 불꽃’이 더해진 ‘그림자 베기’인가?”
“아니… 쿨럭! ‘그림자 베기’가 더해진, ‘전장의… 불꽃’이오.”
“진정 아쉽군. 그대가 부상만 입지 않았어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었을 텐데.”
“검사는 검으로… 쿨럭쿨럭, 말하는 법. 패배한 검사에게… 쿨럭! 위로는 필요 없소.”
가능한 한 차갑게!
그러면서도 죽어 가듯 힘없이!
내가 전력을 다했으나, 결국 졌다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 중상을 흉내 내고 억지로 미완의 잡탕 검술을 펼쳤다.
이것이야말로 숙련된 악당만이 보여 줄 수 있는 죽음의 연극!
당신이 아무리 살인을 업으로 살아왔다지만 여기에는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을걸?
“그리고 내게는… 하아, 아직 후계자가 남아 있음을, 잊지 마시오. 쿨럭쿨럭, 커억!”
“7호 말인가? 미안한 말이지만, 라바일가의 후계자는 결국 이곳을 살아서 빠져나갈 수 없을 걸세.”
쯧, 역시 알고 내 밑으로 보낸 거군.
그래, ‘데스 쉐도우’가 제정신이라면 분명 ‘전장의 불꽃’은 물론이고, ‘바위의 검’마저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는 않겠지.
하지만… 흐흐흐.
그게 과연 생각처럼 쉽게 될까?
음험한 미소를 삼킨 나는 검을 놓았다.
그리고 느릿한 걸음으로 뒤로 물러났다.
“후후… 나는 이렇게 가지만… 내 후계자만큼은, 쉽게… 끝낼 수 없을 거요.”
1교관은 나를 막지 않았다.
치명상을 입은 나를 잡아 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했겠지.
참으로 인격자답지만, 그렇기에 숙련된 악당은 될 수 없을 1교관을 비웃으며, 나는 비틀비틀 마지막 걸음을 옮겼다.
발에 닿은 묵직한 무언가가 밀려나고 균형을 잃은 몸이 뒤를 향해 쓰러진다.
그런 나를 기다리는 것은, 까마득한 절벽의 어둠이었다.
휘우우웅―!
거센 바람이 뺨을 할퀴고 지나간다.
몸을 휩쓰는 것은 오싹한 추락의 공포.
하지만 아직은 안 된다.
서두르면 눈에 뜨이는 것은 물론, 바람을 놓칠 수도 있다. 바람을 타고 떨어지길 한참.
마침내 계곡의 그림자에 들어온 순간.
나는 옆에서 떨어지던 등짐을 잡아챘다.
그리고 재빨리 그것을 등에 메고, 줄을 잡아당겼다.
퍼엉―!
등짐이 폭발하듯 열리며, 폭발하듯 튀어나온 검은 천이 활짝 펼쳐진다.
낙하 속도가 급격히 줄어 가는 가운데, 등짐과 연결된 끈으로 천을 조정해 충돌을 피한 나는 서둘러 상처에 지혈제를 뿌렸다.
물론 이건 응급조치일 뿐이다.
일단 착륙한 뒤, 다시 제대로 치료해야 한다.
그러고도 한동안은 앓아눕겠지만….
“어쨌든, 살아남았군.”
나는 만족했다.
살아서 추살대를 따돌릴 방법은 없다고?
그럼 그냥 죽어 버리면 그만이다.
추살대가 증인이 되어 준 이상, 이미 ‘죽은 인물’이 된 나를 추적하지 않겠지.
심지어 시체를 찾을 여유도 없을 거다.
내가 7호의 짐에 숨겨 둔 기밀 서류를 되찾으려면 총력을 기울여야 할 테니까.
하지만 7호가 ‘데스 쉐도우’에게 죽든, ‘데스 쉐도우’가 7호의 손에 괴멸되든.
그건 더 이상 내가 알 바 아니다.
어쨌든 나만 살면 그만이니까.
그래, 그렇다.
나는 고아하고 정의로운 검사도, 냉정하고 충실한 암살자도 아니다.
내게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의 목숨.
그렇기에 내가 검에서 찾는 것은 일신의 안전뿐.
그것을 줄 수 없는 검 따위, 내게 있어 동전 한 닢보다 못하다.
그 때문에 나는 무엇이든지 이용하든 사기꾼.
뭘 배우든지 끝에 도달할 수 없는 패배자.
그럼에도 그런 자신에게 만족하는 비겁자.
모두가 나를 비웃고 모욕하고 미워하리라.
하지만 상관없다.
나는 일류도, 이류도 아닌 삼류.
박쥐처럼 빌붙어서라도 살아남는 자니까.
그렇게 한 명의 삼류 악당으로서.
나는 내일을 살아간다.
* * *
깊은 산속의 길목.
그곳에 설치된 간이주점에서 등짐을 짊어진 두 사내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봐, 그 얘기 들었어?”
“무슨 얘기? 남쪽?”
“남쪽 소문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당연히 북쪽 소문 말이지.”
“북쪽이라면… 그거 말이지, 그거?”
“그래, 암흑 교단 말이야.”
사내는 힐끔 주변을 살폈다.
그들 외에 이 간이주점에 있는 사람은 백발이 성성한 주인장뿐이지만, 그래도 이런 이야기를 할 때는 주변을 잘 살펴야 하는 법이었다.
“암흑 교단 같은 사교가 번성하고 있다니. 요즘 세상이 어떻게 되려는지….”
“그게 참 기가 막힌다 이 말이야. 워낙 암암리에 퍼져 나가 정확히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부 주민의 삼분지 일은 이미 암흑 교단의 교도라는 소문도 있다고.”
“설마 그 정도야 되겠어. 북부에는 겨울 신전이 있는데.”
“사교가 괜히 사교겠어? 암흑 교단에서는 산 사람의 심장을 빼다가 제물로 바치고 권능을 얻는다고 하더라고.”
사내는 질린 얼굴로 고개를 내저었다.
“허, 마법사도 아니고 신관이 그런 짓을 해?”
“마법사가 악마에게 빌붙어 살아서 마법사인 것처럼, 사교는 악신을 받드니까 사교인 거지.”
“거참 무섭구먼. 이제 북쪽으로는 얼씬도 거리지 말아야겠어.”
“그러자고. 이왕이면 남쪽이 어때? 운만 좋으면 그 소문의 주인공도 만날 수 있을지 모르잖아.”
그렇게 잡담을 나누던 두 사내는 술을 한 잔씩 비우고 자리를 떠났다.
구부러진 허리로 식탁을 정리하길 잠시.
주인장은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고개는 식탁에 고정한 채, 눈동자만 빠르게 주변을 훑는 그 솜씨는 전의 사내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능숙해 보였다.
“암흑 교단이라….”
주인장은 작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가 슬쩍 몸을 돌린 순간.
굽어 있던 주인장의 허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똑바로 펴져 있었다.
“뭐, 나뭇잎을 숨기려면 숲이 제격인 법이지.”
이것은 오직 그 혼자만이 아는 이야기.
세워진 지 채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았던.
그런데도 이상하게 낡아 보이던 간이주점이 사라지기 전 벌어진, 짧은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