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not a hero, he'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25)
225화 – 에필로그 – 결혼식에 찾아온 손님.
라나와 데이브 클락. 벨제뷔트가 동시에 검을 내리쳤다.
서걱!
분명 허공을 향해 휘두른 검이었다.
그런데 왜 그 검에서부터 무언가를 벤 듯한 기분이 느껴지는 걸까.
“..끝난 건가요?”
“그래.”
데이브의 물음에 벨제뷔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안도한 듯 한숨을 내쉬며 주저앉는 데이브.
그러나 라나의 표정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저희가 뭘 벤 거죠?”
라나는 까닭 모를 불길함을 느끼고 있었다.
마치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만 같은 기묘한 기분이 그녀의 감각을 사로잡은 탓이다.
“..파라켈수스다. 이걸로 녀석은 완전히 사라지겠지. 이 세상의 평화는 더 이상 위협받지 않을 거다. 모든 게 무사히 끝난 거지.”
“..그리고요?”
“..후.”
벨제뷔트가 어떻게든 말을 돌려보려 했지만 라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뚫어질 듯한 시선이 벨제뷔트를 꿰뚫는다.
계속 입을 다물고 있으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그럴 수 없을 것 같았다.
내뱉어지는 한숨.
“..놈은 돌아오지 못할 거다.”
“..뭐라고요?”
라나는 자신도 모르게 되묻고 말았다.
믿고 싶지 않은 대답이다.
“..미안하다. 나로서는 놈을 말릴 수 없었다.”
벨제뷔트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여 보였다.
일행들은 하나같이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계가 구원받은 건 좋지만 정작 세계를 구한 당사자가 없다니, 도대체 이런 상황에서 어떤 표정을 해야 하는 걸까.
“하지만 그 녀석은 이게 끝이 아니라고 하더군.”
“..끝이 아니라뇨?”
“영원한 이별은 아니라는 뜻이야.”
의아하다는 듯한 라나를 보며 벨제뷔트는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 나갔다.
이 모든 일의 원인과 그 해결 과정.
‘그’가 마신이 되었다는 사실과 지금은 신계에 있다는 사실.
그리고 마지막으로..
* * *
프로키온 시의 동쪽, 제국 최고의 대장장이라 불리는 하르트가 대장간에 불을 지폈다.
대장간의 밖에는 오늘도 도적들이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아마 하르트의 무기를 비싸게 팔고자 했던 거겠지.
“음. 날이 갈수록 도적들이 늘어나는 기분이군.”
“당신의 소문을 들은 거겠죠. 칼 하나만 훔쳐 팔아도 팔자가 핀다니 그럴 만도 하지 않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이건..”
“괜찮아요. 어차피 제가 당신을 지킬 거니까.”
“..하긴, 그랜드 마스터가 지키는데 누가 들어올 수 있겠냐마는.”
고개를 들어 올린 하르트의 시선에 저 멀리 떠나가는 남매가 보인다.
마리아와 아담. 어느덧 화해한 두 사람이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학교는 다닐 만하니?”
“..학교가 아니라 상아탑.”
“그래, 친구는 사귀었고?”
“어휴. 진짜.”
아담은 숨이 막힌다는 얼굴로 저 멀리 달려갔다.
마리아는 그런 아담을 지켜보며 웃었다.
한편, 상아탑에서도 익숙한 얼굴들이 비치고 있었다.
“라나가 휴학했다고요?”
“응. 그렇다던데?”
엘레나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예이츠의 제자 사라였다.
새롭게 무형검이라는 이름을 이어받은 그녀.
그러나 명성을 날리기가 무섭게 제국의 귀족인 슈타인 백작가의 사람들에게 잡히고 말았고, 결과적으로 독립을 인정받긴 했으나 상아탑을 졸업해야만 한다는 조건을 제시받게 되었다.
“탕 티르 아저씨를 따라 레온하트 왕국으로 간다던데?”
“레온하트..? 거기는 왜 가는 거죠?”
“아는 사람이 결혼한다더라고.”
“아하. 그런 거라면 곧 돌아오겠네요? 다행이에요.”
엘레나가 생긋 웃음을 터트리며 반색했다.
유찬 교수가 교실로 들어선 것은 그 직후의 일이었다.
안타깝지만 아담은 지각이었다.
아마 모범생인 엘레나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조금 더 분발해야겠지.
한편 마탑의 밖에서는 또 하나의 작별이 이뤄지고 있었다.
“라나는 잘 데려다주셨나요?”
“네, 이제는 저도 집으로 돌아가려고요.”
탕 티르의 물음에 빙긋 웃어 보이는 남자가 있었다.
한 번이라도 봤으면 잊지 못할 법한 미청년.
그러나 기억에는 존재하지 않는 얼굴이다.
다만 이상한 점이 있다면 그의 분위기가 이상하게도 낯이 익다는 것.
“친구들이랑은 연락하고 있어?”
“네, 지금은 다 살아있더라고요. 참 다행이죠?”
탕이 남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영원히 어른이 되지 못할 것 같았던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간다.
그만큼 자신도 나이를 먹은 기분이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결혼식에 맞춰 찾아갈게요. 그때 봬요!”
“그래, 조심히 들어가라. 폴.
폴 뷔마. 본래의 몸을 되찾은 그가 그리웠던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탕 티르는 빙긋 웃으며 몸을 돌렸다.
결혼식에 맞춰 가려면 조금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폴이나 라나랑은 다르게 그에게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으니까.
“그 두 사람이 결혼이라.. 감회가 새롭긴 하네.”
폴은 그렇게 실험체들.. 아니, ‘친구’들을 만나러 걸음을 옮겼다.
“선생님!”
한편 팔레아스 ‘공작령’에서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최근 들어 대륙 전체에 유행하기 시작한 동화, ‘붉은 눈’의 작가 토트 팔레아스가 2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원인이었다.
“이제 다시 밖에 나오시는 거예요?”
“그래, 오랜만이구나. 타라.”
마을의 아이들이 토트를 보며 반갑다는 듯 소리쳤다.
종종 아이들에게 글과 숫자를 알려주던 그가 최근 들어 동화의 집필 때문에 틀어박혀 있던 것이 원인이었다.
덥수룩해진 수염과 깊어진 눈동자.
그 모습 어디에서도 이전과 같은 ‘망나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기야 그가 망나니였던 기록조차 이제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선생님! 그런데 이 ‘붉은 눈’은 도대체 누굴 보고 그리신 거예요?”
“음?”
“첫 장에 ‘이 동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라고 적으셨잖아요. 그런데 역사책 어딜 봐도 비슷한 사람이 없는 것 같아서요.”
한때 쥴리와 함께 ‘그’의 손에 구출되었던 타라.
그러나 너무 어린 시절의 일이어서일까.
타라는 그에 대한 그 어떤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토트는 그런 타라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이내 그녀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붉은 눈은 말이다..”
“우리 모두를 구한 영웅이랍니다.”
그 순간,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드는 사람이 있었다.
성녀 이자벨. 이번에 팔레아스의 사람들과 함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한 인물이었다.
“오셨군요. 성녀님.”
“보기 좋아졌네요. 토트. 책 잘 읽었어요. 아주 잘 쓰셨던걸요?”
“..아직 멀었습니다. 차기작은 조금 더 잘 쓰도록 해봐야죠.”
이전과는 달리 오만함 따위는 보이지 않는 모습.
아무래도 그간의 수많은 경험이 그를 자라게 한 것 같았다.
“그래, 다음에는 조금 더 잘 써봐라. 그래야 사람들이 그분을 기억하지.”
“아버지.”
오테 팔레아스와 크리스 팔레아스. 제이슨 팔레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출발할 때가 된 거겠지.
토트는 타라를 향해 웃어 보였다.
“쥴리를 데려오렴. 남은 이야기는 가면서 해주마. 아마 쥴리도 좋아할 거야.”
“..네!”
타라가 언덕을 타고 달려갔다.
푸르른 하늘 위로 스치는 구름.
“라나. 와줬구나?”
그 구름 아래 선 누군가가 엘프의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니콜라스.”
이제는 어엿한 어른이 된 라나가 그곳에 서 있었다.
그런 라나를 부르는 것은 니콜라스.
이번 결혼식의 ‘주역들’ 중 한 사람이었다.
“당연히 와야죠. 니콜라스의 결혼인걸요?”
“하핫. 그렇게 말하면 나 혼자만 결혼하는 거 같잖아. 다른 사람들이 서운해하겠다.”
“그러는 니콜라스는 괜찮나요? 한 번뿐인 결혼식인데.”
“한 번뿐이니 더 의미가 있는 거지. 친구들과 함께라면 말이야.”
빙긋 웃어 보이는 니콜라스의 모습에 라나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참 변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 참. 이프리트가 찾고 있더라. 아무래도 문제가 생긴 것 같던데?”
“주례를 서는 데 문제 생길 일이 있나요? 흠.. 알겠어요. 가볼게요.”
라나는 니콜라스를 뒤로한 채 언덕 아래로 뛰어내렸다.
어디선가 날아온 그레고리오가 그런 라나의 몸을 받아냈다.
“이프리트!”
이프리트의 옆에는 이번 결혼식의 주역들이 모여 있었다.
데이브 클락과 클로드 슈나이더, 노드릭 드라쿨리아와 라이라. 그리고 엘리아에 이르기까지.
“라나. 못 본 사이 더 큰 거 같은데?”
데이브가 그런 라나를 보며 미소 지었다.
못 본 사이 조금 살이 찐 모습이었다.
아마도 클로드와 함께 상행을 다니면서 세계 곳곳의 맛집을 돌아다닌 탓이겠지.
“조금 컸어요. 이제 더 클 것 같지는 않지만요.”
그러나 라나의 변화에 비하면 데이브의 변화는 별것도 아니었다.
아닌 게 아니라 라나의 키는 이미 데이브를 따라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그녀를 생각해 보면 참 감회가 새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나저나 이프리트. 문제가 생겼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이제 와서 긴장이라도 한 거예요?”
“음..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라나의 물음에 이프리트가 눈을 굴려 누군가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조르디네스?”
“음. 드래곤 로드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가 주례를 봐야겠다고 하시더구나.”
“아하..”
라나는 그제야 감이 온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하기야 생각해 보면 조르디네스는 과거에도 그랬다.
노드릭과 라이라의 재회를 그 누구보다도 바랐던 만큼 조금이라도 더 축하해 주고 싶었던 거겠지.
애초에 이미 부부 관계인 두 사람에게 결혼식을 하자고 주장한 것도 그녀였으니까.
“음.. 가위바위보라도 하시는 게 어떨까요?”
“라, 라나!”
“호.. 그거 좋은 생각이군.”
둘 중 누군가의 편을 들어주기 애매했던 라나가 발을 뺐다.
믿었던 라나의 배신에 절망으로 물드는 이프리트의 얼굴.
반면 조르디네스의 눈빛은 점점 더 거센 빛을 품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주례가 바뀔 것 같은 기분이다.
“오랜만이에요. 라이라.”
라나는 그런 이프리트를 모른 척하며 라이라에게로 다가갔다.
빙긋 미소 지으며 라나를 맞이하는 그녀.
그런데 그런 라이라의 배가 제법 부풀어 있었다.
“안녕, 이브.”
“후후. 이브에게도 인사하는 건가요?”
“물론이죠. 이브와 만나게 되면 해주고 싶은 말이 아주 많거든요.”
“그전에 저 아이들부터 어떻게 하지 그러냐?”
가볍게 인사를 나누던 두 사람.
그러던 중 노드릭이 라나의 어깨를 두드렸다.
“라나!”
라나가 뒤를 돌아보면, 그곳에는 톰과 제이슨이 빙긋 웃음을 짓고 있었다.
누가 봐도 라나에게 호감이 있어 보이는 모습.
어릴 적부터 또래 남자에게 인기가 많았던 그녀답게 고생이 많아 보이는 모습이다.
“쥴리!”
그러나 라나는 두 사람보다는 그 뒤의 쥴리에게 더 관심이 많아 보였다.
단숨에 달려가 쥴리에게 안기는 그녀.
그 모습을 보던 톰과 제이슨이 얼굴이 멍해진다.
쉽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무관심할 줄은 몰랐다는 얼굴이었다.
“후훗. 라나. 아무래도 네 결혼식은 아직 먼 것 같네.”
“..응?”
“아니야. 아무것도.”
그렇게 평화로운 나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마 한동안 이 평화가 이어지겠지.
라나는 평화가 주는 포근함을 만끽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띠링.
그와 동시에 울려 퍼진 알람음이 그녀에게 말했다.
나 역시 너를 보고 있노라고. 외로워할 필요는 어디에도 없노라고.
“네, 알고 있어요.”
라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 그와, 자신의 아버지와 재회할 날을 기다리며 행복하게.
* * *
“음. 합동결혼식이라.. 슬쩍 다녀올까?”
“외신의 파편부터 제거한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뭐, 그건 나중으로 미루지 뭐.”
“그럼 저도 같이 가도 되나요? 라나 양의 어머니 자격으로요!”
“..벨제고트는?”
“그 아이는 릴리스의 자식이잖아요. 저와는 다르다고요!”
“..음.”
마신은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하던 일도 슬슬 마무리를 짓던 참이다.
세상이 멸망하면 어쩔 거냐며 난리 치는 아리벨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지만 뭐..
그건 나중의 일로 미루면 되는 거겠지.
“그럼 가보자.”
마신은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하기야, 그에게는 그럴 자격이 있었다.
조금의 일탈 정도는 아리벨도 봐주겠지.
“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마신은 아리벨의 목소리를 뒤로한 채 하계로 향했다.
간만에 만날 친구들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펑!
그 순간 하늘을 수놓는 불꽃이 있었다.
아무래도 늦지 않은 모양이다.
마신이 놀란 얼굴의 사람들에게로 날아갔다.
“아저씨!”
그 가운데에서 활짝 웃어 보이는 라나의 얼굴이 보인다.
마신은 그 모습에 마주 웃어 보이며 생각했다.
확실히,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