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House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95)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195화(195/466)
<89. 금단의 기록 (5) >
의사당 안의 풍경은 몰라볼 정도로 변했다.
스파이더 타입 특유의 건축가 기질이 어김없이 발동해 의사당 전체를 저 미노타우르스가 갇혔다 는 미궁만큼이나 복잡한 형태로 바꿔 놓았다.
정지 작업조가 폭탄이나 불도저 등을 동원해 길을 뚫긴 했지만 하수인과 광신도의 반격 탓에 완벽 하게 길을 개척하지 못했다.
즉, 스파이더 타입이 만든 요새의 방어력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작전을 실행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이 건물 안엔 광신도도 있다.
한때는 화려한 융단이 깔렸을, 지금은 회백색으로 침식된 음침한 복도를 걸으며 김다람에게 물었다.
“너희 쪽에도 광신도 있지 않냐?”
“있긴 하지.”
“이 친구들 죽여도 그 친구들 화를 내진 않을까?”
“딱히? 그 사람들은 여기 있는 광신도를 죽이는 것보다 우리가 처치한 몬스터의 죽음에 더 분개할 사람들이야.”
김다람이 한숨을 내쉬었다.
“방수변이 싸지른 똥이야.”
“방수변?”
“그 인간 아이디어거든, 광신도 중엔 어웨이큰이 많으니 그들을 받아들이면 필경 우리 전력에 도움이 될 거라고.”
김다람이 그녀답지 않게 감정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개뿔, 마약에 찌든 북한 쓰레기들만 있었지.”
북한 붕괴의 원인으로 분석가들은 북한 왕가의 느닷없는 전멸을 일 순위로 꼽았다.
수십 년 동안 북한을 가혹하게 지배하던 왕족이 없어지니 지휘체계가 글자 그대로 무너져서 전면적인 붕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쟁 전 북한 파견 병사들과 신진학자들은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북한도 중국처럼 광신도가 멸망에 일조했다.
몬스터의 침공과 침식이 견고한 통제 사회의 균열을 파괴했고 그 틈으로 셀 수 없는 반역자들이 양산되어 국가 자체를 전복했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옳건 북한에 다수의 광신도가 있는 건 사실이고 그들이 평범한 피난민을 가장해 남한으 로 내려온 것도 사실이다.
모든 피난민이 나쁜 건 아니지만 일부 피난민은 도저히 한국 사회에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의 흠결을 가지고 있었다.
“본부장 말마따나 날 잡아서 가스실에 처넣었으면 좋겠어.”
나와 비슷한 중립적인 성향을 가진 김다람이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발언을 할 정도면 확실히 골칫 덩어리이긴 한 모양이다.
세종에서 본 그 광신도 여자아이도 정상이라고는 보기 어려웠다.
그런 사람들이 수천 명 단위로 깽판을 친다면 없던 혐오감도 생겨나겠지.
나도 광신도를 좋아하진 않는다.
김다람 말마따나 집단으로 가스실에 처 넣는 것까지는 찬성하지 않지만 적어도 전장에서 그들은 몬스터보다 앞서 처리해야 하는 장애물이다.
실제로 우리는 몬스터가 있는 구역이 아닌, 광신도 장악 지역을 향하고 있다.
멤버는 나와 김다람, 그리고 이름 모를 전투원 셋.
그중 하나는 화염 방사기를 들었다.
건물 외부에선 송유진이 감지 능력으로 벽을 노려보며 우리에게 접근하는 인간이 있는지 없는지를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있다.
“샘! 괜찮아요. 한 곳에 있어요. 네.”
교신기를 통해 송유진의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쉬지 않고 들려온다. 그런데 이 녀석, 말이 좀 많다.
“샘. 김팀장님하고는 무슨 관계에요? 애인 같은 건 아니죠? 김팀장님 유부녀니. 헉?! 혹시….. 불 륜?!”
“좀 조용히 해.”
전용 채널이라서 이렇게 떠들어대는 거지 공용 채널이었다면 김다람이 바로 불러내서 앞장 세웠을 것이다.
그렇게 핀잔을 주니 송신기 저 너머에서 조금은 토라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도 조용히 하고 싶은데 지금쯤은 괜찮잖아요? 어차피 거긴 하수인도 정리했고 사람 밖에 없는 걸요. 이런 때 아니면 어떻게 샘하고 단 둘이서 사제 간의 대화를 나눌 수 있겠어요?”
나란히 걷던 김다람이 나를 돌아본다.
“뭐해?”
“옛 제자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모양이야.”
“아, 그래? 그럼 내가 선두에 설게.”
내가 현역 시절 김다람을 좋아했던 이유는 사람을 편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 편안함은 변하지 않았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송유진이 다시 재잘재잘 말을 걸어왔다.
“우민희 소장님 이야기는 안 궁금해요?”
“그건 흥미롭군.”
“······우소장님이 우리를 버린 건 사실이지만 어쩔 수가 없었어요. 우리가 아무 힘도 안 되는데 있어 봐야 짐 덩어리 밖에 안 되거든요.”
“그 정도로 상황이 안 좋냐?”
“진짜 거긴 완전 지옥이에요! 지옥! 우소장님이 그것들을 북쪽으로 유도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미 여긴 아주 몬스터 천국이 됐을 거라고요.”
우민희.
그녀답지 않게 열심히 일하고 있었군.
한 가지 궁금한 건 자유분방한 영혼인 그녀가 왜 그런 위험한 곳에서 절망적인 임무를 자처하고 있냐다.
그녀 성격상 진즉에 내팽개치고 안전한 후방에서 떵떵거리며 사는 길을 택했을 텐데.
“아, 우소장님이 말했어요.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지도 모른다고요.”
“좋은 소식?”
그때 김다람이 왼팔을 들어 올렸다. 정지 신호.
무언가를 발견한 모양이다.
“그건 나중에.”
교신기의 볼륨을 줄이고 전방에 집중했다.
바리케이드가 보인다.
아마 광신도가 쌓아 놓은 것이겠지.
바리케이드 너머에 인영은 보이지 않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송유진.”
김다람이 교신기에 대고 말했다.
“우리 앞에 몇이나 있어?”
“거기엔 아무도 없어요.”
“드론을 보내서 폭발물이 있나 살펴봐.”
우리 뒤를 따라오던 소형 정찰 드론이 우리를 지나 바리케이드 뒤편을 살폈다. 조잡한 사제폭탄과 가연성 물질이 발견됐다.
김다람이 수류탄을 꺼내 바리케이드 너머로 던졌다.
쾅!
“도화선 확인.”
김다람이 말하고 드론 조종사가 답했다.
“끊어졌습니다.”
김다람이 부하들을 내보냈다.
그들은 바리케이드 뒤로 넘어가 폭발물을 확보한 뒤에 우리에게 OK 사인을 했다.
“······.”
이것이 사람 상대하는 일의 어려움이다.
일단 지지부진해진다.
하나의 문제를 발견하면 일일이 문제의 원인을 제거하고 전진해야 한다.
대충대충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려면 팀원이 많아야 할 것이다. 그것도 죽거나 불구가 되도 별로 아깝지 않은 친구들이 말이다.
“전방 바리케이드.”
또 하나의 장애물이 나타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다르다.
사람이 있다.
바리케이드 뒤가 아닌, 바리케이드 앞에 난 문 안 쪽에.
이름이 보이지 않는 의원실로 보이는데 문짝은 없지만 각도가 우리와 거의 수직이라 안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송유진은 그 안에 다섯 명 정도의 광신도가 있다고 말해주었다.
철컥-
철컥-
전투원들의 총구가 입구를 겨눈 가운데 드론이 날아갔다.
탕! 탕!
의원실 안에서 총성이 울려 퍼졌고 두 번의 총격에 피격당한 드론이 힘없이 아래로 추락했다. 확실히 안에 있다.
김다람이 화염방사기를 든 부하에게 손짓했다.
“태워버려.”
“잠깐.”
주변을 보았다.
사방이 꽉 막혀 있다.
그리고 저 막다른 곳의 바리케이드.
나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생각한다.
이것이 사람 상대하는 일의 어려움이다.
일단 지지부진해진다.
하나의 문제를 발견하면 일일이 문제의 원인을 제거하고 전진해야 한다.
대충대충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려면 팀원이 많아야 할 것이다. 그것도 죽거나 불구가 되도 별로 아깝지 않은 친구들이 말이다.
“전방 바리케이드.”
또 하나의 장애물이 나타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다르다.
사람이 있다.
바리케이드 뒤가 아닌, 바리케이드 앞에 난 문 안 쪽에.
이름이 보이지 않는 의원실로 보이는데 문짝은 없지만 각도가 우리와 거의 수직이라 안이 보이지 않는다.
심상치 않다.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고화력 폭발물은 아니다.
C4 같은 강력한 폭발물이나 인화 물질은 군단파 같은 규모 있는 군조직 레벨에서나 구할 수 있는 물건이다.
광인들의 점조직에 불과한 광신도 소수가 쉽게 손에 쥘 순 없다.
바로 동귀어진이라 불리는 동반 자살이다.
광신도들은 자신의 적과 함께 죽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어쩌면 저들은 저 바리케이드 안에 불이 붙으면 유독성 연기를 내뿜는 물질을 숨겨 놓았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석유 화학제품은 쓰레기라는 형태로 이 멸망기 곳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니.
“그 황금 돼지상 있던 아파트 때 기억나냐? 1층에 마오타이 판매점 있던.”
김다람에게 넌지시 말했다.
“아, 우다우커우에 있던 중국 주상복합 말이지?”
“그때와 비슷한 냄새가 나.”
오래 함께 작전을 했다는 건 설득에 들이는 노력이 적다는 걸 의미한다.
“그래?”
지금도 그렇다.
내심 내 명령에 은근한 반감을 드러내던 김다람이 고개를 끄덕이고 화염방사기를 뒤로 물렸다.
그녀와 눈을 맞추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때처럼 하자.”
김다람이 고개를 끄덕이고 문 쪽을 향해 목청을 가다듬고는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는 국군이다.”
김다람이 협상에 나섰다.
“우리는 그쪽을 해칠 의사가 없고 그쪽이 무기를 버리고 투항한다면 관대한 처분을 약속한다.”
나와 김다람 누구도 광신도가 설득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김다람의 투항 권고는 속임수다.
우리가 몬스터를 상대할 때 인티미데이팅을 하는 것처럼 광신도에게도 비슷한 허초를 구사하는 것이다.
참고로 김다람은 중국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한다.
나는 중국말을 배우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않았기에 모르겠지만 중국인들의 말에 의하면 완벽한 북경 표준어를 사용한다고.
물론 한국말도 발음이 명료하고 목소리도 좋다.
무엇보다 성량 자체가 커서 나의 접근을 가려주는 효과가 있다.
“······.”
입구 바로 앞에 도착했다.
광신도들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안에서 그들의 거친 숨소리와 긴장감이 떨리는 공기의 진동을 통 해 고스란히 느껴진다.
천천히 수류탄을 꺼내 안전핀을 뽑았다.
하나, 그리고 둘.
양손에 안전핀을 뽑은 수류탄을 쥐고 있자니 절로 한숨이 나온다.
사실 이런 건 우리 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참 많이 했었지.
아까보다 훨씬 더 큰 비명이 들려오는 걸 들으며 권총을 빼 들었다.
펑!
폭발.
그리고 상황을 살핀다.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이쪽으로 곧장 달려 나오고 있다.
그리고.
“만류!”
발작적인 고함이 터져 나왔다.
“귀종!!!!!”
시커먼 인영이 앞에서 튀어 나왔다. 온몸에 폭탄을 두른 광인이다.
머리가 긴 여자.
하지만 이 상황에 남녀가 무슨 상관이랴.
날 노려보는 부릅뜬 눈엔 오로지 광기만이 넘치고 있는데,
탕!
문틀이 있는 모서리를 노려보며 수류탄 하나를 안으로 튕기게끔 던졌다.
탕! 타타타탕!
조건반사에 가까운 사격으로 여성의 미간을 꿰뚫었다. 폭탄을 매단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삐- 삐- 삐-
수류탄이 보이자마자 총성들이 울린다.
폭탄과 연결된 붉은 전구가 점멸하는 게 보인다.
아직 안 끝났다.
그대로 전력을 다해 김다람 쪽으로 질주했다.
물론 다리를 절진 않았다.
이 마당에 절름발이 코스프레를 할 정도로 나는 연기에 몰입하진 않았으니까.
그런데.
“?!”
사기꾼은 아무래도 나만은 아닌 모양이다.
김다람도 안대를 살짝 위로 올려놓고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안대가 가려주던 영역엔 멀쩡한 눈동자가 놀라움을 담아 날 응시하고 있었다.
“······.”
서로 못 본 척을 하며 복도 뒤로 부리나케 달아났다.
콰쾅!!!
폭발이 일어났고 뒤이어 바리케이드 뒤편에 쌓아둔 각종 폐기물이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며 모든 걸 덮어버렸다.
사람을 질식해서 죽게 만드는 검은 연기는 이내 의사당 곳곳을 덮어버렸다.
광신도의 시체도, 의원실에 숨은 나머지 광신도도, 복도 안에 흐르던 어색한 침묵은 물론 나와 김다람의 코스프레마저도 말이다.
그대로 우리는 입구까지 후퇴했다.
숨을 고르고 의사당 쪽을 보았다.
의사당의 구멍 뚫린 지붕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하.”
김다람이 쓴웃음을 머금으며 그제야 안대를 고쳐 썼다.
못 본 척을 하며 나도 다리를 절뚝거렸다.
“······.”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교신기에서 갑자기 송유진의 어리둥절한 탄성이 들려왔다.
“어?”
곧 송유진이 다급하게 말했다.
“사람이 더 있어요! 뒤편에서 몰려오고 있어요!”
김다람이 매섭게 뒤를 돌아보았다.
“여기에 사람 안 사는 거 아니었어?”
뒤에 있던 점잖게 생긴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국위원 쪽 자료에 의하면 작년 12.31 기준, 서울에 사는 사람은 단 한 명 뿐입니다.”
“그 기울어진 아파트 사는 사람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김다람이 날 보았다.
“광신도야, 이유는 모르겠지만 여기는······.”
“광신도의 성지라는 건가?”
김다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광신도의 행동 원리는 워낙에 변화무쌍하고 그때 그때마다 달라질뿐더러 우리 평범한 인간들의 상식을 아득히 넘어선 행동만을 하기에 추측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그럼에도 몇 가지 특정 이 가능한 행동이 있다.
그중 하나가 성지다.
우리가 알 수 없는 기준으로 광신도는 끊임없이 성지나 성인 같은 성스러운 상징을 만들고 거기에 모이는 경향이 있다.
무전기가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노이즈를 토해냈다.
“여기는 신인(神人)이 탄생한 곳이다.”
강렬한 북한 억양으로 광신도가 말했다.
“물러나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 일동은 최후의 한 명까지 원수들의 가슴팍에 총창을 박겠다!”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건 안 된다. 안 하는 게 맞다. 그런데.
두두두두두—
하늘 위에서 북을 치는 듯한 굉음이 들려왔다.
헬기다.
그것도 군용 헬기다.
누가 타고 있는지 짐작이 가지만 확실히 하기 위해 김다람에게 물었다.
“저기에 누가 탄 거지?”
김다람이 낭패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김병철 본부장.”
국군 통합사령본부장 김병철.
그는 현재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군단파의 수장이다.
<89. 금단의 기록 (5) 〉 끝
ⓒ 로드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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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금일은 연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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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참은 무야호~
(주요댓글)
(gegur**) -추천59-
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기꾼 듀오 ㅈㄴ 웃기네 씹거ㅜㅋㅌㅋ
(als**) -추천52-
속이는 놈들만 있고 속는 놈이 없네ㅋㄱ
(동글**) -추천48-
사실 박규가 김다람을 꺼려했던 건 동족 혐오가 아닐까..?
자기를 너무나도 닮아서 더 기분 나빠하는 거 같아요
(부레오**) -추천12-
아니 김다람 안대는 앤 왜 한거임? 딴 헌터들은 다 알고 있었던 거 아니야? ㅋㅋㅋㅋㅋㅋ
(열혈**) -추천5-
“물론 목소리도 좋다”
ㅋㅋ 이게 바로 전직 완장의 자신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