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House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00)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200화(200/466)
90. 폭스게임 (4)
반드시 좋은 사람일 것이다.
내가 폭스게임을 상대하면서도 느낀 일종의 확신이었다.
그 사내가 내게 음영이 진 얼굴만큼이나 우울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좋은 의도로 받아들였는데 결국 어느 순간 주도권을 쥐더군요. 애까지 있는 걸 받아줬는데도. 그렇게 나오더라고요. 뭐 예상은 했죠. 제게 원한이 있는 친구들이거든요······.”
“원한요?”
“네. 회사 다닐 때 제가 그 남자 직원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얻어 동의를 얻지 못한 채 사용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하루에 3시간도 못 자면서 실적압박을 받던 시절이라 항상 비몽사몽 상태에 있어 도용한다는 의도조차 없이 저도 모르게 그런 짓을 저지른 건데 결과적으로 그 친구한테 몹쓸 짓을 해버렸죠.”
우울한 얼굴로 과거를 이야기하는 폭스게임의 모습엔 큰 어색함은 없었다.
어쩌면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 친구들이 무기고 키를 가지고 있어요.”
그때 차고의 안쪽 문이 열렸다.
부부의 아이다.
나이는 만으로 아홉 살이라는데 멸망기의 여느 아이처럼 나이보다 훨씬 영특하고 의뭉스러운 느낌이 있었다.
소년이 살짝 열린 문틈으로 이쪽을 보자 폭스게임은 입을 다물더니 딴소리를 꺼내 놓았다.
“······이번 신작은 몬스터 파크처럼 비바! 아포칼립스!의 허술한 트래픽을 이용하려고 해요. 문제는 페일넷에서 접속할 유저들이 절대다수인지라 병목 문제를 해결하는 건데 존내논이 이전에 성공했던 터널링을······.”
우리는 차고를 나왔다.
폭스게임은 차고의 셔터를 닫으며 상기된 표정으로 날 보았다.
“보셨죠?”
“네?”
“방금 그 애새······. 아니 남자애. 걔도 스파이에요. 순진한 척 천진난만한 척 하는데 사실상 부모가 기르는 도청기죠. 불과 5분 전에 한 이야기가 애 엄마 귀에 들어가 있더라고요.”
우리는 나에게 패배감을 안겨다 준 5m 길이의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우울한 침묵 속에서 폭스게임의 작지만 절박한 목소리가 침묵의 틈새를 파고들었다.
“제가 이 방공호의 설비운용과 유지보수 지식을 모두 갖고 있기에 저 친구들이 저를 살려두고 있는데 그것도 얼마 안 남았어요. 방공호에 관한 모든 걸 알게 되면 저를 죽일 겁니다.”
폭스게임을 보았다.
그는 복도의 끝을 냉담하면서도 질린 얼굴로 응시하고 있었다.
“······제 방 봤죠?”
“그 좁은 방 말입니까.”
그가 날 돌아보며 말했다.
“그게 원래 제 방이었겠습니까?”
내가 직전에 식당에서 젊은 부부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폭스게임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페일넷에서 본 폭스게임에 대한 평가가 자꾸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그의 얼굴을 보았다.
폭스게임은 전형적인 피해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도와주세요.”
폭스게임이 낮은 목소리로 간청했다.
“······.”
그가 원하는 도움이 뭘 의미하는지는 알고 있다.
전부 죽여달라는 것이겠지.
그게 맞다.
어설프게 쫓아내 봐야 며칠 뒤에 수십 명에 달하는 약탈자를 끌고 올 테니까.
하지만 폭스게임의 말만을 듣고 그 친구들을 죽이는 게 맞을까?
여자 쪽이 폭스게임에 대해 반감을 가진 건 맞겠지만 남자 쪽은 여전히 존경심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게임을 만든다고 했다.
그것도 1년 전부터.
그 점이 걸렸다.
폭스게임을 죽이고 방공호를 뺏으려는 사람들이 왜 중노동을 해가며 게임을 개발하는 것일까?
“신작. 만드신다고 하셨죠?”
앞선 말을 무시하고 억지로 질문을 했다.
폭스게임의 우울한 눈동자가 가볍게 흔들렸다.
“네. 그렇죠.”
“아까 그 사람들도 신작에 참여를 하나요?”
“그건 왜 물어보는 거죠?”
“그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자기들은 현재 신작을 만들고 있다고.”
“신작을 만드는 걸 구실로 제 방공호에 왔어요. 그리고 신작을 만드는 척 하면서 주도권을 빼앗았고요. 무기고 열쇠! 그것만 해도 그 여자가 가지고 있어요.”
폭스게임이 불안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시간을 끌면 안 돼요. 그들이 눈치챌 거예요. 우리의 대화가 길어지면 그들이 저를 가만 내버려 두지 않을 거라고요!”
“그럼 이렇게 합시다.”
폭스게임에게 권총을 내밀었다.
“문제가 생기면 이걸로 항전을 하세요. 저는 하루만 이 근방에 있다가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하루도 짧다.
한 가족의 생사를 결정하는 건.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보통은 게시판 친구의 편을 드는 게 맞겠지만 이번 일은 허투루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제가 죽는 거 보고 싶어요?”
폭스게임이 처음으로 짜증을 냈다.
“저는 총 쏠 줄 몰라요. 군대도 안 갔다 왔다고요. 거기다 그 사람들은 서울과 인천에서 사람을 밥 먹듯이 죽였어요. 상대가 안 된다고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지켜보았다.
내 결정엔 변함이 없다.
폭스게임이 짜증과 분노, 피로가 섞인 충혈된 눈으로 자신에게 내민 권총을 힘없이 쳐다봤다.
잠시 후, 폭스게임이 돌아섰다.
“그냥 가세요. 그냥 죽을게요.”
“······.”
“왜 스켈톤이야. 오라는 디에스이라에는 안 오고······.”
그는 투덜거리면서 나에게 충격을 주었던 5m 길이의 복도로 사라졌고 곧 육중한 완전 개폐형 셔터가 그와 그의 아지트를 자연스럽게 덮어버렸다.
나는 그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해야 할 지 알지 못한다.
적어도 나는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았다고 믿는다.
게다가.
“······.”
매복이 있다.
분명 이곳에 올 땐 없었는데 그 짧은 사이에 누군가 도로의 정글 속에 차량을 숨겨두고 풀숲에 숨은 채 이쪽을 지켜보고 있다.
만약 매복자가 나였다면 내가 인지할 수 없는 거리에서 총격을 가했을 것이다.
운이 좋다면 나를 죽일 수도 있었겠지.
무슨 꿍꿍이일까.
사격에 자신이 없는 걸까, 아니면 권총이나 판사킬러 같은 하찮은 무기를 가지고 있어서 거리를 좁히려는 것일까.
다음 순간, 뜻하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매복자가 풀숲에서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다.
한 손에 망원경을 쥔 그 사내는 총구를 아래로 내리더니 큰소리로 날 불렀다.
“어이!”
곧 사내가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벗었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음과 경험이 적절하게 버무려진 전체적으로 활기가 느껴지는 관상.
“선비 사건 때 온 사람 아니야?”
안면이 있던 남자다.
그래.
선비 사건 때 모였던 우리 게시판 친구 중 하나였지.
“스켈톤이다.”
정체를 밝히자 사내가 씨익 웃었다.
“로카 훈이야. ROKA_HUN. 기억나나 모르겠네.”
그래, 그런 닉네임이었던 것 같다.
“ROKA” 단 놈들이 한 둘이었어야지.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친구, 디에스이라에의 패거리다.
*
대한민국 국군을 의미하는 “ROKA”라는 단어는 닉네임을 두고 고민하던 군필 남성들이 별 생각없이 붙이기 좋은 접두어였다.
“ROKA” 말고도 해병대를 의미하는 “ROKMC”도 초반엔 종종 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튼 “ROKA” 마크는 최소한 그 사람이 군대를 나왔다는 일종의 경력 증명서 역할은 했다.
총을 쏠 줄 알고 기본적인 집단생활 경험을 해봤다는 이야기다.
ROKA라는 게 이른바 금수저가 아닌 서민의 자식이라는 걸 은유한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지금 세상에서는 그다지 고려할 필요가 없는 사항이다.
내 기억 속의 로카훈이라는 유저는 그럭저럭 평범한, 눈에 띄지 않는 유저였다.
문제는 디에스이라에 파벌에 간 이후에 소식이 끊긴 유저가 왜 갑자기 이런 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냐다.
“이 주변 경계를 맡고 있어서.”
로카훈이 총기를 어깨에 걸친 채 뭔가를 입에 물었다.
직접 재배한 연초를 빻아 만든 수제 담배다.
그가 수제 담배 한 개비를 내밀었다.
고개를 흔들어 담배를 피지 않는 뜻을 확실히 하자 그는 자신의 담배에 스스로 불을 붙였다.
“후우~.”
그가 하얀 연기를 코와 입에서 뿜어내는 걸 보며 물었다.
“경계?”
로카훈이 가까운 곳에 솟은 낮은 언덕을 가리켰다.
“캡틴 명령으로 저기서 일대를 감시하고 있거든. 혹시 여기에 접근하는 놈들이 더 있지는 않나. 그때 네가 오더라고. 당시야 넌 줄 몰랐지만.”
로카훈이 날 물끄러미 보았다.
“무슨 일로 거기에 왔다 간 거야?”
“거기라니.”
로카훈의 얼굴 표정이 살짝 매섭게 변했다.
“방공호.”
이 친구.
폭스게임의 방공호를 알고 있었나.
정확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굳이 거짓말을 해서 오해를 살 필요는 없어 보인다.
“폭스게임의 방공호에 다녀왔다.”
“폭스게임?”
로카훈은 금시초문이라는 이야기다.
“폭스게임 모르냐? 그 고전게임 컨버젼해서 올리던.”
당연히 알거라고 생각했는데 로카훈은 단호하게 부정했다.
“아니. 나 인터넷 안 한 지 오래됐거든. 가끔 뭐 캡틴이 틀어주는 라이브! 아포칼립스! 정도는 보는데. 예전처럼 인터넷 서핑 같은 건 안 해. 할 필요도 없고.”
“······그래?”
“왜 그런 얼굴로 봐. 세상에 재밌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보아하니 너는 여전히 인터넷 하는 모양인데 까놓고 말해서 할 거 없어서 인터넷 하는 거 아니냐?”
그건 부정하기 어렵군.
“그 폭스게임의 방공호엔 왜 다녀온 거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안부나 확인하려고. 너는 잘 모르겠지만 폭스게임은 유명인이거든.”
“그래? 안 그래도 마침 캡틴이 오고 있으니 이야기해보자고.”
“캡틴?”
나는 그 캡틴이 디에스이라에를 의미하리라는 걸 알고 있다.
로카훈은 그렇다 치고 디에스이라에를 다시 만나고 싶진 않다.
문제는 이 친구가 쉽게 놓아줄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
이 친구가 예전에 게시판 활동을 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디에스이라에 패거리다.
굳이 사정을 봐주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이 사내는 2년 전쯤에 봤을 때와는 몰라볼 정도로 인상이 달라졌다.
당시엔 정의감 넘치던, 조금은 풋내나던 멸망주의자였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누군가의 입에 총구를 꽂고 거리낌 없이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차가운 비정함이 느껴진다.
아마 그동안 수많은 전투를 벌이고 셀 수 없는 폭력을 행사했겠지.
그건 일전에 놓아준 소년 소녀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아니. 급한 일이 있어서 가보려고.”
나를 막는다면 그를 죽일 것이다.
나를 해치려는 행동을 해도 마찬가지다.
사이드미러의 하나를 살짝 조정했다.
등을 보이자마자 이 친구가 할 행동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래?”
로카훈은 대수롭지 않다는 식으로 말했다.
“캡틴 얼굴 보고 가면 좋을 건데. 네 이야기 많이 하더라고. 아까운 놈이라고. 그나저나 캡틴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네.”
로카훈이 방공호 쪽을 보았다.
“방공호 주인이 자기를 찾으면 바로 찾아가서 해결을 보면 될 일을 나를 보내서 며칠이고 감시를 시키잖아.”
“뭐?”
아주 잠깐, 폭스게임이 날 처음 보았을 때의 반응이 생생하게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나를 보자마자 그는 나에게 “디에스이라에?”라고 물었다.
나는 그 반응이 평소 그가 가진 디에스이라에의 이미지가 나의 현실 모습과 유사하다고 생각해서 그 닉네임을 불렀다고 으레 짐작했다.
그게 아닌 모양이다.
“폭스게임이 디에스이라에를 불렀다고?”
“어. 저 방공호 주인이 캡틴을 찾았어. 도와달라고 헬프를 쳤지.”
로카훈이 나를 위아래로 슥 보더니 피식 웃으며 팔짱을 꼈다.
“너도 우리 패에 오면 좋을 텐데 말이야.”
“재밌게 사는 모양이지?”
나의 물음에 로카훈은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여간한 건 다 있다고 보면 돼. 놀이, 게임, 여자, 무엇보다 일과 과업이 있지. 난 그게 가장 마음에 들더라고. 좆같은 회사에 다녀도 통장에 잔고 쌓이는 재미 알지? 그거랑 비슷한 느낌이지.”
“여자? 여자도 있냐? 게시판 출신?”
“비바! 아포칼립스! 출신은 아니야. 그냥 길 잃은 애들 구해줘서 데리고 사는 거지.”
로카훈이 씨익 웃으며 귀띔했다.
“최소 아이돌급이야.”
“······어디서 구한 거지?”
“구하다니. 상부상조하는 관계야. 걔들은 몸을 주고 우리는 대신 보호와 식량을 주고. 그러다 눈이 맞으면 데리고 살아도 되는 거고. 벌써 커플 둘이나 탄생했다구?”
역시 내 생각대로 디에스이라에의 집단은 약탈자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좀 더 체계화되고 좀 더 목적이 뚜렷하고 무엇보다 미래와 비전을 제시하는.
그 디에스이라에의 진짜 목적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친구와 만날 일은 없겠지.
아니, 없기를 바란다.
그런데 세상일이라는 것이 가끔은 내 생각과 어긋나곤 한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더불어 무게가 있는 물체가 덜컹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뒤편에서 울렸다.
자전거다.
곧 풀숲을 뚫고 자전거 한 대와 거기에 탄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위장복을 입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그는 날 보더니 자전거에서 하차해 얼굴을 가린 것들을 스스로 벗었다.
그 얼굴은 내가 잘 아는 얼굴이다.
“스켈톤?”
디에스이라에.
내가 가장 경계하는 게시판 유저다.
“······.”
인터넷상에서 디에스이라에를 차단했다고 하지만 현실에서까지 인터넷에서 보인 속내를 굳이 내비칠 생각은 없다.
“디에스이라에?”
딱히 디에스이라에가 나를 적대하는 움직임도 없었고 오히려 그는 나를 보자 반가워하는 기색이었다.
“유붕자원방래불역낙호아?”
“뭐?”
“만나서 반갑다고.”
하지만 철두철미한 성격의 소유자답게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이유를 물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숨김없이 대답해주었다.
이런 교활하고 치밀한 인간 상대로 어설픈 거짓말은 안 하는 게 못한 수준을 넘어선,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
“비바봇. 아. 그 여자 말이지.”
디에스이라에도 비바봇을 알고 있었다.
하긴, 라이브! 아포칼립스!에 영상을 올린 인간이니 안면 정도는 있겠지.
그가 날 보았다.
“역시 실력 있는 헌터였네. 그러니 비바봇이 여기에 보냈겠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보다 나는 속으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
이 친구를 죽일 것인지 아니면 그냥 넘어갈 것인지.
내가 죽이고자 마음을 먹는다면 죽일 수 있다.
상대방은 두 명.
디에스이라에는 만만치 않겠지만 로카훈은 자신감만 넘치지 그다지 뛰어난 전사는 아니다.
잘만 기습한다면 총을 꺼내지도 않고 한꺼번에 죽일 수도 있다.
다만 그를 죽이는 게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을 뿐이다.
진지하게 디에스이라에는 위험한 부류다.
잔혹한 성격도 성격이지만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는 점에서 말이다.
사람이 줄어들고 몇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세를 불린 이 친구와 적대했을 때 솔직히 살아남을 자신은 없다.
내가 집단을 가진다면 모를까.
“······.”
역시, 지금 죽이는 게 좋겠다.
“어이. 스켈톤.”
살의를 숨기고 기회를 찾고 있을 때 디에스이라에가 별 경계 없는 친근한 얼굴로 날 보았다.
“폭스게임 말이야.”
디에스이라에가 직접 만든 담배를 입에 물었다.
로카훈이 불을 붙여주었다.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디에스이라에가 점점 여름으로 치달아가는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인터넷과 참 이미지가 다르지 않냐?”
디에스이라에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너처럼 말이지. 스켈톤.”
“······.”
“좋은 의미로 말한 거야. 오해는 하지 말았으면 하네.”
디에스이라에가 쭈욱 기지개를 켰다.
허벅지를 통해 느끼지는 도끼의 질감을 찾아 손을 뻗는 순간, 그가 피식 웃었다.
“폭스게임이 자신을 제외한 동거인 전부를 죽여달라는데.”
손을 멈췄다.
그가 기지개를 켠 채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그게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