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House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42)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242화(242/466)
102. 잿빛의 디스토피아 (1)
조종사는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만 야간착륙에서 알 수 있듯이 상당한 경력을 가진 베테랑 조종사였다.
그는 대공사격을 의식하는 모양인지 아슬아슬할 정도로 저공비행을 이어갔는데 갑자기 기체가 거의 90도 기울 정도로 급격한 회전을 감행했다.
“바다로 해서 갈 겁니다.”
기체가 서서히 하늘로 상승하는 게 느껴지며 이윽고 황색을 띄는 바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구름 위에서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던 중 뭔가가 눈에 띄었다.
“저건 뭡니까?”
꽤 높은 고도에서도 확실히 알아볼 수 있는 거대한 궤적들이 보였다.
배라기보다는 항적이 미묘한데 해상엔 분명히 배를 연상케 할 정도로 거대한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
잊어버렸던 동물 사전을 끄집어내며 그것들의 이름을 기억해냈다.
“고래?”
조종사가 쓴웃음을 머금으며 답했다.
“뮤테이션 고래일겁니다.”
“뮤테이션 고래라······.”
어류는 뮤테이션 인자가 발생하기엔 너무나도 열등하기에 바다엔 뮤테이션이 없다는 게 통설이었는데 고래는 이야기가 다르다.
고래는 지느러미가 달려 있어도 우리와 같은 포유류니까.
뭐, 고래가 뮤테이션화 되는 걸 걱정하는 학설도 있긴 했지만 학계에선 무시됐다.
고래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기엔 지나칠 정도로 숫자가 줄었고 설령 그것들이 인간을 공격한다고 하더라도 19세기 전세계 바다를 누볐던 잔인한 포경꾼 시대가 되풀이될 뿐이라고.
어류와 달리 숨을 쉬기 위해 해상에 반드시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고래는 확실히 공략하기 쉬운 사냥감이긴 하다.
뭐, 포경선과 뮤테이션화된 고래를 죽일 수 있는 무지막지한 무기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뮤테이션화된 범고래가 아주 골칫덩이지요. 안 그래도 큰 놈이 더 커지니 사이즈가 향유고래만 해져서.”
“범고래요? 범고래는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옛말이죠. 지금은 영문명대로 살인 고래 그 자체입니다.”
“진짜 까다로운 모양이네요?”
“네. 안 그래도 머리 좋은 놈들이 덩치도 커지고 또 집단으로 움직이니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 부산행 정기 연락선만 해도 벌써 두 척이나 당했죠. 이쪽도 해군이 있는데 그 놈들 아주 영악해서 스크류 소리만 듣고 자신에게 위험한 선박인지 아닌지 구분해서 멀찌감치 도망갔다가 만만한 배가 나오면 들이받아 박살을 내지요.”
“······그건 끔찍한 일이군요.”
파일럿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사람이 없던 시절엔 바다는 고래들의 것이었는데 다시 옛 주인이 자기 자리를 찾은 거지요.”
파일럿의 말을 들으며 나는 한동안 기이한 궤적이 이어지는 바다를 응시했다.
프로펠러기에 마력도 시원찮은지라 비행시간은 과거 김포공항을 출발하던 국내선보다는 한참이나 걸렸다.
서해를 지나 남해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바다 위를 비행한 지 2시간 하고도 반이 지났다.
시야에서 사라졌던 육지가 다시 우리 앞에 펼쳐졌다.
나는 순간 벨트를 매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제주도다.
그 수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렸던 환상향의 섬.
제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제주도로 가고 싶어 했던가.
한때 낙원과 동의어 취급받던 그 섬은 검은빛을 띄고 있었다.
“?”
풀들이 보이지 않는다.
풀들이 안 보이는 계절도 아니다.
그런데도 내 눈에 보이는 섬의 일부분은 제주도가 화산에서 만들어진 자식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한 흑토만이 보였다.
소리가 들렸다.
제트기의 소리다.
웅웅웅웅—
고개를 돌리니 육중한 비행기 편대가 섬 위에 뭔가를 뿌리고 있었다.
“뭡니까? 저건?”
비행기 편대를 묻자 파일럿은 쓴웃음을 머금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엽제 살포 중입니다.”
“고엽제······?”
“네. 풀들이 자라면 곤란한 구간이 있어서.”
비행기가 기수를 서쪽으로 틀었다.
그러자 잘 보이지 않던 내륙 쪽의 풍경이 시야에 펼쳐졌다.
이미 예상은 했다.
제주라는 섬이 우리의 낙원과는 꽤 멀리 동 떨어져 있다는 걸.
한라산이 보인다.
우뚝 솟은 제주의 지붕 아래는 회백색으로 물들어 있다.
몬스터의 짓이 아니다.
그것은 콘크리트벽이다.
북한에 있던 벌집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한 콘크리트벽들이 섬을 갈라놓고 있었다.
그 잿빛의 미로에서 내가 알던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제주적인 것들은 한 점도 찾을 수 없었다.
“낙원에 온 걸 환영합니다.”
비행기가 천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
활주로에서 나를 마중 나온 사람 중 내가 아는 얼굴은 없었다.
과학자로 보이는 사람 둘, 호위병 하나, 아마 제주 정부의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 셋.
“이게 그 문제의 자료입니까?”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았다.
정부 인사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히죽 거리며 내게 물었다.
“뭐하다 오셨어요?”
깔보는듯한 그의 시선에 불쾌감을 느끼며 싸늘하게 답했다.
“헌터. 북경 전선에서 복무했습니다.”
사람들이 일제히 나를 응시했다.
그들이 뭘 생각하는 지는 내 알 바가 아니다.
“나와 위성 인터넷으로 접선한 사람은 어디에 있습니까?”
유니콘18이 없다.
유니콘18이 어쩌면 내가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여기엔 그 기묘한 괴짜와 연결될 수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 사람은 여기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정부 인사로 보이는 여성이 눈을 마주치며 답했다.
“······.”
딱히 대꾸하지도 않았고 반응을 보이지도 않았다.
기분이 썩 좋지 않다.
황량한 풍경을 봐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그다지 대접받지 못하리라는 미래를 예상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들은 나를 활주로 옆에 선 지하로 들어가는 거대 방공호 안으로 날 안내했다.
“잠시 자료 분석이 끝날 때까지 여기에 계셔주세요. 그리고 책상 위에 서류를 놔뒀으니 확인이 끝날 때까지 작성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들이 남긴 서류는 그러니까 호구 조사서다.
성명과 나이, 이제는 기억도 잘 안 나는 주민등록번호, 직업, 가족 사항, 기타 등등을 적어내라는 문서다.
한 가지 웃긴 건 전쟁 전 사용하던 휴대폰 번호를 적어내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제주 정부는 전쟁 전 대한민국 시스템의 유산을 보다 잘 물려받은 모양이다.
하긴 허구한 날 수송기 날려 보내며 본토에 있는 것들을 모조리 빼가서 만든 곳이니.
오히려 그런 게 없다면 더 이상한 일이겠지.
기억을 더듬어 그들이 요청한 서류를 작성해서 제출했다.
결과가 나온 건 저녁 무렵이었다.
“박규씨.”
처음 보는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인상만 봐도 귀찮음이 풀풀 나오는 30대 남성으로 내 얼굴과 들고 있던 서류를 힐끗 대조해보더니 그대로 돌아섰다.
“가면서 이야기하죠.”
복도를 걸으면서 그가 사정을 말해주었다.
“박규씨가 입수한 데이터는 실물로 확인됐습니다.”
“그런가요?”
“혹시 데이터 뜯어 보셨나요?”
“아니오. 암호화가 되어 있어서요.”
“차에 타시죠.”
건물 밖엔 전기 소형차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제 수화물은요?”
“이미 짐칸에 실었어요.”
짐칸을 확인하고 조수석에 탔다.
차를 둘러보았다.
뭔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곧 그 결핍된 걸 생각해내고 그에게 물었다.
“저기, 무기는 없습니까?”
그가 날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무기요?”
“네. 총이라든지.”
날 이상한 눈으로 보던 사내가 이윽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거 없어요. 여기는. 본토와는 달라요.”
“뮤테이션이라든지. 약탈자 같은 건 없습니까?”
“그런 거 없다니까요.”
“그렇다고 해도 만일에 대비해서······.”
계속 총기를 찾는 날 향해 사내가 날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퉁명스레 물었다.
“전쟁 전에 총 들고 다니셨나요?”
아주 잠깐 수치심을 느꼈다.
그렇다.
이게 상식이다.
한국은 미국과 다르게 개개인이 총기를 들고 다니지 않는 것이 상식이고 또 법에서 정하고 있다.
“······.”
너무 오랫동안 진창 속에 있었던 모양이다.
총기가 없으면 극도의 불안감을 느낄 정도의 병적인 환경 속에서 3년 하고도 7개월을 살았다.
정신병 하나 정도 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사내의 말에 수긍하긴 했지만 차량이 가는 동안 나는 까닭 모를 불안감 속에서 숨을 죽였다.
그 덕에 주변 풍경을 감상할 여유는 없었다.
기억에 남는 건 푸른색은 거의 없고 자갈과 콘크리트만이 있는 음울한 풍경이 끝없이 계속됐다는 것 정도다.
보다 집중한 건 사내의 이야기였다.
“데이터 검증 결과 대단히 흥미로운 결과고 또 우리가 찾는 데이터가 맞긴 했지만 그 데이터 자체가 기대했던 것과는 좀 달랐던 모양입니다.”
그 연구자들도 찾아낸 모양이다.
그 사람의 마지막 기록을.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어려운 데이터를 가지고 오신 분에게 사례를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특별하게 2종 구역에 있는 주택 하나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2종 구역요?”
“네. 혼자신 거 같은데 혼자서 충분히 살고도 남을 정도로 괜찮은 곳입니다.”
2종 구역이라.
57㎡ 상당의 주택을 제공하는 곳이었나.
1종보다는 수준이 덜하지만 3종보다는 대우가 좋다고 들었다.
3종보다 못한, 피난소에서 사는 사람도 즐비하다고 들었으니 아주 푸대접은 아니라는 소리겠지.
어쩌면 데이터의 기록이 그들이 원한 것이었다면 1종 구역을 배정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차량이 향한 곳은 내가 유니콘의 사진에서, 그리고 비행기 상공에서 본 거대한 콘크리트 벽 앞이었다.
벽 정면에 전차도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문이 있었다.
푯말에 구역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 주거 2-23 단지 ]문을 통과하자 바둑판처럼 정렬된 도로와 그 도로를 2층짜리 조립주택들이 끝없이 늘어선 게 보인다.
“여기 열쇠와 증명서입니다. 오늘은 이미 늦었으니 집에서 쉬시고 내일 주민센터에 나와 신고를 해주세요. 아, 그리고 방송의 명령엔 필히 따라주세요. 따르지 않으면 상당한 불이익을 받을 겁니다.”
143-213호.
내가 이제 살아가게 될 영역의 이름이다.
걸을 때마다 삐걱 소리가 나는 조잡한 계단을 밟자 불안한 난간으로 가린 좁은 복도가 드러났다.
성인 두 명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좁은 폭은 여러 가지 궁상스러운 문제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했다.
계단처럼 삐걱거리는 구멍이 송송 난 금속제 합판을 밟으며 복도를 걸었다.
복도 쪽에 난, 창살이 달린 창 쪽에서 시선이 느껴진다.
무시하고 내 새로운 영역 앞에 도착했다.
자물쇠에 녹이 슬었는지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닫힌 문을 열 수 있었다.
문을 여는 동안 복도 저편의 문 몇 개가 열리고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고개를 빼꼼 내미는 건 그다지 좋지 않은 경험이었다.
끼이이익-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매캐한 악취가 났다.
시체의 냄새는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썩은 내가 집안 도처에서 풍겼다.
곧 냄새의 원인을 발견했다.
찬합에 썩어서 말라붙은 시커먼 무언가가 젤리처럼 담겨있었다.
“······.”
집 자체는 좁진 않았다.
내 방공호에 비하면 쪽방 수준이긴 하지만 평균적인 대한민국 남성 혼자서 살기에 충분히 너른 공간이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화장실이 없다.
고로 샤워실도 없다.
화장실로 보이는 공간엔 방호복과 방독면 같은 비상사태에 대비한 물자만이 먼지 덮인 채 쌓여 있었다.
타인의 악취가 남은 이불에서 밤을 지새웠다.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중간에서 끊어지긴 했지만 누군가가 내 문을 열고 총격을 가하는 되풀이 되는 악몽의 속편을 꿨다.
내 방공호에서 꾸던 악몽보다 더 섬뜩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전 악몽과 다르게 저항할 수단 – 총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새벽 6시 정각에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머리 위에서 울려 퍼졌다.
– 금일 점호가 및 아침체조가 있겠습니다. 시민 여러분은 빠지지 않고 참석하시길 바랍니다.
-점호 불참에 대한 불이익은 전부 본인에게 책임이 있으며 불참을 참작할 정상적인 이유가 있다면 주민센터 징계과에 가서 사유발생일로부터 3일 내에 해명해주시길 바랍니다.
“점호?”
입에서 절로 쌍시옷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나는 나를 여기에 데려다 준 공무원의 경고를 잊지 않았다.
방송 지시엔 어지간하면 따르라고 했던가.
옆 동네 사는 주민 얼굴도 볼 겸 밖으로 나왔다.
건물 앞에 이미 여러 명의 주민들이 서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게 눈에 띈다.
위화감이라고 할까.
평균 연령이 낮아도 너무나도 낮다.
거의 다 십 대다.
이십 대도 드물게 있고 삼십 대처럼 보이는 사람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40대 이상은 전멸.
적어도 여기에 노인이 단 한 명도 없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
소문은 진짜였던 모양이다.
제주도로 향했던 피난민을 모조리 바다에 가라앉혔다는 게.
백승현의 사례를 알기에 그러려니 했는데 백승현 이전에도 수많은 사람이 각종 선박을 이용해 개인적으로 혹은 소규모 집단으로 제주도로 향했다.
전부 다 바닷속으로 보낸 모양이다.
평균 연령의 어림은 비단 우리 건물만이 아니라 나란히 줄을 선 다른 건물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되는 현상이니까.
-대한체조 시작~ 하나! 두울! 셋! 넷! 다섯! 여섯!…..
자세도 모르는 체조를 대충하고 옆에 있던 소년에게 물었다.
“저기.”
소년이 싸늘한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기분이 상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물었다.
“화장실은 어디에 있냐?”
소년이 대답하지 않고 손가락만으로 서쪽을 가리키고는 매몰차게 돌아섰다.
“······.”
한 대 쥐어박고 싶지만 참도록 하자.
화장실은 공동 화장실이었다.
몇 안 되는 칸 앞엔 이미 용변을 기다리는 학생들이 줄을 서 있었다.
남성보다 여성 쪽의 칸이 더 많았는지 기다리는 소년과 소녀의 비율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동 화장실 옆엔 공동 샤워실과 세면대가 있었다.
세면대 앞엔 빨래를 가져다 놓고 빨래를 하는 친구도 있었다.
“······.”
집에서 멍하니 빈둥거리다 보니 방송이 나왔다.
– 아침 식사 시간이 있겠습니다. 시간 외 배식은 하지 않으니 제때 와서 식사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식사는 공동 식당에서 했다.
말이 공동 식당이지 각 구역마다 천막을 친 급식소에서 음식을 받는 모양새다.
그릇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는데 나는 곧 그 이유를 알게 됐다.
내 방에서 썩어들어가던 구역질 나는 부패물이 담긴 찬합이 각자의 그릇이다.
찬합 없이 오자 국자를 든 여성이 눈을 흘기며 눈치를 줬다.
“찬합은요?”
“오늘 처음 와서요.”
“찬합 없이는 배식이 되지 않아요.”
“오늘 처음인데.”
“죄송한데 예외는 두지 않아요. 나이 좀 있으신 거 같은데 제가 무슨 말씀 하시는지 아시겠죠?”
“아니오.”
완장을 찬 경비병이 다가오자 알아서 물러섰다.
꼬르륵 소리를 내며 돌아가면서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큰일 났다.”
첫날부터 마음에 안 든다.
이 스켈톤이 원래 그런 놈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지나치지 않나?
불안하긴 하지만 황제 방공호에서 남부럽지 않던 이 박규가 이런 곳에서 살라고?
유니콘의 경고가 불현듯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아······.”
그래, 집 떠나면 고생이지.
그나저나 빌어먹을 유니콘 녀석은 어디에 있나.
지나가는 어린 놈 하나 붙잡고 대뜸 물었다.
“여기 인터넷이나 컴퓨터 할 수 있는 곳 있냐?”
“PC방 있잖아요.”
소년이 퉁명스레 답하며 사라졌다.
“PC방······?”
유니콘 찾기.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제주도를 떠나더라도 유니콘은 보고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