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House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44)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244화(244/466)
102. 잿빛의 디스토피아 (3)
제주도는 완벽한 통제사회다.
인터넷은 물론 생활의 가장 사소한 영역마저도 통제와 감시의 그늘에 있다.
거리를 걷다 보면 곳곳에서 거리를 비추는 감시카메라를 볼 수 있다.
공교롭게도 그 감시카메라는 중국제였다.
내가 중국에서 보았던, 사람의 얼굴만으로 그 사람을 인식해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할 수 있던 악명 높은 기계와 같은 모델이다.
점호 또한 그 카메라로 이루어졌는데 카메라가 인지할 수 있는 프레임 내부를 집 앞 벌판에 표시해두고 거기에 서 있으면 자동적으로 카메라가 점호에 참석한 사람의 여부를 파악했다.
점호에 나오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점심이 되기 전에 공무원이 찾아왔다.
만연한 감시만큼이나 견디기 어려운 건 생활의 부족함이었다.
제주 정부에서는 모든 걸 반만 줬다.
식량도 생필품도 간신히 삶을 영위할 정도로 줬고 의약품 같은 건 오로지 보건소를 통해서만 소량만을 처방받을 수 있었다.
배급량보다 생필품을 더 받으려면 내가 주민센터에서 받은 카드 안에 적립된 크레디트라는 것이 필요한데 그 크레디트를 적립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크레디트를 쌓으려면 전장에 가야 가거나 전장에 준할 정도로 엘리트적인 업무에 종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은 그저 주어진 쥐꼬리만 한 식량과 물자에 의존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다행스럽게도 내 카드엔 948,000 크레디트가 있다고 한다.
공장에서 2교대로 하루 10시간을 일하는 사람이 한 달에 얻는 크레디트가 고작 15,000 크레디트라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다.
참고로 마트에서 살 수 있는 라면 한 박스가 10,000 크레디트다.
개인적으로 푸대접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제주 정부 쪽에서는 그들 나름의 성의를 내게 보인 것이다.
하지만 크레디트가 많다고 해서 노역에서 자유로운 게 아니다.
생소한 환경에서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내던 중 어느새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박규씨 되시죠?”
주민센터 옆에 있는 직업센터로 향했다.
직원은 대부분의 이곳 공무원이 그렇듯 20대 초반으로밖에 안 되보이는 젊은 사람이었다.
“전에 제출하신 경력서를 봤는데 음······. 특별한 경력은 없으신 거 같네요?”
“······.”
이제는 해명하기도 지쳤다.
내가 개성에서 보았던 그 운 좋은 어웨이큰들이 장악한 이 섬에서 우리 올드스쿨 헌터는 모든 걸 부정당한다.
그러므로 다툴 필요도 없고 언성을 높일 필요도 없다.
이 섬에서 나는 어디까지나 시대에 뒤처진 구식 헌터니까.
직업센터 공무원이 서류를 뒤적이며 내가 해야 일에 관해 말해주었다.
“주어진 조건에서 박규씨가 할 만한 직종을 찾아봤어요. 한 군데가 남더라고요.”
“어딘가요?”
그 순간, 눈이 마주쳤다.
여직원은 갑자기 눈을 깜빡거렸다.
뭔가 꺼리는 거라도 있는 걸까.
곧 그녀가 헛기침을 하고 뒤 내용을 말했다.
“농장요.”
달리 할 말도 없고 할 이야기도 없다.
다만 자리를 떠나기 전에 주민센터에도 붙어 있던 포스트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건 뭡니까?”
전진기지 근무자 모집 공고다.
작업 열외, 학습 열외, 훈련 열외는 물론 자유로운 일과와 풍부한 부식을 제공한다는.
당시에는 그냥 넘겼지만 막상 작업에 들어갈 상황이 놓이니 눈에 밟혔다.
직업센터 공무원이 웃으며 답했다.
“보시는 대로에요. 우리를 둘러싼 방벽 너머에 있는 전초기지 같은 곳에서 생활하는 거죠. 뮤테이션이나 몬스터를 발견하면 보고하고 뭐, 그런 게 전부죠.”
그녀가 내 기록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박규씨라면 가능할 거예요! 혹 생각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순간 느꼈다.
이 여자도 내 경력이 뭔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구나 하는.
*
농장이라는 곳은 내가 사는 영역과 또 다른 벽으로 둘러싸인 곳에 있었다.
그러니까 북한에 있던 벌집과 거의 비슷한 개념이다.
수많은 벽으로 구분된 공간마다 용도를 부여하고 그 안에서 생존에서 필요한 물자와 식량을 생산한다.
개념은 비슷하지만 북한의 벌집은 겨우 도시 한 구석을 차지할 뿐이지만 한국의 벌집은 섬의 삼 분의 일을 덮을 정도로 거대하다.
한국과 북한 사이의 격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랄까.
여간한 포격에도 버틴다는 두꺼운 벽을 넘어 농업 구역으로 향했다.
과연 그 안엔 제주도에서 보기 힘든 녹색의 작물이 잘 정지된 농지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곳곳에서 힘차게 돌아가는 스프링쿨러와 신선한 물이 흐르는 농수로는 물론이고 농지 너머로 끝없이 줄지어 선 비닐하우스도 찾아볼 수 있었다.
“여기가 우리의 목구멍을 책임지는 곳이지요. 두 군데가 식량 구역이 있지만 여기가 가장 산출량이 높아요.”
운전기사의 말을 들으며 모처럼 청량한 풍경을 감상하던 중 어느 순간부터 고약한 악취가 코를 찌르기 시작했다.
동물의 분변 냄새다.
아니나 다를까, 푸른 목초지 너머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와 양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들을 보며 물었다.
“여기 뮤테이션은 없나요?”
“아, 뮤테이션은 따로 관리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위험하지 않을까요?”
“네. 우리도 요령이 생겨서요. 가축 중에 뮤테이션 인자가 발현된 개체가 있으면 즉시 격리해서 뮤테이션 전용 농장으로 보냅니다.”
“뮤테이션 농장이라······.”
“덩치가 크고 영악하긴 하지만 결국 짐승이고 맛도 똑같았어요. 오히려 덩치가 크니 같은 소를 잡아도 등심 같은 비싼 부위가 더 많이 나오겠죠?”
운전대를 잡은 사내가 내 쪽을 보며 씨익 웃었다.
“그나저나 뮤테이션 농장에 배정받으신 거 같던데.”
“······그래요?”
“네. 서류에 그렇게 적혀 있네요. 박규씨 맞으시죠?”
“네.”
사내가 딱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 안 좋은 곳에 발령되고 죽으라는 법은 없어요. 1년 단위로 인사이동이 가능하거든요. 1년만 버티고 다른 곳에 보내 달라고 하면 다른 곳에 갈 수 있어요.”
말은 쉽다.
말은 쉬워.
“여깁니다.”
전기차가 멈추며 나를 내려놓았다.
“나가실 땐, 여기 직원분들과 함께 통근 버스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차량이 떠났다.
내 앞엔 다른 축사보다 어림짐작으로 3배는 큰 거대한 축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지키는 사람도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다.
느껴지는 건 축사에 만연한 끔찍한 악취뿐이다.
천천히 걸어 입구로 걸어갔다.
웅웅웅웅—-
축사 안에서 기이한 웅얼거림이 들려온다.
울림통 자체가 내가 아는 동물과 다른 것으로 보아 아마 뮤테이션이 내는 소리가 아닐까.
그런 것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음산한 합창처럼 울려 퍼졌다.
기괴한 웅웅거림 속에서 계단을 올라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 안엔 몇 사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중 머리가 벗겨지고 안경을 낀 사람이 날 돌아보더니 퉁명스레 물었다.
“누구세요?”
순간 나는 놀라움을 느꼈다.
적어도 40대.
나이가 있는 사람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는 사람들 연령대가 대체적으로 높다.
50대도 있고 60대로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오늘 여기 발령받은 사람입니다.”
“아, 그래요? 잠깐만요.”
사내가 컴퓨터를 뒤적거렸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지 한참 동안 모니터를 보던 그가 뒤늦게 자리에서 일어서며 날 보았다.
“아. 진짜네요. 드디어 신입이 왔네!”
그의 이름은 한창희 주임이었다.
이 축사의 관리인이라고.
연령대가 훌쩍 넘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가 내게 약간의 오리엔테이션을 해주었다.
“보다시피. 축사입니다. 그런데 특별한 놈들을 다루는 축사죠. 뭐, 처음엔 힘들 수도 있어요. 우리가 아는 짐승과 비슷하게 생기긴 했지만 전혀 다른 놈들이니까요. 하지만 위험하진 않아요. 완벽하게 안전조치를 했죠. 일도 뭐, 편견이 있어서 그렇지 그리 위험하지만은 않아요. 오히려 절대적인 일의 분량만 놓고 보면 우리 축사가 일반 축사보다 훨씬 할 일이 적죠. 그건 박규씨가 여기서 일하면서 일반 축사에서 일하는 사람과 비교해보면 알게 될 일입니다.”
그는 첫인상과 다르게 친절한 사람이었다.
뭐랄까, 나를 소중히 여긴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내가 좋아서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가 내 얼굴을 살피며 은근슬쩍 물었다.
“······뮤테이션이 어떤 건지 대충은 아시죠?”
“네.”
“혹시 직접 본 적이 있나요?”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네. 그럼 오히려 잘됐네요. 그것들이 위험한 건 사실이지만 여기서 그것들은 우리에게 어떤 해도 끼칠 수 없어요. 아까도 말했지만 완벽한 안전조치를 했죠. 그것들은 우리 밖으로 한 치도 밖으로 나갈 수 없어요. 우리를 나가는 순간이 심장이 멎거든요?!”
한창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같이 축사로 가자는 모양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뒤를 따랐다.
복도를 걸으면서 그는 계속해서 이 축사의 뛰어남에 관해 설명했다.
“정말 알면 알수록 편한 곳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참, 여기에 오면 으레 겁을 집어 먹고 주눅이 들고 기에 눌린다고 해야 하나? 일개 짐승일 뿐인데.”
“······.”
“그래도 도축을 하면 좋은 고기 잔뜩 먹을 수 있어요. 대창! 안심! 등심! 제비초리! 국거리! 이런 거 배 터지게 먹을 수 있다고요. 일반 가축과는 나오는 게 차원이 다르거든요. 삥땅을 쳐도 더 크게 칠 수 있죠.”
복도 끝엔 해치가 달린 육중한 철문이 어둠에 반쯤 잠긴 채 우리 앞을 가로 막고 있었다.
문 앞에서 한창희가 해치를 열며 날 보았다.
“한 가지 당부를 드리자면······.”
생글생글 웃던 그가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눈알을 굴렸다.
곧 그가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경직된 표정으로 날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안에서 무엇을 보든 그냥 잊으세요. 무엇을 듣든 흘려보내세요. 그냥 악몽이라고 생각하시는 게 편할 겁니다.”
“······.”
악몽이라.
이 사람은 알까?
내가 악몽으로부터 도망쳐 온 사람이라는 걸?
끼이이익-
해치가 열리고 베일에 싸여 있던 뮤테이션 사육 시설이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첫인상은 내가 아는 사육 시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중앙의 커다란 복도를 중심으로 좌우에 격실로 나눠진 우리가 있고 그 우리 안에 짐승들이 한 마리씩 갇혀 있다.
한창희가 말한 것마냥 덩치를 키워 놓은 일반 축사와 다를 바가 없다.
“보세요. 조금도 다를 게 없죠?”
한창희와 함께 계단을 내려갔다.
다음 순간, 섬뜩한 일이 일어났다.
뮤테이션 – 대다수 소로 이루어진 – 들이 일제히 우리를 쳐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 대목에서 나는 이 장면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고 어쩌면 악몽 속에서 재현될 거라고 확신했다.
그것만으로 그쳤다면 차라리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웅웅웅웅—
소들이 기괴한 소리를 냈다.
내가 축사 밖에서 듣던 그 웅얼거림이다.
“또 이 지랄이네. 이 새끼들이! 박규씨. 걍 무시해요.”
한창희가 난간을 발로 찼다.
깡! 하는 소리가 축사 안에 울려 퍼졌지만 우리보다 열 배는 큰 거대한 짐승의 소리를 가리진 못했다.
그리고 그 웅얼거림은.
“?”
서서히 하나의 구체적인 형태를 띄어갔다.
한창희가 날 보았다.
“아. 좀. 무시하시라니까!”
그의 찡그린 얼굴 너머로 내가 아는, 또 내가 말할 수 있는 소리가 뚜렷하게 고막에 꽂혔다.
“주······ 거······ 조······.”
“죽여······저······.”
“우······ 죽여······.”
“죽여······ 줘······.”
소들이 말하고 있다.
그것들이 자신을 죽여달라고 우리에게 애원하고 있다.
그것들의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거대화 된 소들은 자신이 말하는 인간의 언어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그 저주로 점철된 소들의 말속에서 우리를 쳐다보는 수백 개의 눈을 마주 보았다.
뮤테이션 소 한 마리가 운명처럼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것이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날 보며 애원했다.
“죽여줘.”
그것의 가슴팍엔 지금도 피가 뚝뚝 떨어지는 쇠사슬이 피부를 뚫고 살 속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
“······.”
그날 나는 전진기지 발령을 신청했다.
*
차량은 산지를 오르고 있었다.
민족의 영산 중 하나 한라산 자락이다.
저 멀리 하늘을 향해 치솟은 산정 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옆에 앉은 장교가 불쑥 입을 열었다.
“운도 나쁘시네.”
그는 딱하다는 눈으로 날 보고 있었다.
“그 많은 전진기지 중에 하필 328초소라니······.”
그가 내 경력서를 읽더니 내게 물었다.
“범죄 경력도 없는데······. 혹시 상부에 찍힌 게 있습니까?”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아니, 첫 직장부터 뮤테이션 축사에 보내지 않나. 그게 싫다고 하니 틈만 나면 사람이 쓸려나가는 곳에 보내지 않나.”
그게 눈을 부자연스럽게 깜빡이며 내게 물었다.
“누가 봐도 엿 먹이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습니까?”
짐작 가는 인물이 하나 있긴 하다.
내 동기. 공경민이다.
그 녀석과는 안 좋은 형태로 헤어졌다.
그는 아마도 제주에서 고위직을 맡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에 대해서는 가급적이면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고 굳이 타인에게 그의 이름을 말하지도 않았다.
과거의 내가 강한민과 나혜인의 이름을 생각하지 않고 언급조차 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내 나름의 도피지만, 나도 알고 있다.
“······.”
나의 도피가 현실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걸.
군용 차량은 나를 지게와 함께 내려놓았다.
지게를 보며 물었다.
“이건 뭡니까?”
“박규씨가 일주일 동안 먹을 식량과 탄약 등입니다.”
“개인 물품인가요?”
“네.”
“이걸 다 저 혼자 쓴다고요?”
장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초소에 배치된 건 박규씨 혼잡니다.”
“그래요?”
초소 쪽을 보며 물었다.
“전임자들은요?”
이에 장교는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규씨가 그들보다 강한 사람이길 바랍니다.”
지게를 지고 높은 경사를 올랐다.
위아래로 출렁거리는 시야 너머로 빛바랜 콘크리트 건물이 보인다.
“······.”
결국은 돌고 돌아 다시 이런 곳에 온 건가.
이미 제주에 발을 들일 때부터 생각했던 결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본토로 다시 돌아가는 계획 말이다.
쉽진 않겠지.
아니, 대단히 어려운 길일 것이다.
그런데.
“음?”
입구에 눈에 익숙한 게 보인다.
오랫동안 방치됐는지 흙에 반쯤 파묻힌 채 켜켜이 쌓여가는 먼지로 뒤덮인 그 기계는 내가 아주 잘 아는 물건이다.
“오벨리스크?”
위성 인터넷 장비다.
지게를 지고 즉시 초소 안에 들어갔다.
초소 안엔 아직 제대로 지워지지 않은 핏자국이 남아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내 가슴의 두근거림을 멈출 수 없었다.
노트북이 있다.
상부 연락용이다.
지게를 집어 던지듯이 벗어던지고 쓰레기와 잔해로 가득 찬 벽면을 미친놈처럼 뒤지고 또 뒤졌다.
“하!”
광인과 다를 바 없는 미소를 머금으며 케이블을 들어 올렸다.
인터넷 연결 케이블이다.
오벨리스크의 전원은 꺼진 상태.
정확히 말해서 누군가 뽑아 놓았다.
그것도 꽤 오래전에.
위성 인터넷이 알려지기 전에 잠시 사용했던 장비일까.
오벨리스크를 점검하고 인터넷 연결 상태를 확인했다.
뜬다.
인터넷 연결이 되었다는 신호가 나타났다!
그간 잊었던 모든 희열이 복리로 불어난 채 내 마음을 채우는 걸 느끼며 인터넷에 접속했다.
< 비바! 아포칼립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흙먼지가 엉덩이에 묻고 핏자국이 발치에 있는 건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거울을 보지 않아 내 표정을 확인할 수 없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