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House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65)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265화(265/466)
109. 조촐한 항로 (2)
이해가 간다.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의 운명을 걸고서까지 바다로 나왔는데 이제 아무런 희망을 찾을 수 없으니까.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동탄맘의 대처방법도 그리 좋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mmmmmmmmm : 야. 동탄맘. 네 마음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닌데 좀 좋게 말할 수도 있잖아? 그래? 안 그래?
m9가 일침을 가한다.
m9의 일침은 다른 조용한 유저의 추천 수를 받고 순식간에 인기글에 올랐다.
그 모습을 본 나도 한마디 했다.
SKELTON : (스켈톤 격언) 오늘 말이 고와야 내일 말도 곱다.
교훈과 해학을 섞은 회심의 드립이다.
하지만 순식간에 묻혔다.
글리젠이 평소답지 않게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동탄맘이 또 다시 논란이 있는 글을 올렸다.
dongtanmom : 너희 같은 밥버러지만 남은 게시판에 뭐가 남을까?
“······.”
이건 좋지 않다.
객관적으로 우리 게시판에서 동탄맘을 좋아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단언컨대 단 1명도 없다.
놈의 인기는 개인의 매력이라기보다는 라이브! 아포칼립스!에서 보여준 한 단계 높은 쇼에 의한 것이다.
사실 그 인기라는 것도 우리 게시판 내부에서의 인기라기보다는 외국어 게시판에서의 인기에 가깝다.
그런 상황인데 우리 게시판 전체를 매도하는 글을 올렸다?
이건 스스로 목을 매는 일이다.
mmmmmmmmm : 절이 싫으면 중이 나가야지. 마음에 안 들면 걍 꺼져.
m9가 일침을 가했다.
m9와 백승현은 예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다.
무려 현피 직전까지 간 사이다.
m9가 바람을 맞혔기에 망정이지.
m9의 조롱은 계속됐다.
mmmmmmmmm : 방법 없으면 헤엄쳐서 와라.
mmmmmmmmm : 아니면 배를 버려라!
mmmmmmmmm : 부글부글! 꼬르륵! 어! 어으어!
mmmmmmmmm : 언더더씨~ 언더더씨~
m9의 조롱은 유쾌하긴 하지만 이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즉시 m9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SKELTON : (스켈톤 자제바람) 어이. 엠구. 화난 건 이해하는데 너무한 거 아니냐?
mmmmmmmm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뭐가?
SKELTON : (스켈톤 걱정) 아니, 동탄맘 네 말마따나 진짜 꼬르륵 하게 생겼는데 너무 놀리는 거 같아서.
mmmmmmmm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저 새끼. 아주 밉상이잖아. 진짜 뒤지는 날까지 밉상질 하네. 어휴. 이제는 트웰브스퀘어한테 밀린 퇴물 주제에.
SKELTON : (스켈톤=트웰브스퀘어 ) 그래······?
mmmmmmmm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안 그래도 1절만 할 거야. 어차피 또 죽는 소리 할 건데. 그때 가서 놀려주지.
약속대로 m9는 더 이상 동탄맘에게 시비를 걸지 않았다.
하지만 동탄맘은 동탄맘이다.
이미 막다른 곳에 몰린 심정을 대변이나 하듯 그는 우리를 향해 저주의 말을 연이어 퍼부었다.
dongtanmom : 컨텐츠 생산 능력 하나도 없이 게시판 꿀이나 빠는 기생충 새끼들이.
dongtanmom : 내가 없으면 니들이 뭘 할 수 있는데?
dongtanmom : 급속도로 노잼되고 버그 게임된 폭스 똥겜?
내 선배이지만 사람이 왜 이리 추할까?
성질 같아서는 바로 차단하고 싶지만 그래도 이 양반은 살려야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음?”
잠깐.
지금 동탄맘이 있는 곳이 오키나와 북부 해상이라고 했던가.
동탄맘이 지금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물자의 부족이다.
그는 배를 정박할 곳을 찾고 있다.
다만 갈 곳이 없다.
일본도 안 되고 제주도 안 된다.
남해안 항구 도시는 대부분 멸망했고 인천까진 너무 멀다.
그런데 나는 약간은 머물만한 곳을 알고 있다.
바로, 비행기 위에서 보았던 배들의 섬이었다.
정확한 위치는 모르지만 어디쯤인지는 알 것 같다.
제주도에서 서쪽, 아마 북에 치우친 서쪽 지점일 것이다.
워낙에 큰 배들이 모여 있는지라 날씨만 좋다면 멀리서도 볼 수 있다.
물론 그 “섬사람”들이 백승현을 반겨줄 건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그건 백승현이 해결해야 할 문제곘지.
“······.”
타닥타닥
SKELTON : (스켈톤 진지) 동탄맘. 잠깐 할 이야기가 있다.
메시지는 보냈다.
남은 건 동탄맘 본인의 선택에 달렸다.
곧 답장이 도착했다.
dongtanmo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넌 또 뭐냐? 며칠 안 보여서 뒤진 줄 알았는데 생존신고라도 하러 온 거냐?
여전히 분노에 가득 찬 모습.
과거의 나라면 무시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SKELTON : 진정해. 동탄맘. 네 문제를 해결해줄 방법을 알고 있다.
아직 비바봇에게 보상을 받지 못했고 게시판 전체에 이름을 날릴 일도 없지만 나는 비바! 아포칼립스! 전체를 대표하는 유저다.
고로 한 명의 유저라도 허투루 떠나보낼 수 없다.
dongtanmo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냠냠… 니깐 놈이 뭘 도와준다는 거지? 냠….
SKELTON : 정박할 곳을 찾는다고 했지?
dongtanmo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냠냠…. 뭐? 알아? 아는 거 있긴 해? 냠?
SKELTON : (스켈톤 올곧은 눈동자) 진정해. 동탄맘. 나는 너를 놀리려고 하는 게 아니다.
dongtanmo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ㅈㄹ… ㅋ….
“······.”
타닥타닥
SKELTON : 제주 서쪽에 배들이 뭉쳐서 만든 섬 같은 게 있다.
내가 비행기에서 본 걸 말했다.
dongtanmo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그 유령선 무더기로 모인 거?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백승현도 아는 건가.
그 배들이 뭉친 섬을.
가능성 없는 일은 아니다.
공기가 좋고 맑은 날 해상에는 40km 떨어진 배도 똑똑히 볼 수 있으니까.
인천에서 쭉 상해로 갔다면 그 근방에 있는 배들을 보았을 수도 있다.
SKELTON : 거기에 사람이 산다.
dongtanmo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
dongtanmo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그걸 나보고 믿으라는 거냐? 배들이 엉겨 붙어 난파선 무덤처럼 보이는데 거기에 사람이 산다고? ㅋ
SKELTON : ㅇㅇ 살고 있다.
dongtanmo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너의 뭘 믿고?
SKELTON : 믿고 말고는 네 선택이다. 내가 아는 것도 거기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뿐이고. 그 사람들이 너희들을 보고 반길지 아니면 공격을 할지 그건 알 수 없다.
SKELTON : 하지만 거기엔 천 명이 넘는 사람이 산다. 배들 위에서 농사를 짓고 전기를 만들어서 생활하고 있지. 그들이 너희들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어. 어쩌면 공격을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적어도 아무것도 없는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것보다 낫지 않나?
이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대의 조언이다.
이 이상은 말하지 않겠다.
dongtanmo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만약에.
동탄맘의 메시지가 떠오른다.
굳은 얼굴로 그의 메시지들이 차례대로 떠오르는 걸 보았다.
dongtanmo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거기에 아무도 없으면?
SKELTON : 있으면?
dongtanmo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아니기만 해봐라.
그것이 동탄맘이 보내 온 마지막 답신이다.
그가 다시 게시판에 모습을 드러낸 건 그로부터 3일이 지난 뒤였다.
*
dongtanmom : 근황 보고
예고도 없이 동탄맘이 글을 올렸다.
사진 한 장 없는 본문 내용은 대단히 짧았다.
-아직 살아 있다.
여전히 동탄맘에게 앙금이 있는 유저들은 아직도 안 죽었냐고 빈정거렸다.
익명1429 : 내일이면 죽는 각?
익명1392 : 배틀로얄 했음?
악감정의 반영인지 동탄맘 답지 않게 달린 댓글도 거의 없다.
하지만 하나가 추가되겠지.
m9 말이다.
m9만큼 동탄맘을 싫어하는 유저가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m9가 글을 올렸다.
mmmmmmmmm : 동탄맘.
무슨 내용일까.
대체 무슨 신박한 내용으로 동탄맘을 디스할까.
그러한 의문을 느끼며 글을 클릭했다.
-살아서 와라.
그 내용을 본 순간 눈을 껌뻑이며 작성자를 다시 확인했다.
잘못 본 게 아니다.
틀림없는 m9의 글이다.
뒷 내용이 있다.
– 1년차 유입이긴 한데 그래도 최근 유입보다는 정이 들었으니 안 뒤졌으면 한다
놀랍게도 m9는 동탄맘을 비난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동탄맘을 응원하고 있었다.
다음 글에서 m9는 이 사실을 재확인했다.
mmmmmmmmm : 또 라이브 찍어야지? 내 비장의 컨텐츠 – 더 호프 셀프 수리편 – 한텐 못 비비겠지만 말이야.
mmmmmmmmm : 좋은 라이벌을 잃기 싫다, 이 말이야. 살아서 돌아와라. 아기랑 같이.
딱히 감동을 바라고 쓴 것도 아닐 것이다.
내용은 다소 코믹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그 별 것도 아닌 글을 한동안 응시했다.
“······.”
이런 식으로도 사람의 마음이 채워질 수 있는 것이었나.
적어도 이 모습.
보기 좋다.
아주 보기가 좋다.
우리의 동탄맘이 다음 근황을 올린 건 그로부터 1시간이 지난 뒤였다.
dongtanmom : 본격 근황.jpg
그 글은 당연하다는 듯 인기글에 올랐다.
동탄맘에 대한 악감정 같은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동탄맘은 게시판의 해충이지만 동시에 뛰어난 컨텐츠 제작자니까.
이번 글은 평소의 동탄맘보다 컨텐츠제작자로서의 동탄맘의 면모가 더욱 엿보였다.
서두에서 동탄맘은 아래와 같이 말했다.
“망망대해에서 고철로 이루어진 섬과 조우하다.”
동탄맘은 내가 일러준 고철의 섬으로 향했다.
두 가지 시점이 제시된다.
초반에 보다 강조된 건 동탄맘의 시점이 아닌, 고철섬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시점이었다.
“뭐여?! 저건 유조선 아니야?!”
“허벌나게 크구마잉.”
“애들 불러라! 총 들고 다 나오라고 해!”
고철섬의 사람들은 멀리서 거대한 유조선이 오는 걸 보고 적잖이 당황했고 또 총기를 들어 스스로를 무장했다.
요즘은 뜸하지만 작년만 해도 해적들이 나타나 호시탐탐 고철섬을 노렸다.
그런데 해적의 배는 기동성이 좋은 모터보트다.
페리선에 적재했다 먹잇감을 발견하면 모터보트를 풀어 속도와 숫자로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불운한 항해자를 사냥했다.
그런데 이번에 온 배는 그런 해적들의 페리선과는 궤를 달리 한다.
글자 그대로 초대형 유조선.
몇 명이 타고 있을지 갈피조차 잡히지 않는다.
“드디어 죽는 건가.”
“시발. 안 그래도 뒤져가기 일보 직전이긴 했는데.”
“중국 놈들은 아니겠지?”
긴장한 건 그들만이 아니었다.
동탄맘 일행도 겁을 집어먹기는 매한가지였다.
아무리 배가 크다고 해봐야 이쪽은 30명밖에 안 되는 소규모 생존자니까.
내가 알려준 대로 천 명 이상의 사람이 살고, 또 그들이 적대한다면 글자 그대로 지옥에 제 발로 찾아온 셈이다.
상해라는 지옥에서 또 다른 지옥으로 말이다.
이 대목에서 동탄맘은 이야기한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지. 서로가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었어. 하지만 그때 섬에 있던 사람이 보았지.”
그 대목에서 동탄맘은 오랫동안 잊고 있던 것을 사진 첨부해 보여주었다.
그 사진은 반쯤 지워지고 녹이 슬어 희미해진 배의 이름을 담고 있었다.
그렇다.
그 배의 이름은.
-희망호
그 배의 이름이 기적을 가져다 주었다.
“이게 그 희망혼가?”
“진짜 희망호여?”
“유조선을 개조한다고 하더니. 이게 진퉁 맞구만.”
섬들의 사람들은 아주 문명과 단절된 게 아니었다.
우리처럼 위성 인터넷 장비 같은 하이테크 장비는 없지만 전통적인 단파라디오를 통해 정부의 방송을 청취, 희망호를 기함으로 하는 2차 피난 선단이 제주도를 향해 출발한다는 소식을 듣고 혀를 끌끌 차기도 했다.
그 희망이 되살아나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배에 탄 사람들이 한국어를 사용한다는 걸 알자 섬들의 사람들이 무기를 내려놓지 않을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어디서 왔어요?”
섬의 남자 하나가 큰 소리로 물었다.
동탄맘이 답했다.
“지옥.”
지옥에서 온 희망만큼 아이러니한 것이 또 있을까.
하지만 그들의 도착은 어떤 의미로 섬 사람에게도 희망이었다.
“섬엔 선박 기술자는 물론이고 트롤어선 선장 출신도 있었어. 진짜 필요한 인재들이 넘쳐났지. 하지만 그들은 본토로 갈 수단이 없었어. 당장의 식량은 있지만 전기 기계, 발전시설, 연료 이런 것들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암울한 미래로 향하고 있었지. 반면 우리는 모든 게 부족하지만 본토에 갈 수단이 있어.”
양쪽의 이해관계가 일치했다.
섬의 사람들이 물자를 공급하고 배의 문제를 살펴봐주는 대신 동탄맘은 그들에게 본토로 가는 배편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것이 며칠간 모습을 감추었던 동탄맘의 이야기다.
dongtanmom : 곧 돌아갈 것이다.
이대로 이야기가 끝난다면 흔한 동탄맘의 스토리텔링 중 하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세상 만물은 변한다.
그 변화의 흐름에서 동탄맘도 예외는 아니었다.
dongtanmom : 응원해줘서 고맙다······.
천하의 동탄맘이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dongtanmom : 며칠 간 히스테리 부려서 미안하다.
사과까지 한다.
그의 사과는 다른 의미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익명1588 : 얘. 이런 캐릭터였냐?
defender : 오우
익명458 : 동탄맘. 체했냐?
berkut_break : 사실 이건 동탄맘의 픽션이고 현실은 미노그넷호의 재림이 아닐까?
gijayangban : ?
foxgames : 동탄맘님! 다행이네요! 꼭 살아서 돌아와주세요!
SKELTON : 흠······.
dies_irea69 : 다행이다. 축하한다. 동탄맘. 돌아오면 언제든 연락해라. 기다리고 있겠다.
…
…
그야말로 오래 살고 볼 일.
그런데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dongtanmo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고맙다
동탄맘이 내게도 메시지를 보내왔다.
SKELTON : (스켈톤 경악) ?!
과장된 반응이 아니다.
나는 예전부터 동탄맘이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는 성격적 결함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설마 정신이 침식되기라도 한 건가.
정신이 침식돼서 결핍된 감사라는 감정을 되살린 것인가?
내 의문이 머리를 한 바퀴 돌기도 전에 동탄맘이 다음 메시지를 보내왔다.
dongtanmo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네 덕분에 그 섬에 갈 생각을 했으니까.
그 메시지를 본 순간, 나는 머리에 떠도는 일체의 의문을 버리고 피식 웃었다.
더하고 뺄 것도 없다.
우리의 백선배는 내가 알려준 조촐한 항로에 고마움을 느꼈고 이에 감사를 표할 뿐이다.
SKELTON : 잘됐군.
dongtanmo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고맙다. 스켈톤.
“······.”
사람은 오래 살고 볼 일인가.
천하의 백승현한테 고맙다는 소리를 들을 줄이야.
말 나온 김에 그에게 부탁했다.
SKELTON : (스켈톤 정산) 고마워 할 건 없고, 이 사실을 모두에게 알려주는 건 어때?
정당한 대가다.
잠시 후 동탄맘에게 답장이 왔다.
dongtanmo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ㅗ
SKELTON : ?
dongtanmo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