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House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79)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279화(279/466)
113. 걱정
디펜더 남매를 데리고 온 건 좋은 일이다.
집단에 활기가 돌았고 전투력이 증강됐으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무사히 구출했으니까.
앞으로 그들과 엮어 갈 이야기가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내 마음은 온전하게 그 기쁨을 누릴 수 없다.
걱정이 생겼다.
그때 그 소녀를 죽였어야 했냐는 물음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돈다.
부아아아아앙—
중장비가 힘차게 움직이며 새로운 공사를 시작할 즈음 나는 홀로 떨어진 곳에 앉아 그날의 일을 복기했다.
여러 가지 판단이 오갔다.
거기서 총을 쐈을 때 광신도의 관심을 끌 가능성이 가장 큰 지분을 차지했을 것이다.
아무리 내 근거리 전투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그 많은 어웨이큰 상대로는 한계가 있다.
심지어 그들 중 일부는 총을 들고 있었다.
동료를 먼저 보낸 내 쪽에서 전투를 회피한 건 적절한 판단이었을 것이다.
나이는 열 한살 쯤 됐을 것이다.
삐쩍 말랐고 큰 충격을 받은 듯 감정이 극도로 무딘 상태였다.
한 번의 기회가 있었다.
그걸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때 죽였어야 했나.
“무슨 생각 해?”
디펜더가 찾아왔다.
“아니, 그냥.”
디펜더가 옆에 앉았다.
그는 동생과 각각 다른 더미 방공호에 입주하기로 했다.
주역할은 전투와 물자 수집. 덤으로 차량 정비.
이 주변을 나보다 잘 아는 그는 앞으로 우리 영역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얼굴이 안 좋은데?”
그가 나에 대해 잘 아는 건 장점일수도 있고 단점일수도 있다.
잠시 생각한 결과, 솔직해지기로 했다.
“뭐? 그 새끼 동생을 놔두고 온 게 마음에 걸린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는 있었어. 확실히 거기서 방아쇠를 당기면 포위당할 위험이 있었지. 그럼에도 생각이 들어. 그때 방아쇠를 당기는 게 맞지 않냐는.”
나는 떠나가는 차량에서 소녀가 나를 똑바로 쳐다본 부분 또한 언급했다.
디펜더가 한숨을 내쉬었다.
곧 그가 날 돌아봤다.
“그럼, 죽이러 갈까?”
지극히 디펜더 다운 행동.
그는 모든 문제를 항상 누군가를 죽이는 것으로 해결하려 한다.
나는 그처럼 되는 걸 경계한 적이 있다.
인간에겐 지켜야 할 최소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위선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저마다 위선의 토템 하나씩을 지니고 있는 법이니.
대부분의 위선자처럼 나 같은 경우에는 위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위선이라는 민낯은 조건이 충족되면 쉽게 벗겨진다.
“내가 거길 잘 알아.”
디펜더의 말에 아주 잠깐 마음이 꿈틀거렸다.
잠깐의 찬동은 곧 미열과 같은 분노로 바뀌었다.
디펜더 남매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거라는 원망이 마음속에서 아주 잠깐 고개를 든 것이다.
그 싹을 강한 부정으로 짓밟아버렸지만 사람 마음이란 그런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사람들은 그 원인을 가지고 온 사람을 원망하고 비난하려는 속성이 있다.
나라는 놈이, 소중한 사람을 원망했다.
좋지 않은 징조다.
원망의 싹은 결국 후회로 변한다.
이 친구들을 내 영역으로 들인 게 실수가 아닌가 하는.
“······.”
역시 죽였어야 했나.
문득 내 은사 장기영의 말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처음 스친 생각이 최고의 생각일 가능성이 높다. 그 정제되지 않은 생각의 덩어리야말로 네가 어떤 물질로 이루어졌는지 거침없이 내비치는 가공되지 않은 정수기 때문이다.”
난 항상 장기영의 말과 반대로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즐거운 반항이었지만 이제 그는 좀비가 됐다.
떠도는 소문에 인천 일대에서 발견됐다는 말도 있고.
그건 그렇고.
“디펜더.”
디펜더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응.”
“너는 무슨 생각으로 사람들을 죽였나. 그러니까, 예전에 말이야. 우리가 편하게 인터넷 하던 시절.”
“초반에 말이지?”
“그래.”
디펜더는 잠시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특별한 생각은 하지 않았어. 아니, 하지 않으려 했어.”
“그래?”
“단지 그것이 우리에게 줄 위험성만을 생각했지.”
하늘을 멍하니 보며 디펜더가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다시 생각해도 그게 옳았던 거 같아.”
“그런가.”
“전쟁 전 기준으로 옳지 않은 행동과 생각이라는것 정도는 나도 알아.”
디펜더가 쓴웃음을 머금으며 내게 물었다.
“하지만 옳다는 게 뭘까?”
대답이 없자 그는 한숨을 내쉬며 나뭇가지 하나를 집어 들고 바닥에 의미 없는 그림을 그렸다.
아마 사람을 그리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졸라맨이라 불리는 극단적으로 단순화된 인간을.
쉽게 그린 인간의 목에 절단을 의미하는 듯한 가로 선이 거칠게 그어졌다.
“······그때 그 녀석을 죽였어야 했어. 그랬다면 이런 일도 없었겠지.”
그가 활짝 웃었다.
“이제부터는 전부 다 죽일 거야.”
그 미소는 잔혹하다기보다는 천진난만했다.
여전히 나는 그 미소에 저항감을 느꼈다.
내 걱정의 원인을 놓고 보면 타당한, 후련하기까지 한 말이지만 여전히 나는 우리가 살던 구시대의 잔재를 바라보고 있었다.
도덕, 혹은 위선이라는 스러져가는 가치를 미련스럽게 붙들고 있었던 것이다.
*
Foxgames : 정말로 미안하다. 고개 숙여 사죄한다. 이제는 기다려달라는 말도 하지 않겠어. 정말로 면목이 없다.
게시판에서는 여전히 위선의 결정체가 뻔뻔하게 활동하고 있다.
폭스게임이다.
속은 썩어 문드러진 인간이지만 적어도 밖으로 보이는 이미지는 나쁘지 않다.
오히려.
익명1723 : 힘내라. 폭스게임
익명1833 : 네 게임 때문에 큰 맘먹고 위성장비 설치했어. 설명서도 없이 설치하는데 애를 먹긴 했지만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익명1873 : 너 때문에 여기에 들어온 사람 많아. 나도 그중 하나고.
…
…
사람들은 그를 응원한다.
대부분이 신규 유입 유저지만.
디에스이라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마침 그도 인터넷 서핑 중이었던지 바로 내 메시지에 대답했다.
Dies_irae69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폭스게임? 맞아. 지금도 징징거려. 제발 좀 자기 옛 부하들. 어떻게 마음 돌려서 보내주지 않겠냐고.
Dies_irae69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솔직히 역겹지. 지가 혼자 공적 날로 먹겠다고 죽이려고 까지 한 사람들을 다시 필요하니 받아들이려고 하는 게.
Dies_irae69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그것도 역겨운데 나보고 대신 그 사람들을 설득까지 해 달라고 부탁하더라고. 나도 양반은 못되지만 저 인간만큼 이기적이진 않겠다고 자아성찰 해버린다니까?
사람의 본질을 꿰뚫는 듯한 말을 종종 하는 디에스이라에는 그답게 이미 폭스게임의 실체를 알고 있었다.
신랄하게 폭스게임을 비판했지만 그는 마지막에 말미를 남겨두었다.
Dies_irae69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그래도 폭스게임처럼 겉치레라도 걸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Dies_irae69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요즘은 그 최소한도 안 지키는 놈들이 많아져서 말이야.
디에스이라에의 말대로다.
게시판에 최근 유입 된 신입들 중에 이상한 친구가 부쩍 늘었다.
히든 완장인 내가 자주 삭제를 하는 세 명을 추려보면 아래와 같다.
MORUS :♥ 가죽 공예 입문 ‘세 번째’ 이야기♥
사람 가죽으로 장난을 치는 정신병자.
익명1941 : 무제 – 13
강간당해 죽은 여자의 시체를 지속적으로 올리는 정신병자.
추측이지만 유저들은 본인의 작품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품었다.
KIM_DONG_HUNG : 꽃미남 외출~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얼굴 셀카를 하루에도 100개도 넘게 올리며 묻지도 않은 일거수일투족으로 게시판을 도배하는 정신병자(50~60대로 추정된다).
과거에도 게시판 4대 민폐가 있었지만 이 새로운 유입들은 정도가 없다.
이건 비단 한국어 게시판의 문제는 아니다.
최대 이용자 수를 자랑하는 영어 게시판엔 취미로 인간을 사냥하는 “인간 사파리”를 컨텐츠로 하는 인간을 필두로 무고한 사람을 잡아두고 라이브로 갖가지 끔찍한 인체실험을 하는 미친 과학자 같은 인간의 탈을 쓴 괴물들이 등장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무제한적인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던 멜론 마스크마저도 생각을 바꿔 악성적인 혐오 글의 삭제와 관리를 지시할 정도라고.
세상은 오래 전부터 미쳐갔지만 이제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느낌이다.
전쟁이 시작된 지도 4년차다.
과거의 붕괴가 시스템의 붕괴라면 이제는 우리가 믿어 의심치 않던 가치 그 자체가 무너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디에스이라에는 그런 인간의 기본마저 벗어던진 놈보다 폭스게임이 낫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리라.
내가 근심하는 모습은 동료들의 눈에도 보였던 모양이다.
“박규. 무슨 일이야?”
하태훈이 작정한 표정으로 물었다.
굳이 숨길 필요는 없는 일이고 또 괜한 은폐는 오해를 불러온다는 걸 알기에 내가 가진 고민을 이야기했다.
“뭐, 그래서.”
천영재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 여자애가 인지능력자인 거 같아서 걱정이 된다고?”
“그런 셈이지.”
“인지 능력은 대단히 희귀해. 십에 팔구가 감지 능력자나 투시 능력자였지.”
천영재가 웃는 얼굴로 날 보며 덧붙였다.
“나라도 안 죽였을 거야. 가능성만으로 어린아이를 죽이면 그게 더 찝찝한 일이 아닐까?”
하태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살인에 무뎌지면 결국 저 밖에 널린 약탈자와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인간이 된다. 아무리 끔찍한 세상이라고 하지만 사람은 그래도 어느 정도 선은 지켜야 해.”
인천 출신 헌터들은 내 판단을 옹호했다.
디펜더 남매는 그렇지 않다.
“약간의 위험이 있더라도 제거하는 게 맞아. 어차피 애나 어른이나 사고라는 능력을 가진 호모 사피엔스. 즉, 인간종이다. 애와 어른이라고 다르게 볼 거 없어. 그저 작고 힘이 약할 뿐이다.”
“······난 스켈톤이 그런 점이 좋긴 하지만, 그래도 이번은 전제부터 어긋났다고 생각해. 어차피 거기서 애를 살려보내도 스켈톤이 걔 오빠 죽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잖아?”
디펜더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생의 말을 받았다.
“언젠가는 여기에 올지도 몰라.”
여기서 나는 집단이 내포한 본질적인 문제를 새삼스레 다시 인식했다.
모든 사람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다.
저마다 나고 자란 환경이 다르며 다른 세상에서 살았다.
겉치레나마 도덕의 편린을 걸치고 있는 인천 출신 헌터.
적극적인 살인으로 사고를 예방하려는 디펜더 남매.
생각은 판이하게 다르지만 두 집단 모두 내게 소중한 사람들인건 맞다.
잠시 양해를 구하고 영역을 거닐었다.
수천 번도 돌고 돌았을 내 영역은 어느새 많은 부분에서 변해 있었다.
비단 외벽만이 아니다.
곳곳에 생생한 삶의 흔적이 남아 있다.
발자국, 물품, 개성적인 장식, 냄새.
무심결에 내가 이른 곳은 다름 아닌 발렌타인의 방공호였다.
그는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
틀어박혀서 무언가를 두드리고 글자와 특수기호로 이루어진 언어를 사랑하는 그는 내 요청을 들어주기 위해 주야로 침입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며칠간 경계를 선다고 수척해졌지만 여전히 활기를 잃지 않은 그는 자신의 방공호에 들어온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걱정이라도 있으세요?”
간략하게 그간 있었던 일을 말해 주었다.
나의 망설임과 후회, 그리고 그로부터 벌어진 걱정에 관한 이야기를.
연신 부채질을 하며 이야기를 듣던 발렌타인은 타월로 땀이 흥건한 이마를 닦아내고는 퉁명스레 말했다.
“뭐, 아무래도 좋은 거 아닙니까?”
“그래요?”
자포자기.
나는 그렇게 해석했다.
“세상에 깔끔한 건 하나도 없어요. 당장 이번 전쟁만 해도 그렇죠. 모두가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지만······.”
“······.”
난 아니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까? 대충 망해가는 세상 살아 보니 알겠더라고요. 이 세상엔 우리 마음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할까요. 그런 게 얼마든지 있다고. 저 같은 사람은 그저 떠밀려갈 뿐이죠.”
발렌타인이 지쳤지만 자부심이 느껴지는 얼굴로 모니터를 가리켰다.
그가 키보드를 누르자 모니터에 익숙한 화면이 떠올랐다.
[ 레드 아카이브 게시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건?!”
“후.후.후! 거의 다 됐습니다! 뭐, 제주 담당자도 아주 멍청이는 아닌지 외부 접속 시도를 인지해서 나름의 방화벽을 세운 거 같은데, 어쩌겠습니까? 그 친구 입장에서는 제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데요?”
평범한 울림이다.
그러나 나는 발렌타인을 다시 보았다.
몰랐다.
이 친구의 말이 그렇게 깊은 울림을 줄 거라고는.
발렌타인. 그는 존내논 없이는 성립할 수 없는 그런 존재였다.
우리 집단 내에서 명백히 이질적이고 어떻게 보면 가장 하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발렌타인이 누군가에게는 거스를 수 없는, 전쟁과도 같은 거대한 흐름이라니.
“호, 혹시 그 말씀. 존내논님 어록에 있는 겁니까?”
“아니오. 제가 한 말인데요.”
“그렇군요.”
발렌타인이 자신이 닉네임을 따온 발렌타인 병을 입에 대고 꿀꺽꿀꺽 내용물을 마셨다.
술은 아니다.
정제한 물을 그 유리병에 넣어 놓았다.
“저는 스켈톤님이 인간미가 느껴져서 좋아요.”
“인터넷상에서요?”
“인터넷에서도 충분히 인간적이지만, 저는 현실에서도 스켈톤님은 충분히 인간적인 분이라고 봅니다.”
“그래요?”
“그게 뭐라고 설명할 수 없어요. 당장 이번에 새로 오신 분들.”
발렌타인이 방공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주위를 살폈다.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그가 내게 귀띔했다.
“저는 좀 그래요.”
“어떤 점에서요?”
“혹시 제가 한 말, 그분들에게 말씀하시는 건 아니죠?”
“제 입이 좀 무겁습니다. 100kg급 입술이죠.”
“음······. 뭐 스켈톤님이니 믿고 말하죠. 저는요.”
발렌타인은 자신의 눈에 비친 디펜더 남매의 인상을 아래와 같이 평했다.
“그냥 싸~ 해요. 남자 쪽도 여자 쪽도.”
아마 그의 의견이 맞을 지도 모른다.
나 또한 디펜더 남매를 처음 보았을 때 비슷한 느낌을 받았으니까.
“아무튼, 새롭게 오셨으니 잘 지내야겠죠.”
발렌타인이 환하게 웃었다.
“스켈톤님도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평소대로 지내세요. 인생 뭐 있습니까? 감당하기 어려운 흐름이 오면 떠밀리면 그만이죠. 떠밀린다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이런 곳도 다 오게 되는 걸 보면 말이죠.”
제주 인트라넷 침입은 목전이라고 한다.
거사를 앞두고 최후의 마무리 작업을 하는 중이라고.
적어도 여름은 넘기지 않을 예정이란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기묘한 감정에 잠긴 채 발렌타인의 방공호를 떠났다.
“······.”
내게 가장 큰 위안을 준 건 동료 헌터도 이웃도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어디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사내였다.
평범함에 무게는 없겠지만 기준점은 될 수 있으리라.
특히 우리처럼 헤매기 쉬운,
평범한 사람들에겐.
*
걱정은 느닷없이 종결됐다.
“어이. 스켈톤. 게시판 봤어?”
존내논의 어록을 들으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을 때 디펜더가 날 찾아왔다.
“무슨 일이지?”
“걔. 죽었어.”
“?”
“너 노려봤다는 그 여자애.”
디펜더가 피식 웃었다.
“뭐?”
“게시판에 떴어.”
gijayangban : 원주 근황3.jpg
글을 올린 건 기자양반.
우민희다.
왜 이 여자가 원주 소식을?
그것도 하나가 아닌, 도배 수준으로 올렸다.
짙어지는 의문 속에서 디펜더가 지목한 사진을 보았다.
시체다.
내게 걱정을 안겨줬던 소녀가 차가운 시체가 된 채 바닥에 누워 있었다.
그녀의 오빠처럼 파리들이 이미 영원히 스스로 감지 못할 눈동자 위에 앉아 손을 비비고 있었다.
디펜더가 은은하면서도 집요함이 느껴지는 시선으로 나를 보았다.
그는 내 기분을 확인하려 든다.
아마 내가 그들과 동류인지 확인해보고 싶은 것이겠지.
“······.”
어떤 식으로 포장해도 타인의 죽음에 안도감을 느낀 건 사실이다.
짧게 나마 희열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딱하네.”
위선의 가면을 벗진 않겠다.
적어도 나는 그 대목에서 이를 드러내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