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House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81)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281화(281/466)
114. 낭인 (2)
사내를 들여보내기로 했다.
여러 가지 정황을 보건대 이 사내는 혼자다.
다른 일행도 없고 특별한 공작의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그 전에.
“옷 벗어.”
확인할 건 해야겠지.
“하의만 남기고 전부 다.”
원래라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지만 사내가 혼자 왔고 또 이런 곳에 혼자 왔다는 건 죽을 각오가 됐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죽기를 각오한 자는 언제든 I.E.D로 표현되는 폭탄을 숨기고 자폭을 시도할 수 있다.
사내는 순순히 시키는 대로 따랐다.
“의심이 많군.”
삐쩍 말랐지만 잔근육이 붙은 몸 여기저기엔 크고 작은 상처가 나 있었다.
겉보기엔 역전의 용사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볼 땐 글쎄다.
전투에서 얻은 상처가 맞을까?
관절이나 복부 등 치명적인 후유증을 낳을 수 있든 상처는 보이지 않고 어깨나 팔뚝, 척추를 피해간 등 쪽에 얕지만, 두드러지는 흉터들만이 있다.
흉터의 형태나 비슷한 간격으로 배치된 문신의 자리를 보면 실제 전투에서 부상을 입었다기 보다는 과시적인, 문신의 연장선 상으로 보인다.
“들어와라.”
문을 열었다.
옆에 서 있던 천영재가 물었다.
“그냥 죽이면 안 될까?”
“묻고 싶은 게 있다.”
천영재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하나가 더 있다.
외벽 바깥을 응시했다.
보인다.
저 아래 버려진 농경지에 어른거리는 검은 물체가.
고양이 뮤테이션이다.
디에스이라에의 영역을 향할 때 술래잡기를 한 녀석인데 어째서인지 날 따라 여기까지 온 것으로 보인다.
지능이 상당히 높고 또 총기를 가진 인간 상대를 많이 해봤는지 좀처럼 각을 내주지 않는다.
총을 들고 나가면 멀찌감치 달아나는 게 상당히 얄밉다.
물론 김다람이 온다면야 길어도 3일 안에 끝장낼 수 있겠지만 그 여자가 지금 어떻게 사는지는 나조차 궁금한 상황이다.
삐—
부저음과 함께 철문이 열렸다.
주섬주섬 빗물에 젖은 옷을 주워 입으며 사내는 휘파람을 불었다.
비로 씻겨진 얼굴은 나와 비슷한 또래로 보였다.
“어떤 놈이지?”
외벽을 내려오며 디펜더에게 물었다.
“학원 헌터에서 힘 좀 꽤나 쓰는 친구야. 리더급은 아니지만 자기 패거리도 있었지.”
계단을 내려오면서 디펜더는 사내 쪽을 힐끗 쳐다보고는 짤막하게 덧붙였다.
“그런데 다 죽은 걸까. 아니면.”
디펜더의 말이 끝나기 전에 사내 앞에 도달했다.
사내는 비릿한 냉소를 머금은 채 우리를 돌아보았다.
디펜더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그 이상의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그가 하태훈을 바라보았다.
“당신이 프로페선가?”
항의를 담아 말했다.
“당신이 찾는 건 나 같은데.”
사내가 코웃음을 쳤다.
“아, 콜사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다 보니.”
하태훈은 안경을 끼고 있었다.
항상 끼는 건 아니지만 정밀 작업을 할 땐 안경을 끼곤 한다.
디펜더와 천영재가 날 동시에 보았다.
처분을 정하라는 뜻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나는 이 친구를 포섭할 생각도 없고 살려둘 생각도 없다.
아주 마음이 동하면야 추방에서 그치겠지만 날 죽일 수도 있는 사람을 살려 보내는 게 얼마나 큰 부메랑으로 돌아오는지는 직전의 사건으로부터 뼈저리게 경험한 바다.
해서, 내 방공호로 그를 안내했다.
수건 대신 마른걸레를 줘서 몸을 닦게 하고 뜨거운 물 한 잔을 대접했다.
커피도, 차도, 분말 가루를 넣은 싸구려 음료조차 제공하지 않은 건 멸망기에서는 크게 흠이 되진 않는다.
잘 정수된, 뜨거운 물 한 잔만으로 적대적 인물에겐 후한 대접이다.
실제로 사내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물 한 잔을 비웠다.
“와우.”
그가 내 방공호를 돌아봤다.
“멋지네.”
그의 시선이 곧 중앙 변기로 머물렀다.
“저건 뭐지? 일종의 고문 도구인가?”
“지금부터 묻는 말에 답해라.”
심문을 시작했다.
가장 알고 싶은 건 군단파 내 헌터의 상태다.
디펜더가 일부 정보를 들고 왔지만 그는 사건이 터지기 전에 동생과 함께 피난처에 숨었다.
실제 현장에서 군단파 헌터들이 어떤 일을 겪었고 현재 어떤 상태인지는 아마 이 친구가 더 잘 알 것이다.
그런데 이 친구, 딱히 입을 열 생각은 없어 보인다.
“글쎄. 나도 내 한 몸 빠져나오기에 급급해서. 보다시피 무전기도 없잖아? 김다람, 그 썩을 년이 배신한 것까지는 알아.”
실실 웃는 입매와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의 표정, 이따금 나를 바라보는 도전적인 눈매에서 사내의 생각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우리에게 도움이 될 만 한 일체의 행위도 해주지 않을 생각이다.
그럴 각오로 왔다.
해서 물었다.
“대체 혼자서 여긴 왜 찾아온 거지?”
이에 사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 날 향해 고개를 홱 돌렸다.
“너에게 볼 일이 있지.”
“나한테?”
“그래, 프로페서. 그 인간이 얼마나 잘난 놈인지 확인하러 왔다.”
“확인은 끝나셨나?”
사내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하나가 남았어.”
“그게 뭐지?”
이에 사내는 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많은 생략이 있지만 사내가 내게 뭘 요구하는 지는 시선만 봐도 알 수 있다.
날 지목한 그는 곧 고개를 돌려 벽에 걸린 김필성의 박도를 보았다.
“김필성. 당신이 죽인 모양이네? 제법 실력이 있긴 했지. 실력보다 더 깝죽거려서 문제지만 말이야. 하지만 난 어떨까?”
김필성마냥 나에게 아무 의미도 없는 냉병기에 의한 결투를 제안하려 하는 것이다.
“······.”
급속히 흥미를 잃어가는 걸 느끼며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내가 이죽거렸다.
“왜? 내가 겁나나? 하긴, 김필성도 날 두려워했지. 내가 몇 번이고 붙자고 해도 피하더군.”
디펜더가 내게 다가와 속삭였다.
“끌어낼까?”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자니 사내가 손가락으로 방공호 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심플하게 가자고. 나와 싸울 용기가 없다면 저 칼 넘겨.”
“저 칼을?”
“그래. 저 칼을 주면 그냥 가주지. 그게 싫으면 비열하게 총으로 죽이든지. 아니면 집단으로 덤벼서 린치라도 가해보든가. 그런데 명색이 자랑스러운 학교 헌터 양반들이 그런 비열한 짓거리는 하지 않겠지?”
이 사내의 목적이 내 흥미를 잡아끄는 거라면 성공했다.
“저 칼을 가지고 가서 뭘 할 작정이지?”
나는 저 칼이 영국 신화에 나오는 엑스칼리버와 같은 힘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사내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저 칼이 있으면 다시 애들을 불러 모을 수 있어.”
“이해가 안 가는데.”
“그건 당신 사정이고. 싫으면 나와 붙어 보든가, 아니면 비열하게 다구리라도 치든가.”
실실 웃던 사내가 갑자기 디펜더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나 알지?”
디펜더는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내 콜사인. 알잖아? 왜? 같이 신나게 죽여놓고.”
내가 눈치를 주자 디펜더는 그제야 마지못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로이어?”
내가 먼저 그 사내의 콜사인을 이야기했다.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는 척이라도 해주니 다행이네.”
정식 콜사인은 아닐 것이다.
학원 헌터는 우리와 다르게 고유 콜사인을 부여받지 못한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몬스터를 상대하는 부대의 일개 유닛으로 부대의 명칭에 따른 유동적인 콜사인을 부여받을 뿐이다.
“변호사라도 하다 온 건가?”
“할 뻔했지.”
사내가 편하게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고개를 젖힌 채 그는, 마치 날 깔보는듯한 시선으로 노려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버지가 로스쿨에 가라고 하더라고.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었지. 나야 학교도 좋고 집도 좀 살고 시험도 쉬웠고 나이도 어렸으니. 연줄도 아주 없다고는 말하기 어려웠지. 그런데 말이야. 내가 법원 공익으로 잠시 일을 했거든.”
사내의 말에 맞장구를 쳐줄 생각은 없다.
우리의 냉담한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내는 처음부터 고정된, 실실 웃는 듯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대단한 일 한 건 아니었지. 법원 직원들 업무 좀 거들거나 민원인들 검문검색하고 뭐, 그런 하릴없는 일이었지. 직원 하나랑 친해져서 일 좀 거드는데 갑자기 전화가 오더라고. 화가 난 목소리였지. 옆에서 들어보니 뭐 이딴 걸로 보정명령을 냈냐고 따지기 시작하던데 갑자기 이거 결재한 판사가 사시 몇 기냐고 묻더라고.”
“넋두리하려고 온 건가?”
이야기가 길어지는 건 질색이기에 부득이하게 흐름을 끊었지만 사내는 자기 말을 끊을 생각이 없었다.
“딱 봐도 보이지 않아? 그 군법무관이라는 새끼가 기수 운운한 속내가?”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의 싸늘한 시선을 받으며 그가 간 곳은 중앙 변기 너머, 벽에 장식된 김필성의 박도였다.
그 박도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사내가 넌지시 말했다.
“세상일이 모두 그래. 어디에나 등급이 있지. 참 그게 알고 보면 좆도 아닌 건데 좆같은 세상에선 그런 게 마치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인 것처럼 취급하지. 병원만 해도 그렇잖아? 의사보다 수술 더 잘하는 새끼가 널렸는데 의대 못 갔다고 깜방에 가잖아?”
디펜더가 살짝 움직였다.
눈에 살기가 있다.
디펜더를 제지하며 사내 앞으로 걸어갔다.
사내가 씨익 웃었다.
“너와 나만 해도 그렇지 않나? 별 씨발 대단해 보이지도 않는 거 같은데 어떤 새끼는 반쯤 전설 취급받는 반면, 어떤 새끼는 굴러다니는 잡놈 취급이고.”
“해봤냐?”
스르릉-
도끼를 뽑았다.
사내의 입꼬리가 승천하듯이 올라갔다.
“뭐? 붙어보시려고?”
전진했다.
그리고 물었다.
“몬스터는 잡아봤냐고?”
서로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와서야 멈췄지만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사내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났기 때문이다.
그의 이마에 식은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게 보인다.
갑작스러운, 거침없는 전진만으로 사내는 위축감을 느꼈던 모양이다.
“자, 잡아서 뭐해?! 잡아봐야 어차피 니들이 공적 다 가로챌 거 아니야?”
“그러면?”
한 걸음 더 전진했다.
“뭐, 뭐?!”
사내는 약속한 것처럼 다시 한걸음 물러난다.
툭
그의 등이 바닥에 닿았다.
그의 얼굴에 명백한 긴장이 흘렀지만 이내 그는 억지로 공포감을 억누르며 억지웃음을 띠었다.
“뭐? 살인?”
“아니.”
스르릉-
한 자루 도끼를 더 꺼냈다.
“변호사 시험.”
긴장하던 사내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아니, 그딴 걸 왜 해?”
“왜?”
“아까 이야기 못 들었어? 보나 마나 서자취급인데. 해봐야 아무 의미도 없잖아?”
“넌 매사 그런 식이겠지.”
딱히 사람의 유형을 가르고 나누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이 로이어라는 콜사인을 사용하는 친구가 어떤 놈인지는 알 것 같다.
그를 똑바로 노려보며 했다.
“그렇게 알량한 짐작만으로 세상을 재단하려 들면 안 피곤하냐? 해보지도 않고 말이야.”
“뭐?”
“네가 무시하던 김필성은 어땠을까?”
도끼로 날 가리켰다.
들어오라는 뜻이다.
의기양양하던 사내의 동공이 흔들리는 게 보인다.
여기 올 때만 해도 보였던 자신만만함은 온데간데없고 항복이나 협상의 여지를 찾는 비열함만이 보인다.
“적어도 그 칼의 주인은.”
먼저 들어갔다.
“오, 오지 마!”
사내가 물러나며 검을 휘둘러보지만,
챙캉!
두 번의 휘두름만으로 칼은 손아귀를 떠나 바닥에 떨어진다.
칼날이 쟁반이 떨어진 듯한 여음을 방공호 안에 울리는 가운데 비무장의 상대인 사내를 향해 도끼날을 겨누었다.
“너처럼 비열하지 않았다.”
고개를 까딱거렸다.
“꺼져라.”
사내가 게처럼 옆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이라는 건 늘 그렇듯 높은 확률로 예상을 뛰어넘는다.
“그, 그 칼······!”
사내가 말했다.
“······나주면 안 돼?”
“?”
의아한 얼굴로 사내를 응시했다.
“부탁할게. 제발. 안 되겠어?”
그의 구차한 표정을 보는 순간 사고가 마비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당당하게 구걸이라니.
그런 흐름이었나?
아니, 사람 스탠스가 그렇게 가볍게 바뀔 수 있는 건가?
“그 칼, 나 주면 안 되냐고. 부탁할게. 그 칼을 가지고 돌아가게 해줘.”
“무슨 개소리야?!”
뒤에 있던 천영재가 나는 듯이 달려와 사내의 멱살을 잡았다.
“이 버러지 새끼가!”
천영재가 눈알을 희번덕거리며 단도를 꺼내 사내의 목을 겨누었다.
천영재를 만류하며 사내가 남은 말을 마저 하게 내버려 뒀다.
“······이 칼을 가지고 가면 날 버린 새끼들이 다시 내 밑으로 올 거야.”
그가 고개를 숙였다.
“그때 되면 사례할게. 아니, 사례하겠습니다!”
그제야 내가 이 친구에게 느끼던 이질감의 원인을 파악했다.
그는 나와 다르다.
같은 인간임에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차이가 우리 사이에 있다.
그 차이는,
굳이 이해할 필요는 없으리라.
디펜더에게 눈짓했다.
철컥-
디펜더가 사내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들이댔다.
“나가.”
“잠깐, 잠깐만!”
사내가 날 향해 돌아섰다.
그가 부릅뜬 눈으로 날 노려보았다.
“왜?!”
“?”
“좀 도와줄 수 있는 거 아니야?!”
“내가 왜 널 도와야 하지?”
“유명했잖아! 어?! 돈도 많이 벌었잖아? 그러니 이런 기깔 나는 방공호를 만들 수 있었겠지. 그렇게 누구보다 혜택 많이 누려놓고 그깟 칼 한 자루. 그냥 줄 수 있는 거 아니야?”
“그럼 제안 하나 하지.”
그에게 말했다.
“제안?”
“여기 뮤테이션 한 마리가 있다.”
“뮤테이션이라고?”
“고양이 뮤테이션 한 마리다.”
“겨우 한 마리?”
방금 전만 해도 바들바들 떨던 사내가 언제 또 자존감을 회복했는지 코웃음을 치고 있다.
“그걸 죽이고 오면 김필성의 칼을 주겠다.”
사내를 노려보았다.
“그 정도 과제는 한 명의 헌터로서 가뿐한 일 아닌가?”
“한 마리라고 했지? 혹시 검은 놈이냐?”
“그래. 검은 놈이다.”
“봤어. 총을 들이대니 헐레벌떡 달아나더군.”
사내가 내 영역을 나섰다.
그는 자신이 바닥에 떨군 총을 다시 들고는 우리를 향해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는 말도 했던 것 같다.
머리 위로 다정이의 드론이 몰래 그의 뒤를 쫓았다.
하부에 벽돌 하나를 장착하고.
탕! 탕! 탕!
그칠 줄 모르는 빗줄기 속에서 덧없는 총성이 울렸다.
그 총성은 그러나,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
“하, 그 고양이 새끼. 참. 악질이네.”
내 영역으로 오르는 길에 잘린 목 하나가 보란듯이 놓여 있다.
공포에 일그러진 그 얼굴의 주인은 어제 내 영역을 찾아 온 사내다.
아마, 로이어라는 콜사인을 사용하던.
“몸뚱이는?”
천영재가 디펜더에게 묻는다.
“없어. 목만 가지고 왔나 봐.”
잘린 목은 디펜더가 처리하기로 했다.
디펜더가 아무런 거부감 없이 잘린 목을 들고 아래로 내려가는 동안 우리는 앞으로의 대책에 논의했다.
“그 녀석. 죽여야 할 거 같은데.”
“그래야겠지. 하지만 괜찮은 사수가 필요해. 최소 1,200m 거리 밖의 표적을 지체없이 저격할 수 있는.”
“방재혁한테 다시 연락을 해보지.”
“방재혁?”
“어. 그 친구한테 7.62mm 쥐여주면 그 고양이새끼 어렵지 않게 죽일 수 있을 거야. 잘 쏘거든.”
천영재가 기지개를 시원하게 켜고는 맑게 갠 하늘을 흐뭇한 눈으로 가만히 바라보았다.
하늘에 시선을 둔 채 그가 물었다.
“만약에 그 새끼가 고양이 죽였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어?”
“그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거기서 그냥 튀었다면?”
잠시 생각했다.
곧 멋쩍게 웃으며 답했다.
“글쎄, 그것도 불가능하지 않을까?”
이에 천영재는 날 힐끗 쳐다보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