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House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08)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308화(308/466)
124. 연극 (2)
“······.”
타닥타닥
Dr.emiless : 지금 한국에 군대를 보낼 겨를이 있어?
Dr.emiless : 당장 우리 데이터 센터가 공격받는데 대체 왜 한국에 군대를 파병하는 거야?
Dr.emiless : 이거 가짜 뉴스 아니야?
선수필승.
이쪽에서 먼저 의혹을 제기하여 향후에 생길 문제는 원천 차단한다.
Dr.emiless : 뭔가 사진이 조잡한 느낌인데
이 의혹 제기는 또 다른 효과도 있다.
바로 늘어나는 댓글의 숫자다.
사람들은 무플인 글보다 댓글이 많은 글을 우선적으로 클릭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건 민족, 문화, 종교를 초월하는 인간의 본성이다.
나만 해도 일단 댓글이 많이 달린 글을 클릭하는 편이니까.
댓글 수 조작은 관심을 구걸하기 위한 정신병자들의 아주 흔한 레퍼토리다.
하지만 댓글이 많은 것만으로 이야기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고로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게 싸움 구경이라고 했다.
여기서부터는 두 번째 인터넷 인격이 움직여줘야 한다.
CRAZY_HORSE : 내가 아는 미군 지인이 보낸 건데 문제라도 있나?
CRAZY_HORSE : 어렵게 귀중한 자료 구해서 공유했더니 갑자기 왜 공격을 하는 거지?
“······.”
타닥타닥
Dr.emiless : 흐으으으으음.
Dr.emiless : 합리적인 이의제기라고 생각하는데.
Dr.emiless : 혹시 찔리는 거라도 있나?
CRAZY_HORSE : 단순한 정보 전달인데 왜 그리 불만이 많지?
roxanneGIRL : Dr.emiless에게. 아무 이유 없는 비방은 그만해
Dr.emiless : 단순한 비방이라니? 사진이 뭔가 이상해서 한마디 했는데 그게 그리 큰 잘못인가?
현재 내 방공호의 상태를 말할 것 같으면 혼란 일색이다.
지반에 매립한 기존 위성 장치를 제외하고도 3개의 추가 위성 장치가 나란히 놓여 어지럽게 전선을 늘어놓고 있고 데스크탑과 노트북, 가용 가능한 모든 장비를 총동원해 내 책상은 포화상태에 이르러 부득이 하게 노트북 한 대를 중앙 변기 커버를 닫고 거기에 올려 놓았다.
그야말로 극한의 다중 분신술이라고 할까.
이건 비바! 아포칼립스! 위성 시스템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비바! 아포칼립스!는 위성 장치 당 1개의 PC를 요구하니까.
발렌타인 덕분에 다중 분신술에 필요한 준비물을 갖출 수 있었지만 쉽지가 않다.
인격을 바꿀 때마다 요리조리 옮겨 다니며 다른 키보드를 두들긴다는 게 상상 이상으로 혼란스럽고 또 전문성을 요하는 일이니까.
한편 느닷없이 일어난 키보드 배틀은 이제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나는 미국인의 문화와 심리를 잘 알지 못하지만 인간에게는 비슷한 품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
타닥타닥
CRAZY_HORSE : 너 어디 살아?
아마 미국인도 현피를 할 것이다.
Dr.emiless : 텍사스로 와라.
아마 미국인도 이런 식으로 주소를 댈 것이다.
CRAZY_HORSE : 텍사스?
한국보다 워낙 넓어서 실제 현피가 성사될 일은 드물겠지만 말이다.
roxanneGIRL : 어머, 둘! 싸우지 마!
그렇게 극한의 다중 인격을 연기하던 찰나 갑자기 누군가 방공호 문을 열었다.
발렌타인과 소통하기 위해 잠그지 않고 열어놓았는데 그걸 누군가가 열어젖힌 것이다.
“여기 계단은 항상 느끼지만 왜 이렇게 삐뚤삐뚤해? 삐끗하면 사람 다치잖아.”
홍다정의 목소리다.
공교롭게도 나는 중앙 변기 위에 노트북을 올려 놓은 채 쪼그리고 앉아 세 번째 인격 roxanneGIRL을 연기하고 있었다.
“스켈톤······?”
“······.”
“뭐 하는 거야. 거기서······?”
썩 좋지 않은 곳에서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변기 위에서 뭐해······?”
“······.”
뭐라고 해야 하나.
내 목적은 정당하다.
내 이웃, 레베카 모녀를 확정된 죽음에서 구원하는 거룩한 사명을 수행 중이니까.
그러므로 부끄러울 건 하나도 없다.
거기다 나는 항상 평정을 유지한다.
“뭐야? 갑자기.”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훌훌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름의 변명을 꾸며내려 할 때였다.
홍다정의 시선이 묘한 곳을 향하고 있다.
“뭐야? 오벨리스크! 오벨리스크가 왜 3개나 있어? 응?!”
그렇다.
그녀는 여분의 위성 장치를 탐욕스러운 눈으로 노려보고 있다.
“!”
수많은 사선을 넘긴 경험이 내게 속삭였다.
변기 위의 다중분신술을 들킨 것보다 이것이 더 위험한 상황일 수도 있다는.
“커피 우유 좋아해?”
“스켈톤! 이런 게 있으면 미리 말을 했어야지. 오빠랑 같이 위성 장치 돌려 쓰는 게 얼마나 불편한 줄 알기나 해?”
“이건 임무용이다.”
“임무는 무슨. 하나만 나 줘. 이사 올 때 씨몽키파파 꺼 놔두고 왔거든.”
“중요한 일에 쓰려는 거야.”
“매일 추천 하나씩 달아줄 테니까. 키배 할 때 맞장구도 쳐줄게.”
이건 좀 솔깃한데?
갑자기 변기 위에 올려놓은 노트북에서 알람이 울렸다.
“스켈톤. 댓글 알람 같은 것도 켜 놓고 있는 거야?”
홍다정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중얼거렸다.
“왜 그런 걸 켜는 거지? 메시지 알람도 아니고······.”
켤 수도 있지.
나처럼 댓글에 목마른 사람은 댓글 알람을 켜는 법이다.
또 다른 생각의 불일치를 잠자코 있자니 홍다정이 팔짱을 낀 채 게슴츠레 뜬 눈으로 날 보며 말했다.
“확인해보셔.”
말없이 화면으로 눈을 옮겼다.
순간, 나는 화면을 다시 확인했다.
COOKIEMONSTER18 : 이거? 진짜야?
레베카다.
레베카가 떡밥을 물었다.
즉시 홍다정에게 양해를 구하고 책상 위에 올려 놓은 발렌타인의 데스크탑으로 구동한 네 번째 인격과 연결된 키보드를 두드렸다.
Dr.emiless : hmmmmmmmmmmmm.
*
“뭐야? 그 저격수를 구하기 위해 이런 짓을 한 거라고?”
시간이 흐른 후, 숨겨 놓은 내 전용 다과를 일부 내어 홍다정과 디펜더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은근슬쩍 내 방공호에 들어 온 디펜더는 내 방의 현재 상태를 보고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그뿐이었다.
그의 시선도 홍다정처럼 변기 위의 노트북보단 나란히 줄지어 선 위성 장치로 향했다.
내 위성 장치를 뺏길 수도 있다는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며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고집이 세고 자기 믿는 것만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여자야. 자기 생각에 전적으로 따르는 타입인지라 충고는 통하지 않아. 그러니 이런 방법을 써서 그녀의 생각을 바꾸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거지.”
나름 조곤조곤하게 말하고 있다 생각하는데 홍다정의 시선이 자꾸 신경 쓰인다.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 여분의 위성 장치만을 보고 있다.
혀만 날름거리지 않았을 뿐이지 벌써 내 귀중한 분신 중 하나를 노리는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나 하나만 줘.”
“뭐?”
“응? 왜? 스켈톤? 어차피 다중 분신술에 쓸 거 아니야?”
“그게. 그러니까 말이지.”
“이왕 하는 거 쫀쫀하게 굴지 말고 나 하나만 줘 봐. 혼자서 하는 것보다 여럿이서 하는 게 낫잖아?”
“······.”
디펜더를 바라보았다.
사이코패스지만 나름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정아.”
디펜더가 홍다정을 향해 말했다.
“스켈톤한테 꼭 필요한 작업 같은데. 보라고. 오죽 하면 저 변기 위에서까지 작업을 하겠어?”
역시 디펜더는 나의 편이다.
몇 번이고 살려줬으니 뭐, 당연한 보답이겠지.
하지만 홍다정은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인다.
“스켈톤! 사람이 우선이야. 다중 분신술보다 여럿이서 조작 하는 게 더 효율적으로 뛰어나다고?”
“······.”
“나한테 맡겨 봐. 알잖아? 나 인터넷 분탕 경력만 10년이 넘는 걸?”
“10년이나?”
“10년도 더 될 걸? 초등학생부터 했으니까······.”
놀라운 집구석이군.
뭐, 홍다정이 탐욕스러운 눈으로 내 위성 장치를 노려볼 때부터 이렇게 될 지 알고 있었다.
어차피 넘겨 줄 거 생색은 내지 말아야겠지.
“안 그래도 기회를 봐서 하나 주려고 했었다.”
“거짓말.”
“마음에 드는 거 하나 골라.”
그렇게 해서 홍다정과의 공동 전선이 시작됐다.
홍다정이 우리 영역에 잉여 인력인 건 맞지만 인터넷 세상에서 그녀는 탁월한 능력치를 가지고 있다.
처음엔 너무나도 미온적이라 혹시 내 장비를 가지고 먹튀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싹트기 시작할 무렵, 내가 상정했던 강적이 나타났다.
St.Ailens : 뭐야? 이건 합성? 딥페이큰가?
진정한, 본토박이 딴지꾼이다.
St.Ailens : 현재 미국 연방 단위로 굴리는 전략군은 없어. 당연히 해외에 전개한 전략 자산도 모두 철수했지. 유일하게 남은 곳이 독일 쪽인데 거기는 철수를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거야. 그런데 이제 아무런 전략가치도 없는 한국에 전략 자산을 전개한다?
St.Ailens : 어느 부대야? 사진이 흐릿해서 잘 분간이 안 가는데 부대 마크와 소속을 알 수 있는 기장이 교묘하게 가려져 있어.
St.Ailens : 게다가 저 유니폼과 장구 착용 상태. 전쟁 이전의 것 같은데? 전쟁 이전에나 저렇게 화려하게 주렁주렁 달고 다녔지 전쟁 이후엔 정규군이라고 해도 민간인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장구를 착용하지 않았나? 애당초 유지보수도 안 되는 것들인데 왜 차고 있냐고?
St.Ailens : 게다가 결정적으로 저 수송기. 전쟁 이전 시점에서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를 통틀어 쓰지 않는 과거의 모델이야. 우방국 수출용이지.
St.Ailens : 이상의 근거로 이 화상이 딥페이크라는데 내 방공호를 걸지.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빠삭한 놈으로 보인다.
설마 진짜 군인 출신은 아니겠지?
설상가상으로 미국인 상대로 키배를 하는 건 처음인지라 어떻게 해야 할 지 잠시 각을 재야 했는데 그때 혜성과 같은 지원군이 등장했다.
CRAZY_HORSE : St.Ailens 이 자식. 메모에 분탕꾼이라 적혀 있네?
“음?”
뭐지? 이건? 메모?
CRAZY_HORSE : 검색, 해봐야겠지?
St.Ailens : CRAZY_HORSE에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CRAZY_HORSE : 검색 완료.
St.Ailens : 뭣?
CRAZY_HORSE : 롤
“롤?”
CRAZY_HORSE : 역시. 이 자식. 인기글 마다 옮겨 다니며 딴지 걸고 다니는 놈이었네.
St.Ailens : 무슨 소리야? 나는 허투루 글을 쓰지 않는다.
CRAZY_HORSE : 아니긴 뭐가 아니야! 검색 기록에 다 나오는데? 할 일 지지리도 없는 놈인 모양이네.
St.Ailens : CRAZY_HORSE에게. 사실무근이며 사과를 요구한다.
CRAZY_HORSE : 엿 먹어. 머저리.
CRAZY_HORSE : 뭐 하는 놈이야? 밀리터리 너드 그런 거냐? 응? 총질 한 적 한 번도 없는 주제에 누구보다 군사에 관심이 많은 그런 놈이지?
CRAZY_HORSE : 롤
St.Ailens : 정말로 수준이 낮군. 이래서 이런 데서는 글을 안 쓰려고 했는데.
CRAZY_HORSE : 너드~ 너드~ 너드~
치열하게 올라오는 키보드배틀을 보며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다정이를 보았다.
모니터의 불빛을 안광에 고스란히 받은 채 다정이는 득의만면한 미소를 머금으며 신들린 손놀림으로 키보드를 치고 있었다.
그걸 본 순간 깨달았다.
이 녀석. 진짜구나 하는.
그 이후 St.Ailens이 댓글을 다는 일은 없었다.
아무런 배경 지식도 논리도 없이 우리 다정이는 결코 만만치 않은 난적을 쫓아낸 것이다.
당시 변기 앞에 쪼그려 앉아 이 장렬한 싸움을 보고 있던 나는 싸움이 끝나자마자 그녀 뒤로 걸어갔다.
“어떻게 한 거야?”
“어떻게 하긴.”
다정이가 피식 웃어 보였다.
“딱 보니 50대 이상, 배운 사람 같던데. 그런 사람은 키배 같은 거 안 해. 공격 당하면 무시하거나 쌍욕 좀 내뱉고 말거든.”
“그래?”
“나름의 데이터가 있어.”
“그, 그렇군.”
“키배라는 것도 쌍방 당사자가 비슷한 수준에서나 성립되는 명예로운 결투라고?”
그러고 보니, 아직 우리 게시판에 배운 사람이 많이 있었을 때만 해도 키보드배틀 같은 건 꿈도 꾸지 않았었지.
저 폭스게임만 해도 길게 말하는 대신 쌍욕 해가며 날 차단하지 않았던가.
뭐, 나이가 들면 만사가 귀찮은 법이겠지.
살아온 세월만큼 무의미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보이는 나이기도 하니까.
그보다 내 궁금증을 자극하는 게 있다.
“메모가 뭐냐?”
“메모? 그거 유저 정보 확인하면 창 하나 뜨는 거 있잖아?”
“어.”
“거기 여백에 클릭해봐. 글자가 입력 돼.”
현재 다정이가 사용 중인 크레이지호스 계정 정보를 열어 그녀가 말한 여백에 클릭을 하고 문자를 입력해보았다.
[ 홍다정 ]“자, 그럼 닫았다 열어 봐.”
시키는 대로 해보았다.
“어?”
놀랄 만한 일이 일어났다.
진짜로 방금 내가 입력한 문구가 그대로 유저 정보에 저장됐다.
“뭐냐? 이건? 새로 생긴 거?”
“아니. 원래부터 있었던 거.”
“진짜? 금시초문인데?”
“이 게시판 여기저기 허점이 많잖아? 이것도 우연히 발견한 거지. 아마 멜론이 의도한 건 아닌 거 같긴 한데, 예전에 다니던 게시판 기능과 비슷해서 걍 메모라고 불러.”
“그렇군.”
역시. 다정이.
경험은 무시할 수 없군.
10년차 인터넷 분탕꾼이라는 경력은 허세가 아니었다.
여담으로 롤이라는 말은 “lots of laughs”라는 말의 축약어로 우리 식으로 하자면 “ㅋㅋㅋㅋㅋㅋ” 같은 크게 웃는 뜻이라는 모양이다.
아무튼 다정이라는 무시무시한 인터넷 여포를 손에 넣은 이상 더 이상 나를 막을 장애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COOKIEMONSTER18 : 여기. 내가 아는 곳인데? 이 뉴스 신뢰할 수 있어?
레베카를 위한 거대한 연극이 원활하게 흘러간다는 이야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레베카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COOKIEMONSTER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스켈톤! 거기 있어?
필경 미군 기지 옆에 있는 나에게 사진의 진위를 물으려고 하는 것이겠지.
상상 이상으로 빠른 메시지에 나는 텍스트로 드러나지 않았던, 드러날 수 없었던 레베카의 또 다른 심경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SKELTON : 응.
어쩌면 그녀도 자신의 희망이 헛되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자신의 희망이 0.1%의 가능성도 없다는 걸 알지만, 그조차도 0보다는 조금이나마 크기에 억지로 자신을 속이면서 그 죽어가는 영역에 사로잡힌 게 아닐까?
COOKIEMONSTER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거기 미군 기지 말이야. 사람 있어? 비행기 왔어?
가능성이 제로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상상 이상으로 많다.
그 어리석은 선택의 중심엔 늘 소중한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녀를 마냥 어리석다고 말할 순 없다.
“······.”
타닥타닥
SKELTON : 응.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그나마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선택지를 고른 것뿐이다.
COOKIEMONSTER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곧 거기로 갈게! 사람들 데리고!
앞으로의 여정이 쉽지 않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사람을 데리고 온다는 건, 그만큼 많은 사람을 속인다는 말이니까.
물론 그 또한 해결해야 할 짐이겠지.
“선배 집도 거의 다 완성되어 가네?”
여기 또 다른 사람의 수고가 완성되려 한다.
전부터 건축하고 있던 하태훈의 새집이다.
건축업자인 부친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 기질과 재능을 물려받았는지 그는 부족한 자원만으로 제법 그럴듯한 새 집을 만드는 중이다.
“이거?”
하태훈이 구슬땀을 소매로 훔치며 자부심이 깃든 눈으로 자신의 새로운 집을 보았다.
“대한민국 사람은 역시 철근 콘크리트조에 살아야지.”
부정적이진 않지만 대체로 냉담하고 항상 남들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던 그지만 적어도 자신의 집을 볼 때만큼은 그도 다른 사람만큼이나 감정적이다.
“보라고. 박규. 천장 높이를. 난 말이야. 인간이 쾌적하게 살아가는 천장의 높이를 최소 5m로 보고 있어.”
“난방은 어쩌게? 이번 겨울도 장난 아니라고 했잖아?”
“그거? 뭐, 어쩌겠어. 적당히 버텨야지. 전기도 있겠다, 어려울 게 뭐가 있어? 전기만 있으면 인간은 어디라도 살아갈 수 있어.”
레베카에게 연락이 온 건 그로부터 3일이 지나서였다.
COOKIEMONSTER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스켈톤. 내일 선발대랑 장갑차를 타고 거기로 갈 거야. 얼마나 걸릴 지는 모르겠지만 준비 해 둬.
“······.”
미군 장갑차라.
이 거대한 연극의 진정한 위기는 레베카가 우리 영역에 온 다음부터 시작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