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House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11)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311화(311/466)
125. 더 넓은 곳으로
우선, 하태훈에게 감사를 하고 싶다.
레베카 모녀가 살 곳을 필요로 하자 그는 흔쾌히 현재 살고 있는 오두막을 비워주었다.
“뭐, 새집에서 살면 되니까. 아직 건축 중이긴 하지만 말이야.”
덕분에 불안해하는 레베카를 사적인 공간에 분리할 수 있었다.
레베카에겐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다.
선의라고는 하지만 나는 그녀를 속였다.
그녀가 목숨까지 걸며 믿었던 희망을 부정했다.
나에겐 무가치한 희망이라고 하더라도 레베카에겐 분명 소중한 것이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스우는 빠르게 우리 영역에 적응했다.
“안녕하세요?”
그녀는 나와 함께 영역을 돌며 함께 사는 사람에게 두루 인사를 나눴다.
모두가 그녀를 좋아했다.
물론 여기서 디펜더 남매는 제외다.
“······.”
“어.”
스우가 만만한 아이가 아닌 게 은은한 살기를 뿜어내는 디펜더 남매를 보고도 별 주눅 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는 디펜더 남매를 떠나면서 내게 속삭였다.
“저 사람들. 전에 있던 그 사람들 맞지? 스켈톤과 친하게 지내던.”
“응.”
“내 타입은 아니야.”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눈 건 우리 영역의 에이스이자 나를 제외하고 가장 중요한 인물인 발렌타인이다.
“안녕하세요.”
“어, 안녕?”
발렌타인은 살갑게 스우를 맞이해주었다.
하지만 발렌타인은 내가 인정한 남자답게 예사롭지 않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저 아이.”
그가 나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뭔가 오싹하네요.”
“그런가요?”
“그······ 홍씨성을 쓰는 사람들만큼은 아닌데 눈매가 뭐라고 해야 되나. 좀 무서워요. 제가 제노포비아는 아니긴 한데.”
미군 캠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곳에서의 삶이 스우에게 강한 영향을 미친 건 확실하다.
“지옥 같은 곳이었어. 전체가 거대한 공동묘지 같았어. 다들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는 그런 느낌?”
스우가 내게 미군 캠프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건?”
“바로 앞에서 찍은 거야.”
심각하다.
기지 바로 앞까지 침식이 진행됐다.
지방 쪽의 침식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지만 상황은 상상 이상으로 심각했다.
미군 기지에서 남쪽으로 향하는 대지는 상해의 그것처럼 영역 전체가 음울한 회백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거기의 삶이 스우에게 현재와 같은 변화를 줬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진정한 변화는 스우 그 자체에서 비롯됐다.
신장은 이미 전부터 훌쩍 컸지만 커진 몸만큼이나 정신도 훌쩍 커졌고 성장통에 시달린다.
그러니까 사춘기가 왔다는 것이다.
사춘기에 들어섰다는 가장 뚜렷한 징표 중 하나라면 역시 부모에 대한 도전일 것이다.
“엄마 질질 짜는 것도 못 봐주겠어.”
내가 숨겨 놓은 쥬시- 한 젤리를 먹으면서 스우가 씁쓸한 한마디를 던진다.
“엄마한테 그런 말 하면 못 쓴다.”
“한국어 표현이 서툴러서 미안. 다른 좋은 표현이 생각 안 나서. 그래도 짜증 나. 오늘도 방 안에서 안 나오잖아? 인사 정도는 해도 될 텐데.”
아이가 큰다는 건 단지 키와 몸만이 자라는 건 아닐 것이다.
훌쩍 늘어난 키만큼 높아진 시야로 부모 그 너머의 것을 보려 한다.
그 광경이 흑색인지 백색인지는 그들에겐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리라.
왜냐면 부모 너머로 보이는 모든 풍경은 분명 새로운 것일 테니까.
그 색채에 담긴 각각의 의미를 알려주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겠지.
“인사는 다음에 해도 돼. 하지만 그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지?”
스우와 눈을 마주치자 그녀가 빙그레 웃었다.
“무슨 말인지 알고 있어. 울보 엄마 달래주자는 거지?”
“응.”
레베카를 어떻게 달랠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알고 있다.
데이비드.
레베카의 남편이다.
고집스럽게 온전한 가족의 형태를 원하는 레베카에게 있어 남편이라는 존재는 반드시 찾고 유지해야 하는 퍼즐이다.
“아빠 소식? 난 좀 부정적이야.”
책상 위에 앉아 다리를 흔들거리며 스우가 따분한 표정을 짓는다.
“아빠랑 연락이 닿았다는 거 옆에서 봤는데 그것도 아니더라고?”
“그래?”
“응. 뭐라고 해야 돼? 사람과 사람. 그 너머로 다시 사람이 연결되는 거?”
“제삼자를 통한 연결?”
“으음. 뭐, 그런 느낌?”
“그래?”
이건 뜻하지 않은 정보다.
그건 레베카가 믿어 의심치 않던, 데이비드의 생존의 진위 여부가 스우의 한마디로 통째로 부정당하게 생긴 것이다.
스우에게 자세한 정황을 물어보았다.
“엄마가 비바! 아포칼립스!에서 아빠의 소식을 애타게 찾고 있을 때 스니키로코모션이라는 유저가 아빠를 알고 있다고 말했어. 바보 엄마가 어떻게 했게?”
“그 사람을 그대로 믿은 거냐?”
“엄마도 아주 바보는 아닌지라 약간의 의심은 했어. 그런데 그 스니키로코모션이 아빠랑 같이 찍은 사진을 갖고 있지 뭐야?”
“그래?”
“어디서 찍은 지 모르겠지만 같은 부대인 건 확실해. 진짜 군인 출신이기도 하고. 그러니 바보 엄마가 속아 넘어갔지.”
확실히 의심스럽다.
“그러니까 말이지. 스켈톤. 잘 들어봐. 이게 얼마나 이상한 일인지.”
스우는 차분히 내 비밀 간식을 축내면서 그간에 레베카와 스니키로코모션과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스니키로코모션은 아빠의 소재를 알고 있고 연락이 닿는 자리에 있다고 말했어. 하지만 그 사람이 아빠와 엄마를 직접 말하게 한 적은 없어. 엄마가 뭐 물어보면 그 사람이 엄마의 말을 기록했다가 나중에 아빠한테 전달하는 방식이었지.”
“항상 중간에 그 친구가 끼어 있었다는 거지?”
“응!”
스우가 손뼉을 쳤다.
“언제나 그런 식이었어. 작은 메시지, 안부 하나 묻는데도 그 사람을 거쳐야 했어. 이상하지 않아? 당장 연락이 닿는 자리에 있는데 그 흔한 영상통화 연결 조차 안 된다는 게?”
스니키로코모션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중엔 성적인 의도도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는 데이비드가 보고 싶어한다는 명목으로 나체를 포함한 음란한 사진을 요구했다.
“설마 보냈어?”
“아니. 그 정도로 얼빠진 사람은 아니야. 게다가 내가 옆에서 보고 있는데 그런 걸 찍을 수도 없잖아?”
“음.”
아이가 입에 담을 만한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겠지.
이 문제는 자극적이긴 하나 지엽적이다.
진짜 문제는 스니키로코모션과 레베카의 관계 그 자체에 있다고 본다.
스니키로코모션은 누가 봐도 남편을 만나길 원하는 레베카의 심리를 이용하여 그녀를 통제하고 있다.
“······.”
이건 레베카의 친구로서 그냥 놔둘 수 없는 일이다.
“스우.”
“응!”
“그 녀석의 상세한 닉네임을 적어줘.”
*
그 친구의 닉네임은 SneekylOcomoTion.
활동은 전쟁 전부터 한 것으로 추정되고 글 작성수는 5,500여개, 댓글은 1,500여개다.
다정이가 말한 글 대비 댓글의 비율 법칙에 의하면 인성이 좋지 못할 확률이 대단히 높다.
참고로 이 스켈톤의 글댓비는 과거보다는 댓글 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1:5라는 호감 유저의 황금비율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
그나저나 이 스니키로코모션이라는 친구.
글 검색을 해도 글이 뜨지 않는다.
글을 삭제했다면 작성글 숫자 자체가 줄어들 것인데 여전히 작성글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그는 아마 자신의 게시글을 비공개 처리했을 것이다.
수많은 유저가 자유롭게 의사를 개진하는 게시판에서 비공개 기능은 사어와 다를 바 없는 기능이다.
안 그래도 홍수처럼 쏟아지는 게시글에 글이 묻히기 일쑨데 굳이 비공개를 한다는 게 비효율적이기도 하고 정 자신이 실수를 했다면 글 삭제를 하면 그만이니까.
그런데도 스니키로코모션은 비공개라는 조금은 이해가 가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려 한다.
이건 문화적 차이 정도로 이해하도록 하자.
문제는 댓글.
비바! 아포칼립스!에서는 글은 검색할 수 있으나 댓글은 검색할 수가 없다.
궁여지책으로 나는 영어 게시판에서 추천을 받은 인기글을 클릭하여 스니키로코모션의 행적을 밟으려고 시도했다.
몇 개의 댓글을 찾았다.
SneekylOcomoTion : 케케
SneekylOcomoTion : 켁스
SneekylOcomoTion : 크게 웃다.
SneekylOcomoTion : 잘했어. 형제.
이상의 목록에서 알 수 있듯이 크게 영양가 있는 댓글은 없다.
하나 같이 감탄사적인 댓글이 전부.
이래서는 스니키로코모션이 어떤 사람인지 알 방법이 없다.
내가 평범한 유저였다면 여기서 포기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스켈톤은 평범한 유저가 아니다.
“······.”
타닥타닥
SKELTON : (스켈톤 부탁) 비바봇님~ 계신가요~???
VIVA_BOT014 : 네? 유저 신상을 알 수 없냐고요?
이 스켈톤의 이명은 트웰브스퀘어.
비바! 아포칼립스!가 낳은 궁극의 모범 유저다.
내가 너무 물러터지고 착한 사람이라 현재의 모순을 견디는 거지 m9 같았다면 진즉에 게시판의 왕 행세를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SKELTON : 네.
VIVA_BOT014 : 갑작스런 요청이라 당혹스러운데,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SKELTON : 이유, 말입니까?
비바봇은 의외로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다.
SKELTON : 제가 아는 사람이 한 악성 유저에게 휘둘리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간략하고 핵심을 추린 설명으로 레베카와 스니키로코모션 사이의 일을 비바봇에게 전달했다.
VIVA_BOT014 : 흠. 그건 생각할 여지가 있겠네요.
얼추 먹혀든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VIVA_BOT014 : 뭐가 궁금하신 건가요? 비공개한 글의 내용을 보고 싶은 건가요?
그녀가 내 요청에 응했다.
물론 그녀를 움직인 건 이야기의 진정성만은 아니겠지.
VIVA_BOT014 : 사실 이러면 안 되긴 하는데 스켈톤님은 우리에게 중요한 분이니까요. 스켈톤님의 친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저라도 도와야 되지 않을까요?
나의 특별함이 그녀를 설득하는데 일조했다.
뭐, 이것도 사실 내가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긴 하다.
이 박규가 너무 물러터지고 사람이 착해서 그렇지.
SKELTON : 글 일부도 보고 싶고, 그리고 그 스니키로코모션의 대략적인 위치 정보도 확인하고 싶습니다.
VIVA_BOT014 : 오하이오쪽으로 나오네요.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세요?
SKELTON : (스켈톤 감사) 아니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스니키로코모션의 위치를 확인한 후 방공호로 돌아가 레베카와 오간 대화 내역을 살펴보았다.
“······.”
길게 볼 필요도 없다.
이것은 가족을 애타게 찾는 절박한 사람과 그 사람을 속이려는 자의 흔해 빠진 기만과 속임수에 관해 인터넷 메시지 형식으로 기록된 어두운 우화다.
마지막으로 교신기를 통해 스우에게 물었다.
“스우.”
“응.”
“엄마 사랑하지?”
“······전보다는 조금?”
“네크로폴리스라는 거 알고 있냐?”
“응!”
“쓴 적 있어?”
“아니. 접속이 안 닿았어. 몇 번이고 시도해봤는데 연결을 할 방법이 없었어.”
“그렇군.”
이것으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레베카를 깨울 시간이다.
어두운 방구석에 스스로 갇혀버린 내 이웃을 다시 일으켜 세울 시간이다.
집밖에 나와 어슬렁거리던 스우가 먼저 날 발견하고 맞이해줬다.
“스켈톤!”
스우와 함께 오두막의 문을 열었다.
오두막 안은 밤처럼 시커먼 어둠에 잠겨 있었다.
그 구석 진 곳에 레베카는 쪼그리고 앉은 채 자신의 무릎 사이에 힘없이 고개를 파묻고 있었다.
스우가 그 모습을 보더니 한숨을 내쉬면서 내 바짓단을 잡아 당겼다.
보기 싫은 모양이다.
확실히 부모의 약한 모습은 자식들에게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단지 보기 싫다 좋다를 떠나서 부모를 안 좋게 생각하는 갈등의 싹이 된다.
“레베카.”
레베카를 불렀다.
“응.”
고개를 파묻은 채 레베카가 힘없이 답했다.
“남편 때문에 이러는 거지?”
“응.”
“데이비드라고 했나.”
“응.”
“그 친구, 지금 어디에 있지?”
“······플로리다.”
“왜 플로리다야?”
“거기로 복귀했으니까.”
“스니키로코모션이 그렇게 말했냐?”
스니키로코모션이라는 닉네임이 나오자 레베카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퀭한, 볼이 움푹 들어 간 모습은 그녀가 겪는 고뇌의 크기를 말해주는 듯했다.
“어, 어떻게 안 거야?!”
그녀는 곧장 자신의 딸, 스우를 부릅뜬 눈으로 노려보았다.
모친의 강렬한 눈빛을 받은 스우가 즉시 내 뒤로 몸을 숨겼다.
잠깐이지만 영원처럼 느껴지는 침묵이 지난 후 레베카는 시선을 거두었다.
입 밖으로 소리를 내진 않았지만 혀와 입술이 어딘가 매섭게 움직였다.
스우가 레베카에게 실망한 만큼이나 레베카도 스우에 대한 실망을 느끼는 모양.
“······.”
이런 식으로 부모와 자식이 서로를 싫어하게 되는 걸까.
심각한 상황이지만 그다지 가족과는 접점이 없던 나에겐 새롭고도 신선한 경험이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니겠지.
하태훈이 만들어 놓고 간 목제 의자에 앉았다.
레베카가 다시 고개를 파묻는 게 보인다.
혼자 있고 싶다는 듯 그녀가 손을 흔들어 보이는 걸 보며 나지막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말이야.”
“······.”
“듣고 있어?”
“······.”
“나 비바! 아포칼립스! 관리자와 친한 사이야.”
“뭐?”
고개를 파묻은 채 레베카가 웅얼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연줄이 있다고. 방금 스니키로코모션의 위치 정보를 확인했지.”
“왜?”
“오하이오에 있더군. 그 로코모션이라는 친구.”
비로소 레베카가 고개를 든다.
딸을 노려보던 그 퀭하고 지친 시선을 내게 던진다.
내 뒤에 몸을 숨긴 채 자신의 어머니를 두려운 눈으로 보는 스우의 무게를 느끼면서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네가 쓴 글을 검색해봤어. 특히 나에게 장비를 받은 이후를 중점적으로. 역시나 애타게 데이비드를 찾더군.”
인터넷은 사회의 축약판, 아니 또 다른 형태의 사회 그 자체다.
약하고 어리숙한 사람은 속임 당하고 이용 당한다.
“내 추측이지만 그 친구는 너의 글을 보고 속일 마음을 품은 것 같아.”
레베카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스니키로코모션은 데이비드와 같은 부대야. 같이 한국에 있었고 같이 철수를 했다고! 함께 찍은 단체 사진도 보여줬어!”
그녀가 품속에서 조잡한 잉크젯 프린터로 인쇄한 색이 몇 개 탈락 된 사진을 내게 보여주었다.
거기엔 색이 바랜 여러 명의 미군이 나란히 선 채 한 곳을 응시하는 단체 사진이 담겨 있었다.
이중에 누가 데이비드인지는 모르겠다.
누가 스니키로코모션인지도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사진이 진짜라는 것이겠지.
하지만 하나의 진실이 있다고 해서 전체가 진실로 변하는 건 아니다.
진실은 진실일 뿐, 다른 걸 전염시키거나 물들이는 힘을 가지진 못한다.
“설마 그 한 장의 사진이 네가 스니키로코모션을 믿는 유일한 이유는 아니겠지?”
“그건······.”
레베카에게 손을 내밀었다.
“스켈톤?”
“따라와.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
우리가 향한 곳은 나의 친애하는 벗, 발렌타인의 방공호다.
“어이쿠!”
갑자기 외국인 모녀가 들어오자 발렌타인이 기겁을 한다.
“발렌타인님.”
“네. 스켈톤님.”
“이 친구들에게 보여주시겠어요?”
“뭐요.”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죽은 자의 도시요.”
[ F.소이어, M.오코너, 그리고 사랑스러웠던 붉은 것을 위하여. ] [ 소란스러운 죽음의 도시에 온 걸 환영한다. ]– 망자라면 엔터 키를 누르라 –
함께 모니터를 보던 레베카가 고개를 모니터에 처박듯이 가까이 갖다 대며 다급하게 물었다.
“뭐야? 이거?”
레베카의 죽은 눈에 점차 활기가 도는 게 보인다.
스우처럼 레베카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들의 지역에 망령처럼 떠도는, 수많은 사람의 아우성을.
그리고 그 곳의 가능성을.
“설마 이게 그 네크로폴리스?”
빙그레 웃으면서 레베카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레베카는 어색한 얼굴로 주변의 생소한 것들을 응시했다.
곳곳에 자리 잡아 어둠을 밝히는 여러 개의 모니터, 저마다의 소음을 내며 돌아가는 장비와 컴퓨터, 키보드들, 마우스, 용도를 알 수 없는 입력 장치 등.
그 어색함은 이내 필요와 욕구라는 열기에 의해 얼음처럼 녹아갔다.
과거처럼 야생동물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생의 의지가 깃든 눈으로 레베카는 호기심을 담아 엔터키를 눌렀다.
그녀의 눈앞에 또 다른,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이제부터 찾으면 돼.”
그녀에게 말했다.
“더 넓은 곳에서.”
스우가 레베카의 등 뒤로 다가가 껴안듯이 감싸 안으며 함께 같은 화면을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