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House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13)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313화(313/466)
126. 망령 (2)
주식매매에서 이른바 숏 포지션이라고 불리는 매수 방법이 있다.
주가가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이득을 얻는 방식인데 멸망기에 대입하자면 우리 멸망주의자가 세계의 운명에 대해 숏 포지션을 취했다고 볼 것이다.
자랑은 아니지만 우리 멸망주의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산 건 명백한 사실이다.
일부 운 없는 몇몇 친구를 빼놓고 다른 평범한 사람들이 비정한 정부의 눈치만 보며 벌레로 만들었다는 소문이 도는 영양바를 먹고 열악한 피난소를 전전하고 심지어 개척단에 끌려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을 때 우리는 안락한 방공호 안에서 끼니 걱정 없이, 이른바 팝콘을 뜯으며 세상의 몰락을 지켜봤다.
지창수 부녀는 준비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우리와 다르게 철저하게 빛의 세계에서 살았고 그 안에서 꽃을 피우려 한 사람들이다.
나는 그들이 전쟁 이후에 어떤 삶을 사는지 두 눈으로 직접 보았다.
그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으레 다음에 만날 땐 저 부녀는 지금보다 나쁜 삶을 살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런 내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지창수 부녀는 항상 전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디펜더가 나름의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줄을 기막히게 잘 댔다는 소문이 있어. 항상 실세와 손을 잡고 그 실세가 줄이 끊어질 것 같으면 다른 실세를 알아보고 거기와 손을 잡았지.”
지창수 부녀는 군단파의 막후에서 막대한 부와 영향력을 거머쥐었다.
과거 내 영역에 여러 대의 장갑차를 끌고 올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가 자신이 애타게 바라보던 재벌 회장의 유산을 찾았는지 찾지 못했는지는 알 방법이 없지만 그가 군단파 체제하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인 중 하나로 등극한 건 명백한 사실이다.
그들은 그러니까 멸망기의 “재벌”이다.
우리와 다르게 멸망에 준비하지도 않은 사람이 그 정도의 성장을 일궈냈다면 그 정도 타이틀을 가질 자격이 있다.
그런데 세간의 평가와 다르게 적어도 지창수 부녀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끊임없이 그들을 “어중간한 부자”에서 “재벌”로 올려 줄 기회를 모색했다.
군단파가 분열하며 몰락 징후를 보이는 현재 시점에서 지창수 부녀에겐 내리막밖에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보였지만 이번에도 그들은 어김없이 해냈다.
mmmmmmmmm™ : 이걸 보라고! 응! 내 아파트 지하에 이런 게 있었어!
전설처럼 돌아다니던 옛 정부의 비밀 시설이 베일에 싸인 숨겨진 자태를 드러냈다.
*
이번 발견은 대단히 중요한 발견이다.
어떤 의미로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사안이다.
서울에 수십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점이 생긴다면 수도권 일대에 중대한 판도 변화가 생긴다는 이야기니까.
모든 동료들을 불러 현재 서울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었다.
예상한 대로 다들 충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세상에. 저 기울어진 아파트 아래에 저런 게 숨겨져 있었을 줄이야.”
“아니. 누가 당장 무너질 것 같은 아파트 아래에 저런 걸 숨겨 놓을 거라고 예상이나 했겠어요?”
“그러고 보니. 그때 뭐 복권 돌리고 하던 시절이었지?”
저마다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팔짱을 낀 채 과거 엠구의 기울어진 아파트에 대해 회상했다.
직접 방문했던 시절엔 특별한 인상은 없었다.
당장 무너질 것 같은, 더 호프의 위태로움과 그런 곳에서 살아가는 엠구의 생명력에 미약한 공포감 정도를 느낀 게 전부다.
보다 이번 사안에 밀접한 건 아마 과거에 방영했던 라이브! 아포칼립스!의 엠구 출연분일 것이다.
모두를 돌려보낸 후 혼자만의 방공호 안에서 과거 엠구가 자신의 기울어진 아파트를 소개하던 조잡한 쇼를 돌려보았다.
엠구의 되지도 않은 파쿠르 쇼와 원숭이 줄타기, 추악한 슬랩스틱 코미디가 지나간 후 과거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제공했을 목욕탕의 풍경이 드러났다.
“······.”
역시 온수가 나온다.
당시에도 신기해 했었다.
저 무너져가는 아파트 어디서 수도와 전력이 나와 스무 명이 들어가고도 남을 욕조에 따뜻한 물을 채울 수 있는지.
다만 당시 사람들은 엠구가 목욕탕에서 발견한 뮤테이션 알에 더 많은 시선을 빼앗겼던 것 같다.
엠구는 커다란 알을 안고 이 알이 부화하면 그 새끼를 키우겠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내가 볼 때 그 알은 이미 죽은 알이었을 것이다.
아마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뒷부분을 깨서 노른자를 쏙 빼놓고 우리에게 너스레를 떤 것이겠지.
아무튼 그때 당시 기울어진 목욕탕에 온수가 나온다는 것이 이번 사태의 복선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전쟁 이후 유일한 그리고 최대의 토목 공사가 더 호프 시공건이었지.”
방재혁이 흥미로운 추측을 내놓았다.
“더 호프는 미끼였고 진짜 목적은 저 시설의 건축이 아니었을까? 아파트를 지은 다음 일부러 무너지게끔 설계한 거지. 아파트의 잔해 속에 정부가 남기고 갈 자산을 숨길 수 있도록 말이야.”
정부의 진정한 의도를 알 방법은 없지만 실제로 더 호프 지하에 정부가 남긴 비밀 자산이 있는 건 확실하다.
mmmmmmmmm™ : 이게 뭐게?
엠구는 정체불명의 기계를 우리에게 공개했다.
커다란 반죽기계와 컨베이어벨트, 공업용 오븐 등으로 이루어진 식품 공장에서 쓸법한 라인이었는데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엠구가 정답을 공개했다.
mmmmmmmmm™ : 짜잔~
엠구가 공개한 사진 속엔 갈색 빛, 서울 시민의 표현을 빌리자면 바퀴벌레빛의 가루로 가득 찬 포대가 겹겹이 쌓인 장면이 찍혀 있었다.
“영양바?”
하태훈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포대에 적힌 문구가 하태훈의 추측을 뒷받침했다.
[ 정부 물자 – A형 고단백미네랄영양반죽 스틱 분말 ]한때 서울 시민의 배를 책임지던 악명 높았던 영양바의 정식 명칭이 공개되는 순간이다.
주제에 고단백이었군.
엠구가 포대를 살펴 원재료를 찾으려고 했지만 정부에서 쓰는 물건이라 그런지 원산지는 물론 상세 재료도 찾을 수 없었다.
mmmmmmmmm™ : 놀라지 말라고. 진짜 서프라이즈는 지금부터 시작이니까!
기울어진 더 호프의 하부엔 철근과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방대한 지하 주차장이 있다.
지하라는 공간의 특성상 엠구는 이 주변을 그리 세심하게 돌지 않았다고 한다.
어두운 공간엔 늘 위험이 도사리고 지하 주차장은 완공이 되기 전에 공사를 중지했기에 필요한 물자를 구할 희망도 없었다.
게다가 갖가지 폐기물이 위험천만하게 엮여 사람의 출입을 막았다.
그 미로 같은 지하주차장은 지하 4층까지 있었는데 마지막 지하 4층 끝단엔 숨겨진 통로가 있었다.
그 좁고 구불구불하고 어두운 통로 끝엔 탁 트이고 넓은 공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하철의 선로다.
그 지하철 선로의 끝부분엔 육중한 철제 문이 성벽처럼 선로를 막아서고 있었다.
틀림없다.
전설처럼 떠돌던 서울의 비보다.
서울을 떠난 정부가 다시 수도에 돌아올 것에 대비해 저장한 은닉 자산이 저 육중한 철문 안에 숨겨져 있는 것이다.
노련한 비바! 아포칼립스! 유저답게 엠구는 자신이 만만치 않은 세력이라는 걸 수시로, 주변의 동료들을 은근히 비춰 드러냈다.
30명이 넘는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병력이 함께 하고 있다.
그것도 야투경 같은 하이테크 장비를 갖춘 병력까지.
어중이떠중이 민병대가 아니다.
본격적으로 훈련받은 전투 집단이다.
그 막강한 집단과 함께 엠구 일행은 철문 아래 섰다.
그런데 그 철문엔 아래와 같은 문구가 핏빛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다.
[ 대한민국 정부 재산 ] [ 관계자 외 엄중 출입 금지 ] [ 무인 감시 장비 및 살상 장비 운용 중 ] [ 절대 들어가지 마시오! ]예사롭지 않다.
마치 여기에 들어오려면 목숨을 걸어 라고 외치는 듯한 섬뜩한 형태로 곳곳에 흩뿌려져 있다.
뭐, 그래도 갈 사람은 가겠지만 글쎄다.
저 판도라의 상자를 열려면 어느 정도 준비는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에게 뜻하지 않은 모험 경험을 제공한 엠구는 오늘의 쇼는 여기까지라고 못을 박았다.
mmmmmmmmm™ : 해도 지고 좀비 소리도 들리니 오늘은 철수할게. 정부가 남긴 경고문 보니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mmmmmmmmm™ : 게다가 이런 이벤트를 사진과 글만으로만 보내면 재미가 없잖아?
mmmmmmmmm™ : 대한민국 정부 은닉재산 언박싱은 통 크게 라이브! 아포칼립스!에서 제공하겠어!
“······.”
엠구.
내가 인정한 남자답게 맥을 아는군.
여기서 라이브를 선언할 줄이야.
MELON_MASK : 역시 엠나인! 정말이지 멋진 남자야!
멜론 마스크의 칭찬을 보고 있자니 모처럼 “네임드”의 피가 끓는 게 느껴지지만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당장 스켈톤 계정은 댓글 차단을 먹었고 다중 계정도 비바봇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지켜보고 있으니까.
모처럼 비바! 아포칼립스!에 찾아온 물결에 동참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곱씹으며 멍하니 새로고침을 누르며 신규 댓글들을 흘려보내고 있을 때였다.
익숙한 닉네임이 눈에 들어왔다.
unicorn18 : 어?
“?”
unicorn18 : 뭐야?! 저거?!
나혜인인가.
뭐 하는 거지?
균열 안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잠깐 든 의문은 유니콘이 단 다음 댓글에 의해 말끔하게 씻겨 내려갔다.
unicorn18 : 거기 들어가면 안 돼! 진짜 들어가면 안 돼! 다 죽을 수도 있다고!
*
“아, 그랬었죠. 딱히 사는데 어려움은 없었어요. 지금 세상에 돈 자랑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은 전쟁 전 기준으로 순 자산만 천억이 넘었거든요. 네. 평범한 사람 기준으로는 최소 금수저? 다이아 수저라고 하나. 하하. 그런데 말이죠. 글쎄요. 이런 말하면 배가 불러서 그런 이야기를 떠든다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 세상엔 돈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게 있어요. 그 욕구의 다섯 단계라는 것도 있잖아요? 그 정도로 거창한 건 아니지만······.”
엠구의 라이브! 아포칼립스!는 지금은 사라진 동탄맘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었다.
특히 제법 스타일리쉬하게 연출된 – 아마 사전에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 인터뷰 영상에서 나는 동탄맘의 진한 그림자를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센스의 부족인지 유튜브에서 교수 하나 데려다 놓고 촬영 각도만 주기적으로 바꿔주는 조잡한 기법을 사용했는데 보는 입장에서는 맛이 없다.
뭐랄까, 번잡스러웠다.
촬영 각을 일일이 바꿀 것도 없이 그대로 찍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재벌그룹의 1차 하청이었죠. 네. 하청이었습니다. 제 회사에서는 사장님 소리 듣고 백화점이나 골프장에 가면 왕님 귀족님 대접을 받았지만 아무리 입에 발린 말을 듣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해도 하청이라는 제 본질은 결코 변하지 않더라고요. 그게 마치 낙인처럼 제 마음을 짓눌렀어요.”
이 지창수의 인터뷰를 막으려고 시도했다.
그러니까, 이 라이브 자체가 일어나지 않게 하려는 시도를 했었다.
시간은 과거로 돌아간다.
라이브가 시작되기 훨씬 전, 그러니까 엠구와 지창수 부녀가 정부의 은닉자산을 발견한 시점으로 말이다.
발단을 제공한 건 유니콘18이다.
unicorn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스켈톤?! 보고 있었어!
SKELTON : 뭐하냐. 균열은?
unicorn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잠깐 쉴 수도 있지! 너는 종일 일하냐?!
SKELTON : 그건 아니긴 한데.
unicorn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아무튼 이거 막아야 해. 진짜. 저거 들어가면 다 죽어. 우리 귀염둥이 엠구도 죽을 수도 있다고!
유니콘이 왜 균열 밖에 있냐는 것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당장 엠구가 죽게 생겼다.
녀석이 나의 라이벌인 건 맞지만 이런 식으로 허망하게 죽음을 맞는 건 라이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라이벌로서 엠구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냈다.
SKELTON : (스켈톤 진지) 엠구······.
mmmmmmmmm™님으로부터 온 특별 메시지 : 뭐냐?
SKELTON : (스켈톤 걱정) 거기 들어가면 안 될 것 같다.
mmmmmmmmm™님으로부터 온 특별 메시지 : ?
SKELTON : (스켈톤 당부) 들어가지 마라······.
함께 멸망기라는 엄혹한 세월을 이겨낸 우리 사이에 미사여구나 합리적인 증명 같은 겉치레는 필요하지 않으리라.
나는 “네임드”끼리는 진심이 통한다고 믿는다.
아니나 다를까.
mmmmmmmmm™님으로부터 온 특별 메시지 : 뭐냐? 뭔가 있는 거냐?
엠구가 내 말에 귀를 기울인다.
SKELTON : 정확한 건 모르겠는데 유니콘18이 거기가 위험하다고 말하네. 유니콘18이 자세한 위험성을 잘 알고 있을 거다.
mmmmmmmmm™님으로부터 온 특별 메시지 : 유니콘18? 뒤진 거 아니었냐?
SKELTON : 여기서 하는 짓은 병신이지만 우리 생각보다 거물이야.
mmmmmmmmm™님으로부터 온 특별 메시지 : (엠나인 팔짱) 흐음. 마치 너처럼?
SKELTON : (스켈톤 발그레)
mmmmmmmmm™님으로부터 온 특별 메시지 : 꺼져 새끼야! ㅋㅋ
SKELTON : 뭣?!
mmmmmmmmm™님으로부터 온 특별 메시지 : 유니콘이랑 직접 이야기한다.
그렇게 유니콘과 엠구를 연결했다.
일이 제대로 진행됐다면 이 쇼는 일어나지 않았어야 했다.
멜론 마스크가 실망하건 말건 이 라이브는 개최되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쇼는 계획대로 진행됐다.
그 이후 엠구에게서 자세한 정황을 듣진 못했지만 아마 쇼가 계속된 건 엠구의 뜻이라기보다는 지창수 부녀의 뜻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3대의 차량에 35명이 넘는 전투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엠구가 아무리 경사를 잘 탄다고 해도 총기를 든 다수의 무장 집단 상대로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겠지.
그가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기껏해야 지창수 부녀에게 탐사를 그만두라고 말하는 게 고작이었을 것이다.
소름 끼치는 일이지만 엠구의 자리에 내가 있었을 수도 있다.
내가 집단을 이루지 않았고, 그 상태에서 지영희에게 발각됐고, 중과부적으로 끌려 왔다면 말이다.
채팅창이 갑자기 뜨거워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여자가 나왔다.
인터뷰의 인물이 지창수에서 지영희로 바뀐 것이다.
“······그냥. 인정 받고 싶었어요. 그게 전부죠. 우리가 그 사람들. 고마운 분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그분들보다 낫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어요. 아무리 멸망기고 모든 게 부질없어지는 시대라고 하지만 그래도 평생 숙원처럼 지고 산 꿈을 포기할 순 없지 않겠어요?”
그녀가 미소지었다.
“종이 아닌, 주인이 되고 싶었어요.”
나에게 단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는 투명하고 진심이 깃든 미소였다.
“······.”
이런 미소도 지을 수 있었구나.
그러나 그 미소의 순도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의 생각에 반대한다.
이미 그녀와 그녀의 부친은 멸망기 안에서 두각을 드러낸 승리자다.
우리 멸망주의자처럼 숏 포지션을 취한 것도 아니면서도 대한민국의 어떤 기업인보다 멸망에 능수능란하게 대처했고 몇 번의 행운에 힘입어 군단파라는 군벌조차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을 구축했다.
그들은 이미 이 시대의 재벌이다.
제풍호와 박철주.
그들이 주인이라고 생각했던 자들의 결말만 봐도 명확하다.
그럼에도 그들이 끝없이 자신들을 인정받으려 하는 건 그들의 꿈을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옛 시대의 기준에 맞췄기 때문이겠지.
돌아갈 수 없는 시대에서 꿈을 찾는 건 망령이나 할 법한 짓이다.
이제 주인이 된 지도 모르는 망령이 죽어버린 주인의 뒤를 따르려 한다.
그 파멸은 전 지구인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성대하게 진행되겠지.
화면이 바뀌고 육중한 철문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끼이이이이잉–
총기를 든 수십 명의 사내의 뒷모습과 선두에서 용접기로 철문을 여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 중앙에 나란히 선 부녀의 모습도.
파멸이 시작되려는 찰나, 친근하고 또 구수한 느낌의 얼굴이 화면을 가렸다.
“정말 미안하지만 오늘 라이브는 여기서 마칠게!”
엠구다.
그가 씨익 웃었다.
mmmmmmmmm™ : 열린 엔딩이라는 녀석이지!
그 느닷없는 결말에 라이브를 지켜보던 비바리안들은 강한 불만을 표시했고 멜론 마스크마저도 물음표를 띄울 정도로 의아한 반응을 보였지만 엠구는 과감하게 라이브를 끊었다.
방송이 갑자기 종료된 후 엠구는 채팅으로 방송 장비와 인터넷 연결 불량 등의 이유로 기록 영상밖에 내보낼 수 없다고 말했지만 이는 의도된 것이고 그 의도는 시의적절했다.
“희망”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파트의 가치를 지켰다는 측면에서 말이다.
그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더 호프에 입주민이 몇 명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