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House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18)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318화(318/466)
318화 128. 탑 (4)
mmmmmmmm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캡슐? 캡슐이라면 많지. 사방이 캡슐인걸.
mmmmmmmm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그런데 캡슐은 왜 찾아? 설마 스켈톤 너도 내 인기글 보고 찾아온 거냐?
mmmmmmmm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주변에 있으면 내가 도와줄 수는 있어. 알다시피 이 주변은 캡틴 엠나인의 구역 아니겠어?
호사다마라.
엠구가 나에게 호의적으로 나온 건 분명 좋은 일이다.
이 주변에 엠구만한 안내인이 없다는 건 대한민국은 물론 전세계의 모든 비바리안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그러나 인터넷을 하는 사람이 다 나처럼 좋은 사람은 아니다.
어떤 사이트도 악성 유저라는 부패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엠구가 요즘 그다지 잘 눈에 띄지 않는 유저 하나의 이름을 거론했다.
mmmmmmmm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기자양반 알지?
SKELTON : 알고 말고.
mmmmmmmm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내가 쓴 글이 인기글 오르고 난 다음의 일인데 말이야.
mmmmmmmmm™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캡처 뜬 거 있으니 고대로 보여줄게.
엠구가 내게 사진 한 장을 전송했다.
거기엔 기자양반, 우민희의 흉악한 인터넷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gijayangban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엠구 ㅋ 글 내려^^
*
다시 엠구와 만났다.
“오우. 스켈톤. 너 요즘 자주 본다? 너도 우리 아파트 입주를 희망하냐?”
상대적으로 잘 먹고 매일 같이 경사진 아파트 오르내리다 보니 확실히 엠구의 육체는 3년 전 그가 처음으로 더 호프 이사한답시고 야단법석을 떨던 시절의 몸과는 완벽하게 달라져 있다.
뭐랄까, 경사를 오르기 위해 몸 자체가 진화됐다고 해야 하나.
내 시선을 응시했는지 엠구가 팔근육을 꿈틀거리는 되지도 않는 짓을 하며 너스레를 뜬다.
“내 몸? 표범 같지 않냐?”
나는 그에게서 긴팔원숭이적인 느낌을 강하게 받았지만 그 감상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아무튼 우리의 엠구가 멸망기라는 가혹한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항상 긍정적인 마음이겠지.
정신승리라도 해도 좋다.
스트레스를 몸에 쌓아 병으로 전이시키는 것보다는 남한테 손가락질받을지언정 잊거나 발산하는 쪽이 멸망기를 살아가는데 올바른 자세다.
기울어진 아파트에서 부스러기 몇 개가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걸 지켜본 후 엠구에게 물었다.
“너희 동네 새내기 입주민은?”
“어. 그게 안 나올 거야.”
“왜?”
“김병철하고 사이가 안 좋다나 뭐다나.”
“그런가.”
박쥐 짓하다가 김병철한테 원한 살 짓이라도 한 건가.
지씨 부녀 안 보는 건 뭐, 내 정신건강에도 좋은 일이다.
“이쪽으로.”
수렴진화라고 했던가.
특정한 상황에서는 종을 불문하고 비슷한 형태로 진화하는 것 말이다.
생존 기술도 마찬가지다.
엠구는 우리 헌터가 험지를 돌파할 때 “파쿠르 루트”를 만드는 것처럼 그 또한 이 무너진 폐허에 자신만을 위한 파쿠르 루트를 개척했다.
“잘 보라고.”
엠구가 사용하는 장비는 하네스와 탈착식 갈고리가 달린 로프다.
건물과 건물 사이 위험한 지역을 도약으로 넘어야 할 때 엠구는 하네스에 갈고리 로프를 단단히 고정한 후 도움닫기를 하여 반대쪽으로 힘껏 도약했다.
도약이 실패하더라도 하네스에 묶인 줄이 그를 추락으로부터 지켜주고 또 로프에 걸린 하중은 하네스가 균등하게 배분, 등이나 근육 등의 부상을 예방한다.
“자, 이쪽으로.”
족히 6m나 되는 거리를 가볍게 도약한 후 엠구가 날 향해 손짓했다.
“올 수 있겠어?”
가볍게 그를 따라 도약했지만 꽤나 아슬아슬했다.
숨을 고르며 몸에 붙은 로프를 탈착하고 있자니 엠구는 맞은편 옥상에 서서 아래에 펼쳐진 전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기랑 저기. 몬스터가 먹은 땅이야. 저쪽은 좀비 소굴이고. 강 건너편엔 사람이 사는 거 같긴 하던데 제대로 된 인간은 아니겠지? 아마 광신도 아닐까?”
그동안 엠구를 조금 얕잡아보긴 했지만 그는 지금까지 살아 남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 주변에 있는 것과 일어나는 일을 대부분 파악하고 있었다.
“캡슐은 저쪽에 있을 거야. 전에 엄청 쌓인 거 봐둔 게 있거든.”
엠구는 게슴츠레 뜬 눈으로 까끌까끌한 턱수염이 난 턱을 손톱으로 살살 긁었다.
뭔가 생각하는 게 있는 모양.
곧 그가 날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이 스켈톤.”
“뭐냐?”
“이제 와서 묻는 게 걸쩍지근하긴 하지만 말이야. 괜찮은 거냐?”
“뭐가?”
“기자양반 말이야.”
“그 녀석이 뭐라고 했지?”
엠구가 난간에 등을 기대고 서며 목을 풀었다.
“자기 패에 강력한 어웨이큰이 있다고 하더라고.”
“어웨이큰?”
“어. 물건에 손대면 그 어웨이큰을 보내겠대. 진짠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기자양반 너도 알잖아? 평범한 유저는 아니라는 거.”
엠구기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래 다들 만만치가 않아. 다들 인터넷에서는 하나 같이 나사 빠진 것처럼 구는데 뚜껑을 열고 보면 뭐, 다들 잘나셨더라고.”
엠구의 얼굴을 잠식한 건 진한 회의다.
하긴, 회의감을 느낄 법도 하겠지.
같은 커뮤니티 안에서 오랫동안 친구처럼 지낸 녀석들이 인터넷이라는 가면을 벗기니 감당하기 어려운 거물급이니.
지금 이번 사건에 연루되는 유저만 김병철, 우민희, 디펜더, 그리고 내가 있다.
우민희는 인천 일대에서 유명세를 떨쳤지만 김병철은 한때 대한민국 전체를 휘어잡을 뻔한 사내다.
엠구가 현자타임을 가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센 놈만 남은 건지, 아니면 원래부터 센 놈만 게시판에 있었던 건지.”
엠구가 날 힐끗 쳐다보았다.
“너만 해도 한 가닥 하잖아? 안 그래? 스켈톤?”
“난 두 가닥 하지.”
“?”
“아니, 왈가닥인가.”
“기자 양반이 그러는데.”
회심의 개그에도 불구하고 엠구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화제를 전환했다.
“만약에 창고 안의 물건 하나라도 손대면 사람을 풀겠다지 뭐야.”
“그래?”
자세한 상황은 알 수가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나의 후배 우민희는 더 호프 지하에 있는 비밀 자산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
모든 정보는 알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더 호프 지하에 뭔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러니 심술을 부리는 거겠지.
솔직히 내 후배라고 하지만 난 여전히 우민희가 무슨 생각으로 살아가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우민희가 있다고 해서 나의 계획을 방해받을 순 없다.
“저긴가?”
“응.”
캡슐의 위치를 확인했다.
다만, 여기는 지형이 안 좋다.
차량 진입이 쉽지 않다.
“다른 곳은?”
엠구에게 다음 캡슐 발생지를 보여달라고 했다.
비슷한, 쉽지 않은 여정이 있고 나서 우리는 두 번째 군락에 도달했다.
“어때? 스켈톤?”
그곳은 과거 대학교로 쓰던 곳이었다.
경사가 있긴 하나 도로로 연결되어 있고 비교적 운행을 방해할만한 장애물도 적다.
힘 좋은 사륜구동차 한 대가 있다면 충분히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좀비.
우우우우—
우우우우—
사방에서 소름 끼치는 좀비의 흥얼거림이 배경음처럼 울려 퍼지고 있다.
대낮임에도 음울한 회백색 그늘을 드리운 몬스터의 영역은 이곳에 종말이 도래했다는 걸 좀비의 합창과 더불어 공감각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그 회백색으로 변해버린 대학교 부지 너머 캡슐이 보인다.
“고맙다. 엠구. 새삼스럽지만.”
“무슨 짓을 하려고?”
엠구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캡슐을 노려본다.
같은 곳을 바라보다가 담담하게 말했다.
“요즘 말이야. 우리 게시판에 사람이 참 적다고 생각하지 않냐?”
“그야 그렇지. 유입이 있다지만, 솔직히 걔들 좀 꺼림칙하잖아? 평균치가 디펜더급 아니냐?”
“그래서 신선한, 파릇파릇한, 하자 없는 유입을 좀 게시판에 받아들이려고.”
“응? 그런 게 가능하냐?”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내년에도 우리 게시판에 많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서서히 함께 가라앉은 분위기가 아닌, 전쟁 직전처럼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교류하는 멸망기의 커뮤니티 원점의 모습을 보고 싶다.
언젠가 내가 최후의 인류가 될지라도 그 과정 동안 조금이라도 즐겁고 활기에 찬 시기가 많다면 홀로 죽는 순간에도 덜 외롭지 않을까?
존내논도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페일넷을 만들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복수심으로, 나중에는 모두를 위한 연결이라는 숭고한 목적을 위해서.
내가 존내논처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시험대 위엔 섰다고 생각한다.
*
김병철과 관계를 형성한 건 현명한 선택이었다.
“뭐? 몬스터로 그걸 파괴하겠다고? 참. 뭐라고 해야 되나. 천상 헌터 같은 발상이구만.”
김병철은 내 발상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목적과 필요성, 이유를 설명하는 것만으로 군용 지프 한 대를 흔쾌히 빌려주었다.
그것도 귀중한 전투병력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주는 건 마다하는 성격은 아니다.
상대가 오로지 몬스터라면 걸리적거릴 수도 있는 전투병력은 거절했겠지만 우리는 좀비와 인간 사이즈의 살인 몬스터가 돌아다니는 영역을 통과해야 한다.
사제 SUV를 개조한 두 대의 전투차량과 분대 화기를 지참한 2개 분대, 그리고 우리를 위한 군용 지프 한 대를 받아 목적지로 이동했다.
이미 목적지는 엠구와 함께 확인했고 그 높은 빌딩 위에서 도로 상태와 장애물을 모두 지도에 기록했기에 경로상에 방해되는 지점은 없었다.
우리는 어렵지 않게 위험 지역에 도착했다.
우우우우–
우우우우–
이제부터 본격적인 좀비 밀집지대다.
좀비만이 아니라 캐터필러 타입도 다수 목격됐다.
군데군데 소형종에 의한 소규모 침식 지역이 있는 건 덤.
“잘 부탁합니다.”
병사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잘 부탁한다.”
동료들에게도.
머리 위엔 홍다정의 드론이 이미 도착해서 실시간으로 지역을 감시해주고 있다.
우리 계획은 캡슐 군락에 도착 후 3분 안에 캡슐을 확보하고 더 호프로 돌아가는 것이다.
기안 단계에서는 김병철하고만 이야기 했기에 일선 지휘관의 의견을 들을 일이 없었지만 위험지대에 들어서자 교신기를 통해 군인들의 우려가 여과없이 들려왔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이 계획?”
“네. 괜찮습니다.”
“정말로요? 아무리 그래도 캡슐인데. 바로 몬스터가 나오지 않습니까?”
그나저나 부대를 인솔하는 황소령이라는 사람.
꽤나 징징거리는 타입으로 보인다.
“3분이 지나면 먼저 퇴각하셔도 무방합니다.”
“아니. 그런 말씀을 하셔도······.”
“제가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보고하세요.”
부우우우우웅–
황소령은 기분이 상했는지 제멋대로 차량을 출발시켰다.
바라는 바다.
즉시 뒤를 따랐다.
아무리 그래도 기분이 나쁘다고 해서 마구 총질을 하는 건 아니겠지.
초입부터 총질을 해대면 잠자고 있던 좀비들이 모두 깨어나 우리를 에워쌀 것이다.
황소령이 아무리 속이 좁은 놈이긴 하지만 거기까진 성질을 못 부리는 모양.
우리는 좀비들을 적당히 차로 치거나 밀면서 목적지인 대학 캠퍼스로 순조롭게 향했다.
“저깁니다.”
황소령이 차를 세웠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부터 시간 재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천영재와 디펜더.
특히 내가 믿는 건 천영재다.
이미 사전에 작전을 협의했다.
캡슐이 “충분히 익은 캡슐”일 경우 지원을 하기로.
그럴 경우 3분을 훌쩍 넘을 수 있겠지만 다 방법이 있다.
내 교신기는 김병철과 직통할 수 있는 채널을 가지고 있다.
우우우우—
우우우우–
사방에서 좀비의 음울한 합창이 들려오고 시야 언저리에도 좀비들이 어슬렁어슬렁 다가오는 게 보이는 가운데 속보로 저 회백색 운동장 앞에 섬뜩하게 자라난 하얀 덩어리들을 노려보았다.
“······.”
캡슐 판별은 가장 위험한 임무 중 하나다.
특히 나처럼 냉병기로 캡슐을 일일이 확인해보려 하는 자에겐 더더욱.
스르릉-
두 자루 도끼만을 들고 캡슐 앞으로 걸어갔다.
병사들의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뭐야? 저 사람? 도끼? 도끼만으로 괜찮은 거야?”
“몰라. 구 헌터라는데 한 번 지켜보자고.”
“김다람이라는 인간도 저런 짓은 안 하는 거 같던데.”
김다람을 아는 건가.
아무래도 좋은 일이겠지.
그 김다람은 우민희 밑에 있겠지.
어쩌면 지금쯤이면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세상이니까.
잡생각이 많아지는 건 그만큼 내 마음에 충분히 잡음이 꼈다는 이야기겠지.
과거 프로페서 시절처럼 맹목적인 증오를 불태우는 사람은 아니다.
나도 변했다.
하지만.
“박 선배. 준비됐어.”
내 가슴 한구석에 타오르는 몬스터에 대한 증오의 불꽃은 조금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눈앞에 자리 잡은 회백색의 혐오스러운 물질을 향해 도끼를 휘두른다.
단 번에 갈라버릴 정도로.
그리고.
챙캉!
나의 도끼를 나의 또 다른 도끼로 막는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실어.”
아직 덜 익은 놈.
즉, 내가 찾는 놈이다.
“오.”
“역시.”
천영재와 디펜더가 급히 달려와 캡슐을 번쩍 들었다.
“조심해. 너무 자극하지 않게.”
캡슐을 확인하고 차량에 싣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정확하게 3분이었다.
“······.”
멀리 황소령이 말없이 날 바라보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차량에 올라타고는 빠르게 차량을 회전해 선두에 섰다.
우우우우우—
우우우우—
좀비들이 몰려드는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황소령의 차를 따라 귀환을 시작했다.
타타타탕!
탕! 탕!
이후 산사태처럼 달려드는 좀비를 상대로 추격전을 벌였지만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다.
*
캡슐이 무사히 준비됐다.
다정이가 특히 좋아하는 로봇 청소기 위에 캡슐을 올려놓고 정부가 키우는 용 앞에 풀어 놓으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다만 이번 사태의 문제는 하나가 아니다.
창고 안에 도사리는 용만큼이나 창고에 관련된 인물의 움직임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우민희 말이다.
이미 엠구에게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지만 잠재적인 불안요소는 곧 현실로 드러났다.
캡슐 작전이 막바지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을 때였다.
한 대의 차량이 방해받지 않고 현장에 도착했다.
<대한민국 정부>
이제는 빛바랜 과거의 도장.
김병철의 병사들이 줄지어 서서 지켜보는 가운데 차 문이 열리고
긴팔원숭이를 닮은 엠구와 달리 마치 표범처럼 탄탄하고 날렵한 체구를 가진 여인.
우리가 서로를 발견한 건 거의 동시였다.
“선배?”
“······.”
김다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