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House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27)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327화(327/466)
327화 133. 공정거래 (1)
익히 아는 바지만 비바! 아포칼립스!는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미국과 중국은 전쟁을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서 동시에 미국을 침공했고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모든 나라가 전쟁에 연루됐다.
최초에 타격한 나라가 대만이라고 하더라도 중국의 주적이 미국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실 대만은 전쟁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자생한 수많은 첩자에 의해 반쯤 나라가 넘어간 상태였고 한국도 황하 이북과 북한이 완전 침식된 관계로 과거처럼 중국 목젖에 박힌 유리 조각 같은 위치는 아니었다.
과거 일본은 미국에 기구를 이용한 조잡한 전략무기를 투사했지만 중국은 어마어마한 분량의 전략 핵병기를 미국 전역에 투사했다.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까지 핵무기가 박힐 정도였으니 미국에 대한 중국의 증오가 얼마나 깊은 지는 굳이 헤아려보지 않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중국이 미국을 싫어하는 만큼 미국도 중국을 증오했다.
전쟁 전 PC라는 사조가 미국 전역을 휩쓸었지만 사실 영미계열의 인종차별이라는 건 유구한 역사와 전통, 심지어 혁혁한 실적마저도 가지고 있다.
비바! 아포칼립스!엔 전세계의 언어, 심지어 이집트 상형문자 게시판까지 존재하지만 중국어 게시판은 존재하지 않는다.
본격적인 번역 기능이 도입되면서 안 사실이지만 전쟁 초기만 해도 영어 게시판엔 다수의 중국인이 활동했다고 한다.
늘 그렇듯 자신의 언어가 영어만큼이나 국제적인 일반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던 중국인들은 영어 게시판에 그들의 언어로 글을 썼지만 그런 글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게시판 관리자에 의해 삭제당하고 이를 상습적으로 반복할 경우, 서비스 정지에 이르는 중징계마저 받았다고 한다.
중국인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성씨 정도에서 중국적인 색채를 남겨둘 뿐, 결코 중국어를 이용한 컨텐츠나 게시물을 작성하지 않았다.
한때 세상에서 가장 많은 인구수를 자랑했고 또 그것을 무기로 사용하던 중국인은 이제 그들이 애지중지하던 판다만큼이나 드물게 존재한다.
한국에도 소수의 중국인이 있다.
실제로 우리는 존내논의 영묘 앞에서 충돌을 벌이기도 했는데 그러한 특별한 사례 이외에 현실에서 중국인을 마주칠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중국인들은 대체로 바다와 연결된 그들의 아지트 안에서만 활동하고 있으니까.
그들이 잠수함으로 뭔가를 실어나른다는 물증은 있지만 모든 것이 의미를 잃어간 지금 시점에서 그들이 무슨 짓을 하든 그건 아무래도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런데 그 중국인이 생생하게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현실이 아닌, 현실보다 더 중요한 인터넷 세상에 말이다.
이른 새벽, 하나의 글이 게시판에 올라왔다.
caocao : 한국 친구들에게.
안녕하세요 나는 중국 붕우
나는 만세! 말세!에서 중국 차별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중국인은 좋은 매너와 우호국의 문화 모든 것을 이해합니다
Baido 번역 프로그램 사용 및 한국어에서 중국어로 즉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
영국 말 Admin은 왜 중국인을 발길질 하나요?
중국 사용자 평균적으로 한국 사용자보다 분노 잘 통제한다
이 친구가 중국인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무리 우리 게시판이 페일넷보다 잘 관리된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수많은 어그로꾼들이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하지만 중국인들이 탁월한 상인이라는 건 제아무리 중국을 깎아내리는 사람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그 문제의 중국인이 우리 게시판에 글을 올린 이유는 “광고”였다.
caocao : 우리는 한국 친구들과 거래, 교환 원한다.
그는 글 아래에 그들이 가진 무수히 많은 물품 리스트를 사진으로 정리하여 첨부했다.
명백히 중국인들만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으로 편집된 그 목록엔 총기와 탄약, 의약품과 전자 부품, 드론과 화공 약품 등 방대한 물품 리스트가 올라가 있었다.
가장 큰 걸림돌인 “중국군”과의 대면은 중국인이 가장 공을 들였던 드론에 의해 해결했다.
즉, 모든 거래는 드론에 의해 이루어지고 중국인과 대면하는 일은 거래 상대방 쪽에서 불온한 행동을 하지 않는 한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게시판 유저들의 반응은 반신반의였지만 어딜 가나 총대를 매려는 고마운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마련이다.
익명1883 : 따거랑 거래 후기.txt
유입 유저 하나가 용감하게도 중국인과 거래를 시도했다.
– 거래 조건을 이야기하고 다음으로 약속 장소를 정해. 가까운 곳에 중국애들이 차를 세우고 드론을 보내면 거기서 거래가 이뤄지는 구조지. 드론이 올 때만 해도 솔직히 쫄리긴 했거든. 내 물건을 드론이 싣고 갈 때도 중국애들이 먹튀 하는 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기우였어.
내 물건이 괜찮다는 걸 확인하자 약속한 물건을 주더라고.
괜찮은 거래였어. 오히려 장터에서 거래하는 것보다 쉽게 끝났지.
나 같은 올드비는 유입 유저 말에 쉬이 부화뇌동 하지 않는다.
우리 같은 터줏대감이 뼈대를 지켜줘야 게시판의 중심이 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크로폴리스에서 비슷한 증언이 잇따라 나왔다는 건 당진의 중국인들이 진지하게 거래를 시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품기 하기에 충분한 소재였다.
최근 내가 애지중지하는 노트북의 수명이 조금 위태롭다.
원래부터 중고였던 녀석이긴 하지만 세월을 이겨내지 못하고 서서히 죽어가려 한다.
그 노트북이 없다고 해서 인터넷을 못하는 건 아니지만 쉽게 옮길 수 있고 여러 자세에서 인터넷이 가능한 노트북이라는 장치가 없다면 나의 인터넷 생활은 좀 더 험난해지겠지.
여분의 노트북으로 게이밍 노트북 한 대가 있지만 나는 게이밍 노트북을 좋아하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중국인 유저가 올린, 아직 지워지지 않은 상품 리스트 안엔 노트북이 포함되어 있었다.
내가 가진 것과 같은 브랜드 – 제품군의 물건이다.
원래 미국 브랜드를 중국이 인수했고 쭉 중국에서 뽑아내던 제품군인지라 물량이 확보된 모양.
망자142(KOR) : 중국놈들 좆같은 놈이긴 하지만 거래는 확실히 시원시원하게 해. 장터에서 1시간은 흥정해야 할 걸 5분 만에 거래했지.
망자882(KOR) :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놈들이 크게 푸는 건 맞아. 이럴 때 올라타야지.
망자341(KOR) : 그 차에 탄 여자 예쁘다던데.
망자211(KOR) : 아, 그 이상한 무기 든 여자?
망자1052(KOR) : 나도 이번에 한 번 가보려고. 내가 죽으면 내 친구들이 말해주겠지.
…
네크로폴리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중국인을 완전히 믿진 못하겠지만, 과거 출렁이는 주식시장에서 파도를 타던 친구들이 위험에 베팅하는 기분으로 중국인과 접촉하고 상당한 이득을 얻었다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한두 명이 같은 말을 하면 이른바 “바이럴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 세상에서 수십 명이 같은 말을 하면 진실에 부합하다고 보는 쪽이 옳다.
팟-
방금도 노트북이 꺼졌다.
마치 사람이 죽는 것처럼 느닷없이 전원이 나갔다.
곧 노트북은 익숙한 부팅 화면을 띄우며 재가동했지만 내 애착 노트북의 운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구석에 처박힌 게이밍노트북을 노곤한 눈으로 노려보았다.
“······.”
아니다.
그냥 이 녀석을 쓰자.
좀 무겁고 시끄럽고 키감이 안 좋아서 그렇지 지금 쓰는 노트북보다는 성능이 탁월하잖아?
그렇게 영영 실현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중국인과의 거래는 예상치 못한 손님의 메시지로 다시 불이 붙었다.
iamjesus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사진)
진정한 의미의 “망자의 도시”의 지배자 아이엠지저스가 내게 한 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그 사진은 중국 유저가 올린 상품 리스트에 오른 한 품목에 빨간 색 동그라미를 쳐놓고 있었다.
*
아이엠지저스가 올린 품목은 게임과 게임기다.
그것도 무려 30년 전에 발매된 고전게임.
iamjesus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갑자기 하고 싶어졌다. 이 게임을.
아이엠지저스 녀석.
꾸준히 게시판 눈팅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군.
하긴, 좀비들하고 노는 것도 한계가 있겠지.
상상을 해보자.
좀비하고 친하다고 해서 뭘 할 수 있을지.
허심탄회한 대화는 불가능할 거고 기껏해야 산책 정도?
거느리는 맛은 있겠지.
그것 말고는 다른 게 있을까?
네트 쳐놓고 족구라도 한 판 할 텐가.
뭐, 전쟁 직후엔 예쁜 여자 좀비와 성관계를 했다고 떠들어대는 광인들도 소수 있긴 했는데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된 지는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아무튼 귀한 손님인 아이엠지저스가 연락을 해왔다.
개인적인 친분도 있겠지만 오버 10레벨 어웨이큰인 그의 잠재성을 생각한다면 그냥은 놔둬서는 아니 되는 일이겠지.
SKELTON : 좋아. 도와주지.
조금 속보이긴 하지만 아이엠지저스 같은 강력한 어웨이큰을 친구로 둬서 나쁠 건 하나도 없다.
디펜더만 해도 김다람을 좋아하지 않지만 우민희의 강함을 두 눈으로 봤기에 굳이 그 아래로 들어가려 한다.
사람들은 이 세상 힘이 전부가 아니라고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힘은 거의 모든 것이다.
100%는 아닐 뿐, 90% 이상의 의미는 있다는 이야기다.
내 말에 반박하려면 힘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비참하게 죽임당한 수많은 영혼들을 먼저 설득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아이엠지저스라는 친구는 나의 또 다른 인터넷 친구인 강력한 집단의 우두머리와 연관이 있다.
CrunchRoll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오? 그래? 아이엠지저스가 연락을 해왔다고?
세종의 지배자, 킹은 아이엠지저스를 필요로 한다.
킹과 친분을 쌓아두는 것도 지금처럼 곳곳에 새로운 세력이 우후죽순으로 난립하는 시대엔 나쁘지 않은 보험이겠지.
CrunchRoll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좋아.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 뭐든지 지원해주지.
콩고물이 떨어지는 건 덤.
그렇게 해서 자체폐기했던 중국인과의 거래라는 안건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caocao : 한국 친구들에게.
여전히 중국 상인은 우리 게시판과 네크로폴리스에 광고를 하고 있다.
전과 다르게 세심하게 물품 리스트를 봤다.
아이엠지저스가 찾는 게임기와 소프트는 여전히 리스트 상에 있다.
문제는 중국인들이 원하는 것이겠지.
게시판의 중국인은 교환이 가능한 물건이라면 뭐든 환영이라는 입장이지만 목록 하단에 특별히 가격을 더 쳐주는 우대 리스트를 첨부했다.
이 우대리스트에 기재된 물품 목록 몇 개만 추려보겠다.
TIG용접기 혹은 전자빔 용접기
방사능을 견디는 로봇
칼피셔 수분 장비
자이로스코프
내식성 반응기
내식성 교반기
분무기를 탑재한 UAV
인공 흑연
마레이징강
…
…
“······.”
볼 것도 없다.
미사일을 만드는데 필요한 장비와 부품이다.
아직도 그들은 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걸까?
미사일을 만든다고 해서 어디로 쏠 지 의문이고 제대로 된 생산시설도 없는 당진에서 어떻게 미사일을 만들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어쩌면 이미 멸망한 북한의 본을 따라 미사일을 만드는 행위 그 자체를 통해 체제를 유지하려는지도 모를 일이겠지.
아무튼 우리가 거래하려는 품목은 굳이 우대리스트 상의 품목을 제공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거래가 가능한 물건이다.
확실히 하기 위하여 메시지를 보내보았다.
SKELTON : (스켈톤 띵호아) 나 거래 원한다.
비바! 아포칼립스!의 번역 기능은 전설적이지만 앞서 열거한 이유로 중국어 번역 기능은 의도적으로 막아놓았다.
그러므로 우리 대화의 질은 중국인이 가진 Baido 번역기의 번역 수준에 의해 결정될 터인데 내가 볼 때 그 번역기의 수준은 결코 높지 않다.
그렇다면 번역기가 번역하기 편한 문장을 사용하는 것이 상대방에 관한 배려가 아닐까.
나는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문학이 왜 노벨문학상 같은 권위 있는 상을 타지 못하냐는 물음에 관련자들이 외국어로는 한국어의 “누르끼리하다”, “파르라니” 같은 한국어만의 섬세한 감정을 표현할 수 없다는 답변을 한 것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SKELTON : (스켈톤 마라탕) 원하는 품목은 SNES 95년식과 FF6. 그리고 레로버 팅크패드 13세대.
거두절미하고 아이엠지저스가 원하는 게임기와 소프트, 그리고 내가 원하는 노트북 모델을 담백하게 알려줬다.
곧 중국인이 답장을 보내왔다.
caocao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좋다.
이 친구.
장사할 줄 모르는 건가.
아니면 일부러 이러는 건가.
“······.”
타닥타닥
SKELTON : (스켈톤 탕후루) 원하는 것? 무엇?
내 기억하기로 중국에도 가격정찰제는 정확하게 실시되고 있었다.
상해에서 몇 번이나 쇼핑을 해 봐서 잘 안다.
caocao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오, 미안하다.
caocao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네가 제시한 물건수령 위해 제공하는 물건은······
caocao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은 600g 정도.
은?
내겐 없는 물건인데.
caocao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우대품목 리스트 물건도 받는다.
이쪽도 없긴 마찬가지.
하지만 우리의 킹이라면 가지고 있겠지.
CrunchRoll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은? 당연히 있지. 금도 있어.
역시, 거대 집단의 수장은 든든하다.
킹과 약속을 잡고 만날 날을 정했다.
익숙한 영역이고 또 내 친구 아이엠지저스는 낯을 가리는 성격이기에 혼자 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데 그게 여의치가 않다.
“스켈톤. 또 어디 혼자 가는 거야?”
스우가 요즘 많이 심심해하고 있다.
레베카는 우리 영역 와서 부쩍 말수가 적어졌고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도 아니니까.
“심심해 죽겠어! 이번엔 나도 데려가!”
어떻게 할까.
딱히 위험한 일은 아니다.
기껏해야 중국인과 거래할 때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정도?
게다가 이맘때 아이들은 통제 불가능이다.
괜히 스트레스를 줘서 나쁠 게 없다는 소리.
내가 데려와 놓고 새장에 가둬둔다면 그 또한 스우와 레베카에겐 실례인 일이다.
무엇보다 세종에 들를 예정이기에 거기에 잠시 스우를 맡겨도 나쁘지 않겠지.
우리의 킹은 세간의 인식보다 훨씬 젠틀한 남자다.
“좋아.”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단, 엄마 허락은 맡고 오기.”
교통수단으로는 모처럼 백승현의 모터사이클을 택했다.
딱히 큰 짐을 싣는 것도 아니고 기동성과 연비를 생각한다면 이만한 녀석도 없다.
잠시 후 스우가 나타났다.
그것도 두 자루나 되는 총기를 등에 이고.
“뭐냐? 이건? 전쟁하러 가는 거 아닌데?”
“엄마가 오는 김에 바꿔오래.”
“아, 너도 거래 하려고?”
스우가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레베카는 레베카구만.
쓴웃음을 머금으며 모터사이클에 올라탔다.
오랜만에 타는 좌석 시트의 감각이 좋다.
뒷좌석에 스우가 앉았다.
많이 자랐다고 해도 작고 가볍다는 느낌이 그녀가 체중을 좌석에 실을 때 여실히 느껴졌다.
“그럼 가볼까?”
한창 겨울 하우스 공사 중인 동료들을 뒤로 하고 여름의 푸르름이 남은, 그러나 빠르게 시들어가는 들판을 향해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