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House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38)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338화(338/466)
338화 136. 양초 (2)
우민희가 차량을 보내왔다.
그 차량엔 놀랍게도 죽은 줄 알았던 내 제자가 타고 있었다.
“박교관님. 안녕하세요?”
전보다 성숙해진 외모만큼이나 어른스러워진 말투로 송유진이 인사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고 싶지만 차량에 탄 게 우리만은 아닌 지라 말을 아꼈다.
여정은 순조로웠다.
여정 전에 했던 치밀한 준비와 계획이 무색할 정도로 순조로웠고 더러는 지루함마저 느낄 정도였다.
“전방 매복. 조심.”
중간에 매복 대기 중인 약탈자 한 그룹을 만난 것 외엔 아무런 위협도 없었다.
약탈자들은 우리가 차량을 멈추고 대기하자 매복 장소에서 물러나 산으로 달아났다.
“이 주변엔 광신도가 많아요.”
송유진이 은은하게 빛나는 눈으로 약탈자를 좇으며 입을 열었다.
차량은 몇 남지 않은 다리를 통해 한강을 건넜다.
건너편 까마득히 보이는 다리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피난민이에요. 다리 위에 캠프를 세웠죠.”
과연 다리 위에 천막과 가건물이 보인다.
북쪽으로 통하는 가교가 끊어져 남쪽 면만 이어져 있는데 다리 아래 작은 섬이 있어 거기서 농사를 짓고 있었다.
다리보다는 강 위에 세운 요새 같은 형국.
꽤나 괜찮아 보인다.
물과 식량을 아래서 구할 수 있고 방어하기도 용이하다.
다만 우월한 침략자 상대로는 잘 포장된 선물에 지나지 않겠지.
“김포대교네요.”
지켜보던 발렌타인이 한마디 했다.
“근방에 사셨나요?”
“신혼 때 김포서 잠시 살았죠.”
다리 위에 사는 사람을 뒤로 하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다리 건너엔 내 마음을 병들게 하는 색채가 펼쳐져 있었다.
침식 지대다.
“······.”
벌써 여기까지 퍼진 건가.
과거에 우민희 영역에 들렀을 땐 적어도 한강 주변까진 침식이 진행되지 않았었다.
이제는 다르다.
이제는 몬스터의 전진을 막을 국가도 군대도 사람도 없다.
방해받지 않는 곳에서 침식은 놀랄 정도로 빠르게 뻗어나간다.
아마 해가 지기 전에 저 다리 위에 사는 사람들의 땅도 회백색으로 물들지 않을까?
끝없이 이어진 병적인 색채를 따라가던 중 갈림길이 나타났다.
한 번 부러졌다 다시 임시방편으로 용접해서 붙여 놓은 표지판은 파주 균열이 멀지 않았음을 알려줬다.
[ 통제구역 – 관계자 외 엄금 ] [ 이 이상 나아가면 생사를 보장할 수 없음 ]오랜만에 보는 표지판이다.
이 표지판을 보니 새삼스레 과거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유튜버라고 불리는 자들이 이 금지된 경계를 종종 넘곤 했다.
용기라기보다는 나름의 살길을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오로지 타인의 관심을 끌어 그 관심을 통해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이 친구들이 몬스터보다 군 조직에 더 큰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몬스터야 정해진 잘 정비된 조직으로 야전 매뉴얼에 따라 처리하면 그만이지만 이슈를 몰고 다니는 이 무모한 친구들은 어디서 들어오고 무슨 짓을 할 지 종잡을 수 없다.
한 명이 숨어 들어오면 전 부대가 발칵 뒤집혔다.
심지어 기 친구들은 실시간으로 휴대폰을 들이대며 촬영하며 어떻게든 사람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더 수급하려 했다.
중국이 폭주하기 전만 해도 이런 일탈은 어느 정도 용인됐지만 교역이 끊기고 전쟁이 임박해지자 관용을 베풀 수 있는 여유도 사라졌다.
내가 전선 떠나기 전엔 군에서는 “인터넷 광대” 척살부대를 운용하는 것으로 기억한다.
방식은 지극히 간단한데 인터넷 광대가 들어오면 특등 사수를 보내 먼 거리에서 저격한다.
탕!
타탕!
후방에서 총성이 들리면 백이면 백, 그 친구들이다.
내가 기억하는 에피소드 중 하나는 다섯 명이 동시에 셀카와 동영상을 찍으며 침입했는데 다섯 명의 사수가 동시에 그들의 휴대폰을 날려버렸고 다음 사격으로 복부를 쏴서 바닥에 쓰러지게 했다는 것이다.
두 명이 즉사했지만 셋은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다 죽었다.
그런 사연이 있는 경계선을 넘었다.
큰 의미는 없다.
이미 우리는 오래전부터 회백색으로 물든 침식 지대에 진입하고 있었으니까.
“여기서부터 균열 구역입니다.”
차량이 멈췄다.
정비의 시간이다.
세 명이 우리를 따르기로 했다.
내 제자 송유진과 이름을 밝히지 않는 아마도 어웨이큰으로 추정되는 남성 둘.
나이는 모두 이십대 초반이지만 베테랑 특유의 진중함과 생명에 대한 경시 같은 것이 엿보였다.
아마 셀 수 없는 사선을 넘으며 살아오지 않았을까.
정비 중에 송유진이 날 손짓으로 불러냈다.
사람들과 떨어진 곳으로 가자 송유진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더니 갑자기 세상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하소연을 시작했다.
“쌤. 진짜. 다시는 못 보는 줄 알았어요. 정말이지. 진짜!”
“······우민희한테 쫓겨났다는 것 정도만 들었는데.”
“다시 돌아갔어요. 진짜 세상 더러운 꼴 다 보고요. 우소장님한테 죽을 각오하고 빌러 갔죠. 제발 좀 받아달라고.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고. 다행히도 우소장님이 저를 받아줬어요. 하지만 전과 다르게 정찰대로 보냈죠······.”
자세히 보니 여기저기 고생한 흔적이 보인다.
특히 뺨에 새겨진 얕은 흉터라든지.
“고생 많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굳이 물을 필요는 없다.
모두가 경험하는 일이다.
특별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우민희가 그 많은 부하들중에 송유진을 보낸 건 이유가 있겠지.
내 예상은 어김없이 들어 맞았다.
내 제자는 내가 모르는 표정으로 나에게 천연덕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우소장님한테 대충 상황은 들었는데 정확하게 무슨 일을 하러 오버런드에 가시는 건가요?”
내 진의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려 하는 거겠지.
송유진이라면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걸 이야기할 테니.
딱히 숨길 건 없는지라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균열에서 나오는 전파를 잡는다고요?”
그나마 순수함을 간직했던 내 제자가 솜씨 좋은 도구가 된 건 씁쓸한 일이지만 스승된 입장에서 좋은 변화로 본다.
순수한 채로 남았다면 우민희가 그녀를 받아들일 일은 없었겠지.
좋은 소식도 있었다.
“균열 가까이만 가면 되는 거죠?”
“응.”
“그럼 저희를 따라오세요. 늘 이용하는 순찰로가 있어요.”
역시 내 후배 우민희는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
인천을 떠나 파주 근교에서 그저 몸을 사린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는 나름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구축했다.
오버런드 일대에 안전한 루트를 개척한 건 그녀의 강한 의지가 없었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겠지.
그 순찰로를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쓴웃음을 머금었다.
마치 거대한 뱀이 죽어 뼈만 남긴 형상이 우리 앞에 무던히 펼쳐져 있었다.
차량과 철골, 기타 잡다한 자재로 이루어진 차폐물이 듬성 듬성 구멍이 뚫린 채 긴 터널을 이루고 균열을 향해 뻗어 있었던 것이다.
“이거 우민희의 작품이냐?”
투박하고 내동댕이친 듯한 각 부위를 보며 송유진에게 물었다.
송유진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소장님이 크루 몇 분 데리고 가셔서 만든 거예요.”
송유진이 가스마스크를 썼다.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지만 다른 사람이 다 쓰기에 나도 가스마스크를 썼고 발렌타인에게도 가스마스크를 권했다.
“어떤가요?”
발렌타인 손엔 태블릿과 안테나, 잡다한 전자장치를 이어 붙인 기계장치가 들려 있었다.
데드맨워킹의 주문대로 만든 전파 계측 장치다.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곧 그가 피식 웃으며 정정했다.
“사실 잘 몰라요. 그 사람이 정확히 뭘 요구하는지.”
데드맨워킹의 요구는 균열 지근점, 그러니까 균열로부터 10m 이내 거리까지 접근, 그 주변에서 관측 가능한 전파를 자신의 주문대로 만든 계측기로 기록하라는 게 전부다.
전파의 오락가락하는 파동이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어떤 원리로 네크로폴리스를 구성하는지에 관해서 데드맨워킹은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발렌타인은 단순한 기록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우민희가 만든 길을 따라 앞으로 전진했다.
오랫동안 복무했지만 전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해버린 풍경 너머에 인간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이 죽어버린 고요한 세상.
이곳이 침식 지대다.
곳곳에 침식의 영향을 받아 뒤틀린 식물들은 우리가 감당할 미래를 예고하는 예언서처럼 보였다.
“······.”
발렌타인의 이마에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있었다.
아마 그는 침식 지대에 발을 들인 게 처음일 것이다.
명백히 지구상이지만 지구와 전혀 다른 이질적인 환경은 경험하는 자에게 상상 이상의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수많은 사람이 사라졌다.
이유는 모른다.
갑자기 미쳤거나 아니면 다른 무엇으로 변했거나, 침식 지대에 오랫동안 있던 사람은 모두 사라진다.
마치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카일도스 기억하시나요?”
발렌타인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말을 걸었다.
“아니오. 누군가요?”
“아, 옛날에 활동했던 유전데.”
“그런가요······.”
발렌타인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좌우를 바라본다.
그는 내 말을 듣지 않고 있다.
이미 그는 침식의 공포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송유진에게 양해를 구해 행군을 중단했다.
“힘드시면 그 장비 저한테 맡겨주세요. 제가 측정하겠습니다.”
불안한 사람을 그냥 내버려 두는 건 현명한 일이 아니다.
겉으로도 불안을 내비치는 사람은 대단히 높은 확률로 문제를 일으키고 문제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아닙니다. 제가 가야죠. 제가 가야만 하죠. 아무 능력도 없는 제가 이거 말고 달리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극한의 스트레스 환경도 장점은 있다.
평소라면 결코 하지 않을 말도 무심결에 내뱉는다.
수시로 발렌타인을 챙겨줬지만 그럼에도 발렌타인은 우리 영역 안에서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자신을 폄훼할 필요는 없습니다. 발렌타인님은 어엿한 우리 집단의 일원입니다.”
“······끝까지 가보겠습니다.”
확실히 발렌타인은 뚝심이 있는 사람이다.
뚝심이 없었다면 존내논 곁을 진즉 떠났을 것이고 그렇다면 이렇게 우리가 함께 모험을 떠날 일도 없었겠지.
“······좋습니다. 마음 강하게 먹어 주세요. 앞으로는 더 쉽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송유진이 건조한 음성으로 짧게 말했다.
“2시 방향. 둘.”
철컥- 철컥-
병사들이 총기를 겨눈다.
과연 회백색 영역 너머로 흉측한 뭔가가 스물스물 기어오고 있다.
지네, 아니 노래기에 가까운 형상.
수천 개의 다리를 규칙적으로 놀리며 지면을 미끄러지듯 기어오고 있다.
크기로 보아 몬스터가 아닌, 이계생물종으로 보인다.
“쏴도 되나?”
송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탕! 타타탕!
총이 불을 뿜었다.
한 발에 하나씩, 두부로 추정되는 부위를 격파했다.
끔찍하게도 이계생물종은 머리가 파괴되자 몸을 뒤로 까집으며 마치 우리가 아는 벌레 마냥 다리를 떨어대며 발작하면서 소멸했다.
“······점점 생물을 닮아가는군.”
“좀 더 몰려올 거예요. 빠르게 움직이죠.”
우민희가 만든 통로는 가파른 오르막을 향해 뻗어 있었다.
이제야 기억난다.
저 능선만 넘으면 파주 균열이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인류 최전선이다.
단련된 병사들과 첨단 장비, 과학적인 설계로 최적의 구조로 설계된 킬존, 뒤편에 늘어선 막사와 병원, 탄약고, 족구장과 목욕탕, 헬리패드, 그리고 후방의 절대 사수 진지와 헌터 대기실.
내가 아는 풍경은 이제 몇 남아 있지 않겠지.
아니 어쩌면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고 해도 이 변해버린 색채가 내게 위화감을 안겨줄 것이다.
“헉! 허억!”
걸음이 빠르다.
나는 어렵지 않게 뒤따를 수 있지만 발렌타인의 체력엔 상당히 빨랐던 모양이다.
하지만 발렌타인의 고집스럽게 다문 입술을 보니 여기서 양해를 구하는 건 그의 프라이드에 상처만을 남기는 짓이다.
애써 외면하고 빠르게 걸어가는 송유진 일행의 뒤를 따랐다.
능선의 끝자락엔 해골이 걸려 있었다.
아마 터널 구조물에 기댄 채 그대로 삭아버린 모양.
“여기만 넘으면 균열 앞이에요.”
긴장이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송유진이 말했다.
아주 잠깐이지만 그녀의 어깨가 살짝 떨리는 걸 보았다.
다른 친구들에겐 보이지 않는 동요다.
아마도 이 일을 억지로 하고 있었겠지.
쫓겨나지 않기 위해.
그녀의 짧은 동요는 뒤에서 들려오는 발렌타인의 헐떡임과 어째서인지 하나로 겹친 것처럼 느껴졌다.
“······.”
떠오르는 불순한 생각을 흩어버리고 앞으로 걸어났다.
제법 깊은 경사를 넘자, 사각에 가려졌던 탁 트인 평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대로다.
모든 것이 그대로 있다.
진지, 막사, 전망대, 건너 편의 산, 그리고 그 중심에서 호수처럼 잔잔하게 가끔 섬뜩하게 일렁거리는 이 세상의 틈.
균열.
시간이 멈춰버린 느낌이다.
회백색으로 변한 것만 빼면 말이다.
하지만 그 변색이야말로 가장 크고 돌이킬 수 없는 변화겠지.
균열 아래 몬스터가 있다.
당장 눈에 띄는 중형종만 스무 기.
처음 보는 소형종이 중형종이 요새처럼 자리 잡은 영역 사이에 죽은 것처럼 정적으로 포진해 있고 그사이를 역겨운 형태로 돌아다니는 셀 수 없는 이계생물종이 보였다.
그리고 캡슐들.
캡슐은 균열 건너편의 산에서 산을 채울 정도로 빼곡히 늘어서 있었다.
작전은 실패다.
아니, 해서는 안 된다.
지근점까지 접근할 수 없다.
된다, 안 된다의 문제가 아닌 가능과 불가능의 문제다.
“······저건 뭐냐?”
이것만으로 충분히 충격적인 광경이라 할 수 있겠다.
한국, 적어도 서울 근교가 이른 시간 안에 끝장나는 건 기정사실이다.
그러나 이건 엄밀하게 말하면 예상된 광경이다.
각오를 한 장면이다.
날 놀라게 한 건 균열 너머의 존재가 아니다.
“사람이냐?”
사람이 있다.
이 세상이 아닌 듯한 장소에.
멍하니, 혼백을 잃은 것처럼 미동도 없이 서 있다.
마치, 몬스터처럼.
“네. 사람입니다.”
그동안 단 한마디도 하지 않던 사내가 입을 열었다.
상당히 굵직한 중저음의 차분한 음성.
“신도죠.”
그가 흐릿한 빛이 서린 눈으로 저 아래 회백색 벌판 위에 멍하니 서 있는 사람을 보았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다.
저게 신도였지.
진정한 의미의 만류귀종교였지.
몬스터에게 저항하지 않고 그들의 영역에서 그대로 동화하는.
정신 나간 광인의 주장이지만 원래 만류귀종교는 이렇게 출발했고 이렇게 끝나는 것이 알려진 유일한 교리였다.
그것이 윤색되고 변색해 가며 중국에서 유구히 반복되던 혁명과 반란의 도화선이 되었을 뿐.
지금 우리가 광신도라 부르는 것들은 사이비인 만류귀종교 내에서도 또 다른 사이비에 지나지 않는다.
기묘하게도 우리에게 그토록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던 이계 생물종들은 그들의 영역 안에 태평하게 서 있는 인간들을 무시했다.
“······어떤가요? 교관님?”
송유진이 묻는다.
“뭐가?”
“소장님이 저 사람들을 보여주고 감상을 들려달래요.”
“정신병이지.”
더하고 뺄 것도 없다.
정신병이다.
굳이 좋은 수식어를 붙여준다면 곱게 미친? 그 이상의 찬사는 할 수 없다.
“허억! 허억!”
발렌타인이 뒤늦게 우리를 따라잡았다.
“와.”
그의 탄성이 들려온다.
모두가 그의 말을 무시했지만 발렌타인의 혼잣말은 이어졌다.
“누가 와요.”
그제야 우리는 측면에서 누군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걸 의식했다.
여자다.
머리를 풀어 헤친, 미소를 머금은 여인.
그 눈은 은은한 광휘를 머금고 있다.
철컥-
어웨이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