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House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41)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343화(341/466)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 343화
139. 생명의 무게 (1)
폭스게임의 추잡함에 관해 언급하는 건 이제는 식상한 이야기지만 최근 이 인간이 게시판에서 새로운 어그로를 끌고 있다.
Foxgames : 까망이 양육일기 (1)
어디서 개새끼 한 마리를 주워 왔다.
새끼 개나 강아지라는 온건한 표현도 있지만 굳이 개새끼라고 지칭한 건 그것이 뮤테이션이기 때문이다.
뭐, 자살 방식으로는 참신하다.
놈이 만든 구질구질하고 졸렬한 게임보다는 훨씬 낫겠지.
문제는 놈의 글이 최근 유입된 네크로폴리스 종자들과 더불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스켈톤. 바깥에 또 한 무리의 철새 발견.”
스피커에서는 스우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건 폭스게임의 개새끼 사육기록에 달린 추천 수다.
[ 988 ]“······.”
천 개에 육박하고 있다.
페일넷이라면 모를까, 동네 놀이터 같은 비바! 아포칼립스!에서는 꿈의 숫자다.
애당초 한국어 게시판 사용자가 만 명이 안 된다.
만 명이 어떤 게시물을 본다면 그중 추천을 누르는 사람은 100명, 그 중에서 댓글을 다는 사람이 1명이라는 10,000 : 100 : 1의 법칙을 대입해 본다면 폭스게임의 사육기록을 보는 사람은 십만 명에 달한다는 이야기다.
뭐, 그 법칙은 억이 넘는 인구가 이용하던 유튜브에서나 통하는 법칙이었으니 우리 게시판에 곧이곧대로 대입하는 건 무리가 있겠지만 아무튼 폭스게임이 네크로폴리스 유입으로 부활의 계기를 마련한 건 확실하다.
정말로 황당한 일이긴 하지만 나와 발렌타인의 노고와 희생이 정작 폭스게임에게 기회를 줬다는 이야기다.
잠시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심호흡을 하고 있자니 스우가 방공호 안으로 들어왔다.
“스켈톤. 뭐해?”
“미안 스우. 잠시, 세부 작전 스케줄을 구상하고 있었다.”
“진짜? 인터넷 한 거 아니고?”
이럴 때는 집단을 이룬 걸 후회하곤 한다.
스우 때문이 아니다.
스우가 날 귀찮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피난민.
즉, 철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장기영의 수제자인 나는 스승의 본을 따라 이제 어떤 명칭에 철학적이거나 수사적인 표현을 쓰기로 했다.
“철새”라는 표현은 내가 생각한, 겨울 피난민을 지칭하는 용어다.
겨울 피난민들이 하루가 다르게 내려오고 있다.
다만 다른 곳과 다르게 내 영역 일대는 피난민의 숫자가 적은 편이다.
그건 내 탁월한 위치선정에 기인하는데 내 영역 자체가 남쪽으로 통하는 고속도로를 옆에 두고 있는지라 남쪽으로 가려는 피난민이 있다면 굳이 내 영역을 통하지 않고 고속도로를 통해 쭉 가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내 영역을 통과하는 사람들은 길을 잘못 들었거나 아니면 고속도로상에서 만날 수 있는 약탈자를 피해 우회하려거나, 그것도 아니면 세종이나 또 다른 삶의 터전을 찾으려는 사람들이다.
사실 이러한 피난민은 집단을 이루기 전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 방공호는 잘 위장되어 있었고 나 또한 조심스럽게 행동했으니까.
이제는 다르다.
집단을 이뤘고 삶의 영역이 확장됐다.
혼자 살 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발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행스럽게도 내 영역을 지나는 피난민들은 서둘러 길을 재촉하는지 내 영역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철새가 생각보다 많이 내려 온다.
“세종에 가는 거 아니야?”
“세종이 소문이 좋게 나긴 했지.”
언덕 위에서 동료들이 북에서 내려와 남서쪽으로 향하는 행렬을 보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방향을 보면 세종 쪽이 맞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진정한 의미에서 도시의 기능을 제대로 하는 곳은 그곳밖에 없으니.
남쪽 지방에 군벌이 장악한 도시가 몇 있다는 모양인데 군인이 우두머리 아니랄까 봐 교도소 뺨치는 철저한 통제로 인해 제대로 된 정보도 올라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스우와 나란히 서서 이번에 출현한 철새를 보았다.
규모는 50명 정도.
다수가 총기나 판사킬러로 무장했고 차량은 없지만 대신 손수레를 끌고 필요한 짐을 나르고 있었다.
그들도 다른 철새처럼 멈추지 않고 내 영역을 그대로 지나 산등성이 너머로 사라졌다.
“경계 해제.”
또 하나의 철새가 지나갔다.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지겠지.
안 그래도 세종의 평판은 페일넷 시절부터 나쁘지 않았는데 네크로폴리스의 등장으로 낙원과 비슷한 장소로 그려지는 모양이니까.
해가 지고 있기에 다시 방공호로 들어갔다.
Foxgames : 까망이 양육일기 (1)
가장 먼저 확인한 건 인기글 게시판 최상단을 차지하고 있는 폭스게임의 글이다.
[ 1,089 ]추천이 천 개를 넘었다.
“······.”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왜 저딴 놈이?
평생 게임 만들었다는데 게임 지지리도 못 만들고 정치질밖에 못하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높은 인기를 누릴 수 있는 거지?
Foxgames : 다들 성원에 고마워. 진짜 나도 이렇게까지 호응을 받을 거라고는 기대도 안 했는데.
Foxgames : 알다시피, 이번에 게임 하나 말아먹었잖아. 섭종한 경험은 여럿 있지만 이번 만큼 가슴 아픈 섭종은 없었거든.
여담이지만 폭스게임의 졸렬한 게임은 자체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
원인은 더 이상 추가 없는 콘텐츠와 점증하는 버그, 도저히 게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지는 렉이다.
뭐, 자기가 만든 것도 아니니 당연한 결말이긴 하지만 나는 폭스게임이 자기가 만든 것도 아닌 그 게임과 영원히 침몰할 거라고 믿었다.
Foxgames : 까망이 양육 일기 (2)
하지만 현실은 내 상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댓글을 보면 알 수 있다.
망자723 : 와 진짜 너무너무 귀엽고 폭스게임도 너무너무 착하네
망자8321 : 진짜 요즘 이거 보는 재미로 산다.
익명458 : 사람 많으니 좋긴 하네.
망자1233 : 진짜 뮤테이션은 다 위험한데 이렇게 크고 귀여운 놈이 머리까지 좋으면 진짜 자식 키우는 기분이겠네
익명1423 : 폭스게임 부활했네~
SKELTON : 득이 될까?
…
…
이번에도 대박을 터뜨렸다.
잠깐 의자를 뒤로 뺀 채 뒤로 축 늘어져서 어두운 천정을 멍하니 노려보았다.
“······.”
짐승 키우기 콘텐츠의 특성상 아마도 그 뮤테이션이 폭스게임을 잡아먹을 때까지 쭉 인기를 누리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이른 순간, 정신이 번쩍 뜨였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남의 아이디어 도둑질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어린 후배들 노동력 착취해서 그 명성을 송두리째 훔쳐 간 못된 어른의 표본과 같은 놈이 개새끼 한 마리 운 좋게 주웠다고 이렇게 높은 인기를 누리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
도저히 참을 수 없기에 나의 또 다른 계정으로 접속했다.
[ 비바! 아포칼립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 긴급 공지! 네크로폴리스 출신 유저 글쓰기 제한에 관하여 ]익숙한 메시지가 뜬다.
긴급 공지야 뭐, 예상한 바고.
너무 많은 사람이 글을 쓰면 게시판 질서가 문란해질 수도 있기에 글 작성을 제한했다는 내용이다.
그래도 일단 들어왔으니 댓글 정도는 허락해준다고.
아무튼, 내가 나의 또 다른 분신 닥터 에미리스로 접속한 이유는 여론을 떠보기 위해서다.
“······.”
타닥타닥
Dr.emiless : 게임 말아먹은 폭스게임이 지금 개새끼 한 마리 데리고 인기글 올리는 거 나만 불편함?
다들 다수의 여론 앞에 숨을 죽이고 있지만 나만 폭스게임을 싫어하는 건 아닐 것이다.
특히 게임을 말아먹으면서 여론이 크게 나빠졌고 그 이후엔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내가 불씨를 던졌으니 어떻게든 불이 붙겠지.
하루가 지났다.
스우가 또 한 무리의 철새가 지나갔다고 보고했다.
함께 확인한 결과 이번에도 세종으로 가는 무리다.
우리를 발견하지도 못했고 굳이 이 황량한 곳에서 정찰 활동을 벌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 눈치.
다시 게시판으로 돌아와 댓글을 확인했다.
gijayangban : ?
댓글 하나만이 달랑 달려 있다.
최근 우민희도 많이 심심한 모양이다.
적어도 그 여자가 내 부계정을 즐겨찾기 등록한 건 확실하다.
다시 원래 계정으로 로그인해 인기글을 확인했다.
“?”
우민희의 댓글처럼 내 눈동자에도 의문 부호가 떠올랐다.
mmmmmmmmm™ : 앵글이 키우기 (1)
이래서 한국인은 안 된다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을 숱하게 봤지만 내가 그런 말을 입에 담은 적은 없다.
인간의 개성이라는 건 국가나 민족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넣고 획일화하기에는 지나치게 다양하다는 게 내 평소 생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엠구의 새로운 인기글을 보는 순간, 나는 내가 멀리하던 그 상용구를 말하고 싶은 강한 충동에 휩싸였다.
그런 게 있다.
뭐 하나 동네에 잘 나가는 가게가 있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옆에 동일 업종 가게가 생기는 거.
유튜브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새로운 콘텐츠가 나오면 또 그걸 그대로 흉내 내는 놈들이 있다.
엠구도 그런 놈이다.
대체 어디서 주웠는지 모르겠지만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기울어진 아파트 안에서 키우는 사육 일기를 올렸다.
폭스게임처럼 넉넉하지도 않고 옆 동네에 총부리 들이댄 김병철 패거리가 있어서 뮤테이션까지는 못 들인 거 같은데 적어도 전쟁 전 “품종묘”라 불리던 고양이의 혈통이란 건 확실해 보인다.
그 종의 이름은 댓글에서 확인 가능하다.
망자8321 : 뭐야. 이거 스코티쉬폴드잖아?
망자229 : 와, 진짜 귀엽네. 샵에서도 보기 힘든 건데.
berkut_break : 고양이는 철학자의 오랜 친구였지.
익명1421 : 인기에 편승한 거 같긴 한데 콘텐츠는 확실하네. 어디서 저런 걸 구했대?
unicorn18 : 귀여워(하악하악)
망자1123 : 비바 원래 이렇게 훈훈한 곳이었나?
망자13 : 그런데 쟤는 왜 닉네임 뒤에 이상한 거 붙어 있냐? 폭스게임도 그렇고. 여기도 완장 같은 거 생겼냐?
Dr.emiless : 산양도 아니고 고양이는 왜 저런 곳에서 키워? 이거 동물 학대 아니냐?
…
…
이 엠구의 흉내 콘텐츠의 추천 수는 400개 남짓.
폭스게임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치지만 평소 인기글이 추천 수 30개 언저리면 갈 수 있었던 걸 감안하면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것만은 확실하다.
교활하게도 엠구가 올린 건 고양이만이 아니다.
mmmmmmmmm™ : 아 그 여성분? 여자친구는 아니고 같은 아파트 입주민이야 ㅎㅎ.
엠구는 교묘하게 자신의 아파트에 빌붙어 사는 지씨 일가의 딸을 노출시켰다.
지영희가 성격은 음습하지만 외모만큼은 이른바 고급지게 예쁜 편이니.
좌우지간, 나는 갑자기 분 동물 키우기 열풍에 약간의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
동물을 키운다는 게 시대착오적인 취미가 아니던가.
위험하기도 하고.
실제로 폭스게임은 언제 자신이 키우는 개한테 물려 죽느냐라는 타임어택을 하고 있기도 하다.
예전에도 동물을 키우는 친구들이 있긴 했지만 나는 그들이 눈물을 머금고 키우던 동물의 머리에 탄환을 박아 넣었던 걸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로부터 수년이 흘렀다.
사람도, 생각도 변하기 마련이겠지.
적어도 현재 트렌드가 동물 키우기라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흐름에 동참할 생각은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굳이 그런 위험부담을 안으면서까지 동물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
말을 아껴서 그렇지 지금 나는 인터넷상에서는 강한민을 아득히 뛰어넘는 거물이다.
“······.”
타닥타닥
SKELTON : 할 말이 있다.
데드맨워킹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아주 작고 사소한 부탁을 할 생각이다.
그 부탁이란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네크로폴리스의 대문에 내 이름을 살짝 추가해달라는 내용이다.
발렌타인의 이름을 널리 알리기 위해 내 닉네임을 함께 기재하진 않아 발렌타인과 이름을 나란히 할 순 없겠지만 말미에 조금이나마 내 닉네임을 기재하는 것 정도는 괜찮다고 보았다.
가령 이런 식으로.
[ F.소이어, M.오코너, 병선.K 그리고 사랑스러웠던 붉은 것을 위하여. ] [ 소란스러운 죽음의 도시에 온 걸 환영한다. ] [ 덧. 우리의 친구 스켈톤이 작은 도움을 보태다.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곧 데드맨 워킹에게서 답장이 왔다.
deadman_working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왜 말을 뒤집지?
SKELTON : ?
deadman_working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김병선이라는 인물을 추모하기 위해 네 닉네임 병기를 고사한다고 말한 게 엊그제 아닌가?
SKELTON : 병기를 원하는 건 아니다.
deadman_working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그러면?
SKELTON : 뒤에 아주 작게, 스탭 형식으로 추가는 안 되는가? 살짝 보일 정도로.
deadman_working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수용 할 수 없다. 이상.
“······.”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지만 네크로폴리스에 내 이름을 새기는 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머리를 차갑게 식히고 보니 이게 맞다.
잠깐 분노로 눈이 먼 모양이다.
한편 폭스게임이 불러온, 때아닌 짐승 키우기 열풍은 다른 유저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berkut_break : 방구석 철학자의 고양이 (1)
익명1332 : 이거 뭔 동물이냐? 나도 한 번 키워보려고.
익명458 : 인기에 편승해서 나도 강아지 한 마리 키워봤다.
어디서 났는지 개, 고양이 한 마리를 어디선가 구해서 올리는 게 트렌드처럼 변했다.
몇 개를 보았다.
대부분 평범한 개와 고양이.
베르쿠트의 고양이는 유난히 못 생겨서 실소를 자아냈다.
문제는 진짜 별거 아닌 게시물인데 인기에 편승했다는 이유만으로 베르쿠트 같은 하급 유저도 인기글에 오른다는 것이다.
“······.”
그 사실은 나를 살짝 달아오르게 한다.
“개나 고양이 못 봤냐고?”
사냥꾼 레베카에게 물어보았다.
미국인답지 않게 개와 고양이, 황소개구리도 아낌없이 포식했다는 그녀라면 인근에 사는 동물의 정보는 잘 알고 있으리라고 본다.
“뮤테이션도 좋아. 새끼 딸린 거 못 봤냐?”
“아니, 없었어.”
“······그래?”
“게다가 지금 철새 자주 오잖아. 개, 고양이 찾을 여유 없어.”
레베카 말이 맞다.
철새가 자주 오고 있다.
대부분은 세종으로 가는 소규모 피난민들.
인터넷 콘텐츠 찾자고 지금 시기에 황야를 돌아다니는 건 그다지 현명한 선택은 아니겠지.
문제는 최근 트렌드에 자극받은 사람이 나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armeegruppe_B : 나도 강아지 입양했다!
김병철이 글을 올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조금은 모자란 딸.
사진 속에는 자신의 팔과 다리 일부만을 드러낸 소녀가 자기 몸만 한 거대한 강아지를 안은 장면이 담겨 있었다.
뮤테이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