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House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47)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350화(347/466)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 350화
142. 동전 (3)
이제 막 전투를 시작하던 중 청백수가 한 말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청백수 : 어디까지나 추측의 영역인데 말이야. 참새 그 새끼는 여자 같고 스즈메는 걔 남친 같더라고.
이제서는 놈이 여자인지 남자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만악의 원흉 참새가 내게 관리자 권한으로 1:1 대화 신청을 걸어왔다.
참새 : 너 누구야?
참새어머니 : 아임 유어 마더
참새 : 개소리 하지 말고 누구야? 어떤 새끼야? 너 씨발, 이런 짓 하고 이 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거 같아?
참새 : 나 마음만 먹으면 너 하나 좆되게 하는 게 일도 아니니까 솔직히 불고 지금이라도 대가리 박아.
참새 : 대가리 박는 각도에 따라 봐줄지 아니면 그대로 조져버릴지 결정할 테니까.
참새어머니 : ㅇㅅㅇ
참새 : ?
참새어머니 : 섹스
프레임에 따라 내 발언이 아주 경솔하고 천박하고 유아기적일 정도로 보일 수도 있다는 건 인정한다.
그런데 짐승 상대로 사람 말을 할 필요가 있을까?
이건 어디까지나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춘 채팅 매너라도 생각한다.
좌우지간, 나의 채팅은 참새가 화를 내게 만드는 데는 성공한 모양이다.
참새 : 씹새가?
참새어머니 : 긁? ㅇㅅㅇ
참새 : 언제 적 ㅇㅅㅇ야? 꺼져!
참새어머니 : 🙂
참새 : 이모티콘도 좆같은 것만 쓰네
[ 레드 아카이브 게시판에서 접근 요청이 거절 되었습니다. ]본격적인 복수의 서막이 열렸다.
발렌타인의 호의를 위해서라도 이 복수는 성사되어야 한다.
참고로 학교 시절에도 전장에서도 그랬지만 나는 매우 끈질긴 놈이고 같은 노동을 피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
딸깍
참새모친 : 게임 게시판 관리자인데도 게임 이야기 하나도 안 하는 관리자 “스즈메”의 역겨운 행적을 공개한다. (3트)
[ 레드 아카이브 게시판에서 접근 요청이 거절 되었습니다. ]참새자당 : 게임 게시판 관리자인데도 게임 이야기 하나도 안 하는 관리자 “스즈메”의 역겨운 행적을 공개한다. (4트)
[ 레드 아카이브 게시판에서 접근 요청이 거절 되었습니다. ]참새마더 : 게임 게시판 관리자인데도 게임 이야기 하나도 안 하는 관리자 “스즈메”의 역겨운 행적을 공개한다. (5트)
[ 레드 아카이브 게시판에서 접근 요청이 거절 되었습니다. ]참새무터 : 게임 게시판 관리자인데도 게임 이야기 하나도 안 하는 관리자 “스즈메”의 역겨운 행적을 공개한다. (6트)
[ 레드 아카이브 게시판에서 접근 요청이 거절 되었습니다. ]…
…
“······.”
타닥타닥
참새어멈 : 그래, 참새련아. 죽을 때까지 해보자.
참새어멈 : 나 돈 없고 시간 많아. 🙂
참새어멈 : 게임 게시판 관리자인데도 게임 이야기 하나도 안 하는 관리자 “스즈메”의 역겨운 행적을 공개한다. (112트)
[ 레드 아카이브 게시판에서 접근 요청이 거절 되었습니다. ]그렇게 넷상에서 전투를 시작한 지 6시간이 지났다.
“스켈톤. 오늘 아침 안 먹을 거야?”
“잠깐만. 진짜 중요한 일을 하고 있어서.”
“오늘 쥬시- 한 거 나왔는데도?”
“충분히 쥬시- 한 일을 하고 있어. 일이 끝나면 모두에게 깜짝 소식이 있다고 전해. 무려 제주도에서 온 따끈따끈한 소식이!”
아침 식사 함께하기는 내가 정한 룰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어느 때보다 중요한 순간이다.
“······.”
딸각
참새애미 : 게임 게시판 관리자인데도 게임 이야기 하나도 안 하는 관리자 “스즈메”의 역겨운 행적을 공개한다. (113트)
아마도 이 전투, 내 삶을 통틀어 가장 치열한 전투가 아닐까?
돌이켜보면 투쟁이란 게 반드시 추하고 폭력적인 것만은 아니다.
숭고한 투쟁은 때로는 지켜보는 사람의 가슴에 불을 지피곤 한다.
지금도 그렇다.
마가린쿠키 :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나에게 동조하는 유저가 처음으로 목소리를 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말 안에 그럴만한 상황이 조성되어 있다는 걸 의미한다.
최초의 유저가 의견을 내자 6시간 동안 이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수많은 유저가 기다렸다는 듯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GENNA : 아니, 저격하는 애도 이상하긴 한데 그렇다고 100번 넘게 차단하는 건 좀 이상하지 않아?
치키마요 : 선 좀 씨게 넘은 거 같은데?
자우버 : 걍 계엄령이라도 선포하지그래? ㅋ
사고무친 : 솔직히 스즈메 쟤는 좀 심하긴 했잖아?
내일이없는남자 : 누가 지우는 거야? 관리 내역 좀 공개해 봐. 여기는 자유롭게 레드 아카이브 이야기 하는 곳 아니었어?
유저들이 들고 일어난다.
하루이틀사이에 쌓인 불만이 아니다.
오랫동안 그들도 게시판 안에 숨겨진 불평등을 알고 있었다.
알지만 모른척했다.
굳이 부스럼 만드는 것보다 하루하루의 위안을 인터넷에서 얻는 게 더 중요했으니까.
내가 한 일은 그들이 외면하던 분노로 다시 시선을 돌리게 한 게 전부다.
사요코방석 : 내 친구 차단 먹었다는데? 어떻게 된 일이야? 완장?
몬티겨드랑이 : 여기 피방인데 내 옆에서 하던 애 차단당했네?
로제김치치즈탕수육 : 단순 이의제기도 안 되는 거야? 우리 게시판이 그렇게 빡빡한 곳이었어?
대머리리트 : 스XX 걔 좀 이상한 거 다들 알고 있잖아?
차대남올플레 : 이 상황, 나만 좆같음?
타오르는 불길에 물을 뿌리면 불이 꺼지기는커녕 더 크게 달아오르는 것처럼 게시판을 뒤덮은 불길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 불길은 이윽고 한 사내를 소환한다.
양자함폭 : 대체 무슨 일이야?
내 동기, 공경민일 수도 있는 남자.
그는 적어도 이 게시판에서는 나를 좋아했다.
아무튼 그가 이 게시판의 진정한 실세인 건 분명하다.
양자함폭 : 잠깐만 진정 좀 해 봐.
양자함폭 : 내가 글을 한 번 돌려 볼께.
양자함폭 : 누가 누가 잘못됐나.
양자함폭 : 그러니 불편해도 조금만 참아 줘.
그가 나타나자마자 게시판 전체가 “얼림” 당했으니까.
글 작성이 막히고 댓글도 막혔다는 이야기다.
이 틈을 타서 나는 본진으로 복귀한다.
어려운 일도 아니다.
중앙 변기에 올려놓은 여벌의 노트북 입력창에 떠오른 메시지를 비바! 아포칼립스! 게시판에 전송하기만 하면 된다.
“······.”
딸각
미리 작성한 비장의 메시지를 내 고향, 비바! 아포칼립스!에 전송한다.
Foxgames2 : 제주 인트라넷 접속 주소 뿌린다! (링크)
Foxgames2 : 제주 인트라넷 접속 주소 뿌린다! (링크)
Foxgames2 : 제주 인트라넷 접속 주소 뿌린다! (링크)
…
…
망자3921 : 뭐? 제주 인트라넷?
망자11341 : 폭스게임? 부계정인가?
망자8321 : 바이러스 같은 거 아니여?
망자382 : 뭔가 수상한데? 폭스게임 본인도 아닌 거 같고.
mmmmmmmmm™ : 뭔지 몰라도 드가자~~~!!
망자7821 : 야, 이거. 진짜야. 진짜 제주 인트라넷이야.
익명458 : 진짜네. 이거. 실화냐? 진짜 제주 인트라넷이야.
망자66423 : 드개재~
“······.”
파도가 밀려갈 것이다.
제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거대한 해일이 말이다.
익명458 : 와. 시발. 제주도 새끼들. 이렇게 잘 먹고 잘 살고 있었네?
망자4231 : 연예인들 제주에 간 거 진짜였네? 동영상은 느려서 확인이 안 되는데 당장 있는 애만 한가득이야.
망자55312 : 와, 필크럼 제주에 갔다는 소문 진짜였네? 제주에서 웹툰 연재 중이었어.
망자4121 : 그런데 사이트가 왜 이렇게 삭막하냐?
망자3211 : ㄹㅇ 분위기가 북한 같네.
…
…
내가 일으킨 폭풍의 한가운데 속에서 나는 은밀하게 나와 손을 잡은, 조금은 비열한 친구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
타닥타닥
SKELTON : 진행해.
SKELTON : ㅇㅅㅇ
실력과 경력이 아닌 오로지 연줄과 빽으로 들어온 제주 보안 담당자에겐 꽤 무거운 짐이 될 것이다.
*
폭스게임과 함께 제주 인트라넷 기밀 폴더 침입 계획을 준비하던 중의 일이었다.
폭스게임이 내게 몇 가지 진실을 이야기했다.
폭스게임 : 사실 말이야. 까망이 말이야.
스켈톤 : ㅇㅅㅇ?
폭스게임 : 아니, 그거 그만 좀 달아. 그 이모티콘 정신병자가 쓰는 거 알기나 해?
스켈톤 : ㅇㅅ:)ㅇ
폭스게임 : 됐고, 까망이 말이야.
스켈톤 : 까망이?
폭스게임 : 죽었어.
스켈톤 : 그래?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그 쥐약은 상당히 독성이 강하다.
쥐약을 먹고 죽은 쥐를 다른 포식자가 먹고, 또 그 포식자의 포식자의 포식자마저 죽일 수 있을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폭스게임은 내게 까망이가 살아 있답시고 증거 사진까지 보냈지만 나는 그가 거짓말을 할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었다.
폭스게임 : 거짓말을 한 거지.
스켈톤 : 헤에?
폭스게임 : 좀 추하긴 하지만 동물 쉴드 내세우는 쪽이 호감 얻긴 쉽잖아?
스켈톤 : 이제는 솔직해져도 된다고 생각한 거고?
폭스게임 : 같은 큰일 하고 있잖아? 🙂
폭스게임 : 균열이라는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것과 관련된 사안이니까.
스켈톤 : ㅇㅅㅇ
폭스게임 : 아무튼, 내가 너보다 오래 살아서 한마디 해보자면 진실이라는 게 반드시 밝고 옳지만은 않다는 거야.
폭스게임 :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말이지. 균열을 닫았다는 건 엄청난 빅 뉴스 아니겠어? 어? 아들이 의대에 들어갔어. 딸이 변시에 붙었어. 개인사적으로 이 정도급의 호재 아니겠냐고?
폭스게임 : 그런데 그렇게 좋은 소식을 왜 알리지 않는 걸까?
폭스게임 : 네가 정부 관계자라면 지금까지 저지른 모든 개짓거리가 이것을 위해서라고 떠들어댈 수도 있잖아? 균열이 닫혔다는 건 그 자체로 우리가 잃어버린 것. 희망을 되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니까.
스켈톤 : (스켈톤 끄덕) 그럴 수도 있겠지.
폭스게임 : 뭔가 느낌이 안 좋아. 진실이란 건 말이지. 동전의 양면 같거든. 까망이 이야기처럼, 내가 오픈하지 않은 쪽이 더 좋았을 수도 있는 사례가 상상 이상으로 많아.
시간은 흘러 현재.
unicorn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스켈톤. 자리에 있어?
장기간 부재중이었던 유니콘에게 드디어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 시점은 폭스게임이 성공리에 제주 인트라넷의 기밀 폴더를 해킹, 자료를 빼내고 그 자료를 한창 해석하고 있을 시점이었다.
unicorn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지금 게시판 엄청 어수선한데, 인트라넷도 맛이 간 거 같고.
unicorn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아무튼, 약속은 약속이니까 제주에서 일어난 일 하나 알려주려고.
unicorn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균열이 닫혔어.
unicorn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균열 폐쇄 후 72시간이 지나도 균열이 다시 열리지 않은 거 보면 폐쇄에 성공한 거 같아.
unicorn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응. 우리가 균열을 닫은 거지.
unicorn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그런데 우리가 최초는 아니야. 인도가 최초로 균열을 닫았고 태국에서도 균열을 닫은 기록이 있어. 유럽 쪽도 몇 차례 사례가 있다는 모양이고.
unicorn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그런데도 그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은 건······.
unicorn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균열을 닫았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니라는 소리야.
unicorn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오히려 그 반대라는 이야기지······.
unicorn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이 글 보면 회신 부탁할게.
그녀의 메시지를 확인한 건 그녀가 마지막 메시지를 보낸 지 3시간도 지난 뒤였다.
그때 나는 폭스게임과 함께 제주에서 빼낸 기밀 정보의 막바지 해석 작업을 하고 있었다.
폭스게임 : 이거 봐. 스켈톤. 균열을 닫았어. 진짜 닫은 모양이야!
스켈톤 : 그렇네. 그런데 저 파란색 배경색에 적힌 숫자는 뭐지? 사람 이름. 어웨이큰 레벨. 연령, 그리고 알 수 없는 데이터 하나가 표시된 거 같은데.
진실이라는 건 폭스게임의 말마따나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진실이라고 해서 무조건 세상을 밝게 하고 행복을 주고 우리를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진리를 제시하는 게 아니다.
어떤 진실은 절망을 키우고 희망을 꺾고 우리의 미래를 잔혹하리만치 날카롭게 부정하곤 한다.
“······.”
이미 알고 있었다.
그 파란색을 배경으로 한, 수많은 어웨이큰이 기재된 명부의 성격이 뭔지.
왜, 내가 전장에 있을 때 보던 것과 똑같은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을까?
폭스게임 : 이건.
폭스게임 : 사망자 명부야······.
“······.”
역시.
폭스게임 : 아래에 설명이 있네.
폭스게임 : 태국의 경고대로 균열의 폐쇄조차 균열의 무기라는 걸 우리는 이제야 알았다고.
폭스게임 : 예상치도 못한 균열의 폐쇄로 안에 있던 423명의 정규 어웨이큰과 1032명의 보조 인원이 모두 실종 처리.
폭스게임 : 잔존 전력 3%.
폭스게임 : 다행스럽게도 강한민, 나혜인은 생존자에 포함되나, 둘만으로는 다음 균열을 닫을 수 없다는 건 명백하다.
폭스게임 : 총평, 균열은 닫았지만 우리는 동시에 미래를 잃었다······.
폭스게임 : 추기. 일정 규모의 사람이 있는 이상 재균열이 발생할 수 있기에 제주도의 시민들을 다시 다른 곳으로 옮길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폭스게임 : 태국, 중국 모델에 따르면 균열이 발생하지 않는 최대 허용 인원수는 1,000명.
폭스게임 : 각 부서는 초과 인원에 대한 이송 계획 수립을 요망.
폭스게임 : 적어도 100일 안에 이 작업을 마쳐야······
…
…
아무래도 좋은 것이다.
다음의 이야기는.
인류는 멸망에서 벗어날 수 없다.
동전의 뒷면에 새겨진 진실이다.
그 앞에선 나도 폭스게임도 크게 다르지 않은 한 명의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