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House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80)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341화(380/466)
341화 137. 유품
빈자리가 생겼다.
“몇 번 말을 섞진 않았는데 좋은 사람 같았어.”
“안타깝네.”
“항상 자기 방공호 안에 있으니까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지.”
“우리를 피하는 것 같기도 했어.”
헌터들은 발렌타인과 그다지 접점이 없기에 그가 사라져도 동요하거나 슬퍼하는 감정을 보이지 않았다.
내 눈치를 보느라 드러내진 않겠지만 이중엔 내심 발렌타인이 사라진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보기에 발렌타인은 인터넷이라는 생존에 아무 의미도 없는 기술을 가진 잉여 인력에 지나지 않았으니.
어쩌면 내가 먼저 갔다면 발렌타인도 내 뒤를 따라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나마 발렌타인과 접점이 있는 건 방재혁의 모친과 레베카 모녀다.
“발렌타인. 착한 사람. 안타까워.”
레베카는 발렌타인을 가장 귀찮게 한 사람이다.
“불쌍한 발렌타인. 저세상에서는 좋은 곳으로 가기를.”
스우는 그런 레베카 옆에서 발렌타인을 지켜본 사람이기도 하고.
둘은 발렌타인의 방공호 앞에서 기도를 올렸다.
방재혁의 모친은 둘만큼 발렌타인과 친하진 않았지만 영역 내의 유이한 비전투 요원으로 발렌타인과 빈번하진 않지만 나름의 공감대를 가지고 있었다.
발렌타인의 텅 빈 방공호를 보며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면 삶에 미련이 크게 없었는지도 몰라요.”
그녀가 들국화 몇 송이를 방공호 위에 올려놓았다.
“남자는 지지대가 없으면 오래 살지 못하거든요. 젊을 때라면 모를까, 나이가 들어 기회도 없고 더 이상 뭔가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될 때 너무나도 쉽게 삶을 포기하죠.”
그녀의 의견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발렌타인 눈높이에서 생각했을 때 그의 인생이 그리 살만한 건 아니라는 건 이해할 수 있다.
딱히 재미가 있을 것 같진 않다.
하나의 목표가 그에게 살아가는 의미를 제공했지만, 그 목표는 결국 그의 목숨을 요구했다.
“······.”
그래도 그는 아마 웃으면서 죽을 수 있었을 것이다.
잠자코 있자니 방재혁의 모친이 날 보며 불쑥 말했다.
“박규씨는 결혼 안 해요?”
이래서 다정이가 저 사람을 별로 안 좋아했던 모양이다.
“네?”
“지지대 이야기했잖아요.”
“네.”
“나이가 들수록 남자는 가정이 있어야 해요.”
“그런가요?”
“네. 제가 볼 땐 이 사람도 가정이 있었다면 그렇게 쉽게 목숨을 던졌을 것 같진 않아요.”
“그 이야기는 적당히 합시다.”
약간의 불쾌감을 담아 말한 후 자리를 떠났다.
뭐, 맞는 말일 수도 있겠지.
어르신들의 이야기라는 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사실을 말하는 경우가 많으니.
다만 그게 보편타당한 진리라고는 할 수 없다.
당장 내가 결혼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누구랑 결혼해야 하나?
가장 가능성이 높던 홍다정은 내 쪽에서 거부했다.
딱히 떠오르는 후보는 없다.
내 성격상 결혼이라는 결합을 하려면 내가 먼저 마음에 들어 해야 한다.
이 조건에 해당하는 건 나혜인일 것이다.
다만 그 호감은 그녀 자체에 대한 호감보다는 그녀가 가진 능력과 배경이 더 큰 지분을 차지하겠지.
애당초 물리적인 거리가 너무나 멀다.
그녀 말고는 떠오르는 여자가 없다.
레베카는 동료일 뿐이고 송유진은 내가 아깝다.
그나마 추려본다면 우민희 정도?
“하.”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우민희라니.
나도 많이 외로웠던 모양이다.
그 녀석을 진지하게 신부 후보에 놓은 걸 보면.
고소를 머금으며 이제는 텅 비어버린 발렌타인의 방공호로 들어갔다.
그의 방공호는 여전히 몇 개의 빛을 품고 있다.
발렌타인이 놔두고 간 컴퓨터와 네트워크 장비다.
컴퓨터를 꺼놓지 않고 간 걸 보면 그는 방재혁 모친의 말마따나 죽음을 각오한 것 같지 않다.
그는 다시 이곳에 돌아올 생각이었다.
“······.”
유품을 정리한 적은 어린 시절, 이제는 흐릿하고 구멍이 난 낡은 기억을 제외하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장에 있었을 때 수많은 동료를 떠나보냈지만 유품은 내가 정리하지 않았다.
내가 처리한 건 사망자, 임무 중 실종 체크 란에 정확한 해답을 기입 하는 게 정도였다.
여간하면 사망으로 체크했다.
사망이 불확실한 경우에도 사망을 적어 넣었다.
헛된 희망을 남겨두기 싫었고 실종보다는 사망 쪽이 남겨진 사람들을 위해 법 처리가 간편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유품의 경우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사람이 있었다.
하얀 옷과 마스크를 쓴, 중국 현지인이었다.
한국말을 쓰는 걸로 보아 조선족 출신으로 보였지만 굳이 그들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고 말을 섞을 일도 없었다.
그들은 전문적으로 친지에게 전달해야 할 물건, 버려도 되는 물건을 빠르게 분류했고 전달해야 할 유품은 보관 상자에 고이 싸서 한국으로 보냈다.
그 일을 내가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툭- 투둑-
먼저 해야 할 건 유품 전문 처리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유품을 분류하는 것이다.
다만 시대가 변했기에 분류 기준이 바뀌었다.
과거의 유품 처리자들이 친지에게 전할 물건과 버릴 물건을 선별했다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쓸 수 있는 물건과 그렇지 않은 구분을 구분한다.
모든 것이 귀하고 다시는 손에 넣을 수 없는 세상이다.
친지에게 전달할, 좁은 의미의 유품은 그 두 가지 분류가 있고 난 이후에 판별하고도 충분하다.
발렌타인의 유품은 대부분 컴퓨터와 네크워크 장비였다.
이것들은 쓸 수 있고 다시는 구하기 어려운 물건이다.
당장 쓰지 않더라도 가지고 있는 게 옳다.
먼지가 들어오지 않게 공업용 비닐을 덮어 차고 한구석에 놓아두면 될 일이겠지.
옷가지도 쓸 수 있는 것이다.
전쟁 전과 다르게 현재는 모든 옷은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진다.
본인이 입을 수도 있고 거래 물품으로 쓸 수도 있고 또 다른 옷이나 다른 용도로 사용할 재료로도 쓸 수 있다.
발렌타인은 의외로 가진 옷이 많았다.
그중엔 어째서인지 정장도 한 벌과 광을 낸 채 종이상자에 담긴 구두도 있었다.
“······.”
어디에 쓰려던 걸까.
면접이라도 가려는 걸까.
옷은 전부 챙겨 두었다.
속옷 포함, 깔끔한 정장 한 벌과 구두를 포함하여.
버려야 할 것도 있었다.
말라붙은 채 곰팡이가 피어버린 버섯과 말린 과일,
생전에 본인이 이미 폐품으로 분류한 부품, 바퀴 빠지고 구멍이 난 캐리어와 알 없이 찌그러진 안경테, 너무 낡아 이제는 기능이 다한 성인용품 등등.
방공호 안에서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보란 듯이 전시되어 있던 장식품도 버려야 할 물건이다.
엄지손가락 크기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미니 피규어, 레고 피규어 몇 개, 대포 달린 공 모양의 프라모델 하나.
국적도 출신도 종류도 다양한 장식물이 선반에 가지런히 놓여 있지만 이 중에 가족사진은 찾을 수 없었다.
컴퓨터 안에 이미지 파일의 형태로 남겨둘 수도 있겠지만 실물로 그가 남긴 가족에 관한 사진은 단 한 장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쩌면 그의 지갑 같은 곳에 한 장 정도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발렌타인에게 추억할 만한 과거가 없다는 건 확실해 보였다.
발렌타인의 유품을 대부분 정리했다.
종류는 크게 3종류.
앞으로 유용할 것, 버릴 것, 그리고 선반 위의 물건들.
“······.”
문득 내가 죽는다면 내 유품은 어떻게 정리될까? 하는 질문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물건이 많다.
유용한 물건도 많고 기념할 물건도 많다.
뭐, 크고 멋진 방공호를 지었으니 당연히 물건도 많을 수밖에.
새삼스러운 일이지만 추억을 기념하는 물건도 많다.
갖가지 상패, 대통령을 위시한 각급 기관장의 감사장, 메달, 훈장, 황금양털, 여러 종류의 예복, 학교와 중국 시절의 기념사진.
내가 죽는다면 이 물건들은 전부 버려질까?
아마 옷가지를 제외하면 다 황야에 버려지지 않을까?
중국인 유품 처리자들도 대부분의 기념품은 전부 비닐봉지에 넣어 그대로 폐기함에 넣어버렸다.
내가 죽는다면 내 방공호 캐비닛 안에 보관된 물건들도 대부분 버려지겠지.
추억이란 그런 것이다.
누군가의 추억은 다른 누군가에겐 아무런 의미 없는 메아리에 불과하다.
깡! 깡!
바깥에서는 힘차게 망치질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겨울 하우스를 건설하는 소리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이제 모두가 달려들어 건설에 힘쓰고 있다.
기본 토대와 구조물은 다 완성됐지만 속속 발견되는 개선점과 요구 사항으로 인해 공사가 끝도 없이 계속되는 것이다.
사실 나도 도와야 한다.
일의 시급성을 생각하면 이미 죽은 망인의 유품 정리보다 곧 다가올 겨울로부터 산 자를 지키기 위한 건축물에 힘을 보태는 게 옳다.
그럼에도 내가 발렌타인의 유품 정리를 먼저 하고 있는 건 다른 목적이 있어서다.
제주 인트라넷, 정확히는 레드 아카이브 게시판에 침입할 방법을 찾고 있다.
네트워크 기술은 문외한이지만 발렌타인이라면 어떻게든 자신의 유고에 대비해 어떤 식으로든지 남겨뒀을 거라고 믿고 있다.
“······.”
그런데 보이지가 않는다.
아무리 찾아도 제주 인트라넷 쪽 자료는 눈 씻고도 찾을 수 없다.
컴퓨터 쪽은 이미 예전에 전부 훑어보았다.
하드디스크도 몇 번이고 딥 스캔을 돌렸고 여분의 디스크도 따로 단자를 물려 검사를 실시했다.
안타깝게도 원하는 자료는 나오지 않았다.
어쩌면 나의 무지 때문에 진실이 눈앞에 있는데도 보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친절하고 온화한 성격의 발렌타인이라면 어떤 식으로든지 자신에게 변고가 닥쳤을 때 매뉴얼을 남기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없는 건 없는 것.
다들 일하는데 이곳에서 꽁냥되고 있는 것도 남들 보기에 좋은 일도 아니겠지.
대충 마무리를 하고 바깥으로 나가려고 할 때 스우가 방공호에 들어왔다.
“스켈톤 뭐해?”
총기를 멘 걸 보니 경계를 막 마친 모양.
“발렌타인 물건을 정리 중이야.”
“그래?”
스우가 방공호에 들어가서 정리한 물건과 정리하려는 물건을 돌아본다.
“찾는 거라도 있냐?”
“저널, 일기장 같은 거 없어?”
“왜?”
“있으면 읽고 싶어서.”
“그런 건 없는데.”
일기라.
요즘 세상에 일기를 쓰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장기영 시절만 해도 꽤 있었던 모양인데 세상이 발전하고 윤택해지면서 일기를 쓰는 사람은 확연히 줄었다.
다만 나는 일기를 종종 쓰곤 한다.
매일의 감상이나 느낀 바는 쓰는 건 아니다.
내 주변에 큰 사건이나 변화가 생겼을 때 과거 보고서를 쓰던 것처럼 짧고 간결하게 적는 편이다.
여기엔 발렌타인의 죽음도 포함되어 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발렌타인이 죽었다.
다른 문구를 추가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한 일기다.
스우는 이제 곧 정리를 하게 될 선반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발렌타인. 좋은 곳으로 갔을까?”
선반 위의 잡동사니를 보며 스우가 물었다.
“글쎄.”
나는 사후세계를 믿지 않는다.
사람은 죽으면 끝이다.
“슬슬 나가자.”
“잠깐만.”
스우가 잡동사니를 호기심 묻은 눈으로 살폈다.
“이거 만져도 돼?”
좀처럼 보기 힘든 장난감 같은 것들이 있으니 눈길이 가는 모양이다.
“뭐, 발렌타인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 이 녀석들도 버려지는 걸 원하지 않을 테니 갖고 싶은 게 있으면 가져도 돼.”
“그래?”
스우는 여러 장식품 중에서 먼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피규어를 골라잡았다.
“이거, 엄마가 좋아할 거 같아.”
피식 웃었다.
“다른 건······.”
스우가 심각한 표정으로 잡동사니를 살폈다.
십중팔구 레고 피규어를 집겠다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그녀는 공 모양의 프라모델을 잡아 들었다.
“스켈톤. 이거 뭐야?”
“글쎄?”
“몰라?”
“로봇은 별로 안 좋아해서.”
장기영이 좋아했었지.
나는 움직이는 기계 종류는 대체로 좋아하지 않는다.
중국에 있을 때 드론에 워낙 호되게 당한 경험도 있고 말이다.
스우가 갑자기 그 프라모델을 흔들었다.
“응?”
“왜?”
“안에서 소리 안 나?”
“무슨 소리?”
“달그락?”
그러고 보니 안에 뭔가 들어 있긴 했다.
아마 프라모델 부품 하나가 빠져 안에서 굴러다니는 모양이겠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갑자기 스우가 그 공을 양옆에서 잡더니 상자를 열듯 확 열어버렸다.
“어?”
뭔가 바닥에 떨어졌다.
십중팔구 프라모델 부품이겠거니 생각하고 눈길도 주지 않았지만 스우는 달랐다.
“스켈톤?”
“왜?”
“이거 그거 아냐?”
스우가 땅에 손가락만 한 물체를 내게 들고 왔다.
“이건?”
SSD 디스크다.
메모지가 붙어 있었다.
– 백업용
*
스우가 발견한 USB는 내가 그의 방공호에서 찾지 못했던 “발렌타인”이라는 한 인물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페일넷의 구성과 네트워크 구축, 서버 관리의 요령과 실무 사항, 필요한 것과 사소한 준비물, 각종 네트워크 장비 매뉴얼 등 발렌타인이 존내논과 함께 일하면서 얻은 요령과 노하우.
아마 본인이 소중하게 간직했을 각종 영화를 비롯한 동영상 파일과 게임. 당연한 일이지만 18금 영상도 포함하고 있다.
수많은 개인 사진. 발렌타인은 전쟁이 나기 전엔 각종 동호회에 나갔던 걸로 추정된다. 당장 현수막을 들고 찍은 것만 해도 스윙댄스 동호회, 등산 등호회, 서핑 동호회, 연주회 동호회, 돌싱 동호회 등이 있다.
이 수많은 사진 중 그의 아내로 추정되는 사진은 단 한 장도 없었던 건 물론이고, 가족과 찍은 사진 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발렌타인. 진짜 하고 싶은 거 전부 다하고 살았네.”
방대한 동호회 사진을 보며 스우가 조금은 질린 것처럼 말했다.
“죽어도 여한이 없겠어······.”
“······.”
발렌타인의 백업 디스크 안에서 특이한 건 교재였다.
내가 내 방공호 안에 각종 생존술에 관한 DVD를 모았던 것처럼 발렌타인은 이 작은 SSD 디스크 안에 네트워크 구성과 사이트 구축에 관한 방대한 자료를 담고 있었다.
나처럼 미국에서 파는 완제품 형태가 아닌, 각종 인터넷에서 긁어 모은 자료가 아카이브 형태로 보존된 건 나와 발렌타인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새삼스레 느끼게 해주었다.
가장 중요한 자료는 마지막 폴더 – TO SKELTON에 저장되어 있었다.
– 스켈톤님에게
“······.”
발렌타인은 발렌타인이다.
친절한 남자였다.
그 폴더 안엔 readme.txt라는 텍스트 파일이 담겨 있었다.
– 스켈톤님이 이 파일을 열어보신다는 건 아마 제가 시체도 못 남기고 죽었다는 것이겠죠. 이걸 찾으신 분이 스켈톤님이 아니라면 무시하셔도 됩니다. 기술적인 사항이니까요.
나머지 파일은 제주 인트라넷에 관한 침입 방법과 특히 레드 아카이브 게시판에 관한 해킹 자료다.
자료를 읽어보니 이미 백 도어는 구축한 상태.
네크로폴리스의 침략자들이 비바! 아포칼립스!에 들어 온 상태니 내가 할 일은 그 문을 통해 들어갈 방법만 말해주면 된다.
뭐, 그것도 나 같은 네트워크 문외한에게는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고생해야 하는 거지만 말이다.
가장 중요한 자료를 얻게 된 공은 순전히 스우의 공이다.
“고마워. 스우.”
스우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를 표했다.
그 작고 어린 녀석이 이렇게 커서 내게 이렇게 큰 선물을 주게 될 줄이야.
“아니야. 스켈톤. 뭐 이 정도 가지고.”
“뭐 갖고 싶은 거 없어?”
“스켈톤 방공호.”
“그건 안 되지.”
“치사해.”
함께 발렌타인의 진정한 유품을 살피며 스우에게 다시 물었다.
궁금한 게 있다.
“어떻게 이걸 찾은 거지?”
“발렌타인이 그거 자주 만지작거렸어.”
“그래서?”
“응. 자주 만지는 건 이유가 있을 거 아냐?”
그런 거였나.
단순하지만 그렇게 납득이 가는 이유다.
디스크를 찬찬히 검색해 보았다.
가장 최근에 수정된 파일을 찾아보았다.
사진 파일.
우리가 파주로 떠나기 전날에 추가된 사진으로 스켈톤 폴더에 보관되어 있었다.
“응? 나도 있네?”
“······그렇네.”
“스켈톤. 갑자기 왜 그래?”
한 가지는 확실하다.
발렌타인은 나를 싫어하지 않았다.
“······.”
그걸 알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