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House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81)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349화(381/466)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 349화
142. 동전 (2)
개인적으로 나라는 인물에 대해서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전체적으로 고점이 높은 올라운더로 한 분야에 정점을 찍은 정도로 특출난 구석은 없다고 생각한다.
중국 시절에도 사격과 곡예는 김다람이 위였고 작전 계획은 이상훈이 위였고 전투 지휘 또한 공경민이 나보다 근소하게 우세했다.
장기인 냉병기를 이용한 근거리 전투는 한국 내에서는 내가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지만 이름 없이 죽어 간 중국 헌터 중엔 아마 나보다 뛰어난 인물이 몇 명인가 있었을 것이다.
내가 수많은 헌터를 제치고 정점에 섰던 건 단점이 없이 모든 능력이 고루 뛰어난 것도 있겠지만 내가 볼 땐 나는 남들보다 “적응”을 잘한다고 생각한다.
뜬금없이 신종이 출현하고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 속출하는 전장 환경에서는 이런 적응력이 빛이 발한다.
개인적으로 나만큼이나 유연하게 모든 상황에 적응했던 사람은 없었던 걸로 안다.
제주 인트라넷 – 레드 아카이브 게시판에서 활동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조카뻘이 가득 한, 이질적인 세대 문화를 가진 인터넷 사이트 안에서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네임드 유저를 만들어 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나는 레드 아카이브 게시판에 훌륭하게 적응했다.
그 이후 참새라는 게시판 관리자에게 찍혀 억울하게 쫓겨 났지만 그 이후에 내가 놀고만 있던 건 아니다.
월왕 구천이 쓸개를 핥으며 복수심을 되새긴 것 정도로 편집증적일 정도는 아니겠지만 어둠 속에 숨어 조용히 레드 아카이브 게시판을 관측하며 복수의 때를 노리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레드 아카이브 게시판엔 “저격”이라는 우리 게시판에는 없는 기묘한 문화가 존재하는 걸 발견했다.
풀어 말하자면 꼴 보기 싫은 유저를 다른 유저들 앞에 조리돌리며 차단을 유도하는 행위다.
우리 게시판의 경우, 다들 나이대가 있어서 그런지 이상한 놈이 나타나면 굳이 누군가 나서서 지적할 것도 없이 알아서 조용히 차단했다.
문화의 차이라고 할까.
지금, 이 순간도 레드 아카이브 게시판엔 저격글 하나가 인기글에 올라 수많은 댓글을 양산하고 있다.
엿기름파스타 : 겜안분 하나 저격한다.jpg
내용은 안 봐도 뻔하다.
눈살 찌푸려지는 글이나 아무도 묻지 않은 일기를 쓰며 게시판을 더럽혔겠지.
공원에 개를 끌고 왔는데 개똥을 치우지 않는 사람이 지탄받는 것처럼 개똥 같은 글을 수시로 써대면 미움을 받고 결국 저격 글의 당사자가 된다.
그리고 게시판 관리자는 저격 글의 여론을 보고 저격당한 인물을 차단할 것인지, 아니면 헛저격을 한 글쓴이를 무고죄로 차단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
최근 내가 눈여겨 보고 있는 것이 이 레드 아카이브 게시판만의 저격 문화다.
이 세상 어디에나 기득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것처럼 레드 아카이브 게시판에서 기득권이란 존재한다.
날 차단한 “참새”도 그중 하나.
그런데 몇 개월간 어둠 속에서 참새라는 친구를 지켜본 결과, 그는 평범한 유저는 아니었다.
다른 유저들은 수시로 균열에 끌려가며 소식이 끊어지고 아니면 다른 임무에 종사하느라 한정된 시간에만 접속하는데 참새를 비롯한 게시판 관리자들은 게시판 관리가 오로지 그들의 임무인 것 마냥 24시간 상주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주에 산 경험이 있는 나에겐 그것이 제주에는 좀처럼 허락되지 않는 일이라는 걸 잘 안다.
최근 연락이 안 되는 유니콘 – 나혜인 정도의 거물은 돼야 그 정도 여가를 허락받을 수 있을 터인데 별 시답지도 않은 놈들이 게시판에 주구장창 진을 치고 있는 건 보수적으로 봐도 이상한 일이다.
그동안 많은 시간이 있었기에 나는 그 의문을 시간을 들여 공들여 조사했는데 곧 몇 가지, 출처는 불분명하지만 유저들 사이에서 신빙성 있게 떠도는 정보 몇 가지를 입수했다.
그건 바로 참새를 비롯한 관리자 카르텔이 제주의 고위층으로 의심받는 “양자함폭”이 고용한 직원이라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파고들면 제주 인트라넷엔 레드 아카이브 게시판 같은 게 몇 개 더 있다고 한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없는 제주에서 젊은 층의 불만을 조금이라도 무마하기 위해 대놓고 공개 게시판을 만들 수 없으니 불법을 가장하여 은밀한 소통 구역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누군가 불만을 조장하거나 좋지 않은 여론을 형성하는 건 그야말로 주객전도이기에 제주 상층부에서 참새 같은 인간쓰레기 같은 놈들을 게시판 관리자로 고용했다는 것이다.
물론 게시판 관리자도 잘못을 하거나 실수를 하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쫓겨나곤 하는데 그마저도 짜고 치는 연극이 아니냐는 소리도 있다.
최근 “청백수”라는 친구를 눈여겨보고 있다.
그는 여러 차례 게시판 관리자 카르텔과 친목 문제를 문제 삼으며 여러 번 그들을 성토하는 글을 올리는 한편,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게시판 관리자에 관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회로 치면 목숨을 걸고 사회의 어두운 면을 고발하는 언론인이라고 할까.
뭐,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무과금뉴비 : 암컷 게가 빨리 먹는 걸 표현하는 말은?
“······.”
타닥타닥
무과금뉴비 : “게girl스럽게”
여전히 외로운 개그의 길을 걷는 광대다.
레드 아카이브 게시판 유저 “행복하세요”가 사라진 이후 내 개그 글에 댓글을 다는 사람은 없어졌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샤이 팬이 있다고 본다.
조회수가 1~2가 아닌, 4~5 정도 찍히는 걸 보면 확실하다.
아무튼 이 외로운 광대가 언론인과 접촉할 때가 온 것 같다.
청백수가 최근에 올린 글에 댓글을 달았다.
무과금뉴비 : 몇 가지 묻고 싶은 글이 있는데 여기서 괜찮겠나?(답글 달면 바로 삭제함)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그것도 청백수가 주로 활동하는 주말 저녁 6시부터 8시 사이를 골라 접촉을 시도했다.
나의 섬세한 접근 때문인지 생각보다 빠르게 답글을 받을 수 있었다.
청백수 : ? 누구?
무과금뉴비 : 참새 패거리에 관해 알고 싶은 게 있는데.
청백수 : 뭐 하려고?
무과금뉴비 : 참새 패거리 하나 저격하려고.
청백수 : 니가 누군데 그 말을 믿어야 하냐?
무과금뉴비 : “스켈톤”을 기억하나?
청백수 : 스켈톤······?
청백수 :아, 그 언어장애 온 것처럼 이모티콘만 달다 참새한테 차단당한 놈?
무과금뉴비 : ㅇㅇ
청백수 : 그게 너였냐?
여기에서 바로 계정을 바꿔준다.
스켈톤 : 그렇다.
차단 기한이 지났기에 차단은 풀린 상태다.
뭐, 참새 패거리 눈에 띄면 즉시 30일 차단을 먹겠지만 말이다.
청백수 : 흠.
무과금뉴비 : (스켈톤 비분강개) 그날, 놈에게 당한 이후 나는 하루도 잊지 않고 참새에게 복수할 순간만을 기다려 왔다.
청백수 : 원하는 게 뭐냐?
무과금뉴비 : 참새 패거리에 관한 정보 및 양자함폭에 관한 정보.
여기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양자함폭이다.
참새 패거리는 양자함폭을 끌어내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고 양자함폭은 암암리에 제주 최상위 계층이라는 소문이 난 인물이다.
적어도 낙하산으로 임명된 보안 담당자보다는 높겠지.
그러므로 이쪽을 들쑤셔 주면 자연스레 보안담당자의 안목은 레드 아카이브 게시판이라는 좁은 전장으로 쏠릴 것이다.
청백수 : 바로 지울 테니까 스크린샷하고 문자 줘.
청백수가 정보를 공개했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참새 패거리의 조직도와 관계, 심지어 패거리 사이의 친밀도와 알력마저 묘사한 그의 문서는 기대 이상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양자함폭에 관한 정보.
청백수 : 양자함폭은 총괄 위원 공경민이라는 소문이 있어.
청백수 : 지금은 위원회 안에서도 뒷방 늙은이 취급받지만 여전히 끗발은 있지. 전설의 13기니까.
청백수 : 다른 건 몰라도 위원회 쪽에서 잠시 일한 애들 말로는 레드 아카이브 게시판 하는 건 확실하다는 모양이야. 애당초 그 게임 제작사 멤버 모셔 오라고 지시한 것도 그 사람이고.
청백수 : 참새가 공경민 조카라는 이야기가 있어.
공경민이라.
진짠가?
뭐,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공경민과 현실에서 절교를 했다고 하지만 그건 현실의 이야기고 지금부터 일어날 이야기는 인터넷이라는 또 다른 세상에서 펼쳐질 이야기니까.
문제는 이 참새라는 놈이 상당히 용의주도하다는 것이다.
청백수 : 참새 걔는 옛날부터 인터넷에서 완장질 한 모양인지 상당히 노련해. 책잡힐 일을 아예 하지 않지. 나도 오랫동안 참새 저격할 증거를 수집했지만 잘 없어. 너처럼 만만하고 친구도 없어 보이는 놈이 아닌 이상 자기 패거리 시켜서 제재를 먹여.
무과금뉴비 : 그럼 방법이 없는 거냐?
청백수 : 아주 없는 건 아니야.
청백수 : 관리자 목록 중에 스즈메라는 놈 있지?
청백수 : 참새가 다른 놈은 내치는데 이상하게 스즈메는 감싸고 돌더라고?
청백수 : 내 개인적인 의심으로는 스즈메의 닉네임도 그렇고, 일본어도 참새라는 뜻이잖아? 참새와 현실적인 접점이 있는 건 아닐까?
청백수 : 형제, 친구, 아니면 연인이거나.
무과금뉴비 : 그런 그 새끼는 조지면 참새를 엮어낼 수 있다는 거네?
청백수 : 그런데 조심해. 참새가 다른 놈은 놔둬도 스즈메 까면 바로 칼 차단 먹이니까.
무과금뉴비 : 그런 건 내게 문제 되지 않는다.
무과금뉴비 : ㅇㅅㅇ
청백수 : 이모티콘 뭔데;;
무과금뉴비 : ㅇㅅㅇ
*
“······.”
타닥타닥
참새엄마 : 게임 게시판 관리자인데도 게임 이야기 하나도 안 하는 관리자 “스즈메”의 역겨운 행적을 공개한다.
저격을 시작하자.
증거는 차고 넘칠 정도로 많다.
스즈메 : 오늘 저녁(AKA. 비냉동치킨).jpg
스즈메 : 동기랑 노래방 왔다!
스즈메 : 지듣노(구리면 푸쉬업 정자세로 30개)
스즈메 : 헬스장 왔다-
스즈메 : 이거 팔에 난 점 빼는 게 좋을까?
스즈메 : 이번 패치 난 개인적으로 별론데.
스즈메 : 노래 불러봄
스즈메 : 솔직히 이 게임 망하든 말든 내 알빠노?
스즈메 : 일어났다!(feat. 방사진 공개)
스즈메 : 1종 구역도 별론데 2종 구역은 얼마나 지랄 같은 거냐?
…
…
게임 게시판은 게임 이야기를 하는 곳이다.
어느 정도 사담은 할 수 있지만 게임 게시판에서 아무도 안 궁금한 자기 일기장을 쓰는 걸 좋게 봐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레드 아카이브 게시판 8명의 관리자 중 하나인 스즈메는 전형적인 인터넷 일기장 작성자다.
그것도 재미없고, 현실 비틱이라는 최악의 소재를 수시로 집어넣는 최악의 일기장맨이다.
누가 봐도 제주도민의 선망인 1종 구역 산다는 거 노골적으로 암시하면서 남들보다 좋은 음식, 호화로운 위락 시설에서 노는 걸 자랑하는데 누가 그를 좋아할까?
1종 구역에 산다는 어필도 잃을 게 적은 레드 아카이브 게시판 유저들에겐 공분을 살 행위지만 스즈메는 틈만 나면 여성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손이나 팔, 옷매무새 같은 걸 노출했다.
마치 자기에겐 여자친구가 있다는 걸 과시라도 하듯이 말이다.
내가 알기로 레드 아카이브 게시판 유저의 98%는 모태솔로다.
이런 곳에서 저런 대환장판을 벌이고도 게시판 관리자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스즈메라는 놈이 참새의 소중한 무언가라는 이야기겠지.
날카롭기 짝이 없는 저격은 순식간에 조회수 1,000회를 돌파했다.
나의 회심의 개그 총 조회수 100배에 달하는 수치가 단 5분만에 찍힌 것이다.
그러나 조회수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댓글이나 추천 수는 박히지 않는다.
곧 그 이유가 밝혀졌다.
[ 레드 아카이브 게시판에서 접근 요청이 거절 되었습니다. ]차단당했다.
글자 그대로 칼 차단을 당했다.
게시판 유저들은 그 사실을 알기에 저격 글을 보고 감히 추천이나 댓글을 달지 못한 것이다.
도매금으로 엮어서 게시판에서 쫓겨나고 싶지 않으니까.
그런데, 나에겐 이날을 위해 준비한 복수의 계정이 있다.
게시글 작성 수 0회, 댓글 작성 0회의 이른바 깡통 계정들이다.
그 깡통 계정의 숫자는 무려 1032개.
나의 벗 발렌타인이 툴툴거리며 만들어 준 그의 유산 중 하나다.
“······.”
딸깍.
참새어머니 : 게임 게시판 관리자인데도 게임 이야기 하나도 안 하는 관리자 “스즈메”의 역겨운 행적을 공개한다. (2트)
오늘 나는 매우 진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