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House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83)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353화(383/466)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 353화
145. 신앙 (1)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뀐다는 말이 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어두운 방공호 안에 덩그러니 혼자 앉아 있었던 나는 하루 만에 100여 명에 달하는 헌터라는 전술 집단을 지휘하는 자리에 올랐다.
나에게 기회를 준 우민희는 더 호프 그 아래 펼쳐진 방대한 캠프를 내려다보며 “본론”에 들어갔다.
“이제 더 이상 균열은 닫을 수 없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끼이이익–
우민희는 갈고리 손가락으로 책상을 긁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사람은 살아야지.”
“계획이 뭐지?”
“인공 샹그릴라 지대를 만들려고 해.”
“인공 샹그릴라 지대?”
“샹그릴라라는 게 침식의 한계선이 중첩된 안전지대잖아? 그 한계선을 우리가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거지.”
정부의 최초 계획은 제주의 균열을 닫고 거기서 얻은 전훈과 경험을 바탕으로 파주를 비롯한 한반도의 모든 균열을 닫는 것이었다.
그러나 제주에서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으면서 최초 안은 폐기됐다.
우민희의 말마따나 사람은 살아야 한다.
사람이 살아 있어야 자식을 낳고 그 안에서 새로운 세대가 태어날 것이다.
“작년에 태어난 신생아 대부분이 어웨이큰이야. 제주에서 확인한 결과지. 그중엔 정규 어웨이큰 이상의 잠재력을 가진 아이가 적지 않았어. 그 아이들이 자라 다음 균열과 싸울 새로운 세대를 구성하는 거지.”
우민희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잠시 혼란을 느꼈고 곧 정색하며 말했다.
“중국 자료. 알고 있지?”
“알고 있어.”
존내논이 남긴 중국인 과학자의 데이터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어웨이큰은 제대로 된 후손을 남길 수 없다.
사자와 호랑이의 교잡종이나 말과 당나귀의 교잡종이 후손을 남기지 못하는 것처럼.
마이클 클라이튼의 소설 쥬라기 공원마냥 여자아이만이 태어나고 그 자체도 기형일 확률이 대단히 높다.
극히 낮은 확률로 정상적인 아이가 태어나도 그 자체도 어웨이큰이다.
침식은 글자 그대로 인류에 대한 사형선고다.
“정부도 바보는 아니야. 선배. 작년에 태어난 신생아 중 시험관 아기의 비율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해?”
끼이이이익–
우민희가 다시 책상을 긁었다.
“제주엔 새로운 아이들이 자라고 있어.”
“인간 공장이라도 차린 것처럼 들리는군.”
우민희가 방긋 웃었다.
“정확한 표현이야. 인간 공장. 그래. 그럴지도. 그런데 그런 방법이라도 쓰지 않는다면 우리 인류. 그대로 끝 아니겠어?”
그녀가 웃으며 은근히 날 바라보며 짓궂은 어조로 덧붙였다.
“말 나온 김에 선배 정자도 기증해 보는 게 어때? 선배 정도면 상당히 우수한 후손을 남길 수 있을 거 같은데. 솔직히 일반인 중에서 선배만큼 우수한 유전자가 따로 있을까?”
“나도 모르는 자식이 돌아다니는 건 보고 싶지 않아.”
그러고 보니 은퇴 전에도 비슷한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
나의 정자를 기증하면 퇴직금에 상당한 보너스를 붙여주겠다는.
단칼에 거절했다.
날 닮은 놈은 이 세상에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큰 변함이 없다.
“아무튼, 새로운 아이가 나고 자랄 때까지 우리는 서울 주변에 기반을 마련하고 지켜낼 생각이야.”
“10년은 넘게 걸릴 거 같은데.”
“버텨봐야지. 사례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고.”
우민희가 내게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아마도 중국의 모처로 보인다.
지평선 끝에서 끝까지 회백색으로 물들었지만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한곳만이 총천연색을 고스란히 지키고 있었다.
“사람만큼 끈질긴 동물은 없다.”
우민희가 사진을 넘겼다.
거기엔 처음과 비슷한, 침식 지대 안에서도 색채를 간직한 여러 개의 정착지를 담고 있었다.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 처절한 투혼과 생존 본능이 느껴지는 사진들의 향연 속에서 우민희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선배가 한 말이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아마 중국, 침식지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고 한 말일 것이다.
“서울을 이렇게 만들어 보겠다?”
“조건은 괜찮아. 바다와 연결된 큰 강도 있고 알다시피 대한민국의 도시는 도시 전역이 요새 그 자체잖아?”
그렇다.
철근 콘크리트로 만든 아파트 동 하나하나가 잘 만들어진 현대의 성채다.
“그리고 곧 제주에서 지원군이 올 거야.”
“······강한민?”
“응.”
“그런가.”
“왜? 그 사람이 온다는 말 들으니 여기 있기 싫어져?”
“그런 건 아니야.”
한때는 그런 적이 있었겠지.
이름자체를 언급하는 걸 거부한 적도 있었다.
이제는 아니다.
시간이 내게 변화를 주었다.
그것이 성장인지 혹은 퇴행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나는 그를 피하진 않을 것이다.
그런 결심이 외부로 드러난 건지, 아니면 단순히 우민희 특유의 왜곡된 망상에 의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민희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그윽한 시선으로 날 한동안, 꽤 부담스러운 시간 동안 응시했다.
“그래.”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 끝난 후 우민희가 얕은 한숨을 내쉬며 돌아섰다.
“지금부터 선배가 해야 할 일에 관해 설명할게.”
“······쉽진 않겠지?”
내 물음에 우민희는 웃음을 터뜨리며 바닥을 의족으로 날카롭게 긁어댔다.
끼이이이익-!!
“맞아.”
*
서울 헌터 HQ라는 무성의한 이름을 가진 집단의 소속된 인원은 아래와 같다.
일반 헌터 92명.
특수 헌터 33명.
정규 헌터 11명.
기타 전투보조원 52명.
총 168명이 내 지휘를 받는다.
한편 이들을 이끄는 내 직함은 심플하게 대장(隊長)이다.
체계라는 것이 무너진 세계의 트렌드를 반영하듯 사령관, 대령, 특좌. 다양한 직함이 선택지로 주어졌으나 3개월만에 자리를 떠날 사람에게 어울리는 이름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헌터들을 가리키는 명칭에 변화가 생겼다.
일반 헌터는 우리들 올드스쿨 헌터를, 특수 헌터는 저레벨 어웨이큰을, 그리고 정규 헌터는 5레벨 이상 어웨이큰을 말한다.
전투보조원은 막사 관리와 급양, 의무 같은 서비스적인 임무에서부터 기지 경계와 드론 같은 군사적인 역할로 우리를 보조하는 사람을 말한다.
새롭게 개편된 조직이 늘 그렇듯 서울 HQ에는 잡다한 문제가 산재하여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최대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정규 헌터의 불복종이다.
“섞이는 게 싫은 거지. 걔들은 제주에 있을 때에도 특별 대접을 받았거든.”
그들은 우민희 앞에서는 말을 듣는 척을 할 뿐, 우민희가 사라지면 앞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모르쇠로 일관한다고 한다.
자세한 사정은 내 선임자가 잘 알고 있다고 한다.
“안녕. 선배.”
내 후배 김다람과 재회했다.
안대마저 풀고 눈가의 상처를 그대로 드러낸 그녀는 그간의 고생을 실증이라도 하는 듯 볼이 움푹 들어간 수척하고 지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선배가 올 줄 알았어. 우민희가 선배를 계속 찾더라고.”
사물함이 널린 대기실 안에 아무렇게나 앉은 그녀를 가만히 내려보다 빈 탄약 상자를 하나 꺼내 그걸 의자 대용으로 앉아 그녀를 마주 보았다.
딴 곳을 바라보던 그녀의 시선이 날 향하기를 기다려 빙그레 웃으며 말을 건넸다.
“왜? 나랑 수시로 비교라도 했냐?”
김다람이 헛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잘 아네.”
“잘 알지.”
“하아······.”
가벼운 농담에 힘을 얻었는지 김다람은 희미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 여자랑 절대 결혼하면 안 돼. 다른 건 몰라도 비교질이 패시브인 여자하고 살다가는 암에 걸린다고.”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자기 이야기 아닌가.
뭐,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오히려 김다람이 조금 의기소침하긴 했지만 천성이 억센 여자답게 우민희의 비교질과 갈굼에도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다는데 위안을 느껴야겠지.
“누가 문제야?”
이런 집단 사이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숱하게 겪었다.
우리 올드스쿨 헌터가 지금에야 2류 취급을 받지만 한때 우리는 인류의 첨단에 선 엘리트였다.
순간의 선택으로 생과 사가 오가는 전장보다 후방에서의 알력을 더 힘들어 한 친구도 얼마든지 있었다.
내 물음에 김다람은 생각을 정리하려는 듯 단검을 뽑아 신들린 솜씨로 돌리면서 느릿한 말투로 우리의 문제를 이야기했다.
“안승환이라는 애가 있어. 22기. 걔가 어웨이큰 대장이지. 우민희 앞에서는 고개 숙이는 척하지만 그때뿐이야. 어차피 자기도 알 거든. 우민희 성깔이 더럽다는 건 알지만 그 우민희도 자기들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거. 귀한 몸이잖아? 안 그래도 귀한 몸인데 제주에 있던 애들도 전멸했으니.”
안승환과 그 친구들이 어떤 식으로 불복종을 하는지 상세하게 물어보았다.
예상한 대로 전면적인 거부가 아닌, 임무 중의 불이행이다.
함께 전장에 투입은 되지만 그 이후에 일어나는 상황에 대응하지 않거나 명령을 수행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불성실하거나.
성가신 타입이다.
차라리 전장 투입을 거부했다면 이른바 정치적인 방식으로 솎아낼 수가 있는데 저런 식으로 음습하게 구는 녀석들은 딱히 방법이 없다.
사실 우민희가 날 부른 것도 그 때문이다.
내 경험과 실력을 높이 평가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녀가 막상 본 건 프로페서라는 내 과거의 영광일 것이다.
명예는 적어도 약간의 권위는 제공하니 말이다.
“걔들. 김다람 말은 몰라도 선배 말이라면 듣는 시늉이라도 하지 않을까? 왜, 한때 정점에 올랐던 헌터였잖아?”
우민희가 이 문제를 언급하면서 한 이야기다.
게다가 그녀는 또 하나의 과제를 나에게 언급했다.
“도시 사정은 어때?”
이웃한 도시인 하남시 일대를 확보해야 한다.
더 호프 일대에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고 하지만 수도권과 제주에서 몰려들 사람들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기반 시설이 부족하다.
하남시는 전쟁 초반부터 이미 소개령이 내려졌고 이후에도 국군 예비 방어선이 있던 곳이라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잘 보전된 곳이다.
동시에 3면에 강을 끼고 있고 후방에 산지가 있어 몬스터를 상대로나 인간을 상대로나 방어하기 쉽다.
엄밀히 말하자면 더 호프 단지도 서울이라기보다는 하남 쪽 영역에 더 발을 많이 걸치고 있다.
아무튼, 잘 보존되고 관리됐던 도시는 몬스터의 분출로 인해 사람의 손을 떠났다.
상황이 좋지 않으리라는 건 짐작하고 있다.
어쩌면 정규 어웨이큰의 태업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지.
아무리 일하기 싫은 놈도 쉬운 일은 하는 시늉이라도 하는 법이다.
“하아. 그게 말이지.”
김다람은 한숨을 내쉬며 태블릿을 꺼내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음.”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좋지 않다.
속으로 생각했다.
태업할 만하구나 하고.
몬스터, 좀비, 뮤테이션, 광신도까지.
멸망기 종합 선물 세트가 도시 곳곳을 장악하고 있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광신도겠지.
추정 숫자만 해도 수백 명 이상에 다수가 총기와 중화기로 무장했고 정규 어웨이큰까지 목격됐다고 한다.
간략하게 브리핑을 끝낸 김다람이 한숨을 내쉬며 지친 눈으로 날 올려다보았다.
“선배라면 뾰족한 수가 있어?”
“글쎄.”
솔직히 이건 헌터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중국에서는 군대와 함께 행동했다.
하지만 손바닥만 한 영역 지키는 것도 버거운 현재 뉴 서울로서는 차출할 수 있는 게 서울 헌터 HQ라는 무성의한 네이밍을 가진 집단말고는 없다.
“다행히 특수 쪽에서는 몇 명 도와줄 의사가 있어. 걔들도 우리를 무시하지만 우리를 무시하는 만큼이나 정규 애들한테 무시당하거든.”
“홍정호라고 아냐?”
우민희와 함께 사열할 때 목격했다.
내 인터넷 친구 디펜더를.
여전히 오싹한 눈빛이 눈에 띄는 수려한 외모를 뽐내고 있다.
그가 대 몬스터 전투에 약점을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 친구 디펜더가 타고난 인간백정이라는 건 비바! 아포칼립스! 올드비 유저라면 모두 다 고개를 끄덕거릴 명확한 사실이다.
“홍정호?”
김다람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걔는 왜?”
“왜? 정호가 사고 쳤어?”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김다람이 혀를 찼다.
“······걔 좀 위험하지 않아?”
*
모스트 원티드(most wanted).
디펜더가 새로 받은 콜사인이라고 한다.
그 콜사인처럼 디펜더는 광신도에게 가장 인기 있는 친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헌터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고 한다.
광신도에게 습격 받은 횟수만 다섯 차롄데도 그는 생채기도 나지 않았고, 되려 자신을 습격한 광신도를 모두 죽여버렸다고.
이는 운만은 아니다.
그는 타고난 살인자고 어떻게 인간을 상대하고 죽여야 하는지에 관해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
“스켈톤.”
둘만의 장소에서 주먹을 맞부딪쳤다.
“세상에 네가 여기로 올 줄은 몰랐다. 그 답답한 곳에 계속 있을 줄 알았는데.”
세월과 거듭된 인연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은 친근함을 주었다.
꽤 오랜 시간, 좋게 멀어진 것도 아니지만 다시 만난 것만으로 우리는 웃으면서 과거를 이야기할 수 있었다.
“왜 나간 거냐? 대충 이유는 알고 있지만.”
싸구려 차가 담긴 플라스틱 컵을 휘휘 저으며 대답을 기다렸다.
디펜더는 실없는 웃음을 흘리더니 곧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섬뜩한 살기를 내비쳤다.
“거기 계속 있다간 죽일 거 같아서.”
“누구를?”
“방가와 그 모친.”
“아하.”
“더 있다가는 진짜 죽일 것 같아서 먼저 나왔어. 게다가 방재혁이 눈치 까기도 했고. 상당히 경계를 하더라고. 자기가 근무 나갈 때 방공호 앞에 부비트랩을 설치하기도 하고.”
“그 정도였나?”
“그런 것도 있고 갈등이 쉽게 봉합되지 않을 거 같아서 말이야.”
허탈함이 섞인 웃음소리를 내며 묻자 디펜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게다가 알잖아? 우리들이 다른 사람보다 쉽게 사람을 죽인다는 거.”
“뭐, 그런 점이 없잖아 있겠지.”
“별 거 아닌 거 가지고 새삼스럽게 살인을 생각하더라고. 그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알면서도 말이야.”
내가 볼 땐 어느 정도 충돌이 있다는 정도만 보였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나의 시각이다.
디펜더 남매는 사이코패스다.
살인에 대한 허들이 유난히 낮다.
기분이 나쁜 것만으로 그들은 살인을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운전 중 도로에서 어떤 녀석이 빨리 안 간다고 클락숀을 울리는 것만으로 디펜더 남매는 차 뒤에 놔둔 골프채나 야구방망이를 떠올린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이 잠재적인 인식이 다정이의 접근을 거부한 본질적인 이유일지도 모르겠지.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
역시 디펜더 남매가 떠나는 게 옳았다.
그래도 방재혁에 대한 변호는 해주고 싶다.
방재혁보다는 디펜더와 훨씬 절친하고 또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디펜더를 택하겠지만 그럼에도 일은 공평무사하게 처리하는 게 좋다.
“방재혁은 그런 일이 있다는 걸 한 번도 말하지도 않았고 내색도 안 했어.”
“방재혁. 사람은 괜찮지. 그런데 어쩌겠어? 같은 가족인데? 한 사람이 사이가 틀어지면 계속 싫어할 수밖에 없잖아? 뭐냐. 양키 밈 중에 ‘Haters gonna hate’라는 말도 있잖아? 한 번 서로 싫어하게 된 놈은 계속 싫어할 수밖에 없어.”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이미 끝난 일이고.
지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디펜더에게 사정을 이야기했다.
“하남?”
디펜더의 눈동자에 섬뜩한 살기가 내비쳤다.
“알지. 알아. 광신도 말이지?”
역시 생각해 둔 게 있는 모양이다.
그는 충동적이라기보다는 계획적인 살인자니까.
자신을 죽이려는 놈들이 군집한 곳에 대한 살인 계획 같은 건 수십 번도 더 짜봤겠지.
디펜더가 배낭을 뒤적거리더니 빛바랜 지도 하나를 펼쳐 보였다.
“이건?”
건축물 설계도다.
[ 하남 스타월드 ]아마 복합 쇼핑몰로 썼을.
디펜더는 그 정교하고 복잡한 설계도에 자신이 표시한 체크 표시를 보여줬다.
지하로부터 연장된 기둥이다.
“여기에 접근해서 TNT만 터뜨릴 수 있으면.”
디펜더가 그 기둥을 가리키며 씨익 웃었다.
“벌레 놈들의 씨가 마르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