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House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91)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391화(391/466)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 391화
159. 망향 (1)
과거 서울에서 성난 군중이 한 남녀를 난폭하게 끌고 다니며 손가락질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당시 여전히 위원 타이틀 달고 호의호식하던 김다람에게 구걸을 하러 가는 길이라 자초지종을 알아볼 여유가 없었는데 얼핏 듣기로는 중국인이라서 사람들이 저렇게까지 화가 났다고 한다.
전쟁 후 대한민국에 있던 그 많던 조선족이 깔끔하게 사라진 건 비단 중국의 핵 폭격과 화학 공격 탓만은 아닐 것이다.
전쟁이 시작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중국에 관한 증오를 가지고 있고 일부는 그 감정을 조롱과 멸시로 치환했다.
“중국 애들이 뭘 알까요? 걔들은 어웨이큰도 안 쓰고 고집부리다가 망해버렸잖아요?”
천영재의 의견이 만인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수많은 사람이 중국을 멸시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들이 일으킨 전쟁이 비록 우리 삶을 파괴했지만, 그 직후 놀랄 정도로 허무하게 무너진 그 모습은 그들이 만들어 낸 사자성어를 빌리자면 허장성세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으니.
중국의 이른 멸망의 원인으로는 미국의 무자비한 핵보복, 식량 체인 차단에 의한 대규모 아사, 군벌화된 지방정부와 당내 파벌의 내분, 몬스터의 이른 침투,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도 해를 끼치고 있는 광신도 정도가 거론되지만 지금까지 중국 멸망에 대해 진지하고 심도 깊은 연구가 몇 이루어지지 않은 건 사실이다.
이건 연구하려는 학자가 없어서 벌어진 일은 아니다.
학문적 호기심을 위해서라면 마리아나 해구 끝까지, 당장이라도 분출할 것 같은 화산 앞까지 달려가는 그들이 중국에 대한 연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건 현실적인 여건이 크다.
일부 유럽 학자가 중국이 사실상 멸망한 후 중국으로 넘어가 연구 활동을 하려고 비행기를 타고 갔으나 지대공 미사일을 맞고 연구 주제를 사후세계로 바꾼 건 게시판에서도 회자할 만큼 뜨거운 이슈였다.
나는 연구자도 아니고 어떤 주제를 연구 할 정도로 학업적 성취를 쌓은 적도 없다.
하지만 사람은 필요의 동물이다.
전부터 막연하게 느끼고 있었지만 이제는 알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왜 그들이 그토록 허무하고 빠르게 무너졌는지.
인간 사이의 알력, 광신도의 발흥, 몬스터의 대대적인 공세 같은 큼지막하고 추상적인 주제만으로는 내 호기심을 만족시킬 순 없다.
무엇보다 등대의 경험이 내 호기심을 절박함으로 만들었다.
발단은 등대에서 가지고 온 K-워키토키를 우민희의 연구직원에게 보여준 장면에서 비롯됐다.
“글쎄요. 유사 EMP를 사용하는 몬스터라는 건 듣지도 보지도 못했습니다. 애당초 EMP라는 게 무시무시할 정도로 강력한 에너지 활동의 부산물입니다. 델린저 현상이라고 들어보셨죠? 몬스터의 파동이 분명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과연 그것이 핵분열에 비할 정도로 크다고 할 수 있을까요?”
우민희가 데리고 있던 연구원들은 몬스터가 넓은 영역에 걸쳐 전자 제품을 파괴할 수도 있다는 내 견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뭐, 나도 내 의견에 무리가 있다는 건 알고 있다.
무전기 몇 대가 파괴됐다고 하지만 통제실의 전자기기들은 멀쩡하게 작동했다.
“몬스터가 드론 대책으로 사용하는 특수 능력도 드론 기판 회로 자체를 건드리는 건 아닙니다. 한때 유럽 학자가 제창한 회로 공격설이 다수설로 많은 지지를 받았지만 이제는 그 설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런가요?”
새로운 서울에 합류한 이래 내 긴 공백을 느끼지 않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가장 따라가기 어려운 건 역시 몬스터에 대한 최신 정보와 학설이다.
내가 알던, 철석같이 믿던 학설들이 수정되고 반박되고 사장됐다.
드론에 관한 관점도 그중 하나다.
나는 지금까지 몬스터가 드론을 파괴하는 권능이 일종의 레이더파 같은 강렬한 전파를 쏴서 원거리의 드론을 회로째로 파괴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전혀 아니었다.
“이제는 몬스터가 드론 전파 자체를 간섭해서 무력화한다는 중국 학설이 사실상 통설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왜 몰랐을까.
그건 내가 드론을 거의 쓰지 않는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몬스터가 특정 화약 병기를 파괴하는 권능을 직접 상대한 경험에서 비롯됐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비슷한 건 다 똑같다고 쉽게 생각해 버리는 꽤나 편의적인 동물이니까.
아무튼, 연구원은 연구원이다.
같은 걸 봐도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걸 본다.
“하지만 이 회로가 탄 건 조금 특이하긴 하네요. 커패시터는 비교적 멀쩡한 반면, 인덕터가 녹아버릴 정도로 훼손이 심한 건 전자공학 전공자가 아닌 제가 봐도 뭔가 좀 이상합니다.”
“뭐가 문제인가요?”
“둘 다 전기를 저장하는 부품이긴 한데 커패시터는 전하를 저장하는 반면 인덕터는 자기장 형태로 전기를 저장하죠. 정확한 원리는 전공자가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아무튼 특정 부품이 과할 정도로 훼손이 심하다는 건 거기에 문제의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원인이야 어찌 됐든 이상 현상이 관측됐다.
균열이 열리기 전, 인류는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은 신의 영역으로 넘겼지만 균열이 열린 후에는 몬스터가 전가의 보도가 됐다.
사실 좀 이상한 건 다 몬스터 탓인 것도 맞고 무엇보다 몬스터는 신보다 가까이 있다.
이 몬스터에 대한 가장 상세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가진 건 역시 북미와 유럽 쪽일 것이다.
사실상 거기도 생지옥으로 화하긴 했지만 제주 정부처럼 정부 단위의 강력한 행정단위는 전속하고 거기에서 주도적으로 연구를 지속한 결과다.
그런데 대한민국이 사실상 폭삭 망해버리고 이제는 뱃길마저 끊긴 지금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에게 정보 제공을 요청해도 그들이 그 제안을 들어줄 것 같진 않다.
자세한 건 모르지만 “대표자”가 없는 건 이쪽이나 그쪽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니까.
서구 쪽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데이터를 가진 건 역시 중국이다.
새로운 서울에 와서 알게 된 사실인데 우리가 신형이라 분류했던 몇몇 몬스터조차 실은 중국 멸망기에 슬그머니 출현했다고 한다.
인류 최대 규모의 몬스터 전쟁이 벌어진 곳이니 데이터가 없는 쪽이 어떻게 보면 더 이상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이 알려지지 않은 중국 신형 중에 이 타버린 회로 기판의 비밀을 밝혀줄 녀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운 곳에 중국 패잔병이 있다.
고립된 패잔병의 집단이라기보다는 어느 정도 정부의 조직과 기틀을 갖춘 집단으로 보였다.
뭐, 일전에 놈들과 목숨을 걸고 싸운 적도 있고.
“아. 그 중국 놈들 말인가?”
김병철은 중국 패잔병 집단과 접점이 있다.
전성기 시절 보여주기식의 정전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고.
“채널은 있어. 연락을 안 한 지 오래됐지만 아마 내가 연락을 하면 응하겠지.”
김병철과 관계를 형성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다지 탐탁하지 않았다.
그가 군벌 출신이라는 것도 있지만 그 같은 권력자의 눈에 들어봐야 좋을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게 당시 내 계산이었으니.
인생은 길고 알 수 없다는 말만큼 보편적인 타당성을 갖춘 것도 없을 것이다.
각자 서로 많은 변화를 겪었고 새로운 서울이라는 장소에서 합류한 우리는 다방면에서 서로에게 도움과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젠장.”
김병철이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양반이 한숨을 내쉬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일부러 묻지 않았다.
굳이 물어봐야 일거리만 늘어나겠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상층부 사람들은 요즘 내가 편하게 지낸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방어선을 만드느라 서류와 작업과 씨름할 동안 나는 사무실 안에 종일 죽치고 있다가 가끔 주변 시찰을 나가는 게 전부니까.
변명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굳이 나를 위한 변명을 하자면 미래에 대해 대처하는 매우 중요한 일을 하고 있긴 한데 대한민국에서 연구라는 건 농땡이를 친다는 것과 동격으로 취급된다.
하지만 김병철 눈에 비친 나는 시간 많은 한량인 모양이다.
“우리 딸년이 말이야. 요즘 이상한 놈과 바람이 났어.”
장군이 넋두리를 시작했다.
“흠······.”
“딱 봐도 기둥서방 같은 놈인데. 어디서 그런 게 지금까지 살아남았는지. 하여간 딸년들이란 게 다 그 모양이지. 출가외인이라는 말이 왜 있겠어? 그때 잘 안됐더라도 어떻게든 아들을 얻었어야 했는데.”
“출가왜인······?”
“처음 듣는 말인가.”
“집을 나가면 일본인이 된다는 말씀입니까?”
“······뭔 개소리야?”
김병철이 실패한 이유는 유머 감각이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장장 30분에 걸친 넋두리를 듣고서야 중국인과 연락을 해보겠다는 답을 받았다.
약 2시간 후, 사무실에서 간만에 인터넷 활동을 하고 있을 때 김병철의 부하가 날 찾아왔다.
연락이 됐단다.
그것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야기가 됐단다.
“중국 놈들도 슬슬 한계지. 4년이면 뭐든 동날 시간 아닌가?”
김병철이 꺼림칙한 미소를 머금으며 중국인과의 협상 내용을 전해줬다.
“약간의 물자를 요구했어. 잠수함을 굴리는지 선박 관련 부품과 기름을 요구하더군. 이건 박헌터가 우소장한테 직접 이야기를 해야 겠어. 내가 창고 관리 하긴 하지만 이 정도 물자 반출은 우소장 허락을 맡아야 하니.”
“그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겁니다.”
“아, 그리고 중국에서 사람을 하나 보낸다고 하더군.”
“사람요?”
“그래. 한국어가 가능한 교섭 인원을 곧 보내겠대.”
그 문제의 교섭인은 바로 다음 날 서울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 교섭인.
간도 크다.
장갑차를 타고 온 것까진 좋은데 장갑차에 중국 깃발, 오성홍기를 매달고 있다.
“뭐야. 저거?”
“미쳤냐. 저게.”
“뭐하는 거야? 군인들은? 당장 박살을 안 내고.”
“휴전한 거 아니야? 김병철이가 뭐 만주 받는답시고 쌩쇼를 했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대한민국에서 저 역겨운 나라 국기를 매달고 오냐.”
내가 생각해도 제정신은 아니다.
애국심이 극도로 투철하거나 아니면 마음 한구석이 망가진 사람이 분명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 문제의 인물과 만났다.
네 명이 왔지만 교섭인은 단 한 명이다.
그런데 그 교섭인. 내가 아는 얼굴이다.
“저 여자야.”
김병철이 정부 관료와 인사를 나누는 젊은 여성을 나란히 서서 응시하며 속삭였다.
“······.”
중국군 잔당이 한창 물건을 내다 판 적이 있다.
지금은 물건이 다 떨어졌는지 더 이상 쇼핑몰을 운영하지 않지만 나도 당시 중국인과 거래를 한 적이 있어서 잘 안다.
저 여자.
당시 현장에 있던 중국 헌터다.
그것도 두 눈에 은은한 빛이 서린.
“쟝슈잉양이네.”
김병철이 그 여자를 내게 소개했다.
“이쪽이 박규. 우리 쪽 헌터 책임자야.”
그 여자가 은은히 빛나는 눈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흠잡을 곳 없는 한국어.
세련된 이목구비와 균형 잡힌 자세, 멀리서 봐도 영리함이 느껴지는 품행을 보니 다른 일을 하더라도 주목을 받았을 여자다.
특히 지금 시대에 잘 만든 명함을 내민다는 게 뭐랄까, 신선하게 느껴졌다.
명함에 적힌 이름은 간자체와 번자체, 영어로 표기되어 있었는데 번자체를 보니 이 여성의 이름은 장수영이라는, 한국어로 놓고 보면 대단히 친숙한 이름이다.
마치 내 은사 장기영과 비슷한.
“반갑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내가 프로페서라는 사실은 철저하게 숨겼다.
김병철이 안하무인에 제멋대로 하는 구석이 있지만 이 양반도 괜히 장군 자리에 오른 게 아닌지 중요한 영역에서만큼은 철두철미하게 행동한다.
자리를 옮겼다.
상대방이 상대방인 만큼 협상은 좁은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주된 내용은 중국 측에서 제공할 정보의 가치와 우리가 제공할 물자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우민희가 허락한 물자가 그리 많지 않기에 깐깐하게 심사를 봐야 한다.
중국어도 모르고 중국군 잔당 몇 명을 사살하기까지 한 내가 이 자리에 동석한 건 정보 제공을 요청한 것이 나고 그러므로 내가 필요한 정보를 취사선택하기 위함이다.
내가 중국인에게 요청한 정보는 전쟁 직전, 중국 정부에서 가지고 있는 일련의 데이터 중 중국이 보고하지 않은 새로운 타입에 관한 정보다.
상혼에 밝은 중국인과 정직한 거래를 한다는 건 덤터기를 쓰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에 위장용으로 몇 가지 부차적인 요구도 함께 했다.
이를테면 침식 지대에서 장기간 생존한 사람의 건강 자료라든지, 중국제 대 몬스터 병기에 관한 종류 및 스펙, 중국 정부에서 비밀리에 실행했다던 총 10회에 달하는 균열 내부 핵 폭발 작업 및 그 결과 등등.
장수영은 흔한 태블릿 대신 큼지막한 학생용 노트를 꺼내 펜으로 알아볼 수 없는 글자를 쉴 새 없이 적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협상에 임했다.
그녀는 왼손잡이였는데 중국어를 잘 모르지만 상당한 악필인 것 같다.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박 선생님. 아까 말씀드린 거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자기가 적은 글자를 못 알아보고 다시 나에게 설명을 요구한 걸 보면 확실하다.
김병철의 예측대로 중국군 잔당 쪽의 사정은 꽤나 열악한 것으로 보였다.
우민희가 허용 물자를 작게 배정하긴 했지만 거기서 김병철이 절반이나 내려친 걸 장수영은 순순히 수용했다.
“······그쪽도 빈궁하다면 어쩔 수가 없죠. 그렇게 하도록 해요.”
그래도 중국인은 중국인이다.
순순히 간과 쓸개를 다 빼 줄 것처럼 하다가도 결정적인 부분에서 한 방을 먹인다.
“하지만 우리 측 자료는 전송, 복사가 불가능합니다. 오직 허가된 단말기를 통한 열람만 가능하세요.”
중국 측에서 가지고 있는 자료는 완벽하게 봉인처리 된 것으로 봉인 시점 이후부터는 오로지 읽기만이 가능, 다른 행위는 불가능하며 행여라도 억지로 데이터 반출 등을 시도할 경우 자체적인 파쇄 프로그램에 따라 자료를 파기한다고 한다.
해킹으로 악명 높았던 족속들이니 그만큼 자기 것에도 신경을 썼겠지.
북한 멸망 후, 외국에 있던 엘리트 해커들이 중국 상대로 대대적인 해킹을 해서 각종 기밀 자료를 미국이나 유럽에 팔아먹었다는 이야기도 나돌기도 했다.
아무튼 이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싸게 정보를 주긴 줄 텐데 직접 와서 보라는 것이다.
아마도 그 직접 가야 할 사람은 분위기상, 그리고 명분상 나인 것 같고.
그런데 또 하나의 문제가 생겼다.
자리가 파하고 중국인들이 다시 자기네 본거지로 돌아가려고 할 때였다.
장수영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으며 내게 다가왔다.
주변의 눈치를 한 차례 살핀 후 그녀가 귀에 대고 속삭였다.
“오실 거죠?”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이런 식으로 구는 걸 보고 항의를 담아 노려보자니 장수영은 보다 진해진 미소와 더불어 나의 또 다른 이름을 덧붙였다.
“프로페서.”
그녀를 진지하게 보았다.
나는 이 여자를 알지 못한다.
중고 거래를 하기 전에는 본 적도 없다.
하지만 이 여자가 나를 아는 건 사실인 것처럼 보였다.
“황금 양털 받으실 때 그 자리에 있었어요.”
“······.”
그렇다면 모를 수가 없겠지.
당시 회장이 촬영금지에 엄격한 몸수색을 했다고 하지만 50명이 넘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여서 그 빛바랜 장식을 수여하는 장면을 지켜봤으니.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녀가 떠나자 구석에 있던 천영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박 선배.”
무슨 말을 할지는 뻔하다.
가지 말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여기서는 안 가는 게 보다 현명한 선택이겠지.
하지만 저 여자도 혼자 오성홍기를 휘날리고 적지에 왔다.
용기를 과시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내 오랜 헌터 생활 중 나름 격언이란 걸 만들어 보라면 아래와 같은 말을 타인에게 전하겠다.
모르면 죽는다.
그러므로 두려울 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