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House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94)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394화(394/466)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 394화
160. 내일 (1)
몬스터 무리라는 건 인간이나 짐승의 무리와는 성격이 다르다.
인간이나 짐승의 무리라는 게 어깨와 어깨를 맞댈 정도로 밀집한 상태라면 몬스터의 무리라는 건 특별한 조건이 있다.
그 조건은 아래와 같다.
1. 균열에서 최소한 10km 떨어진 영역에서.
2. 1,250제곱미터 안에 4마리 이상이 관측될 때.
종래의 통설은 몬스터 무리를 우연의 일치로 파악했다.
그 설에 따르면 몬스터는 생명이라기보다는 목적이 부여된 기계 같은 존재로 아무런 목적 없이 무작위 방향으로 방황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제 그 통설은 반박됐다.
그들이 파악한 몬스터의 본질은 어느 정도 진실에 부합하지만 전혀 새로운 유형이 나타났다.
바로 장군 타입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에 의하면 놈은 인간처럼 사고를 하고 다른 몬스터를 움직이고 유도하는 능력이 있다.
충격적인 발견이지만 현직에 몸을 담았던, 특히 균열이 열린 시절부터 몬스터의 진화를 지켜 본 사람들은 이 사실을 예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균열은 처음부터 악의적이리만치 지구의 생물을 흉내 낸 것들을 만들어 내고 있었으니까.
지구의 생물 중 그들을 가장 적극적으로 틀어막는 인간이 그 후보에 포함되리라는 건 경험적으로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사실이다.
중국군 잔당 내에서 입수한 첩보는 더욱 어두운 사실을 이야기한다.
균열은 단지 인간을 흉내 낸 통솔자만을 만든 게 아니다.
놈들은 인간 그 자체를 멸종시킬 비밀스러운 무기를 숨겨두고 있다.
“스크리머”라 불리는 것도 그러한 유형 중 하나.
인간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균열은 인간이 부단히 사용하는 전파에도 관심을 가졌고 그것을 파괴할 수단을 만들어 냈다.
중국의 수많은 헌터와 군인 중 그것을 본 사람은 한 명도 없지만 격전지마다 거짓말처럼 반복된 통신 수단의 파괴는 충분히 통신 수단을 공격하는 몬스터의 존재를 예정한다.
광신도 일부가 그러한 몬스터를 봤다고 주장하는데 광신도의 증언이라는 건 참고는 할 수 있을지언정 증거가 될 순 없다.
암울하게도 막다른 곳에 몰린 우리 인류는 공조라는 우리를 번영으로 이끈 가치를 잊고 있다.
“스크리머라.”
우민희도 처음 듣는다는 반응이다.
“금시초문이야. 균열 내 전투 기록 속에서 그런 건 발견된 적이 없어. 하지만 이름이 지어진 방식을 보면 서방에서 알고 있다는 이야긴데······.”
북미, 유럽 쪽과 연락은 전쟁이 시작되면서 자연스럽게 끊어졌다.
그 이후 의례적인 교신을 몇 번 주고 받았지만 예전처럼 적극적인 정보의 교환은 없었다.
“생존신고만 하는 편이지. 알잖아? 외국애들. 세상 아름다운 척, 친절한 척, 매너 있는 척 다하지만 정작 필요 없어지면 안면몰수하며 돌아서는 거.”
우민희는 북미 쪽 협회를 예전부터 좋아하지 않았다.
“걔들은 그게 패시브고 당연한 거야. 그렇게 행동하면서 동양인이 초면에 띠껍게 굴면 이상하게 보지.”
예전에 연락 담당을 맡은 적이 있는데 그때 크게 한 판 벌렸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사실 우리도 균열 내부 탐사 결과 안 주고 있긴 한데······.”
우민희가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번 무리는 그냥 소멸하겠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출몰한 무리는 8기 이내로 소규모 무리다.
소형종 둘이 포함되긴 했지만 나머지는 중형종.
아마도 24시간 안에 소형종을 제외하면 소멸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몬스터 무리가 새로운 서울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이야기.
하지만 이러한 무리가 우리 지역에 나타났다는 건 평범한 해프닝이 아니다.
모든 몬스터의 행위는 목적이 있다.
균열이 특정 지점에 소규모 무리를 보내는 건 대규모 공세의 사전 징후라고 봐도 무방하다.
개미가 페로몬을 뿌려서 동료들을 끌고 오는 것처럼 몬스터도 선발대를 보내 역겨운 입자를 사방에 퍼뜨리고 뒤에 올 몬스터를 위한 길을 닦아 놓는 것이다.
북경에서 경험했던 대규모 공세도 이러한 사전 징후를 보였다.
그때 우리는 무지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놈들이 우리를 아는 것처럼 우리도 놈들을 안다.
준비를 해야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었지만 더 철저하게 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대한민국은 과거에 상당한 번영을 이루었다.
“무전기를 파괴하는 몬스터라······. 뭐, 말이 안 된다고 할 순 없죠. 당연한 것처럼 총알을 튕겨내는 놈인데 그깟 무전기 하나 못 부수겠습니까?”
“유선이라도 깔아야 하나요? 그것도 박살을 내려나?”
“참. 이거. 무선망 대체한 통신망의 구축이라. 봉화라도 만들어야 하나······.”
그 결과, 대한민국 인구가 10% 이내로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각개 각소엔 자신의 영역에 입지를 구축한 전문가들이 남아 있다.
전기, 화학, 기계, 컴퓨터 공학 등 산업 각 방면에서 활약하던 사람들이 새로운 서울의 각처에서 과거의 가락을 살려 활약하고 있다.
겉보기에는 어수룩하고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눈엔 내가 가지지 못한 지성과 열정의 빛이 번득이고 있다.
무엇보다 그들은 나와 비슷한 불꽃을 가지고 있다.
“까짓것 해보죠.”
증오의 불꽃이 아닌, 살고자 하는 생의 의지의 불꽃이.
기술자들이 통신에 관한 문제를 강구 하는 동안 무기고로 향했다.
“잘 되고 있습니까?”
손가락이 일곱 개밖에 없는 또 다른 기술자, 세븐이 중국제 무기를 분석하고 있었다.
“······네. 그럭저럭요.”
세븐은 찌푸린 얼굴로 작업대 위에 놓인 중국산 청룡도를 뜯어보고 있었다.
“이건, 대체 뭐 하자는 물건인가요?”
“글쎄요.”
짐짓 모른 척을 했다.
이 무기의 미친 용도를 설명해 봐야 평생을 합리성의 세계에서 살아온 이 친구는 영원히 이해를 할 수 없을 테니까.
“다른 건 모르겠고 추진체가 매우 뛰어난 고성능의 물건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겠습니다. 출력도 그렇고 안정성도 그렇고. 우리가 따라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 정도인가요?”
“네. 우리나라 기술보다 확실히 상위의 기술이에요. 아시다시피 거긴 머리 좋은 애들이 과학자를 하잖아요? 도둑질도 더럽게 많이 하기도 하지만 도둑질도 머리가 나쁜 놈들은 제대로 하지도 못해요.”
세븐이 청룡도에 붙어 있던 소형 추진체를 살피며 씁쓸하게 말을 이었다.
“······솔직히 이거 보고 좀 벽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걸 느꼈습니다.”
그가 추진체를 전부터 만들고 있던 장기영과 나의 합작품에 갖다 댔다.
“······.”
모양새가 어느 정도 나온다.
아직은 미완의 장난감에 지나지 않지만.
“저기.”
“네. 대장.”
“이걸 이렇게 좀 만들어주셨으면 합니다만.”
“저 괴상한 무기처럼 날을 달라고요?”
나의 새로운 무기가 될 것이다.
“네. 도끼날이 좋겠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내일을 살아남기 위해 전력을 다해 대비하고 있을 때 인터넷 세상에서는 아무도 예기치 못한 비보가 터져 나왔다.
나의 또 다른 소중한 세계 비바! 아포칼립스!의 서비스 종료 예고가 올라왔다.
*
MELON_MASK : 이제는 살아갈 희망이 없어.
MELON_MASK : 서비스는 종료야.
MELON_MASK : 좆같은 세상!
멜론 마스크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분명 그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히스테리를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다정이에게 갑작스러운 비바! 아포칼립스! 정지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다.
새벽 1시쯤, 일과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서 인터넷에 접속한 순간, 나는 이번 사태가 결코 순탄하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확신을 품었다.
범피가 죽었다.
멜론 마스크의 벗이자 애완동물인 우주 나무늘보 범피가 두 눈을 감았다.
멜론 마스크가 자세한 정황을 이야기해 주지 않았지만 아마도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죽은 게 아닐까.
게시판 상황이 너무나 혼란하기에 폭스게임이 만든 올드비 유저를 위한 전용 게시판 – 폭스코드에 접속했다.
익명458 : 전쟁 후 4년······. 어떻게 보면 뽕을 뽑았지. 세상이 망해도 이렇게 길게 서비스 해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berkut_break : 비바가 없어지면 여기도 없어지겠지?
Denis_Oldman : 뭐, 잘 됐네. 나도 이번 겨울이 마지막일 것 같거든. 재작년엔 정말 열심히 물자도 비축하고 보수도 하고 안하던 스케빈징까지 했는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럴 때 대비해 소주 한 병과 번개탄 하나를 준비했지.
tntn_Orthopedics : 소주 한 병으로 취하냐? 무시하는 게 아니라 다들 술 많이 마셨잖아?
Denis_Oldman : 소주 말고도 위스키도 있어. 싸구려긴 하지만.
Dies_irae69 : 게시판이 없어질수록 우리는 더 뭉쳐야 해. 다들 있는 위치를 말해 줘. 가까운 곳이면 내가 부하들 보내서 데리러 갈게.
mmmmmmmmm™ : 왜 다들 죽는 소리야. 연례행사잖아. 우리 멜론이 발작하는 거. 까놓고 말해서 그 새끼가 우주에서 할 게 뭐가 있어?
익명424 : 서울은 어떠냐? 듣자하니 뭔 몬스터가 쳐들어온다던데.
foxgames : 서버 프로그래밍 해본 사람 있냐? 네크로폴리스를 경유한 대체 사이트를 만들어보려 하는데.
…
…
게시판의 분위기는 뭐랄까, 담담했다.
예전 같으면 멜론 마스크 욕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냐는 한탄에 실로 어지러워졌을 텐데 지금은 모두가 당연한 것처럼 이 암울한 소식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추세다.
모두 지친 거겠지.
이미 살 만큼 살았고 더 살아봐야 예전처럼 될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인 것이겠지.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들은 멸망이라는 공통된 운명 속에 매몰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게시판에서 눈을 돌렸다.
굳이 이 우울한 장례식 같은 분위기에 동참하고 싶지 않았다.
대신 오래전부터 나름의 인연을 구축한, 여전히 얼굴을 알지 못하는 여성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SKELTON : 진짜 여기 문을 닫는 겁니까?
잠시 후, 비바봇이 대답했다.
VIVA_BOT014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네.
VIVA_BOT014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이미 본사는 비상이에요.
VIVA_BOT014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아실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유일하게 돌아가는 위성 네크워크를 구축하고 있기에 주정부에서도 전력과 물자, 이런 지원을 해주고 있었거든요.
VIVA_BOT014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하지만 멜론이 서비스를 종료한다면 여기도 끝이죠. 이미 여기 있던 직원도 대부분이 떠나버렸는데······.
비바봇 답지 않다.
VIVA_BOT014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하아… 저도 쫓겨날 거고요. 먼저 떠난, 두 번 다시 얼굴을 볼 수 없는 오피스 동료처럼 말이죠.
그녀의 메시지엔 슬픔, 정확히는 다가올 파멸에 대한 두려움이 묻어있다.
까놓고 말해서 안정된 조직 보호 하에 있던 사람이 맨땅으로 나와서 할 수 있는 게 뭘까?
아마 두 가지 미래가 있을 것이다.
갖가지 고통을 맛보다 죽든가, 아니면 빠르게 죽든가.
전부터 갖고 있는 멜론 마스크에 대한 반감을 되새기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SKELTON : 어떻게 그쪽에서 해결하는 방법은 없어요? 언제까지 그 우주로 간, 까탈스러운 사람 하나 때문에 게시판 전체가 좌지우지돼야 하나요?
멜론이 뛰어난 사업가인건 맞다.
그의 천재성과 대담한 실행력 덕분에 우리가 멸망기라는 가혹한 세상에서 인터넷이라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인연을 구축하며 영혼에 위안을 얻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지나치게 자신의 권한을 남용했다.
그가 진짜 죽을 뻔했던 최초의 이벤트를 제외하면, 그는 폭스코드의 게시판 유저의 말마따나 주기적으로 히스테리를 일으켰고 그때마다 게시판 문을 닫겠다는 협박도 함께 했다.
SKELTON : 범피가 죽어서 슬픈 건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인생과 다를 바 없는 게시판 문을 닫겠다는 건 과도한 처사가 아닌가요?
언젠가 게시판도 문을 닫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모습은 이런 식의 급작스러운 폐쇄가 아닌, 게시판 유저가 전부 다 죽어 없어져서 찾아 올 그러한 결말이다.
폭스게임이 만들었던 게임상에 구현된 사이버 무덤처럼 말이다.
VIVA_BOT014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전에도 말씀드린 거 같은데 멜론은 우주로 갈 때 자신이 모든 권한을 가지고 갔어요.
VIVA_BOT014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결과적으로 멜론에겐 옳은 판단이죠.
VIVA_BOT014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우리는 몇 번이고 리볼트, 반란을 일으키려 시도했으니까요.
VIVA_BOT014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하지만 멜론의 권한이 너무 막강해요. 어떤 수를 써도 멜론 우위의 구조를 바꿀 수 없었어요.
VIVA_BOT014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멜론이 그렇게 판을 짰고 그렇게 돌아갈 수밖에 없게끔 최초부터 설계를 했으니까요.
VIVA_BOT014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어쩌면 이번이 스켈톤님과 대화하는 마지막 순간일지도 모르겠네요.
“······.”
VIVA_BOT014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아니, 우리의 영웅. 트웰브스퀘어님. 🙂
찰칵-
스크린샷을 저장했다.
그리고,
타닥타닥
키보드를 두드린다.
SKELTON : 그런 이모티콘은 쓰지 마세요.
VIVA_BOT014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네?
SKELTON : 한국에서는 평판이 안 좋은 사람이 쓰는 겁니다.
VIVA_BOT014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
SKELTON : ㅇㅅㅇ
SKELTON : 멜론 마스크와 대화를 하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