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House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97)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397화(397/466)
397화 161. 자리 (1)
인도를 필두로 동남아를 장악하고 나아가 중국과 북한을 파멸로 몰아넣은 균열이 아직 유라시아 반도 끄트머리에 남은 대한민국을 좋게 볼 리는 만무하다.
놈들의 공세는 놈들에게 있어서는 과정이고 우리에겐 필연이다.
강변엔 수많은 병사가 저마다의 진지에서 결전을 대비하고 있다.
강을 내려보는 요지마다 전차 혹은 대 몬스터 포대가 자리 잡고 후방에는 다채로운 구경의 야포와 다연장포가 포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병력이 가장 많이 배치된 곳은 주저항선인 강변 지역이지만 그에 못지않은 병력이 도시 외곽을 지키고 있다.
대규모 몬스터 공세에는 반드시 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광신도가 함께 들이닥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광신도라고 편하게 부르고 있지만 실제로 광신도는 갖가지 교단으로 쪼개져 있고 그 성격은 교단마다 천차만별로 다르다.
파주 균열에서 보았던 정말로 몬스터와 하나가 되고 싶은 정신병자들과 함춘옥이 몸담았던 사이비들은 같은 광신도지만 전혀 다른 물질이다.
이 중에 가장 극단적이고 해악을 끼치는 건 아예 몬스터 편에 서서 인간 세상을 끝장내려는 무리다.
이들의 기원은 중국에서 탕핑족이라 불리던 중국판 N포 세대로 그들의 선배 세대가 문화혁명 당시 보여줬던 광기를 21세기식으로 업그레이드, 중국이라는 거인의 멸망에 일조했다.
우리가 광신도를 인간으로 보지 않는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놈들이다.
북한 쪽에 이러한 과격한 광신도 교단이 북한 멸망에 큰 영향을 끼쳤는데 군단파가 대한민국의 충성스러운 군대 시절엔 감히 남쪽 경계에 침범할 생각도 하지 못했지만 군단파가 변절한 후 그들은 다른 교단과 함께 알음알음 대한민국 영내로 독버섯처럼 퍼져나갔다.
확인된 첩보에 의하면 이러한 과격파 광신도와 동맹을 맺은 군벌 세력이 대규모 몬스터 무리가 발견된 시점부터 부대를 서울 쪽으로 움직였다고 한다.
중국에서 경험에 의하면 이들은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늘 몬스터의 움직임을 보면서 몬스터가 조금이라도 더 쉽게 인간의 영역이 무너지게 유도하거나, 무너진 방어선을 넘어 갖가지 파괴행위를 일으킨다.
특이한 점은 이들이 조금이라도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을 발견할 경우, 그냥 죽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화혁명 당시에 그들의 선배가 그랬던 것처럼 이들은 대중 앞에서 갖가지 모욕을 주고 조롱을 한 다음, 터무니 없이 희화화된 형식으로 그 사람을 처리한다.
내가 아는 이들의 처형 방법 중 하나는 처형자 두 명을 허공에 묶은 다음, 힘껏 다른 방향으로 끌어 올려 서로의 머리를 부딪치게 해서 죽이는 것이다.
처형은 마치 중세의 처형처럼 왁자지껄하고 박장대소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 외에도 인간 두더지 잡기, 칼네아데스의 판자, 믿음의 도약 등 수많은 인격모독적인 처형 방식이 있었다.
하나 같이 모멸적이고 희화적이다.
세상의 모든 가치를 조롱하는 그들에겐 인간의 죽음조차 조롱의 수단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 한국에 침투한 과격파 광신도들이 중국을 불태우던 광신도와 같진 않겠지만 그 폭력적이고 인간 멸시적인 태도는 어느 정도 승계했을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중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방어선에 부담을 준다.
“병력이 부족해.”
김병철의 한마디에 모든 게 담겨 있다.
새로운 서울이 빠르게 커지면서 지켜야 구역이 많아졌다.
특히, 대인전이 중심이 될 동부 방어선이 문제가 됐다.
지켜야 할 구간은 지나치게 넓은데 강가처럼 방어가 쉬운 것도 아니고 상대방은 멀리서도 잘 보이는 몬스터가 아니라 위장과 은신을 즐겨 사용하는 인간이다.
한정된 병력만으로 이 넓은 전선을 커버할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자원병을 받기로 했다.
새로운 서울에 몰려든 사람들은 가족이나 소규모 집단 단위도 있지만 피난소 단위로 움직이던 대규모 무리도 적지 않다.
이러한 피난소 집단은 자체적인 리더와 무력 집단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상당한 전투 경험을 가지고 있다.
김병철은 이런 피난소 집단에게 구역을 할당하여 방대한 동부 방어선의 빈 부분을 채워 넣으려 했다.
사실 이쪽 대인 방어선은 내 담당이 아니다.
내 관할은 오로지 북쪽에서 몰려올 몬스터 무리다.
내 자랑은 아니지만, 북방 방어선은 퍽이나 잘 만들어졌다.
“여기는 이기자 원. 이기자 원. 돌출한 몬스터에 대한 공격을 시도한다.”
시가지와 시가지 사이, 핵폭격을 맞고 무주공산이 된 드넓은 개활지에 국산 주력 전차를 대 몬스터용으로 개조한 최신예 전차를 적극적으로 운용, 홀로 행동하거나 앞서가는 몬스터를 끊어주는 한편, 따로 움직이는 몬스터를 하나로 뭉치게 하도록 장갑판을 두른 센트리 건을 곳곳에 설치했다.
대부분의 몬스터가 반사 역장을 칠 때 정지하는 패턴을 노려 속도를 늦추는 데 사용했다.
마지막으로 포격 킬존으로 설정한, 타격 구간 주위엔 건물을 모조리 철거해 몬스터가 숨거나 방어 효과를 볼 수 있는 일을 원천 차단했다.
그렇게 몬스터가 보기 좋게 킬존에 모여들면,
“여기는 맹호. 목표 지점에 포격을 실시한다.”
10km 바깥에 자리 잡은 포병대가 죽음의 비를 뿌린다.
그 안에서 몬스터는 아무것도 아니다.
균열 주변의 킬존은 사라졌지만 새로운 킬존을 각고의 노력 끝에 만들어 낸 것이다.
너무나 쉽게 몬스터 무리를 격퇴하자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뭐야? 몬스터라는 놈들. 이렇게 약한 놈이었나?”
“대체 왜 진 거지?”
“그러게 말이야. 이해가 안 되네.”
“예전엔 그 뭐냐? 63빌딩만 한 커다란 소라게 같은 놈도 있었던 거 같은데. 그놈에 비하면 진짜 아무것도 아니네.”
포탄의 빗속에서 빛의 입자로 화하는 몬스터를 보면서 사람들은 몬스터라는 존재를 쉽게 재단하려 들지만 막상 그들 앞에 “날 것” 그대로의 몬스터가 나타난다면 아마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총격을 가하는 순간 그들의 몸과 머리엔 구멍이 날 것이고 어설픈 접근 시도는 몬스터의 공격 능력에 의해 접근도 하기 전에 좌절될 확률이 높다.
몬스터의 근접 능력이 약하다는 건 사실이지만 여기서 약하다는 말은 다른 몬스터의 초월적인 능력에 비해 약하다는 이야기지, 평범한 인간이 얕볼 정도로 단순하지 않다.
그 근접 능력 최약체라는 네크로맨서와 스파이더 타입조차 아무렇게나 휘두른 팔다리나 움직임만으로 사람을 간단하게 찌그러뜨릴 수 있다.
침투형 소형종이 이럴지인데 전투형으로 분류된 중형종이 인간 전열에 난입한다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학살이다.
괜히 중국이나 인도 같은 강대국이 몬스터에게 멸망한 게 아니다.
놈들은 인간의 천적이다.
단지, 인간의 가장 큰 능력인 생각과 계획을 통해 이 무시무시한 적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방식을 만들어서 쉽게 죽이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이는 균열에 배치됐던 우리 헌터의 주 임무가 대열에 난입한 중, 소형종을 처치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게다가 사람들은 몬스터의 진정한 무서움에 대해 알지 못한다.
놈들은 생명이 아니다.
기계처럼 무한히 찍어낼 수 있는, 아니, 무한히 복제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같은 존재다.
북경 방어전의 전투는 3개월간 지속됐다.
3개월간 모든 구역을 빈틈없이 철통같이 방어했지만, 한 구역이 무너지자, 그 수십만 병력이 지키던 방어선 전체가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사람들은 북경이 무너진 이유가 우연히 중국 수뇌부에 침투한 몬스터의 소행이라고 말하지만 이미 그전에 방어선은 끝없이 몰려드는 몬스터에 의해 한계에 이르러 있었다.
그러니까 이제 겨우 시작됐을 뿐이다.
언제 끝날지 모를 영원한 싸움은 말이다.
“파주 균열에서 강한 파동 확인! 제32파로 추정됩니다.”
오직 우민희의 연구원과 관측 대원만이 진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의 눈높이에서만 생각하는 법이다.
“박규 대장.”
김병철이 날 불렀다.
“정말 미안한데. 동쪽에 말이야. 자꾸 사람들이 실종되는 일이 일어나서 말이야. 이게······. 뭐라고 해야 하나. 사람 소행은 아닌 것 같단 이 말이야?”
김병철은 균열에서 복무한 적도 없고, 균열에 복무할 정도로 정부의 이쁨도 받지 않았다.
그런 그가 우리의 전투를 쉽게 생각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세상일이라는 게 늘 그렇듯,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
“정말 미안한데 시간이 나면 조사를 맡아주지 않겠나? 부탁할 사람이 자네밖에 없어서 말이야. 알다시피, 자네만큼 능력 있는 사람이 없잖아?”
보통이라면 거절할 일이지만 동쪽의 전투는 북쪽의 전투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런데 북쪽은 현재로서는 안정된 상태.
정확히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같은 강도의 공격이 온다면 무리 없이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돕는 게 옳을 것이다.
게다가 흥미로운 사진 한 장이 내 구미를 당겼다.
김병철이 제시한 사진 안엔 무장한 사람들이 몬스터로 추정되는 무언가와 함께 움직이는 듯한 장면이 담겨 있었다.
*
“아, 거기?”
간만에 디펜더와 동행했다.
그는 동부 방어선에 배치된 몇 안 되는 헌터 중 하나다.
헌터라고 하지만 그는 몬스터를 잡는 헌터라기보다는 인간을 더 잘 잡는 헌터니, 적재적소의 배치라고 생각한다.
게시판에 각인 된, 은둔 성향의 사이코패스 살인마라는 이미지와 다르게 디펜더는 매우 발이 넓은 친구다.
과거 서울에서 공공근로에 참가하여 이제는 전설이 된 복권 추첨에 참가한 경력에서 알 수 있듯이 디펜더는 스케빈저 뿐만 아니라 갖가지 일을 하고 돌아다니는 친구다.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으레 그렇듯 겉보기의 사회성도 나쁘지 않은지라 발도 넓고 정보도 빠르다.
매일매일 광신도들과 죽고 죽이는, 극한의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디펜더답게 그는 서울 내부에 자리 잡은 조직의 정보에도 빠삭했다.
“지방 법원장인가? 아무튼, 꽤 잘난 사람이 리더인 곳으로 알고 있어.”
디펜더 이외에도 그의 팀원 몇 명이 함께 했다.
천영재도 데리고 왔는데 디펜더는 천영재를 보고 아무 말 하지 않았고 천영재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과거에 쌓인 감정의 골이 시간이 흘려도 치유되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가는 곳은 김병철이 A-24 지역이라고 부르는 동부 방위선의 한 지역이다.
앞서 이야기한 병력 부족으로 피난소 집단에게 방어를 맡긴 구역이다.
이쪽 방어선을 맡은 피난소는 대전 출신으로 대전에 있다가 빠르게 인천으로 건너간 무리 중 하나라고.
대전에 남았던 다른 피난소가 거의 와해된 반면 그 집단은 지금까지 방어선 한 자리를 받을 정도로 조직이 잘 유지되고 있었다.
피난소 인원은 3천 명가량인데 이중 무려 2천5백 명이 총을 들 수 있다고 한다.
다만 그들이 전선에 투입한 건 5백 명 남짓.
40대 후반에서 50대 사이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전쟁 전 기준으로야 50대 정도면 한창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지금은 건강에 문제가 생긴, 늙은 측으로 분류한다.
의료체계가 박살이 나고 절대적인 영양이 부족해지고 몸으로 움직이는 활동이 늘어난 탓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만연한 공포, 하루하루가 격심한 스트레스 환경이라는 건 논외로 하고서라도 말이다.
한마디로 피난소 측은 죽어도 영향이 덜한, 피난소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사람들을 전선에 보낸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전투력을 폄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른바 군대가 빡셌던 시절에 군 생활을 한 사람이 대부분이고 지옥 같은 4년 동안 갖가지 경험을 하며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
중국제, 미제, 국산, 갖가지 총기를 든 채 우리를 쳐다보는 피난소 자원병의 눈빛은 결코 예사롭지 않았다.
사고가 터진 구역답게 장내의 분위기는 싸늘하고 긴장이 감돌았다.
디펜더의 말에 의하면 스무 명이 지키던 거점이 소규모 공격을 받는다는 소식을 끝으로 연락이 두절됐다고 한다.
거점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실종 상태.
땅 위엔 강제로 끌고 가거나 이미 죽은 사람을 끌고 간 흔적이 남아 있었다고.
전형적인 광신도 부역자의 행동이다.
주도적인 공세를 담당하기보다는 방어선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집적거리며 희생자를 만들어 내며 방어선 전체를 뒤흔들려 한다.
이 집단을 이끄는 건 점잖은 관상에 관록이 느껴지는 초로의 남성이었다.
“강정우입니다.”
몸에 밴 예의와 상대방의 존중, 그러면서도 내면의 강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중후한 음성은 우리가 매체에서 보던 판사라는 사회적 지도층의 스테레오 타입이었다.
디펜더의 말대로 그는 전쟁 전 지방 법원장 출신이라고 한다.
이러한 사회적 명망을 가진 인사가 피난소가 운영되던 초반에 리더로 임명되는 일은 흔한 일이었다.
다만 멸망이 가속화 함에 따라 사회적 명망보다는 개인적인 능력, 지도력이 중시되면서 대부분 퇴출당하고 강한 자만 남았을 뿐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아직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건 이 강정우라는 사내가 전쟁 전은 물론이고 전쟁 후에도 명사로 부족함이 없다는 인재라는 걸 의미한다.
“······이미 들으셨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거점에 야참을 전달하러 가던 우리 측 사람이 신도에게 끌려가는 사람들과, 그리고 그 너머에 우뚝 서 있던 몬스터를 보았습니다.”
몬스터를 동반한 광신도라는 기믹은 일전에 인천 쪽에 들렀을 때 체험한 적이 있다.
정확한 진위를 확인한 건 아니지만, 광신도 일부가 몬스터를 무기로 쓴다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이라 생각한다.
북부에서 몬스터의 공세가 격화되는 와중에 취약한 동부 방어선, 그것도 피난소 출신이 지키는 가장 약한 부분에 광신도가 몬스터를 앞세운 공세를 한다면 아마도 우리 방어선은 대단히 위태로워지지 않을까?
“몬스터라는 게 조종이 가능한 건가?”
천영재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보고 들은 게 많은 디펜더는 비슷한 도시 전설을 여러 번 들은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이른바, 신의 사자가 신도를 도와 적을 벌한다는.
뭐, 그것과 별개로 강정우라는 사람은 주변에서 대단히 신뢰받는 것으로 보였다.
어떤 사람을 보라면 주변 사람을 보라는 말처럼, 강정우 주변의 피난소 사람들은 사소한 태도에서 강정우에 대한 존경을 숨기지 않았다.
“원장님. 그럼 삼일 아파트 쪽도 보여드릴까요?”
“제가 가겠습니다. 원장님. 현수 아빠는 어제도 야근을 해서요. 종필씨 장례식에 가서 밤을 새웠거든요.”
“저도 가겠습니다. 원장님.”
그들은 강정우를 부를 때마다 원장님이라는 칭호를 꼬박꼬박 붙였는데 그 태도엔 어떠한 위화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속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마음에서 그 사내를 따르고 있다는 이야기다.
“······.”
솔직하게 말하자면 위가 좀 쓰렸다.
나 또한 여러 사람을 거느렸고 많은 존경도 받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많은 사람을 진정으로 따르게 한 적은 없었다.
나에 대한 존경은 어디까지나 내가 아닌, 프로페서라는 나의 업적에 대한 존경에 가까우니까.
강정우와 이야기를 끝낸 후 바깥으로 나왔다.
피난소 측 사람들이 우리를 사고가 난 아파트 쪽으로 안내해 주기로 했다.
이런 사태가 늘 그렇지만 현장에 가도 딱히 재밌는 걸 찾을 순 없다.
흩어진 소지품, 핏자국, 사람이 끌려간 자국 정도.
몬스터의 발자취로 보이는 걸 찾으려 했지만 사진 상의 몬스터는 네크로맨서 타입으로 보였다.
네크로맨서 타입은 살짝 공기 중에 부양한 채 움직이는 놈이다.
필요하지 않은 이상 앙상한, 고목 같은 다리를 땅에 디딜 일이 없다는 이야기.
다만 공격 경로, 전투 경과를 복기하는 수준에서 점검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저물어 갈 무렵이었다.
폐허를 뒤지던, 유난히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지 않던 고집스러운 관상의 사내가 투덜거리며 중얼거렸다.
“그 새끼, 법원장도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