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House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420)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420화(420/466)
420화 169. 물음 (2)
파멸의 비가 안개 휩싸인 구역에 내린다.
굉음과 함께 섬광이 안개 속에서 꿈틀거리고 뒤이어 연기가 흩날리는 진눈깨비 위로 솟아올랐다.
30분 간 이어진 폭격이 끝난 후 미군기들은 보란 듯이 우리 머리 위를 한 바퀴 선회한 후 짤막한 전문을 보냈다.
[ 행운을 빈다. ]그러기를 바란다.
폭격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연과 일회용 드론이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목표 90% 이상 파괴 확인. 나머지는 화질 이슈로 불명이나 아마도 파괴된 것으로 추정. 다만 경계는 게을리 하지 말 것.”
홍다정이 교신기로 상황을 보고했다.
공용주파수로 지극히 사무적인 어조로 한 차례 보고한 그녀는 곧 개인 주파수로 주파수를 변경, 내가 아는 그녀의 목소리로 조금은 짓궂은 어조로 덧붙였다.
“스켈톤. 우리 할 일도 많은데 아직 죽으면 안 돼? 우리 아직 할 일이 많지 않아?”
피식 웃으며 답했다.
“노력해 볼게.”
육중한 엔진음과 함께 전차와 장갑차가 등장했다.
얼굴에 흉터가 길게 난 군인이 내게 경례하며 전투 준비를 마쳤다고 보고했다.
그에게 감사를 표하며 전차 상태와 적재된 화물을 확인했다.
전차 상태는 불량하다.
파괴된 걸 억지로 재생해서 살려낸, 이른바 좀비 전차기 때문이다.
멀리서도 탈탈거리며 위태로운 엔진음을 내는 게 당장이라도 퍼질 것 같지만 엔지니어 말로는 적어도 한 번의 전투는 버텨낼 수 있을 거라고.
그 이외엔 전부 양호하다.
장갑차 안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를 찾았다.
스르릉-
장갑차 안엔 마치 바벨봉에 도끼날을 달아놓은 것 같은 기다란 양손 도끼가 놓여 있다.
바벨봉 만큼 무겁진 않지만 한 손으로 다루기에 충분히 부담스러운 무게기에 양손으로 그것을 붙잡고 기능을 점검했다.
촤아악—
현장에 있던 군인과 헌터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 무기를 지켜봤는데 하부 금속제 스커트가 뒤집힌 우산처럼 펼쳐질 땐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뭐야. 그건?”
하태훈이 물었다.
“아? 이거.”
피식 웃으며 스커트를 수납했다.
“비장의 무기지.”
그렇다.
비장의 무기다.
약 10년 전. 운명을 결정지은 날.
그날의 복수를 위해 만들어 낸 물건이다.
물론 나 혼자의 아이디어로 만든 것만은 아니다.
내 은사 장기영의 아이디어가 중심에 있었고 스러진 이름 모를 중국인의 생각과 기술, 그리고 무엇보다 놈과 직접 상대한 나의 증오가 저 번득이는 날에 오롯이 담겨 있다.
뒤이어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입은 엔지니어가 현장에 도착했다.
그들은 내가 주문한 비장의 무기의 또 다른 파츠를 가지고 왔다.
그것은 두 개의 노즐로 구성된 추진체다.
“박규 대장. 요청한 물건입니다.”
엔지니어의 리더 세븐이 내게 그것을 내밀었다.
묵직한 무게.
철컥!
그것을 비장의 무기 하부에 결합했다.
제대로 된 공장에서 찍어낸 게 아닌, 100% 수작업으로 만든 물건이지만 결합부는 놀랄 정도로 부드럽게 맞물렸다.
세븐을 포함한 엔지니어들을 보았다.
의기양양하면서도 당당한 표정을 지은 채 나를 주시하는 그들은 우리를 떠받드는 또 하나의 기둥이다.
공돌이들 아니랄까 봐 감사를 표하려 하기도 전에 실용성부터 따지려 들었다.
“느낌이 어때요? 쓸만해요?”
안 그래도 무거운 양손 도끼의 무게가 제법 버거울 정도로 묵직해졌다.
실전에서 제대로 휘두르기 어려울 정도의 무게 중심을 가진 건 덤.
“좀 무겁긴 하네요.”
하지만 이 무기의 용도는 일반적인 도끼와는 다르다.
이 녀석은 오직 하나의 몬스터를 잡기 위해 설계됐다.
“하지만 완벽합니다.”
세븐이 뒤를 돌아보아 기술자들과 미소를 교환한 후 다시 나를 보았다.
“그나저나 그 무기 이름은 뭡니까? 로켓이 달린 도끼니 로켓 도끼?”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유치하고 멋없는 이름은 이 박규의 감성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하죠?”
서울을 지키면서도 틈틈이 생각해 둔 이름이 있었다.
내 새로운 무기를 장갑을 낀 손으로 쓰다듬으며 날카롭다기보다는 뭉툭한 날을 구름 사이로 선뜻선뜻 비치는 햇빛에 반사하며 그 이름을 되뇌었다.
“마울.”
엔지니어들이 묻는다.
“마울? 망치 아닙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큰 차이는 없을 겁니다.”
용도는 동일하다.
이것으로 놈의 머리통을 부숴버리겠다.
그 생각밖에 없었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며 엔지니어들이 물러났다.
한 무리의, 도시의 중심에 선 자들이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선배.”
그 선두에 선 건 우민희.
그녀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의수와 의족, 얼굴에 새겨진 흉터로 인해 그녀는 외부 활동을 꺼려 했으니까.
설령 외부 활동을 할 때도 지금처럼 많은 사람에게 모습을 드러낼 땐 챙 넓은 모자를 쓰고 의수 위에 장갑을 끼는 등의 나름의 예장을 갖췄었다.
하지만 지금은 날 것의 의수와 의족, 햇빛 아래 과거의 전투가 새긴 흉터마저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같이 못 가줘서 미안.”
나는 그것이 그녀가 진심을 말하고 있다는 또 다른 표현으로 인식한다.
그녀에게 대답했다.
“미안할 거 없다.”
“······선배.”
“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고맙다. 민희.”
그녀가 내게 진심을 말한 것처럼 나 또한 더하고 뺄 것도 없는 진실을 이야기했다.
전쟁 이후 우리 사이엔 크고 작은 수많은 일이 있었지만 이 도시에서 우민희는 나의 가장 큰 지지자이자 날 여기에 있게 해준 장본인이다.
그녀가 없었다면 아마도 그놈을 다시 만날 생각 같은 건 꿈에도 꿀 수 없었겠지.
선택지조차 없이 최후의 인류 스켈톤이 되는 길을 택하며 냉소 속에서, 나조차 냉소의 대상으로 삼으며 죽어갔겠지.
죽음이 두려운 건 사실이지만, 무가치하게 살다 죽는 것 또한 비참하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긴 비극이냐, 짧은 비극이냐의 차이겠지.
삐—-
부저가 울렸다.
작전 개시다.
한 무리의 헌터가 우리를 스쳐 지나갔다.
디펜더가 이끄는 선발대다.
팀이라기보다는 소대에 가까운 그의 멤버들은 동남부에 뇌운처럼 머무르고 있는 다수 좀비 무리에 대처하기 위해 남기로 했다.
좀비 무리가 슬금슬금 다가오기에 이미 킹과 박펭귄의 군세가 지원을 갔고 디펜더도 거기에 합류하려 한다.
디펜더가 지나치며 내가 엄지를 세워 보였다.
그와는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
단지 눈빛을 교환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서로의 뜻을 이해할 수 있다.
뒤를 돌아보았다.
17개 헌터팀 66명의 헌터와 32명의 군인, 6명의 중국군, 1명의 의사, 1명의 종군 기자를 포함한 96명의 인간이 일제히 나를 응시했다.
디펜더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이에 긴 말은 필요 없다.
마찬가지로 긴 연설도 필요 없다.
중요한 건 결과다.
하지만 그들에겐 다르게 말하겠다.
“오늘 결과가 어떻든 간에 마음에 두지 않길 바란다. 오늘 이 자리에 새로운 서울, 아니 우리 인류를 위해 싸운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는 그중 하나다.”
침묵 속에서 장갑차에 올라탔다.
포효하는 호랑이의 그림과 함께 “범”이라는 큰 붓으로 휘갈겨 쓴 문장이 장갑판 위에 생생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었다.
내가 탑승할 차량이다.
차량 안엔 낯익은 얼굴이 기다리고 있다.
“안녕?”
나혜인이다.
그녀는 모종의 이유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마 제일 큰 이유는 강한민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이기 싫었겠지.
지금 둘의 정확한 관계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좀 더 젊었던 시절에 강한민이 그녀를 사랑했던 건 내가 직접 확인한 진실이니까.
나혜인이 강한민을 여전히 좋아하지 않는 것도 어렴풋이나마 확인한 사실 중 하나다.
그녀는 조금 지쳐 보였다.
“괜찮아?”
아마도 이 도시 전체에 드리운 장군 타입이 내뿜는 불길한 파장 때문이겠지.
NP장비를 착용하고 있지만 NP장비 자체가 장군 타입의 파장을 제거하지 못하기에 정규 어웨이큰들은 글자 그대로 정신력으로만 버티고 있는 수준이다.
“그럭저럭.”
나혜인이 손수건으로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식은땀을 닦아내며 들고 있던 태블릿에 시선을 옮겼다.
“여기 이 지도.”
그녀의 눈동자에 한순간 어두운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중국에서 실시했던 작전과 이상할 정도로 지형이 비슷하네?”
고개를 끄덕였다.
장군 타입이 자리 잡은 곳은 여러 개의 도로가 한곳으로 모이는 로터리였다.
우연의 일치라기보다는 장군 타입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본다.
녀석은 여러 개의 도로를 동시에 통제할 수 있는 중간 지점을 선호하는 듯하다.
아마 인간이 가진 폭격 같은 대량 파괴 공격으로부터 무리를 지키고 유연하게 무리를 움직여 인간에게 반격을 가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이전 전투에서도 장군 타입은 장기 말처럼 몬스터 몇 마리를 움직여 퇴로 몇 개를 막고 헌터팀 수백 명을 글자 그대로 증발시켰다.
그때와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몬스터와 인간의 수, 모두가 공평하게 줄었을 뿐이다.
무리를 이끄는 건 여전히 놈이고 인간들을 이끄는 건 여전히 나다.
2차전이라는 이야기다.
계획은 단순하다.
녀석이 지성을 가진 이상, 판단이란 걸 할 수 있고 그 판단에 따라 우리의 의표를 찌르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기에 우리는 모든 방면에서 공격을 시작한다.
가장 짙은 안개가 낀 로터리 중심부는 드론과 비차 정찰에도 관측되지 않았기에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겠지만 아마 놈은 살아 있을 것이다.
살짝 눈썹을 찡그린 나혜인의 얼굴이 그 증거다.
놈이 있는 중심부로 통하는 경로는 작은 골목까지 합친다면 수천 개가 넘지만 우리의 발이 되어 줄 전차와 장갑차가 지나갈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다.
수학자들은 100개 이상의 루트가 있다고 전해왔다.
우리는 그중 17개를 택했다.
헌터 팀의 숫자가 17개밖에 없기도 하거니와 중심부로 통하는, 장갑차와 전차가 통과할 수 있는 경로의 숫자가 딱 17개기 때문이다.
이 17개의 공격팀 중 16개는 중국인들이 허초(虛招)라고 부르는 위장 공격 혹은 주공을 돕는 조공에 지나지 않는다.
주공은 오직 단 하나.
내가 지휘하는 1팀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1팀은 2개의 헌터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가 지휘하는 팀 프로페서와 나혜인이 지휘하는 팀 알파 원이다.
나혜인의 팀은 전부 현역 제주 정부 소속의 정규 어웨이큰으로 17개의 헌터 팀 중 명실상부한 최강의 전력을 갖추고 있다.
단 2대 밖에 없는 재생 전차 중 한 대가 우리 팀에 배속되어 있다.
“여기서 갈라진다는 거지?”
지도를 보며 작전을 재확인했다.
“그래. 하지만 B-13이 건재할 경우엔 너한테 맡길게.”
“문제없어. 중형종 한 마리인걸.”
폭격 전 전장에 숨어 있던 몬스터의 숫자는 중형종만 66기다.
하나 같이 주요 길목과 합류점에 배치되어 있었다.
마치 놈들 하나하나가 장군 타입으로 가는 길을 지키는 수문장인 것처럼.
폭격 후 우리가 원하는 기대치는 약 30기다.
폭격 직후 실시한 정찰에서 비슷한 숫자가 남아 있는 걸 목격했다.
웅웅—
미군기는 전부 떠났지만 하늘 위엔 항공기의 묵직한 소음이 여전히 들려온다.
홍다정이 조종하는 고고도 대형 정찰 드론이다.
몬스터의 방해 전파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아예 3만 피트 위를 떠돌고 있다.
이조차도 안전한 것인지는 논쟁이 되는 수준이긴 하지만 적어도 폭격 후 장군 타입이 빠져나가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준비물이다.
아직까지 장군 타입이 빠져나갔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여기서 갈라진 다음, B-14가 남아 있을 경우, 제거를 부탁할 수 있을까?”
“가능할 거야.”
나혜인이 최강 전력인 만큼 그녀에겐 기대는 게 많다.
나혜인은 내 지시를 진지한 얼굴로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작전을 재확인하고 있자니 갑자기 시선이 느껴졌다.
나혜인이 날 빤히 바라보고 있다.
여전히 과거의 풍경 하나가 스치고 지나갈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이다.
다른 사람 말마따나 범접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할까.
나이를 먹으면서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는 어느 정도 가셨지만 대신 공감이 느껴지는, 생명력이 어린 혈색을 갖게 되었다.
이쪽이 그때보다 오히려 낫다고 생각한다.
“질문이라도 있나?”
과할 정도로 강한 시선을 던지는 그녀를 향하며 물었다.
“어, 별건 아니고.”
그녀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장갑차 안엔 우리 둘밖에 없다.
나머지 팀원은 바깥이나 다른 차량에서 우리의 브리핑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가 가벼운 날숨을 한 차례 내쉬더니 날 다시 쳐다봤다.
“민희하고는 무슨 관계야?”
“우민희?”
“응.”
“갑자기 그건 왜 묻지?”
“사람들 말로는 너랑 민희가 친하다고 하던데. 밤에 단둘이서 술도 마신다던가······.”
“그랬었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그래?”
“그런데 그게 중요한 건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무리 나혜인이 우민희와 사이가 괜찮았던 선배라고 하지만 개인사까지 이런 중요한 시점에서 묻는다는 게 뭐라고 해야 하나. 조금 엇나간 느낌이다.
여기서는 나의 은사, 장기영이 내게 해준 말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
확실히 내 은사의 말은 효과가 있다.
나혜인이 멍한 표정을 지으며 날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이내 헛웃음을 터뜨리며 표정을 바로 했다.
“맞아. 박규. 지금은 정신을 차려야 할 시기겠지.”
뭔가 털어낸 듯한 표정으로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가볼게.”
고개를 끄덕였다.
문이 열렸다.
열린 문 앞에서 그녀가 옆얼굴로 힐끗 쳐다보며 한마디했다.
“죽지 마.”
“그건 우리에겐 어울리지 않는 당부다. 알파 원.”
나혜인이 장갑차에서 내렸다.
“그냥 해본 말이야.”
나혜인이 떠나자 나의 팀원이 장갑차에 올라탔다.
팀원은 김다람과 하태훈 그리고 방재혁이 될 것이다.
어웨이큰은 포함하지 않았다.
그쪽이 내 계획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방재혁의 다리가 불편하다고 하지만 김다람과 함께 2인 헤비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기에 그의 다리 상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속내를 말하자면 나를 보조할 어설트 하나가 더 추가됐으면 하지만 지금 세상에 나 정도 실력을 갖춘, 근접전에서 몬스터를 맞상대할 어설트는 그렇게 많지 않다.
하태훈까지는 정확하게 제 자리를 찾아왔다.
문제는 다음이다.
방재혁이 아닌, 다른 사람이 들어왔다.
“?”
물끄러미 낯선, 아니 낯설면서도 친숙한 사내를 눈에 담았다.
짧게 머리를 깎은, 얼굴이 유난히 희고 콧대가 오뚝한 사내가 고개를 숙인 채 장갑차 안으로 들어와 당연한 것처럼 방재혁의 자리에 올라탔다.
철컥!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구형 M16 소총을 양 다리 사이에 끼우고 그가 고개를 젖히며 날 보았다.
문 쪽에서 방재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선배. 미안한데 나보다 더 적임자가 나타난 거 같아서 말이야. 양보하려고.”
눈앞에서 날 빤히 쳐다보는 사내를 응시했다.
공경민.
나의 가장 큰 지지자이자 친우.
그리고 옛 팀원이다.
공경민이 손가락을 활짝 펴며 내게 말했다.
“이번만이다.”
“······공경민.”
“굳이 합은 안 맞춰봐도 되겠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매우 뛰어난 어설트다.
특정 상황에서 그는 나만큼이나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다.
이번에도 그러기를 바란다.
“팀 허밋 작전 구역에 돌입.”
“팀 포테이토칩 배치 완료.”
“팀 고저스 명령을 기다립니다.”
…
…
저마다의 팀이 도시의 각 부분에 배치를 마쳤다.
이제 시작이다.
하지만 우리의 적이 그리 만만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끼이이이이이—–
“무전기를 꺼! 당장!”
그때 그 괴기스러운 포효가 도시 전체에 울려 퍼졌다.
우리의 통신기를 파괴하는 저주받을 스크리머의 고함이다.
무전기와 교신기를 확인했다.
모두 불통.
“······.”
한 마리가 더 있었던 건가.
이것이 중앙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놈의 책략인가.
모두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날 쳐다본다.
공경민이 물었다.
“어떻게 할 거냐?”
그를 노려보며 대답했다.
“전진.”
후퇴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