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House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424)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424화(424/466)
424화 170. 응답 (1)
쿠구궁!
은은한 뇌성이 묵직하게 울려 퍼졌다.
급격히 날씨가 악화하면서 주변은 짙은 구름이 드리운 우중충한 어둠 속에 잠겨 들었다.
우리 팀은 장갑차 안과 밖에 모인 채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모든 일정이 멈춘 건 아니다.
중국군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길목을 막은 중형종을 처리하기 위한 밑 작업을 하고 있었다.
경로를 막은 세기의 몬스터 중 첫 번째는 대형종 빈디케이터 타입이다.
여타 중형종보다 약간 더 큰 정도지만 국제 분류 기준에 따라 무게가 중형종을 초과하는 것으로 추정되어 대형종으로 분류됐다.
마치 등각류를 연상케 하는 외관을 가진 그 몬스터는 공격력보다는 방어력으로 악명을 떨쳤는데 녀석이 뿜어내는 고 염기성 화합물은 닿는 순간 사람의 뼈까지 녹여버리는 건 물론이고, 일대에 폐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유독성 기체를 만들어 낸다.
굳이 세부 분류를 하자면 고장갑 – 대인살상에 특화된 개체다.
헌터에겐 썩 달갑지 않은 상대다.
애당초 저런 놈 상대로는 헌터를 쓰지도 않는다.
하지만 오늘 저 몬스터를 상대할 선수는 중국군이다.
중국군은 빈디케이터 타입을 보고서도 의외로 해볼 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저런 둔한 녀석이 우리에겐 상대하기 편한 적입니다.”
상대가 장군 타입이 아니고 평범한 임무였다면 나름 흥미롭게 중국군의 작업을 지켜봤을 것이다.
잔장에서 중국인들은 항상 신기하고 재밌는 장난감을 만들어 냈다.
지금도 그렇다.
그들이 지금 만들고 있는 건 무려 모형 레일이다.
버튼을 누를 때마다 1m짜리가 무려 8m 이상으로 여의봉처럼 쭉쭉 늘어나는 레일을 병사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몬스터에게 노출되는 길목까지 나가 설치하고 설치한 레일을 장난감 기차의 그것처럼 이어 붙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레일 위로 기차형 드론을 올려 놓는다.
중형견 몸통 크기의 기차 드론은 2개의 로봇팔을 부착한 기묘한 생김새였는데 로봇팔 위엔 병사들이 들고 다니던 것과 같은 미설치 레일을 들고 있었다.
철컹!
잠시 후, 레일 위를 따라 움직이던 드론은 끝자리에서 정지, 자신이 지고 있던 레일을 정교한 손놀림으로 펼치고 선로를 직접 연장했다.
놀라운 일이다.
기차가 직접 자신의 선로를 연장하고 있다.
느릿하지만 착실하게 이어지는 연장 작업의 종착지는 아마도 빈디케이터 타입의 전면.
드론이 앞에서 왔다갔다하면 당연히 몬스터가 반응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신기하게도 몬스터는 드론이 자기 바로 앞까지 레일을 까는데도 미동도 없이 멈춰 있었다.
지켜보던 하태훈이 한마디 했다.
“흠. 저게 그 탁마사라는 건가.”
“탁마사?”
“애들 보는 기차 캐릭터 나오는 애니메이션 있잖아. 거기 나오는 토마스라는 친구를 중국어로 음차한 걸 다시 한국식 한자로 읽은 거지. 영길리나 노서아 같은 개념이야.”
“어떻게 작동하는 거지?”
“보다시피 몬스터 앞까지 레일을 깐 후, 폭발 장약이 가득 찬 장난감 기차를 그 레일을 통해 몬스터에 충돌시키는 방식이지. 레일 자체가 유도장치 역할을 한다고 할까.”
“꽤 귀찮아 보이는데.”
“그렇지. 보기엔 지지부진해 보여도 중국애들 말로는 괜찮은 방법이라나? 몬스터는 명시적인 적대 의사를 보이지 않는 한, 사람을 무시하니까.”
“그래? 그런데 저 로봇팔 달린 것도 드론이잖아?”
이 질문에 하태훈은 턱을 긁적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도 잘 알지 못하는 모양이다.
궁금한 게 있으면 역시 책임자에게 묻는 게 가장 빠르겠지.
장수영에게 이 기묘한 도구에 관해 질문했다.
“아? 저거요? 드론이 아니거든요. 보세요.”
그녀가 선로 끝에서 뭔가를 조작하는 병사를 가리켰다.
“이건?”
“네. 유선이에요. 그러니 드론도 아니고 평범한 작업용 도구에 지나지 않죠. 게다가 저 타입은 무신경한 유형이고요.”
보란 듯이 그 기묘한 장치는 몬스터 전면에 또 하나의 레일을 깔았다.
“흠.”
무슨 의도로 저런 걸 만든지는 알겠지만 글쎄다.
적어도 드론에 관해서는 나보다 중국인이 훨씬 잘 알고 있을 테니 그만큼 성공 확률이 높으니까 저런 방식을 이 위험한 전장에 가지고 왔겠지.
문제는 시간이다.
레일을 까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장수영에게 물어보니 무려 30분이라는 시간이 더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이미 인원과 노력이 투입됐으니 현재 진행 중인 계획을 취소할 수 없겠지만 다음에는 다른 방법을 써줄 것을 부탁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혜인을 중심으로 한 헌터팀은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지역에서 분투하고 있다.
“그나저나 동탄맘이라는 친구가 한국에 도착했다던데.”
중국군이 레일을 설치하는 걸 보조하고 있을 때 공경민이 휴대폰을 보면서 내게 다가왔다.
“동탄맘 알지?”
“아? 그 친구?”
공경민이 내게 화면을 보여줬다.
배다.
그런데 내가 아는 동탄맘의 배보다는 크기가 훨씬 작다.
분명 동탄맘은 초대형 유조선을 타고 다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사진 속의 배는 한강 유람선급의 소형 페리선이었고 그 주변을 동탄맘의 친구들이 탄 것으로 보이는 소형 보트가 호위하듯 따르고 있었다.
중간에 배를 바꾸기라도 한 걸까.
동탄맘이 글을 많이 올리긴 했는데 그 양반이 냠냠 거리는 글을 보고 있으면 안 그래도 부족한 기가 빨리는 것 같아 클릭 자체를 안 했었는데 나름 변화가 있었던 모양.
하지만 그 본성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dogntanmom : 냠냠… 몇 년만에 왔는데도 여전히 좆같은 공기네… 이 나라는 냠냠….
역시나 기가 빨리는 글을 써대고 있다.
서둘러 그 글에서 시선을 떼며 입을 열었다.
“이 동탄맘이라는 친구. 학교 출신이야.”
“뭐? 진짜?”
“백승현이라고 저기 있는 하태훈 선배 동기야.”
“아, 그랬었나. 어쩐지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더라니 진짜 학교 출신이었을 줄이야.”
공경민이 실소를 머금었다.
“······당시 학교 입학하는 거, 꽤 어려웠지?”
그렇다.
분명 어려웠다.
무심코 과거의 정경 하나가 그린 것처럼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학교 면접장의 풍경이다.
이제는 흐릿해져 단편적인 윤곽만이 남은 빛바랜 기억이지만 그 면접장이 소년 시절의 나에겐 축구장처럼 넓었고 그럼에도 그 공간 안에 나와 3명의 면접관이라는 적은 인원만이 있었고 내가 말할 때마다 사각거리던 펜 소리가 대체로 정적에 잠겼던 면접실 안을 울려 퍼지던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뚜렷하게 기억난다.
당시엔 이름을 몰랐던, 하지만 누구보다 강렬한 눈빛과 인상을 가지고 있던 면접관이 내게 물었다.
“그래서 본교에 지원한 정확한 동기가 뭡니까? 학원이나 인터넷에서 배운 동기 말고 자신이 가슴 속으로 진지하게 생각하는 이유를 말해주세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전투를 앞두고 여명기의 추억이 떠오른 건 운명적인 수미쌍관을 느끼게 했다.
뭐, 당시나 지금이나 내가 헌터가 된 원인은 조금도 변한 게 없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당시 나는 면접관 장기영에게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몬스터를 죽이고 싶습니다.”
달리 무슨 말이 필요할까?
“어이.”
잠깐의 상념을 깨뜨린 건 하태훈이다.
“박규.”
“무슨 일이야?”
그는 허투루 날 부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하태훈은 손바닥 크기의 소형 태블릿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드론을 위시한 각종 전자 장비를 통제할 때 쓰던 도구다.
“동작 감지기에 뭔가가 보이는데.”
확인해 보았다.
과연 뭔가가 우리 뒤편에서 어슬렁거리는 움직임이 보였다.
뒤를 돌아보았지만 보이는 건, 짙은 회백색 안개 뿐이다.
공경민이 동작 감지기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는 뒤편을 주시했다.
“아까, 그 좀빈가.”
은은하게 빛나는 눈에 비친 게 무엇인지 우리로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
곧 공경민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기화 직전의 좀비 같은데.”
“기화 직전의 좀비?”
“어떤 사람은 증발이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소멸이라고도 부르는데, 뭐라고 부르건 간에 좀비 개체 중 일부가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사라지는 현상을 지칭하지.”
“마치 어웨이큰처럼?”
내 한마디에 공경민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나름 높으신 분답게 정직하게 인정하는 대신 능글맞게 뭉뚱그려 설명한다.
“균열과 관계된 것들이 갑자기 소멸하는 건 종종 보고되는 현상이지. 일부가 갑자기 몬스터로 변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아니면 균열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밝혀진 건 없어. 아무튼, 좀비 개체 일부가 기화한 것처럼 사라지는 현상은 실제로 입증이 된 사실이야.”
공경민이 빛나는 눈으로 안개 너머를 계속해서 주시하며 말을 이었다.
“그런 개체는 감지 능력으로도 잘 보이지가 않아.”
“그래?”
“사실상 균열과 동화된 것들이라. 희미하게 형체가 남은 혼령? 그런 느낌이지.”
“그런 게 우리를 쫓아다닌다는 말인가? 으스스하군.”
저편에서 중국군이 손짓했다.
준비가 끝난 모양이다.
중국군은 팔이 달린 기차 형태의 드론을 회수한 후 그 빈자리에 익숙한 추진체를 후면에 단 또 다른 기차 형태의 드론을 레일 위에 올려놓았다.
그 추진체의 모습은 내가 가진 마울에 달린 것과 같았다.
동일 모델로 보인다.
중국군이 감시 카메라 등으로 위치를 확인한 후 드론을 출발시켰다.
끼릭끼릭-
시작은 미약하고 조잡했다.
중국군이 깔아놓은 레일 위를 태엽 장치마냥 좌우로 흔들거리며 느릿하게 나아갈 뿐이다.
하지만 레일은 정확히 몬스터 전방 50m까지 깔려 있었다.
우리 앞을 막아선 빈디케이터 타입의 반사역장 최대 사거리다.
드론이 레일 끝자락까지 이동했을 때 비로소 중국군은 드론의 전원을 켰다.
미동도 하지 않고 멈춰 있던 몬스터의 거체가 가볍게 떨렸다.
드론을 인지한 것이다.
하지만.
치이이익-
드론의 추진체에 불꽃이 붙었다.
동시에 드론은 총알처럼 우리 앞을 스쳐 지나가 레일을 질주, 스키 점프대처럼 위를 향해 휘어진 끝자락을 타고 도약하며 몬스터를 향해 쏜살처럼 날아갔다.
쿵!
몬스터가 충격파를 뿜어보지만 이미 늦었다.
콰콰쾅!
무시무시한 내부 폭발 속에서 몬스터는 글자 그대로 두 조각으로 갈라지며 빛의 입자로 변했다.
휘날리는 입자 속에서 장수영이 웃으며 다가왔다.
“하나가 남았죠?”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생각했다.
중국군도 참 많은 고생을 하면서 저항했구나 하는.
아무튼 밑 작업에 많은 시간을 소요했지만 난적 하나를 가볍게 처리했다.
다음 길목에 버티고 서 있는 건 일전에 상대한 바가 있는 애니힐레이터 타입.
빈디케이터처럼 대인 살상에 특화된 놈이다.
중장갑은 아니지만 다른 종보다 인간을 경계하고 빠른 반응성을 갖고 있기에 또 다른 의미에서 성가신 놈이다.
물론 이 친구도 우리 헌터의 사냥감은 아니다.
“여기서부터는 정석으로 처리할게요.”
장갑차의 해치가 열렸다.
거기엔 못해도 스무 기 이상의 전투 드론이 차곡차곡 수납되어 있었다.
장수영이 날 장갑차 안으로 안내했다.
제법 넓직한 장갑차 안엔 저마다의 좌석에서 드론을 조종하는 드론병들이 있었고 중앙엔 각각의 드론이 보내오는 화면이 CCTV 관제실의 것처럼 격자 무늬로 떠올라 있었다.
드론부대 지휘관이 중국어로 뭐라고 소리쳤다.
스무기의 드론이 순차적으로 떠오르더니 몬스터를 향해 날아갔다.
쿵!
충격파가 울려 퍼졌다.
총성와 로켓 발사음, 불타는 소리가 안개 너머에서 혼미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화면의 신호가 하나하나 꺼진다.
잠시 후.
쿵!
또 한 번의 충격파와 함께 모든 화면이 암전됐다.
내가 마지막으로 확인한 바에 의하면 몬스터는 격파되지 않았다.
그런데 드론이 전부 소모됐다.
장수영을 응시했다.
“실패한 건가요?”
그녀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말을 실증이라도 하듯,
쾅! 콰쾅!
쿵!
폭음과 충격파가 연이어 들려왔다.
드론병들을 보았다.
그들은 이미 손을 털고 자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요?”
장수영이 답했다.
“이중 조작 방식이에요.”
“이중 조작?”
“처음에는 드론병으로 조작하다가 몬스터가 전파 공격을 가해 연결이 끊어지면 그때는 내장된 A.I가 조종을 맡는 방식이죠.”
폭음과 충격파가 그치자 그들은 정찰 드론을 보냈다.
정찰 드론은 안개 너머에서 금빛 입자가 흩어지는 영상을 보내왔다.
중국군의 드론이 애니힐레이터 타입을 격파한 것이다.
잠자코 있던 중국군 장교가 날 보며 중국어로 뭐라고 떠들었다.
장수영이 그 말을 번역했다.
“흑선풍. 이 드론의 이름이죠. 1년만 빠르게 이 기종이 양산됐더라도 전쟁이 일어날 일은 없을 거라고 말씀하고 계시네요.”
“······.”
글쎄다.
몬스터 상대로 어느 정도 선전은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몬스터는 빠르게 적응했다.
놈들에게 위협적일수록 놈들은 빠르게, 그리고 더 확실하게 진화했다.
이 새로운 장난감에 몬스터가 대처하지 못하는 건 대처할 필요가 없어서일지도 모르겠지.
이제 저 드론을 만들어 낸 학자도 공장도 노동자도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을 테니까.
어떤 의미로 중국이 쏜 마지막 불화살이라고 할까.
이제 우리 차례다.
“먼저 돌아가도 좋습니다.”
“아닙니다. 여기서 지켜보겠습니다.”
장수영과 중국군은 더 이상 전진하진 않겠지만 중간 길목을 지키며 우리의 전투를 마저 참관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그러라고 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나조차 장담하기 어려우니.
장군 타입까지 앞으로 한 마리가 남았다.
센츄리언 타입이다.
이쪽은 우리도 할 말이 있다.
녀석은 인간보다는 전차류의 중장비에 특화된 녀석이다.
적절한 기동으로 반사역장 최대 사거리까지 접근할 수 있다면 몬스터 펀치 같은 싸구려 무기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놈이다.
공경민, 하태훈과 함께 폐허 속을 진격하며 접근로를 확보하려 했다.
그런데.
“엎드려.”
공경민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세 명이 거의 동시에 바닥에 슬라이딩하듯 미끄러지며 포복했다.
“사람이다. 셋 아니, 다섯.”
그 말이 무섭게 총성이 울려 퍼졌다.
탕! 탕! 탕!
세 번의 조준 사격이 우리를 향했다.
그런데 이 사격.
참으로 얄궂다.
세 번의 사격이 나, 하태훈, 공경민이 숨은 엄폐물을 차례대로 타격했다.
그 말인즉슨.
“적에게도 감지 능력자가 있다.”
설마 일부러 노리고 여기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
마치 꿈에서 본 것처럼 그림이 그려진다.
내가 광신도라고 해도 비슷하게 대처했을 것이다.
센츄리언 타입 상대로는 우리 같은 헌터를 보내는 게 뻔할 테니 광신도는 이에 대비,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진격로만을 막는다는.
단순한 발상에서 나왔지만 그렇기에 극도로 파훼가 어렵다.
특히 지금처럼 김다람의 저격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더더욱.
설상가상으로 광신도는 또 하나의 손패를 선심쓰듯 보여줬다.
두두두두두–
기관총이다.
좁고 접근하기 어려운 지형에서 기관총이 가지는 힘은 절대적이다.
어쩌면 놈들은 자신의 진지 앞에 철조망까지 깔아놓았을지도 모르겠지.
한마디로 꿈도 꾸지 말라는 이야기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앞을 막아선 광신도들은 한국어가 아닌 중국어로 떠들어대고 있었다.
북한 쪽 계열도, 남한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계열도 아닌 중국 본토에서 넘어온, 중국 자체를 멸망시킨 교파 중 하나로 보인다.
광신도 중에서도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라는 이야기다.
“어떻게 하지?”
“글쎄.”
쉽지 않다.
정말로 쉽지 않다.
전장에서 가장 어려운 케이스가 몬스터와 광신도가 동시에 배치된 영역인데 장군 타입 목전에 그 가장 까다로운 케이스가 최악의 형태로 재현된 것이다.
“중국군.”
후방의 중국군의 힘이라도 빌려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며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 해법을 찾아 고심하고 있던 때였다.
쿵!
광신도의 진영에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소형종급의 충격파.
한 마리가 더 있었나.
그런 의문에 접어들 즈음 갑자기 총성과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아아아악!”
“니자이간쇼마?!”
타타타탕!
이어지는 총성 속에서 갑자기 익숙한 누군가의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
“박규!”
순간 나는 면접장의 풍경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지금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지금 저 앞에서 고함을 지르고 충격파를 일으키고 광신도를 죽이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내 은사, 장기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