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House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431)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431화(431/466)
431 171. 클리너 (1)
그 이후의 상황은 기억나는 게 없다.
다만 동탄맘이 이후에 큰 역할을 했다고.
주 목표를 소멸한 건 사실이지만 도시 여기저기에 남아 있는 몬스터로 인해 우리는 안전한 루트를 모색해야 했는데 이때 동탄맘이 끌고 온 갖가지 선박이 철수 작전에 큰 역할을 했다고 들었다.
여담이지만 인천항엔 희망호가 도착했다고.
더 호프가 무너진 날, 새로운 희망이 도착했다는 나름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사건이라고도 하지만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몬스터가 물러가자 거짓말처럼 기승을 부리던 추위도 함께 물러났다.
덕분에 나는 활짝 열린 창밖에서 흘러들어오는 기분 좋은 찬 공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의사들의 말로는 나는 거의 죽음 직전에 갔다고 한다.
잡다한 외상, 다발성 쇼크, 뇌진탕, 골절과 출혈, 그리고 지금도 지끈거리는 화상 등등.
정신을 잃은 채 3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면 좋겠지만 내 강인한 정신은 말똥말똥한 상태로 갖가지 수술과 시술을 경험하는 걸 고스란히 목도하게 했다.
덕분에 산소호흡기를 떼고 비스듬히나마 침대에 걸터앉을 정도로 회복됐다.
여전히 갖가지 고통이 날 괴롭히고 무엇보다 손에 입은 화상으로 컴퓨터, 모니터, 기타 일체의 전자제품을 사용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만 말이다.
“······.”
정직하게 말하자면 몇 번이고 황천을 갈 뻔한 내 정신을 버티게 한 원동력은 댓글 확인이다.
뭐, 길게 말할 것도 없다.
레전드다.
리빙 레전드다.
나에 대한 찬사를 일렬로 나열하면 지구 열 바퀴는 돌고 남지 않을까?
이러한 기대감이 나의 말단 세포를 자극하여 회복을 빠르게 하는 건 확실하다.
과학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지만 느껴진다.
내 내면 안에서 의사들이 강조하는 비교할 수 없는 생의 의지가 용솟음치고 있다는 걸.
하지만 당장 확인하진 않겠다.
이른바 “묵히기”다.
나 정도 되는 리빙 레전드가 그때그때 댓글 반응을 확인하는 건 격이 떨어지는 행위다.
게다가 이제는 답글도 아무에게나 달아주면 안 된다.
SNS 유명 인사들이 비슷한 급의 유명 인사에게만 답글을 다는 것처럼 나도 그 정도 경지에 올랐다는 이야기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인터넷에 접속하고 싶다.
실제로 내가 요구만 한다면 언제든 할 수 있다.
비록 두 손을 쓸 수 없지만 전쟁 전에 얼핏 들은 정보에 의하면 세상에는 키보드 없이 음성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하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키보드의 경쾌한 타건감을 즐기고 또 자신의 타이핑 속도에 자부심이 있는 나에겐 사문난적 같은 행위다.
인터넷은 손가락으로 해야 한다.
왜냐하면 인터넷은 손가락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즐거운 기대감으로 체내 회복 세포를 활성화하고 있자니 간호사가 들어왔다.
그녀는 창문을 닫으며 내게 리스트를 내밀었다.
“······예정한 방문객입니다.”
간호사가 문을 살짝 열어 오늘의 일정을 알렸다.
몸이 나아졌기에 오늘부터 사람을 만나기로 했다.
달가운 사람도 있지만 달갑지 않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일이다.
“안녕하세요? 국위원 연구분석국 국장을 맡고 있는 위미래라고 합니다.”
위미래 이하 말쑥한 제복을 입은 사람들은 제주 사람들이다.
그들이 그동안 갖가지 고까운 짓을 했고 실제로 질이 나쁜 집단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대한민국에 남은 유일하게 몬스터에 맞설 수 있는 세력이다.
“장군 타입을 격파하셨을 때와 관련하여 강한민 구원자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내용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서면으로 통지해 드렸다시피 강한민 구원자와 만남을 가지기 전에 이쪽에서 주요한 사항을 미리 청취, 정리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와병 중에 찾아뵙게 됐습니다.”
다 떠나서 기본적인 예의는 갖추려는 것처럼 보인다.
“어디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이야기는 내가 생각하기에도 두서가 없었다.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몇 권이나 되는 책을 한 번에 머리에 구겨 넣었다고 할까.
확실히 각각의 지식이 머릿속에 새겨진 건 맞는데 그것을 하나로 정리해서 내 식으로 소화해서 말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럼에도 내가 본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것에 관해 말해 주었다.
안경을 낀 위미래는 무미건조한 얼굴로 내 이야기를 청취하고 들으며 간간이 질문을 던졌다.
“그러니까 박헌터님께서 처치한 장군 타입의 본체가 인도에 있던 어떤 소년과 관계가 있다는 건가요?”
“그 소년이 장군 타입이라는 건 아닙니다. 뭐라고 해야 하나. 테세우스의 배 아시죠?”
“네.”
“배라는 게 여러 개의 판자를 덧대서 만든 것 아닙니까? 그런 거죠.”
“소년이 그 장군 타입이라는 배를 구성하는 판자 중 하나라고 말씀하시고 싶은 거네요?”
“판자보다는 좀 큰 중추긴 하지만 비슷한 취지입니다. 장군 타입이라는 지적 활동을 할 수 있는 몬스터의 근간엔 인간.”
제주인들의 얼굴들을 보았다.
모두 눈동자에 은은한 빛이 서려 있다.
내게 질문을 하는 위미래를 포함해서.
하지만 이제 와서 굳이 눈치를 볼 필요는 없겠지.
시원하게 말했다.
“아니, 어웨이큰이 있다고 봅니다.”
내 생각과 다르게 제주 사람들은 내 발언에 놀라거나 또 불쾌감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역시 비슷한 사례를 봤다는 건가.
그들이 뭔가 말해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일을 해낸 것 같다.
“······어웨이큰의 정의가 최근 바뀌었다는 거 알고 계시나요?”
그들이 먼저 입을 연다.
잠자코 병상에 누운 채 그들을 응시했다.
“어웨이큰은 지금까지 흔히 각성, 개안, 깨달음 등의 과정을 통해 발생하는 플러스적인 현상으로 해석됐죠. 실제로 어웨이큰들은 미디어커와 달리 상념을 뛰어넘는 권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미디어커가 뭡니까?”
“아, 어웨이큰이 아닌 사람들. 평범한 사람을 뜻하는 말이죠.”
위미래가 태블릿에 “mediocre”라는 단어를 써서 보여줬다.
이런 말도 생겼던 모양이다.
적어도 내가 현장에 있을 땐 존재하지 않던 개념이다.
하긴, 제주에서는 놈들이 다수니 그런 차별적인 용어를 써도 무관했겠지.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겠지.
“어웨이큰은 이제 다르게 해석됩니다.”
위미래가 안경을 고쳐 썼다.
예전처럼 제대로 된 코팅을 한 렌즈가 아니라 그런지 햇빛을 받아 거슬릴 정도로 안경이 번들거렸다.
“······침식된 사람.”
고개를 갸우뚱 움직였다.
예상 외다.
아니, 어웨이큰이 몬스터와 비슷한 무언가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어웨이큰이 주축이 된 제주 사람의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올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어웨이큰은 각성이나 발전, 진화 같은 긍정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분명 어웨이큰이 인간에게 주어지지 않은 힘을 주는 건 맞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침식의 대가에 불과하죠. 침식이라는 말엔 깎여 나간다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죠.”
“그 말은?”
“네. 박규 헌터님이라면 예상하셨겠지요. 어웨이큰은 이미 현재진행형으로 소멸이 진행 중인 존재입니다. 단지 빠르나 늦냐의 차이죠.”
그러한 결론에 도달하는 데는 내가 목숨을 걸고 존내논의 영묘에서 손에 얻은 중국인 과학자의 정보도 큰 역할을 했다.
“박규 헌터님께서 제공한 연구 기록이 말하다시피, 어웨이큰은 생식 능력 자체가 거세된 상태입니다. 아이는 낳을 수 있지만 여아뿐. 그조차도 중증의 유전질환을 타고 난 상태로 두 번째 생식은 불가능하죠. 마치 노새나 라이거 같은 존재라고 할까요? 후손을 재생산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어웨이큰은 쇠퇴와 절멸을 예정한 존재죠.”
왜 이들이 내게 이러한 사실을 이야기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장군 타입의 격파로 인하여 나는 예전의 존중과 지위를 어느 정도 되찾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다면 저 이기적인 집단이 내게 그들의 치부를 밝힐 리가 없으니 말이다.
“······말씀 주신 내용은 강한민 구원자의 가설에 한층 더 힘을 싣는 거 같네요.”
위미래가 태블릿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대수롭지 않게 한 말이겠지만 내게는 간단하게 넘어갈 수 없는 말이다.
“강한민요?”
“네.”
“강한민 구원자는 오래전부터 장군 타입 같은, 알파 개체가 균열 자체가 발생한 것이 아닌 인간적인 요소가 있다고 보았죠. 특히 강한민 구원자 같은 알파 각성자가 그 중심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지론을 평소부터 가지고 계셨습니다.”
위미래가 미소 지었다.
“박규 헌터님의 증언은 강한민 구원자님의 가설에 부합하는 것처럼 보이네요. 강한민 구원자께서 기뻐하실 것 같습니다.”
“방금.”
웃는 얼굴에 침을 뱉고 싶진 않지만 확인해야 할 게 있다.
“알파 개체들이라고 했습니까?”
그냥은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위미래는 대뜸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더 이상 그것이 비밀이 아니라는 것처럼.
“세계 도처에 장군 타입 같은, 몬스터 무리 위에 선 존재들이 있어요.”
“······그렇습니까?”
아주 잠깐 맑게 갠 하늘이 다시 먹구름에 잠겨드는 기분이다.
“가장 유명하고 또 많은 국가를 멸망시킨 것이 장군 타입이라 그렇지, 북미만 하더라도 맥아더라 불리는 미확인 개체가 몬스터 무리를 움직이고 있다는 확증이 있지요. 북미만 아니에요. 유럽, 남미, 중동, 아프리카. 균열에 맞서 저항하는 각 국가들은 어김없이 장군 타입적인 몬스터가 있을 거라는 강한 추측을 하고 있어요. 그것이 알파 개체죠.”
무한의 공식은 장군 타입에게도 통용된다.
놈은 유니크한 하나의 존재가 아니다.
비슷한 것들이 여러 마리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실종된, 혹은 보고되지 않은 알파 각성자가 알파 개체의 일부를 이루는 부분이 됐는지도 모를 일이겠지.
그리고.
“······.”
강한민은 나혜인을, 우민희를 전장으로 내몰았다.
엄격한 내 기준으로서도 강한 정신력을 가진 친구들을 한계까지 밀어붙였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충분한 설명이 됐나 모르겠네요? 다만 장군 타입으로 실제 헌터가 육안으로 확인한 적은 없어요. 하지만 허구의 존재는 아니에요. 해왕성 같은 거죠. 천문학적으로는 이미 존재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미처 발견되지 않았다가 나중에 발견되는 것처럼 말이죠.”
위미래의 말은 이제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강한민과 만나야 한다.
그를 만나 직접 확인해 봐야 할 것들이 있다.
그리 길게 이야기 하진 않겠지만 모든 걸 논하겠지.
그건 인터넷으로서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아.”
위미래가 뭔가 생각난 듯 내게 태블릿 화면을 내밀었다.
그것은 백지였다.
그녀가 내게 태블릿용 펜을 내밀었다.
“뭔가요?”
위미래가 주변 동료들과 한차례 시선을 맞춘 후 해맑게 웃었다.
“장군 타입을 격파하셨잖아요?”
“네.”
“장군 타입은 이번에 박규 헌터님께서 최초로 격파하셨어요. 아시다시피 몬스터의 명명권은······.”
아, 그런 게 있었지.
몬스터의 이름을 짓는 것.
한때는 꽤나 열중했었던 나만의 컬렉션이다.
지금은 소멸한 국제 헌터 기구의 규정에 의하면 몬스터의 명명권은 두 사람에게 있다.
하나는 최초 발견자, 다른 하나는 최초 격파자.
두 명의 명명권자가 있지만 우선시 되는 건 최초 격파자다.
장군 타입이 오랫동안 장군이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최초 발견자인 내가 녀석을 관측한 이래 단 한 번도 격파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이번에 내가 놈을 최초로 격파하면서 다시 작명권이 내게 주어진 것이다.
“흠······.”
잠시 강한민으로 인해 머리가 뜨거워졌지만 그건 그것이고 이건 이거다.
어떤 이름을 붙이는 게 좋을까?
오랫동안 장군 타입이라는 이름을 썼기에 같은 이름으로 나가는 게 좋을까?
어차피 장군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나 자신이니.
하지만 이걸로는 뭔가 부족하다.
그래.
그걸로 하자.
붕대로 꽁꽁 동여맨, 불에 지진 통증이 실시간으로 엄습하는 손을 간신히 움직여 태블릿 위에 하나의 이름을 남겼다.
[ 네메시스 ]인류의 대적.
그게 녀석에게 가장 어울리는 진정한 이름이겠지.
왜냐하면 놈들에겐 인간의 속성이 있으니까.
인간의 적은 인간이다.
“저기.”
떠나가려는 위미래를 불러 세웠다.
과거와 다르게 제주 사람들은 나의 부름에 즉시 응답한다.
위미래가 미소를 머금으며 공손한 표정을 지은 채 내 말을 기다린다.
“우민희는 어떻게 됐나요? 그쪽에 불려간 뒤로 영 소식이 없는데.”
“아, 우민희 전 소장님 말씀이죠?”
“전”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부분에서 이상함을 감지했다.
안타깝게도 내 표정이 읽혔던 모양이다.
“안타깝게도 그분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없어요.”
위미래가 즉시 연막을 친다.
그리고 입에 발린 소리들.
“강한민 구원자와 몇 가지 사항을 논의한다고 들었는데 그건 이쪽에서는 알 수가 없고 알 방법도 없는 것이죠. 아무튼 박규 헌터님께서 말씀드린 내용은 강한민 구원자께 확실하게 전할게요. 그러니 부디 쾌차하세요. 모두가 박규 헌터님의 회복을 열렬히 응원하고 있답니다.”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고 그들이 떠나는 걸 지켜보았다.
다시 혼자가 되었다.
간호사가 링겔을 교체하며 진통제 투입을 묻는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습니다.”
“다음 일정이 있는데.”
그녀가 예약된 방문자 명단을 보여줬다.
시민 대표니, 국민회의 의원이니 이름만 봐도 골치가 아파지는 인간들의 명단이 가득하다.
“지금은 컨디션이 안 좋네요. 다음으로 미룹시다. 아니, 잠깐.”
이대로 패스하려고 했지만 그냥은 넘어갈 수 없는 인물들이 있다.
[ 홍정호, 홍다정 ]디펜더 남매다.
비록 이번 전투에는 주변부에 있었지만 그들이 작전 전체에 있어 중요한 몫을 한 건 사실이다.
반복해서 말하고 있지만 이번 승리는 나만의 공이 아니다.
새로운 서울에 모인 모든 인간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거둘 수 있었던 기적이다.
간호사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이 친구들 만나고 싶네요.”
디펜더 남매가 들어왔다.
다정이의 얼굴이 전보다 꽤 좋아졌다.
살도 제법 붙은 느낌이고.
“아? 이거? 뭐, 당연한 일이지. 종철이가 케어를 해주니까.”
“친구 중에 경찰, 의사는 있어야 한다는 말이 맞더라고.”
모처럼 옛 친구들과 자리를 함께 하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뭐, 이들의 실제 행각을 생각한다면 섬뜩한 슬래터 무비의 한 장면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진짜 대단하더라. 스켈톤. 진짜 감탄밖에 안 나왔어.”
“살면서 이렇게 국뽕 크게 들이킨 적이 있었나 싶어.”
같은 과거와 경험과 취미를 공유하는 것.
달리 친구를 정의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
이들은 함께 있는 것만으로 내게 즐거움을 준다.
“우민희 소장 말이지? 글쎄. 도시에 들어온 몬스터를 혼자 죄다 처치한 것까지는 아는데 그 이후는 소식이 불명이야. 뭐, 제주 쪽 애들과 만나러 갔겠지. 애당초 그쪽 사람이니.”
“아이엠지저스? 걔는 스토익하게 제 할 일만 하고 갔어. 몬스터 무리를 박살내고 제풍호와 함께 자기 땅으로 돌아갔지.”
인터넷을 할 수 없는 나에게 이들이 하는 말은 내게 삶의 의지와 그리고 뿌듯함을 준다.
“스켈톤은 이제 전설이야.”
다정이가 사랑스러운 말을 한다.
“그런가.”
그 비정한 비바봇도 그 정도 전설적인 활약 앞에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겠지.
실제로 나의 모든 행위는 “SKELTON”이 한 것으로 기록됐다.
아울러 SKELTON이 트웰브 스퀘어라는 또 다른 전설과 동일인이라는 것 또한 멜론 마스크가 직접 공표하기도 했고.
그러니까 이 박규는, 아니 스켈톤은 글자 그대로 리빙 레전드가 된 것이다.
“저기. 그런데 스켈톤.”
홍다정이 갑자기 산통을 깬다.
특유의 버릇이 있다.
쓴소리를 할 때 정색한 얼굴로 눈을 깜빡이며 빤히 바라보는.
“?”
홍다정이 말했다.
“저기, 다 좋은데 그게 또 마냥 좋은 게 아니야.”
“무슨 뜻이지?”
“사람들이 스켈톤이 과거에 쓴 글들을 보고 있거든.”